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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디아더사이드 전 관람후기1
뒤늦게 김정기 작가의 전시가 롯데뮤지엄에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관람을 하러갔습니다. 운 좋게도 네이버에서 저렴하게 할인받아 티켓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전시는 4월에 시작을 해서 다음달인 7월 11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그 안에 가시길 바랍니다. 전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라고 하네요.
롯데뮤지엄은 잠실역에 위치한 롯데월드 타워 7층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롯데월드 타워가 워낙 크다보니까 처음에는 너무 정신이 없고, 길을 잃게되더라구요.
하물며 7층 위치에 대한 표시가 없어서 어떻게 가야하나 했는데, 알고보니 6층으로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통로가 나오더라구요.
혹여 저처럼 가는길이 헷갈리시는 분들은 6층으로 바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올라가니 전시장 표시가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이번에 열리는 <김정기, 디아더사이드>전은 무한한 상상력과 직관적인 발상을 통해 창조한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은 작품을 세계 최초로 총망라하는 전시라고 합니다.
SuperM 슈퍼엠 호랑이 김정기 라이브드로잉 컬래버레이션
상상력의 원천이 된 초기 만화 작품들과 더불어 수많은 드로잉과 대형 회화 작품, 영상, 사진 등의 다양한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어들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경험의 축적과 관찰한 기억들을 즉각적이고 즉흥적으로 쏟아낸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 내에서 라이브드로잉을 라이브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무렵에는 이밍 그림이 60~70% 정도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아쉽게도 라이브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방금 그린듯한 생생하고 세밀한 터치를 방대한 스케일로 볼 수 있어서 마치 그림에게 압도당하는 강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간단하게 작가소개를 먼저할게요.
김정기 KIM JUNGGI (1975~)는 기억 속 이미지를 완벽한 테크닉과 탄탄한 서사구조를 통해 즉흥적으로 화면에 바로 재현하는 '라이브드로잉'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세계적인 아티스트입니다.
이같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현대미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으며, 나아가 현재까지 광고, 미디어, 패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작가는 과거 유년시절 아버지가 사주신 스케치북 표지 그림에 매료되어 만화가를 꿈꾸며, 좋아하는 만화를 따라그리거나, 갖고 싶은 것들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대상의 특징을 완벽히 마스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남다른 시각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더불어 호기심 덕분에 주변의 것들을 머리속에 담아 일찍부터 자신의 것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서양학과에 진학했으나 어릴 적 꿈인 만화가를 이루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작업에 매진하여 만화가로 먼저 데뷔를 하였다고 합니다.
만화가로 활동하던 중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선보인 라이브드로잉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그는 작가로서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부터 지속적인 대형 라이브드로잉을 선보이면서 직관만으로 머리속 세계를 밑그림없이 재현해내는 그의 천재적인 실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극찬을 받으며, 이후 유럽만화축제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등의 여러 나라에 초청되어 국제적으로 발판을 넓혔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파리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에서 첫 해외 개인전을 열었고,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유럽 미술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고 하네요.
이제 그의 작품은 만화와 시각예술의 경계를 아울러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는데요. 그의 거침없는 드로잉 퍼포먼스와 예술세계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 작품
전시장을 들어서면 맨 먼저 그의 여러 드로잉과 초기에 작업했던 만화 작품들을 동시에 볼 수 있는데요. 그가 이후 라이브 드로잉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상상의 원천은 바로 수많은 드로잉 작업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그린 초기 드로잉 작품들은 하나의 대상이나 인물들을 반복적인 연상과 드로잉을 통해 여러 각도로 묘사되어진 것을 볼 수 있어요.
어릴 적부터 만화가를 꿈꾸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만화작업을 많이 진행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굴이 조금 큰 듯한 과장된 비율과 몸짓과 그리고 유머러스한 인물의 표정, 분할된 컷같은 만화적 기법들은 청소년기 접한 만화<드래곤볼>과 <애플시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세상에는 아직 볼 것도 많고 그릴 것도 많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한다."
이후에는 테라다 카츠야나 오세영 작가에게 영감을 받아 생동감있으면서도 현실적인 묘사로 발전했고, 이때부터 만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며, 작업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가 연재한 네이버 웹툰 <TLT(Tiger the Long Tail)>는 동물을 의인화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기업 경영과 비즈니스 스토리를 보여주는데요. 주인공인 호랑이 태호가 그 속에서 세계정복을 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로 유명한 박성진 작가와의 협엽으로 만든 이 웹툰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동물, 인간, 사물이 혼재되는 독특한 표현방식과 재밌는 유며코드가 인기의 비결이였습니다.
"나에게 새로운 표현의 힘은 일상을 더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2009년 이후에는 주로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여행스케치를 많이 그렸는데요. 관찰자의 시각으로 세계 여러 도시와 풍경 그리고 여러 장면들을 절묘하게 교차하여 그의 시각적 기억들을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그린 드로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대상의 경우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그리면서, 드로잉력을 키우게 되죠. 재미있는 것은 이런 어반스케치 형태의 드로잉에 다수 작가 본인이 등장하는데요. 작가의 머리 뒤통수에 눈이 달려 있는 것을 깨알같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의 뒷모습에 그려져 있는 눈은 일종의 의지이다. 모든 것을 보겠다는 다짐과 같다."
현실과 동시에 다른 세계의 이질적 요소들을 혼합하여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담은 드로잉들은 김정기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집약된 결과물이며, 작가만의 독창적인 구성이 치밀한 묘사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드로잉들은 추후 라이브드로잉의 초석이 되죠.
라이브드로잉
그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는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라는 작품을 그리는 영상이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고,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의 천재적인 드로잉에 열광하며 흥미를 갖게 되었죠.
그는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그리며, 오직 작가의 기억과 직관만으로 표현하다고 합니다.
단순히 화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인물과 사물 묘사 그리고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구성과 배치로 작가 기억 속 이미지를 정확히 재구성하는데요.
이 시리즈로 인해 그는 만화가에서 새로운 예술의 영역으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게 됩니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공개하면서, 관객과의 소통이 상호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이죠.
"일단 펜을 대고 그리기 시작하면, 종이는 하나의 세계이고 나는 그 세계의 창조주가 된다."
이제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에서 '과정의 예술'로 평가받으며, 만화와 시각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숙련된 그의 드로잉 퍼포먼스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하네요.
그의 라이브드로잉 작품은 크기도 방대하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연쇄적으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정말 생동감이 넘쳐서 꼼꼼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깨알같은 유머를 놓치지 않아서 절대 지루할 틈이 없죠.
특히 동화<해님달님>을 현대적인 감각을 전통에 녹여놓은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알같은 섬세함과 동시에 유머가 돋보입니다. 해님달님 어머니가 신고 있는 신발은 크록스고, 아이들은 집에서 핸드폰과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죠.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진짜 크록스여서 놀라고 무척 재미있더라구요. 이렇게 작은 웃음 장치들이 숨어있어서 그림을 찬찬히 잘 들여다 봐야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생의 종결로 흔히, 어두움, 고통, 슬픔과 같은 것들을 동반한다.
결말이 아닌 표현의 연장선에서, 그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내가 구성하는 죽음의 풍경은 또 다른 세계의 탄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화를 들여다보면, 작가 특유의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필체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직접 원화를 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진짜 스케일 자체도 엄청 큰편인데, 특히 이번 전시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라이브드로잉 작품의 경우는 정말 엄청나게 거대하더라구요. 그 압도적임을 한 번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중간마다 작가가 직접 그리는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슥슥 그려나가 인물들이 완성되는데 무척 신기해요. 진짜 저렇게 생각나는데로 잘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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