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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5월인데 벌써 후덥지근한 초여름 날씨인데요. 그래도 아직은 봄. 따뜻한 봄날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가볍게 전시를 보러 광화문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거장인 <타카하타 이사오 전>인데요. 좋아하는 지브리를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방문했습니다.

 

 

 

 

타카하타 이사오 전시 소개

이번 전시는 지브리라는 타이틀이 있긴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를 창립한 멤버 중 한 명인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빨강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부터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 일부 지브리의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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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展


기간 : 2023.04.26(금) - 08.03(토)
장소 : 세종미술관 1관, 2관
날짜 : 오전 10시 - 오후 8시
가격 : 성인 20,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3,000원, 특별권&무료권 사이트 참조

 

전시는 이제 막 오픈했는데요. 올 여름까지 할 예정이니 관람할 시간은 넉넉할 것 같아요. 티켓의 가격은 정가로 2만원인데요. 운 좋게 얼리버드로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어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5호선 광화문 역에서 어떤 출구로 나오든 바로 보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최고인데요. 9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이동하기가 편합니다.

 

주차의 경우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있는 세종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는데요. 전시나 공연을 보는 관람객에 한하여 2시간 주차 할인이 지원된다고 합니다. 티켓을 구매할 때 주차 할인권을 꼭 챙겨야 할인이 되니 이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현장 도슨트는 따로 진행하지 않는데요. 다만 큐피커 앱을 설치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3천원으로 부담되는 편은 아니라서 혹여 필요하신 분들은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해서 전시를 더욱 알차게 둘러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시 공간은 1층과 지하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전시실 내부로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져 나가기 때문에 따로 걱정하실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내부 촬영은 불가라서 전시의 내용은 오롯이 눈에 담아야 합니다. 그래도 전시장 곳곳에 작게나마 포토존을 마련해 놓아서 1~2장 인증샷 정도는 남기기는 좋더라구요.

 

 

 

생각보다 아쉬웠던 구성과 전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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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브리 전시라고 쓰여있기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 일대기를 볼 수 있는데요. 똑같은 스튜디오 창립자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더 인지도가 높고, 작품 또한 더욱 인기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을 잘 알진 못했는데요.

 

그래도 워낙 유명한 만화들을 작업했던 감독이라 그런지 대부분은 한 번씩 본 작품이긴 하더라구요. 실질적으로 원화가가 아니라 총괄 프로듀서였기 때문에 전시의 대부분은 대본이나 애니메이션 레이아웃을 표시해놓은 종이들이 가득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종이들 마저 보기 힘든 유리관에 번역도 안 되어 있어서, 그냥 글씨 구경만 실컷 한 것 같습니다.

 

 

원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동선이 조금 특이해서 자칫 잘못 구성하면 매우 복잡해지는데요. 이번 전시는 구성이 뭔가 좀 정석스럽지 않고 정신없이 되어 있어서 보는 것이 살짝 불편하더라구요. 일단 재미는 둘째치더라도 뭔가 새롭게 알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나마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저 또한 머리에 쌓이는 지식없이 술렁술렁 보게 되는 구성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던가 실제 촬영에 사용된 셀화들을 구경하는 것은 흥미로웠는데요. 예전에 대규모 지브리 전시를 떠올려 보면 그 규묘가 사당히 초라할 정도였어요.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레이아웃 연출을 획기적으로 가져다 준 감독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 유명세만큼 전시가 꾸려진 건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지브리 대표작이 없는 지브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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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너무 레이아웃 위주의 전문적인 전시물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자칫 이게 무슨 전시인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심지어 즐기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당초 포스터에 '지브리'라는 용어와 '빨강머리앤'을 크게 박아놔서 그걸 보려고 온 관객들이 대부분일텐데 말에요.

 

물론 감독이 지브리에 소속되어서 작품을 만든 건 맞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같이 지브리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보긴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모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하에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죠. 그로 인해 과장 광고 혹은 마케팅적은 요소가 강했다고 볼 수 밖에 없겠네요.

 

솔직히 모든 전시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시에 한 두 작품밖에 없는데도 유명한 화가의 이름을 넣는 마케팅은 종종 있어왔었는데요. 이번 전시 또한 그러한 희생양이 아닐까 살짝 우려가 되네요. 때문에 지브리의 유명한 작품을 기대하고 오셨다가는 아주 크게 후회하실 수 있습니다.

 

 

 

큰 기대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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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대표작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많이 껄끄러운 <반딧불이의 묘>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사실 작품적으로 보면 안타깝고 슬픈 스토리이긴 하지만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일본 미화라는 논란이 살짝 있었던터라 일부 예민한 관객들에게는 불편한 요소로 느껴질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그래도 작품은 작품으로 보자는 주의이긴 합니다만,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후반부는 살짝 그런 편이었죠. 그래도 애당초 메인 제목이 지브리가 아니였기에 큰 기대를 하고 갔던 것은 아니라서 실망이 크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부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거기다가 아무래도 감독이고 실제 원화가가 아니라서 주로 레이아웃 종이 다음에 짧게 영상물을 가득 전시해 놨는데요. 중간에 대형으로 앉는 공간 외에는 앉을 곳이 없어서 다리가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진짜 전시 공간에 의자 좀 많이 마련해 놨으면 좋겠어요. 볼 때마다 너무 힘들고 집중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요소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그런 것에 전혀 관심없고 지브리나 빨강머리앤만 보러 오신 분들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 있으니, 애당초 큰 기대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브리로 가득찬 아트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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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고 나오면 바로 아트숍으로 이어지는데요. 가장 먼저 보였던 도록의 경우 일본어로 되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번역본은 안 나온 것 같더라구요. 예전에 지브리 전시의 경우 인기가 상당해서 그런지 엄청 비싼 금액임에도 번역본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것을 알고 안 만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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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림이 대부분이라 일본어를 못 읽어도 크게 나쁠 건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뭔가 세세하게 들여다보기에는 아예 읽을 수가 없으니 그 부분은 조금 아쉽지 않을까 싶어요. 그 외에도 <빨강머리 앤>과 관련된 소품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국내에서도 원작 소설을 포함해서 좋아하는 팬덤이 많아서 그런지 가장 다양한 구성이었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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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전시에 나왔던 작품들로 만든 다양한 굿즈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이번 전시에는 유독 천으로 된 에코백이나 주머니같은 굿즈들이 눈에 띄더라구요. 그 외에 노트의 경우 일반 노트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레이아웃 화면이 담긴 독특한 모양새였는데요. 크기가 너무 작아서 딱히 활용도면에서는 별로인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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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숍 한 켠에는 아예 지브리 특집처럼 이번 전시와 상관없는 작품들 굿즈가 가득했는데요. 왜 전시와 상관없는 굿즈들이 이렇게 많을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지브리와 관련된 주제였기 때문에 또 이상할 건 없겠다 싶더라구요. 역시나 작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데도, 인기있는 대표작들이다 보니 이번 전시 굿즈들보다 이 쪽에 더 눈길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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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보다 더 눈에 띈 해리포터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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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사진 불가이기 때문에 전시장 외관과 몇 개의 포토존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는데요. 포토존의 경우 입구쪽하고 지하에 전시를 보고 나올 때 하나가 다였습니다. 굉장히 소박해서 포토존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랬는데요. 그래도 특유의 지브리 감성에 선명하고 알록달록한 생각이라 사진 찍으면 잘 나오긴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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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히려 더 눈에 띄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해리포터 포토존이었습니다. 이번 전시 포토존보다 훨씬 크고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더라구요. 도대체 뭘까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해리포터 ost 콘서트를 앞두고 진행한 홍보였습니다. 1층 지하에 몇 곳 있는데, 꽤 오픈된 환경이라 사진찍기 부끄럽긴 해도 나름 충실하게 꾸며놔서 그럴 듯 하더라구요.

 

 

팝업에 진심인 나라답게 해리포터 포토존 꽤 괜찮으니 혹여 전시를 보러 가시는 분들은 함께 인증샷을 남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저처럼 옆 안 보이게 각도를 잘 조절해야 예쁘게 나올 듯 합니다. 전시에서 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사진이고 뭐고 힘들어서 그냥 급하게 한 두 장 찍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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