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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 프랑스의 천재 화가로 손꼽히는 베르나르 뷔페의 전시를 보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일찍이 얼리버드를 구매한 덕분에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는데요. 주말에는 왠지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고, 현장 도슨트의 경우 평일에만 진행하기 때문에 일부러 평일에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베르나르 뷔페 전시 소개

살짝 덥다 느낄 정도의 화창한 날씨라 전시를 가기 너무 좋았는데요. 전시장 내부는 그야말로 시원 그 자체여서 너무 좋더라구요. 예술의 전당 전시관은 양쪽에 한가람 미술관과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이 나뉘어져 있는데요. 처음에는 한가람 미술관인 줄 알고 한참을 헤맸는데, 알고 보니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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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 :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기간 : 2024.04.26(금) - 09.10(화)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날짜 : 화-일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주 월 휴관)
가격 : 성인 20,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3,000원, 특별권&무료권 사이트 참조

 

반대편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곧 막이 오를 에드바르 뭉크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개막 시기만 맞았다면 함께 볼 수 있었을텐데 살짝 아쉽더라구요. 뭉크 전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의 목적인 뷔페 전을 보기 위해 서둘러 전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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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기 좋은 환경이었지만, 아쉬운 관객 배려

전시장 입구에는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이자 뷔페의 시그니처 작품인 파란 배경의 피에로 분장을 한 남성이 그려져 있는데요. 사실 포토존이라기엔 별거 없었지만, 뷔페 특유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사인이 크게 새겨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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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구매한 티켓을 티켓 부스에서 실물로 교환하고 바로 입장했는데요. 아쉽게도 내부 촬영은 할 수 없었지만, 덕분에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하기 무척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분명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면 엄청 찍었을텐데, 또 그러면 작품에 몰입하긴 어려울테고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현장 도슨트는 평일에만 11시, 14시, 16시에 운영되는데요. 팬이 굉장히 많은 정우철 도슨트와 최예림 도슨트가 랜덤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저는 최예림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시장 설명을 그대로 복붙한 해설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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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림 도슨트는 굉장히 다양한 예시와 비하인드를 들려주셔서 덕분에 뷔페의 일대기와 작품들을 깊게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이런 면에서 현장 도슨트가 좋긴 하더라구요. 전시 구성 자체는 굉장히 독특하고 아름다웠는데요. 덕분에 작품에 몰입하기 너무 좋았는데요.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하나도 없어서 정말 다리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원래 매우 천천히 보는 편이긴 하지만, 무려 1시간 가까이 되는 현장 도슨트까지 볼다보니 중간에 앉을 수 있는 곳이 간절한데, 이 부분은 살짝 아쉽더라구요. 전시장에 나이가 지긋하신 관람객들도 꽤 많았는데, 단순히 멋진 공간 연출뿐 아니라 섬세한 관람객 배려가 조금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촬영 가능했던 외부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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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를 보고 나오면, 아트샵 옆에 작은 전시장도 관람할 수 있는데요. 한 칸 정도의 규모에 프린팅이긴 하지만 뷔페의 다양한 그림과 이력들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물론 메인 전시장이 사진 촬영 불가라 집중하기 너무 좋았던 환경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왕 전시를 봤는데 아무것도 남길 게 없으면 살짝 아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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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켠에는 베르나르 뷔페의 일대기가 아주 간략하면서도 보기 좋게 쓰여 있었는데요. 전시와 도슨트를 통해 충분히 설명을 들은 뒤라 잘 정리해놓은 이력이 더욱 잘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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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가장 안쪽에는 넓은 아틀리에 공간이 있었는데요. 이번 전시를 좀 더 깊게 느껴볼 수 있는 체험 활동인 듯 했는데, 아쉽게도 갔을 시점에는 운영 시간이 아니었는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시 체험 활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사이트에서 미리 시간표나 가격을 확인해보고 가시면 좋을 듯 하네요.

 

 

 

베르나르 뷔페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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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는 앤디워홀이 극찬하고 피카소가 시기 질투를 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천재적인 프랑스 화가인데요. 도슨트 설명 초반에도 나왔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뷔페는 먹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굉장히 낮은 화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 해 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이 열린 뒤부터 인지도가 확 높아지게 되었다고 하죠.

 

 

사실 아이러니한 것이 피카소에 버금갈 정도로 해외에서는 상당한 인기와 명성을 누린 작가인데 국내에서는 왜 이렇게 알려지지 못했나 참으로 아이러니한 느낌입니다. 흥미롭게도 바로 옆 일본에서는 뷔페 미술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일찍이 굉장히 사랑받는 해외 작가 중 한명이라고 하는데요.

 

그래도 뒤늦게나마 국내에 서서히 인지도와 더불어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는 베르나르 뷔페 재단과 3년간 준비한 공동 기획 전시라고 하는데요. 국내에서 열린 뷔페 전시 중 가장 많은 대형 작품이 포함된 것이기도 하고, 현재 수장고에 있어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나온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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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에서는 베르나르 뷔페 미술관이 지어질 예정인데, 그곳에 작품이 놓이기 전에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이번 전시의 값어치가 크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사실 해외 유명 작품을 국내에서 보긴 쉽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원화전이 열린다면 보는 것이 이득입니다. 해외에 가기 힘들뿐더러 언제 국내에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뷔페가 활동할 당시에는 추상화의 전성기였다고 하는데요. 피카소, 칸딘스키, 몬드리안, 잭슨 폴록 등 세계적인 작가들에 의해 추상화는 거대한 유행의 흐름을 타고 있었고, 이 때문에 구상화는 급격히 하락하게 되죠. 하지만 뷔페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히 구상화를 그려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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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찍이 얻은 명성에도 금이 가고 세간의 야유가 쏟아지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유의 직선적이고 강렬한 검은 외곽선을 사용하여 마지막 구상화가로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죠. 그는 당대의 유행보다는 그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습니다.

 

 

 

불우한 어린시절과 운명의 연인 아나벨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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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의 특유의 화법과 마른 몸, 광대 등 미학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모양새는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시대적 환경에 따른 영향이었는데요. 뷔페는 전쟁으로 군대에 징집된 형, 그리고 바람나서 가족을 떠나버린 아버지로 인해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정하고 항상 자신을 믿어주는 어머니 덕분에 그 시절을 따뜻하게 기억하는데요. 하지만 17세의 나이에 어머니가 일찍이 세상을 떠나면서 뷔페는 큰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절망 속에서 홀로 방안에 틀여박혀 무수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나가게 되죠.

 

그러는 과정에서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사람들에 의해 뷔페는 19세에 개인전을 열게 되고, 그의 작품에 열광한 사람들 덕분에 어린 나이에 출세와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야말로 현재로 치면 연예인급의 명성이었죠. 하지만 그의 작품보다도 사생활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과 오래 사귄 동성 연인에 대한 실연 등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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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배우이자 작가였던 아나벨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첫 눈에 반해 결혼하게 됩니다. 서로가 뮤즈이자 소울메이트였던 둘은 서로의 작품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 평생의 반려자가 되죠.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이나 자화상의 모습을 주로 그렸던 뷔페는 아내만큼은 굉장히 아름답게 그릴 정도로 두 사람은 완전 잉꼬부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셀럽과의 만남이 주로 화제에 오르게 되고, 시대에 반하는 구상주의를 고집하는 작품성 때문에 뷔페는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갑니다. 두 사람은 근교에 한적한 대저택에서 세 명의 아이를 입양하고 조용히 살게 되죠. 평새 엄청난 작품을 그렸을 정도로 다작했던 뷔페에게 그림은 그야말로 삶이고 존재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세간의 소문과 아유에도 굴하지 않고 그는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그려나갔죠. 하지만 파킨슨 병을 진단받게 된 뷔페는 마지막으로 그리기 힘든 손으로 열심히 24점의 죽음 연작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아내랑 정원을 산책한 어느 날 자신의 사인을 새긴 검은 비닐봉투를 머리에 두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죠.

 

 

 

아트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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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시장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아트숍을 둘러보았습니다. 더운 날씨라 그런지 파란 색 벽지가 한결 시원해보이네요. 입구에는 포스터와 도록 그리고 엽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는데요. 도록의 가격은 5만원으로 가격대가 상당했는데, 그에 비해 표지가 상당히 심플한 것이 아쉽더라구요. 뭔가 살짝 작가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들어갔음 좋았을텐데 말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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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는 엽서와 포스터 등 다양한 굿즈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뷔페 작품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에 시커먼 검은 선이 주되게 이루어져 있다보니 엽서의 경우 컬러감이 살짝 아쉽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포스터가 더 멋스러운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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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굿즈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표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요. 뭔가 아기자기하니 귀엽더라구요. 한 쪽에는 이번 전시 관련 굿즈는 아닌 것 같은 만년필과 잉크 그리고 독특한 무늬의 노트가 눈에 띄었는데요. 무려 3만원대가 넘는 이 공책의 표지는 마치 유럽의 진짜 엔틱한 고전 서적같은 모양새가 정말로 멋졌습니다. 실제로 보면 더 예쁘더라구요.

 

 

이렇게 마지막 아트샵까지 알차게 관람했는데요. 얼리버드로 일찍 구매하긴 했지만, 잘 모르는 작가라 큰 기대없이 갔는데 오히려 전시장 분위기나 도슨트까지 여러 모로 알차고 좋았던 전시였습니다. 비록 앉을데가 없는 게 크게 아쉬웠지만, 전시 구성이나 여러모로 작품에 몰입하기 좋은 환경이라 더욱 집중해서 본 것 같은데요.

 

개인전인데도 워낙 다작했던 작가라 그런지 작품수도 상당해서 가볍게 둘러봤는데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린 듯 합니다. 도슨트까지 합치면 대략 2~3시간 정도 걸린다고 볼 수 있겠네요. 덕분에 좋은 작가를 재발견한 시간이었는데요. 저처럼 뷔페라는 작가를 잘 몰라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좋은 전시니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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