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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앙드레 전시에서 도슨트를 들으면서 올해 굵직한 원화전이 많이 열릴 것이라는 희소식을 접했는데, 봄부터 벌써 쏟아지는 원화전시 오픈 예정으로 아주 행복한 문화생활을 준비하는 요즘입니다.
마침 삼성역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에서도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이라는 전시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일찍이 운좋게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했는데요. 얼른 보고 싶은 마음에 오픈되자마자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소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기간 : 2023.03.24 - 2023.08.27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
날짜 : 월-일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가격 : 성인 20,000원, 청소년 16,000원, 어린이 12,000원, 특별권&무료권 사이트 참조
전시 홈페이지
이번 전시는 한국과 독일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하였다고 하는데요. 독일 퀠른의 최초 현대 미술관인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 미술관답게 피카소와 달리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 외에도 팝아트 거장인 앤디 워홀이나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루드비히 미술관 소장품 중에서 키파소 컬렉션은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라고 할 정도로 가히 엄청난 수준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작년 5월에 호안 미로 전시를 본 뒤로 거의 1년 만에 방문하게 되는 마이아트뮤지엄인데요. 생긴지 엄청 오래된 편은 아닌데 매번 굵직한 소재에 꽤 나쁘지 않은 퀄리티의 전시를 해서 매해 한 번 이상은 가게 되는 곳인 것 같아요.
삼성역에서 4번 출구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나오는 매우 가까운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번화한 쇼핑가에서 살짝 벗어난 상가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서 전시에 집중하기도 참 좋은 환경이라 매번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를 꼭 챙겨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피카소가 메인인 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에 피카소 개인전에서 엄청난 인파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설마 이번 전시도 많은 거 아닐까라는 우려가 되었지만 다행히 전시 오픈 초기라 그런지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한가한 편이였습니다. 평일이라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사실 마이아트뮤지엄 전시는 매번 그렇게 엄청 붐비듯 본 기억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아서 늘 올 때마다 부담이 없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아주 심플하게 곳곳에 이렇게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네요.
티켓 구매 및 입장
얼리버드로 미리 티켓을 예약했던터라 빠르게 본 티켓으로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몰라 조금 일찍 서둘러 와서 그런지 다행히 티켓 줄 서는 사람들이 없어서 더욱 수월했던 듯 합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정규 도슨트를 듣기가 어려웠는데, 요새 다시 도슨트 운영이 되고 있어서 너무 좋은데요.
다만 정규 도슨트는 평일에만 운영된다고 합니다. 하루 3회로 11시, 14시, 16시에 진행된다고 하니 혹시 듣고 싶은 분들은 시간에 맞춰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혹여 도슨트가 없는 주말의 경우에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시 티켓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사진 찍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티켓 앞쪽이 조금 지저분한 뭔가가 비치더라구요. 알고 보니 뒤에 매직으로 크게 뭔가를 써놔서 그렇더라구요. 별거 아니지만 티켓 모으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속상한 부분이였습니다. 이왕이면 다른 곳에 써 놓지 하필.
서둘러 티켓을 받아들고 입장을 해봅니다. 줄 서는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사람이 없는가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도슨트가 이제 막 시작을 해서 다 그 쪽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더라구요. 사실 도슨트는 시간이 되면 맞춰 볼 요량으로 딱히 계획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도 바로 초입에 시작하고 있어서 옳다구나 합류해서 끝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가이드보다 도슨트가 더 알차게 흥미롭게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인데 너무 좋더라구요. 도슨트를 대략 50분~1시간 가량을 듣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들었던 설명들을 최대한 기억해 내며 작품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모르고 봐도 그림이라건 충분히 느끼면 그만이지만, 도슨트를 먼저 듣고 보니 확실히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더욱 유익하고 깊게 알 수 있어서 좋긴 하더라구요. 혹시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도슨트를 꼭 먼저 듣기를 완전 강추드립니다.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충분히 여유롭게 둘러보고 출구쪽으로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독일 표현주의와 러시안 아방가르드 작품을 시작으로 초현실주의, 추상 표현주의를 넘어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등 20세기 격변의 시대에서 태동안 예술들을 시간 순서대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피카소, 샤갈, 모딜리아니, 칸딘스키, 말레비치, 젝슨 폴록, 앤드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폭넓은 시대를 관통하는 굉장히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요.
물론 작품 수는 거의 1~2점에 이르렀지만, 이 작품 보다가 다음 작품보면 아니 또 유명한 사람이잖아 싶을 정도로 은근 루드비히 미술관의 컬렉션의 질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전시 제목에 피카소라는 이름이 떡하니 앞서 있어서 약간의 기대감이 들게는 했지만, 역시나 생각보다 피카소의 엄청 유명한 작품도 그렇다고 많은 작품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보통 1~2점인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한 구역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편이라 충분히 전시에 메인으로 소개될 만했던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이 컬렉션 모은 루드비히 부부가 우연히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반한 뒤로 꾸준히 피카소의 작품들을 수집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수집품 중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그릇도 있었습니다.
아마 이번 전시에서 다 볼 수 없지만 실제 부부가 기증한 피카소의 작품은 800점에 넘었다고 하니, 아마도 루드비히 박물관에 직접가야 이 많은 작품들을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퀼른 대성당을 배경으로 굉장히 현대식의 굉장히 멋진 건물이라 한 번쯤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 속에서 지켜내 독일에 큰 유산이 된 컬렉션
그런데 이 컬렉션은 루드비히 부부 외에도 전쟁 속에서 나치의 탄압 속에서도 소중히 지켰던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독일의 변호사이자 미술 수집가였던 요제프 하우브리히는 미래 세대를 위해 독일의 작품들을 지켜야한다는 사명을 가진 덕분에 이렇게 후세 사람들에게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례를 보니 최근 우리나라에도 여러 회차로 열리고 있는 故이건희 회장이 남긴 컬렉션 전시가 떠오르네요. 경제력과 예술적 조예가 있는 수집가의 역할이 단순히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 한 국가에 얼마나 큰 유산과 예술적 역량을 남겨줄 수 있는지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였습니다.
더불어 포도뮤지엄에서 봤던 케테콜비츠와 소마미술관에서 보았던 장 뒤뷔페,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까지 아주 다채롭게 관람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였던 것 같아요. 물론 다만 아쉬운 점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확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없었다는 점이였는데요.
그래도 한 자리에서 실로 세계적인 작가들을 연대기 순으로 볼 수 있어서 뭔가 미술사를 얕게 나마 배워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미술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현재 굉장히 핫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만 도슨트를 듣지 않았다면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지나갈 뻔했는데, 참 다행스럽게도 먼저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운이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트샵
전시장을 나오면 바로 연결되어 있는 아트숍으로 나왔습니다. 마이아트뮤지엄은 전시장 자체도 구성이 좋지만, 아트숍도 널찍하니 종류도 다양해서 항상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아요. 유화 원화, 조형물, 디지털프린팅 등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이 많았던 만큼 아트상품 디자인도 결이 다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선명하고 조형미가 강한 현대 미술 작품들로 만든 상품군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거의 압도적으로 앤디워홀이 많은 듯이 느껴지는 건 기분탓이겠죠. 도슨트님은 특히나 모리스 루이스의 작품인 여러 색의 일자로 그어진 선을 표현한 작품이 쇼핑백으로 만들어진 게 참 이뻐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쇼핑백도 이뻤지만, 개인적으로는 핸드폰 케이스로 봤을 때 훨씩 색감이 선명하고 이쁘더라구요. 최근에 케이스를 사지만 않았어도 하마터면 바로 지를 뻔 했습니다. 아무래도 딱히 꽃혔던 작품은 없었던 관계로 엽서는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았어요. 가격은 한 장에 2천원이였습니다.
사실 엽서의 경우 조금 어둡게 인쇄되는 특성이 있어서 색깔이 선명한 작품이 주로 잘 나오는 듯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번 전시 엽서 외에도 이전 전시 엽서들도 반값에 따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혹여 관심있는 분들은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장본 도록도 판매되고 있었는데요. 가격은 48,000원이였습니다. 사실 도록가격은 천차만별이라 저렴하다 비싸다 판단하기는 모호하지만, 최근에 본 전시들의 도록들이 가격이 엄청 비쌌던 경우가 많아서 그냥 기본정도였던 것 같아요.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뭐 그런 정도.
사실 아트샵에서 보는 굿즈들의 종류는 거의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전시에는 요 엽서가 좀 이쁘게 나왔더라구요. 종이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뭔가 조금 고급진 느낌이 들었고, 다꾸같은 거 하시는 분들이라면 딱 다이어리에 이쁘게 붙이기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멀리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앤디워홀 스케이트보드판. 가격이 아주 후덜덜합니다. 그런데 사실 한개보다는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세트로 놓는게 더 이쁜 것 같아요. 2~3가지 색 정도. 그럴려면 거의 백만원 훌쩍 넘게 필요하네요.
역시나 앤디워홀의 작품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굿즈를 통해 바로 느껴지는 듯 합니다. 선명한 색감에 트렌디한 디자인이 굿즈를 만들었을 때 아주 최적이지 않나 싶어요. 꽤 오래 전 작품인데도 올드한 느낌도 없고 여전히 세련되고 감각적인 느낌이 가득이네요.
아트샵 가장 안쪽에는 이렇게 따로 피카소를 포함한 여러 예술가들의 액자와 프리미엄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바로 쿠션. 피카소의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색감이 다양해서 그런건지 조형미가 좋아서 그런건지 너무 이쁩니다. 하나 집어들고 싶었지만, 가격이 상당해서 조심히 눈에 담아보았네요.
더불어 컵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피카소 특유의 조형미가 유리컵에 새겨지니 꽤 멋지네요. 아무래도 이번 전시는 사진불가라서 그런지 아트샵에서 그 아쉬움을 실컷 풀고 나온 것 같아요. 그래도 생각보다 다양한 굿즈들이 많아서 눈이 즐거운 마무리였습니다.
개인취향적으로는 엄청나게 흥미로운 전시는 아니였지만, 꽤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좋았습니다. 더불어 운좋게 들은 도슨트 덕분에 미술사적인 지식이 2%정도 채워진 느낌이 들어서 더욱 그런 듯 해요.
예술을 지키려 노력한 이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컬렉션 전으로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방문해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려봅니다. 더불어 꼭 가능하시다면 도슨트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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