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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관람했었는데요. 1년만에 또 이중섭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경복궁역에서 국립현대미술관까지는 조금 걸어가야하지만, 봄날씨가 너무 좋았고 주변에 전통적인 건축과 건물도 많아서 그런지 보는 재미가 있어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중섭 전시 소개

이건희 컬렉션 관련 전시는 벌써 3번째인데요. 이전에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오직 이중섭 화백에 초점을 맞춘 개인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시는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꽤 넉넉한 시간동안 진행되었는데요. 전시 오픈되고 바로 가고싶었는데, 예약도 해야되고 이래저래 미루다보니 뒤늦게 전시가 끝나기 전에 부랴부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이중섭-현장접수

물론 이전 전시들과 동일하게 온라인 예매 외에도 현장에서도 접수가 가능했는데요. 다만 빠르게 마감되기 때문에 혹시 현장접수를 노리시는 분들은 일찍 오셔서 티켓을 먼저 끊어야겠더라구요. 회차 선택도 불가능해서 사실 마음 편하려면 그냥 온라인 예매를 하고 가시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오전 11시쯤 갔는데, 벌써 1시까지 마감이 되었더라구요.

이중섭-온라인-예매

사실 온라인 예매가 너무 힘들면 현장접수로 가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이미 전시 종료기간에 임박해서 그런지 이전 전시보다는 예매하기가 너무 수월했습니다. 덕분에 원하는 시간에 예매를 해서 바로 시간에 맞춰 입장할 수 있었어요. 과거 힘들게 전시를 봤던 것을 생각하니 이 정도 수월함이 얼마나 감지덕지하던지요. 다만 예매를 하려면 홈페이지에 가입을 해야하더라구요. 그 점은 조금 아쉽긴 했는데, 무료로 보는 와중에 이런 정도의 번거로움은 충분히 감수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중섭 전시 입구

개인전이라 그런지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벽 곳곳에는 이렇게 이중섭 화백의 작품들이 크게 그려져 있어서 사진 찍기 매우 좋았는데요. 마주 보이는 흰 벽면에 많은 글귀들을 자세히 보니, 이중섭 그림을 보고 느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소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여러 글귀를 읽으면서 이중섭 화백이 한국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사랑받고 중요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더라구요. 

이중섭-특별전-입구1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이중섭

기간 : 2022.08.12 - 2023.04.23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전시실
시간 : 월, 화, 목, 금, 일 10시 - 오후 6시 (수, 토 ~오후 9시)
가격 : 무료
사이트 : https://www.mmca.go.kr/

이중섭-특별전-입구2
이중섭-특별전-입구3

전시는 예약한 시간 정시 맞춰 한정된 인원만 입장이 가능했는데요. 물론 예약한 시간에서 20분 정도인가까지는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하는데, 워낙 사람이 많기 때문에 왠만해선 맞춰서 가는 것이 좋겠더라구요. 배우 '고두심'님이 녹음하신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개인 이어폰 지참을 못해서 못 들었네요.

 

 

 

1940년대

이번 전시는 故이건희 회장의 유족에게 기증받은 작품 9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0점을 모아 총 100여점으로 구성하였다고 하는데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동안 수집하고 연구해왔던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꽤 기중한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넘어 인간적인 이중섭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로서 한 번쯤은 꼭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죠. 

이중섭-특별전-내부1

전시는 1940년대와 1950년대로 섹션을 나누어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19040년대는 일본 유학 시기부터 원산에 머무를 당시 작업한 연필화와 엽서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중섭은 1916년 9월 16일 일제강점기 시기에 평안남도 평원군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요. 평양에서 보통학교를 다니다가 서양화가 임용련을 통해 미술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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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1936년에 도쿄 교외에 위치한 제국미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릅니다. 추후 자유로운 화풍을 배우고자 도쿄 문화학원으로 옮기는데요. 그곳에서 미래의 반려자가 될 후배 야마모토 마사코를 만나게 되죠. 당시 그녀에게 보내기 위해 수많은 엽서화와 연필화를 그리게 됩니다. 하지만 1943년 태평양전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다시 귀국한 이중섭은 원산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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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섹션에서는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27점과 소, 여인, 소년을 그린 연필화 4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섹션에서는 청년 이중섭의 자유분방한 실험들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중섭의 작품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작품이 나오기 이전에는 생각보다 굉장히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 많아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연필과 엽서화들을 보면서 무수히 많은 그림을 그려보면서 선과 구성을 연구했겠구나 싶더라구요. 

 

 

 

1950년대

1950년대는 이어진 4가지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관람하면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찍이 마사코와 결혼한 이중섭은 2명의 아들을 낳았는데요. 사실 원래 3명인데, 첫째 아들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병으로 죽고 2명의 아들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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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전쟁을 피해 원산으로 왔던 이중섭은 1950년 한국 전쟁으로 인해 월남하게 되면서 작품 대부분을 원산에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홀어머니만 남겨둔 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남한한 그는 제주, 통영, 대구, 서울 등지를 계속 옮겨다니며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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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요. 부산, 제주도에서 피난 생활을 하던 중 극심한 생활고로 1952년 아내와 두 아들은 일본의 외가로 떠나게 됩니다. 이후 홀로 한국에 남았던 이중섭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과 편지를 통해 열렬하게 담아내기 시작했죠. 그러한 그리움은 작품의 적힌 문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요. 작품 한켠에 깨알같이, 낙덕(아내), 태현, 태성(아이들)의 이름을 새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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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상냥했던 이중섭은 많은 예술가들과도 교류하고 작품전을 여는 등 꾸준히 작품활동에 매진했는데요.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출판미술 표지까지 했다는 사실을 전시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적이면서도 해외에서 볼 듯한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득한 표지가 실로 놀라웠는데요. 이 표지 그림들을 보면서 이중섭 화백만의 조형적인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은지화

이중섭 화백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은지화인데요. 1950년대 섹션 가운데 구간을 따로 어둡게 해서 구성해놓았더라구요. 은지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이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 집중해서 관람하기 좋은 환경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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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은지화를 언제 그리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시점은 주변인의 회고에 따라 달라질 정도로 정확하진 않다고 합니다. 대략 추측하기로는 가족을 떠나 보낸 후부터 시작해서 1955년 <이중섭 작품전>까지 제작했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은지화는 담배를 포장하는 속지에 철필이나 못 등으로 윤관선으로 눌러 그린 다음, 검정 또는 흑갈색 물감이나 먹물을 솜이나 헝겊같은 것으로 문질러 선이 도드라보이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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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거 교과과정에서 이중섭 화백을 들었을 때는 그저 종이를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요.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같은 이유도 있찌만, 굉장히 작품성이 높은 표현법을 사용했다는 점에 새삼 놀라웠습니다. 은박지 종이의 광택과 음각 선에 묻혀들어간 짙은 선이 흡사 상감기법을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보면 굉장히 은은한 광택이 멋스럽고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그리고 무엇보다 서로가 이어지듯 편안하고 행복하게 부등켜 안고 있는 모습이 절로 흐뭇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지막

은지화를 보고 나온 마지막 섹션에서는 이중섭이라는 작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마지막 작품활동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었는데요. 가족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편지와 달리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가족과 다시 재회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같은 사실 때문에 더욱 작품과 편지들을 볼 때면 더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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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화백은 1955년 서울 미도파백화점 화랑 및 대구 미국공보원에서 개인전을 열며 꾸준히 작품활동에 열심히 매진했는데요. 하지만 생활고에 이어 영양실조와 간경화 등 온갖 병고에 시달리다가 그리워하는 가족도 못 본 채 1956년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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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선이 두드러졌던 앞선 그의 작품들과 다르게 전시의 마지막 즈음에 보게 되는 작품들에서는 그의 아프고 괴로운 상황이 여실히 느껴지는 강렬한 붓질과 가족에 대한 더한 그리움이 담겨있는 듯 해서 보는 내내 씁쓸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현재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화가인데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

전시를 나오기 전 작은 한 켠에는 이중섭 화백의 삶에 대한 짧은 영상과 더불어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의 사진을 볼 수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야마모토 마사코님은 2022년에 노환으로 별세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시대적인 상황으로 남편과 떨어져 홀로 아들을 힘겹게 키워야 했지만, 남편의 사랑 덕분에 행복한 사람이였다고 늘 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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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상을 마지막으로 전시는 끝이 났는데요. 개인전치고는 규모가 엄청 크다고 볼 순 없지만, 워낙 작품수가 많지 않기로 유명한 이중섭 화백의 개인전이라 이렇게 한자리에서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참 귀하다고 여겨졌습니다. 협소한 공간을 굉장히 잘 구성해놓아서 모처럼 굉장히 흡족한 전시였는데요. 무엇보다도 제주도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많은 작품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재조명된 전시를 늦게나마 보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트샵

당연히 빼놓을 수 없는 아트샵을 보기 위해 둘러보았는데, 기존의 미술가게가 리모델링 들어갔는지 이렇게 오픈형으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굿즈의 종류는 많지 않았는데요. 일부는 최근에 소마미술관에서 본 한국근대미술전 굿즈랑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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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전시 굿즈와도 섞여 있고, 딱히 매료되는 굿즈는 업어서 구매하지 않았는데요. 한켠에 마련된 이중섭 도록이 눈에 띄더라구요. 가격은 18,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거의 책 한 권 가격. 도록치고는 저렴한 편이고 책도 꽤 괜찮게 만들어진 것 같아 도록 모으시는 분들은 부담없이 구매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국민화가 이중섭을 다시 보는 뜻깊었던 전시

전시가 끝나기 전 막차타듯 간신히 이중섭 전시를 보고 왔는데요. 무료 전시이긴 하지만 공들인 태가 여실히 났고, 공간이 그리 크지 않은데 비해 사람도 아주 많은 편이 아니라서 굉장히 여유롭고 한적하게 둘러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익히 알고 있었던 이중섭 화백의 생에 대해 이번 전시를 통해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굉장히 뜻깊은 전시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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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23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아직 2일 정도 남았기 때문에 혹여 보고싶으신 분들은 끝나기 전에 서둘러 가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