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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지 조금 오래되었는데 미적거리다가 이제서야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온라인 중계 후기를 남겨봅니다. 알고 보니 작년 12월에 봤었더군요. 사실 이전에도 동일한 중계 영상이 다른 사이트에서 진행했었던 것으로 아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놓쳐버렸거든요. 그 때 매우 아쉬웠었는데, 다행히 네이버에 다시 중계가 올라와서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소개

왠지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이 생각나는 비슷한 이름의 뮤지컬 <개와 고양의 시간>은 개인적으로 보고싶었던 소극장 뮤지컬 중 하나였는데요. 포스터만 봐도 서정미가 물씬 느껴지는 분위기에, 개와 고양이를 마치 의인화한 듯한 분장의 배우들 컨셉 이미지를 보고 과연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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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시간

제작 : 아떼오드
연출 : 김태형(2020), 장우성(2021)
작사 : 한재은
작곡 : 박현숙
러닝타임 : 110분
2020년 초연

 

이번 온라인 중계는 총 2회차로 다른 캐스트 버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2021년 비교적 최근에 공연된 무대가 영상화되어 중계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뮤지컬은 2020년 초연으로 현재 재연까지 마무리된 상태인데요. 그렇게 오래된 작품이 아닌데도 은근 매니아층이 두둑한 작품이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런닝타임은 총 110분으로 2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출연하는 배우는 주인공 단 2명으로 2인극으로 진행이 되더라구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적은 인원이 출연하는 극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다가, 보통 3인극까지는 많이 봤었는데, 2인극은 거의 못 봤던터라 살짝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놉시스

큰 체크와 진지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무섭다는 오해를 받는 개 랩터는 어느 날 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친구를 한결같이 기다립니다. 한편 안전한 집보다는 뒷골목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검은 고양이 플루토는 눈을 다치게 되고, 인간에게 구조되어 그 집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데요. 

개와-고양이의-시간-뮤지컬-포스터2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둘은 서로의 첫 인상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옹다옹하지만, 점차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어려움과 그 시간들을 지내온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차차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고 둘은 가까워지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밤, 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다른 존재와의 소통과 공감

긴 네이밍 때문에 줄여서 보통 '댕냥시'로 불리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시작부터 끝가지 '랩터'와 '플루토'의 시선으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이 둘이 친해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결정적 사건을 마주한 순간, 숨겨진 이야기들이 맞물리면서 굉장히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사실 이 뮤지컬의 시작은 '공감'이라는 단어였다고 해요.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관점을 다룬 이야기를 통해 나와 다른 존재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메세지를 전달해줍니다. 이러한 공감이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답고, 또한 아픔과 희생을 감내하는 만큼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들어내는지까지도 말이죠. 

 

 

 

등장인물 & 캐스트 소개

이번에 관람한 온라인 중계 버전은 바로 배나라, 백동현 배우 캐스트 버전이였는데요. 두 배우 모두 그동안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한 공연에서 다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특히 배나라 배우의 연기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네요.

 

 

 

1. 랩터(배나라)

랩터는 34개월의 검은 바탕에 다리, 귀 등이 갈색인 도베르만인데요. 주인인 아이비가 집 밖에서 기다리게 한 후로 랩터를 찾지 않아 늘상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 주변을 배회합니다. 덩치는 크고 어리숙한데 사교성은 좋아서 누구든 쉽게 다가서며, 사람들을 좋아해서 누구든 긍정적으로 보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소처럼 집 밖을 배회하다 우연히 플루토를 만나게 되죠. 사람에 대한 반감이 큰 플루토가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코에 상처가 나 있는 랩터는 때문에 냄새를 잘 맞지 못하는데요. 옛날 행복했던 시절 아이비와 프리스비를 갖고 놀던 추억을 항상 그리워하며 얼른 다시 주인을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랩터

처음에는 이름만 보고 여자배운 줄 알았던 배나라 배우. 꽤 많이 봐서 얼굴은 눈에 익었는데, 이상하게도 배나라 배우가 한 작품은 이제서야 처음 보네요. 무쌍에 날카로운 눈매에 처음에는 굉장히 인상이 강해보였는데, 어수룩하고 순수한 댕댕이 랩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번에 갖고 있던 이미지가 확 깨져버렸습니다.

 

진짜 사교성 좋은 큰 개가 의인화된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가겠더라구요. 오랜 앙상블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배우라 그런지 탄탄한 연기력 뿐만 아니라 굉장히 유려한 몸놀림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런 댕댕이 역도 굉장히 잘 소화했지만, 워낙 키도 크고 훨칠한데가 샤프한 외모셔서 멋있는 정장을 입는 카리스마 캐릭터도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더라구요. 과연 어떨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2. 플루토(백동현)

15개월의 온몸이 까만 검은 고양이 플루토는 길에서 태어나 자란 길고양이인데요. 때문에 호기심이 굉장히 많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검은 고양이는 불길하다는 들은 뒤로 사람들을 굉장히 불신하며 그들을 따르는 것을 무조건 경계하고 봅니다.

플루토

또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사람들이 준 어떤 사료를 먹고 죽은 일을 겪은 뒤로부터는 더욱 그들을 멀리하죠. 그러다 우연히 눈을 다치게 되고 한 여자 인간에게 구해지게 됩니다. 자신에게 참치를 줘서 참치로 불리게 된 그녀를 처음에는 경계하죠. 한쪽에 안대를 차고 다니던 어느 날 랩토를 만나게 된 이후로 점차 참치에게도 마음을 열게 됩니다.

 

화면에서도 이미 잘생김을 뿜뿜 내보이던 백동현 배우는 왠지 외모적으로 아이돌 느낌이 많이 났는데요. 그런데 놀랍게도 찐 연극, 뮤지컬 배우 출신이였더라구요. 이전 필모들을 보니 인상깊게 보았던 뮤지컬 <풍월주>도 있었는데요. 배역을 보는 순간 참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백동현 배우는 안정적인 연기와 탄탄한 보컬 실력이 굉장히 매력적이였는데요. 작고 귀여운 경계심만은 플루토를 너무 찰떡같이 연기해서 인상깊었습니다. 

 

 

 

다소 루즈했던 스토리의 아쉬움

정말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였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취향 차이였던 같기도 해요. 확실히 3인극도 그렇게 취저인 작품이 드물었는데, 역시나 2인극은 잘 맞지 않더라구요. 처음 시작부터 지루할 것 같은 예감이 빡 들었는데, 역시나 2시간 남짓의 시간이 조금 버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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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적으로 단순하게 흘러가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랩터와 플루토의 만남과 그들의 사연 그리고 숨겨진 사건들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이 뭔가 엄청나게 극적이기보다는 조금 늘어지는 면모가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두 캐릭터의 내면과 상처에 더욱 이야기가 집중되다 보니 그런 듯 합니다.

 

만약 두 인물 캐릭터에 극강 몰입을 했다면 오히려 굉장히 감동적으로 느껴졌을텐데 매우 아쉬웠어요. 물론 두 배우의 시너지의 합이 좋았고, 의인화를 굉장히 멋지게 소화했지만, 역시 동물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뮤지컬 <캣츠> 정도는 되야 몰입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사실 그것도 쇼적인 부분이 강해서 재밌게 본 것이지 약간 이건 취향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밋밋한 연출과 멀티맨의 부재

그리고 딱히 확 꽃히거나 기억에 남는 넘버도 없어서 더욱 2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진 것도 같아요. 한 명이라도 멀티맨이나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니면 무대에서 조금 역동적으로 변화를 주는 연출이 있었다면 덜하지 않았을가 여러 모로 조금 아쉬웠는데요.

 

그래도 끝까지 보고 나니 마지막쯤에서는 이 극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인지 여실히 느껴져서 조금 뭉클하긴 하더라구요. 우리에게 익숙한 반려동물로 여겨지던 개와 고양이가 우리에게 주는 무한한 행복감에 비해 인간이 주는 상처들이 너무 크고 그들에게 얼마나 큰지 약간이나마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취저는 아니였지만 좋은 메세지의 극

네이버 중계의 경우 보다보면 옆에서 채팅창을 통해 함께 소통할 수 있어서 뭔가 공감대가 이어지는 것 같고 좋은데요. 많은 분들이 과몰입으로 감동을 받고 있는데 혼자 몰입을 못해서 스스로 너무 아쉬웠습니다. 저도 엄청 몰입해서 보고싶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특별하게도 채팅창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직접 인사를 하셔서 굉장히 깜짝놀랐고 반가웠어요. 이렇게 온라인 중계도 인사를 하러 오시는구나 무척 신기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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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개인적으로 취저는 아니라 다소 인상깊게 보진 못했지만 메세지가 참 좋았던 극이라 취저에 맞으신다면 충분히 감동적이고 재밌게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반려동물의 이야기나 소소하고 감동적인 힐링 코드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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