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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고싶었으나 2019년을 끝으로 볼 수 없었던 뮤지컬 <랭보>의 온라인 중계 소식을 듣고 서둘러 후원 구매를 해버렸습니다. 사실 올해 3년만에 대학로에 <랭보>가 올라왔는데요. 뒤늦게 알아버려서 이미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더라구요. 대신 온라인으로 생생한 표정과 연기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보았는데요. 이미 기대를 안고 본 작품이긴 하지만 초반부터 완전 취저더라구요. 덕분에 아주 재밌게 보았네요. 그럼 재밌게 본 뮤지컬 <랭보>의 작품을 간단히 소개해볼게요.
뮤지컬 랭보 소개
뮤지컬 <랭보>는 천재시인 랭보와 시인의 왕 폴 베를렌느의 삶을 다룬 국내 첫 창작 뮤지컬인데요. 2018년 초연을 시작으로 최근 삼연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초연이 끝나고 43일 만에 해외 진출까지 했다니 실로 놀라운 기록인데요. 이미 뮤덕들 사이에서는 명극으로 손꼽힌터라 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지더라구요. 하지만 아쉽게도 재연 이후로는 공연 소식이 꽤 오랫동안 없어서 참 아이러니한데요.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왜 극이 안 올라오는지 참 의아했습니다.
랭보
제작 : 라이브,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연출 : 성종완
작사 : 신은경
작곡 : 민찬홍
러닝타임 : 120분
2018년 초연
사실 랭보하면 제일 먼저 영화 <토탈 이클립스>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요.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정확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자유로운 영혼에 리즈시절 디카프리오의 꽃미모가 참 아름다웠던 기억만 나네요. 영화 볼 당시는 몰랐지만, 이제 보니 폴 베를렌느를 맡은 배우는 바로 해리포터 루핀역을 맡은 분이였네요. 충격적인 헤어스탈 때문에 못 알아챈 듯 합니다.
이번 온라인 중계는 2019년도에 공연되었던 무대를 녹화한 영상인데요. 무려 다국어 자막 온라인 중계로 총 5개국의 언어로 제공이 되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자막이 제공되는 해당 나라 사람들이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시리 궁금해지네요. 뮤지컬 <랭보>의 온라인 중계는 총 1회차로 단 하루만 진행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정말 보고 싶었던 윤소호 랭보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냥 감지덕지한 기분입니다. 인생캐라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정말 보고 싶었거든요. 그럼 간단하게 줄거리를 먼저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
1891년 임종 직전의 랭보로부터 아프리카에 마지막 시를 두고 왔다는 말을 들은 들라에는 베를렌느에게 아프리카에 있는 랭보의 시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합니다. 다시 시간은 과거인 1871년으로 되돌아가고, 시골 마을 샤를르빌에 살고 있는 랭보는 투시자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꿈인 17살 소년입니다.
자신의 시적 세계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실망하던 중 친구 들라에의 소개로 알게 된 베를렌느의 시에 반해 그에게 편지와 자신의 시를 보냅니다. 당시 슬럼프로 인해 신경쇠약에 빠져있던 베를렌느는 랭보의 시에 마음을 빼앗겨 그를 파리로 초대합니다. 기대와 달리 굉장히 어린 소년의 모습에 베를렌느는 잠시 당황스러워합니다.
랭보는 기대를 안고 도착한 파리지만, 권태에 빠져버린 시인들의 모습에 랭보는 큰 실망을 하고 그들을 대놓고 조롱합니다. 그리고 베를렌느에게 더 나은 창작을 위해 파리를 떠나자고 제안하고 그는 받아들입니다. 완벽한 시를 쓰기 위해 명예와 가족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를 떠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온갖 추문과 더불어 가혹한 현실 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과 큰 불안을 느끼던 베를렌느를 큰 다툼 끝에 이성을 잃고 랭보에게 총을 쏘고 마는데.
1. 아르튀르 랭보(윤소호)
랭보는 천재 시인이자 투시자를 꿈꾸며 방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데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애정결핍에 대한 모습을 비추며 살짝 불안한 내면을 비추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행동하기를 겁내지 않고 신념에 따라 행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안온한 삶에 빠져있는 기성 시인들을 실랄하게 비판하면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며 치기어린 소년다운 모습을 보여주죠.
유일하게 서로의 시를 이해했던 베를렌느가 현실의 벽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에 큰 실망을 느끼고 떠나버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해보였던 그와는 달리 랭보는 어린 나이임에도 의외로 강인하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끌어가며 진정한 시를 얻기 위해 고통을 견디는 삶을 행하죠.
인생캐로 소문난 윤소호 배우의 랭보를 온라인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유독 이번 극에서 훤칠한 키가 돋보이더라구요. 심지어 무대 연출도 뭔가 그런 부분이 강조된 듯한 장면이 많아서 굉장히 인상적이였습니다.
사실 큰 체구로 보자면 랭보라는 역이 안 어울릴 법 한데도 불구, 듣기 좋은 미성에 소년미 낭낭한 외모 그리고 섬세한 연기 덕분에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진짜 찰떡같은 느낌이였습니다. 왜 많은 분들이 윤소호 배우의 인생캐로 랭보를 꼽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겠더라구요.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소년미 가득한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더군다나 디테일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연기가 진짜 좋아서 극에 확 몰입되는 것 같아요. 다음 번에는 진짜 실제 무대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불어 뮤지컬 <팬레터> 세훈역만 보면 원 없을 듯 합니다.
2. 폴 베를렌느(김종구)
폴은 이미 세상에 많이 알려지고 인정받은 시인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시에 만족하지 못하고 큰 슬럼프와 환각에 시달리며 보내던 중 랭보가 보낸 시에 반하게 됩니다. 어린 시인의 치기어린 열정과 천재적인 시적 감성에 빠져든 베를렌느를 그를 점차 애정하게 되고, 자신과 전혀 다른 성격과 삶에 방식에 감화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함께 완벽한 시를 쓰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지만,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자괴감에 빠져듭니다. 결국 랭보와는 비극적으로 끝이 나고 알콜 중독에 빠져 살던 중, 자신을 찾아온 들라에와 함께 랭보의 마지막 시를 찾으러 아프리카에 가는 과정에서 랭보와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번 극에서 처음 본 김종구 배우. 보컬톤이 완전 제 취저였습니다. 뭔가 맑은 미성같은데 약간 뒤쪽에 허스키한 느낌이 살짝 들더라구요. 난이도 높은 넘버도 굉장히 시원스럽게 부르셔서 듣기 너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윤소호 배우님과 톤적으로도 합이 잘 맞아서 진짜 윤소호, 김종구 버전으로 랭보 넘버 소장하고 싶더라구요.
보컬톤 외에도 디테일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연기가 돋보였어요. 특히 랭보를 따라 아무생각없이 이상을 쫓고 싶지만, 현실의 괴리에서 괴로워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시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애처로우면서 공감되던지.
실제 무대에서 봤으면 이렇게 디테일한 표정을 못 봤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온라인 공연으로 자세히 표정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더라구요. 덕분에 새로운 믿보좌 배우 또 알아갑니다. 앞으로 김종구 배우님이 캐스트에 있으면 아무 고민없이 고를듯 하네요.
3. 들라에(백기범)
들라에는 랭보의 어린 시절 동네 친구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비밀장소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는 자신과 예술적 감성이 비슷한 또 다른 외로운 친구 랭보를 만나 친해지게 됩니다. 그의 시를 먼저 읽고 천재적인 능력을 일찍이 알아봐 주었으며, 폴 베를렌느의 시를 소개해준 이도 들라에였습니다. 랭보의 꿈을 끝까지 지지를 해주며 응원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향을 떠난 랭보의 빈자리를 느끼며 홀로 슬럼프를 겪기도 합니다.
이후 랭보가 남긴 마지막 시를 찾기 위해 폴 베를렌느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랭보의 마지막 시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 또한 랭보처럼 특별해지고 싶었음을 고백합니다. 들라에라는 인물이 시작과 끝을 열어주긴 하지만 거의 극 중에서 랭보와 베를렌느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많이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데, 또 은근 나오는 장면이 많더라구요.
하지만 굉장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등장해서 그다지 거슬리거나 그런 부분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3명의 배우의 보컬톤이나 합이 굉장히 잘 어울러져서 더욱 그랬던 듯 해요. 백기범 배우는 뮤지컬 <박열>로 처음 봤는데요. 시원스러운 성량과 깔끔한 보컬톤, 그리고 몰입감 높은 연기로 굉장히 인상깊은 배우였어요. 다만 뮤지컬 <박열>이후로는 잠깐동안 배우 활동을 쉬고 계셔서, 앞으로 언제 또 무대에서 볼지는 모르겠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서정적인 대사와 아름다운 넘버
작품은 120분으로 그리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어서, 보기 전에는 살짝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요. 막상 보고 나니 2시간을 가득 채운 서정적인 대사와 아름다운 넘버로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뮤지컬 속 대사와 넘버들은 실제 랭보와 베를렌느의 명시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구요. 어쩐지 가사나 대사가 너무 유려하면서도 아름답더라구요. 특히 넘버들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서정적이면서 계속 듣기 좋을 정도로 너무 좋더라구요. 정말이지 넘버 맛집이 따로 없었습니다.
원래는 <더블캐스팅>을 통해서 '취한 배'라는 넘버를 부른 참가자 덕분에 이 작품을 알게 된 것인데요. 생각보다 취한 배가 완전 초반에 나와서 살짝 놀랍더라구요. 후반쯤에 나오는 메인곡인줄 알았는데 말이죠. 취한 배도 너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얀 달'이라는 넘버가 완저 마음에 쏘옥 들어와버렸습니다.
취저 넘버 '하얀 달'
가사 자체도 너무 이쁘고 서정적인데 다가 랭보와 베를렌느가 함께 부르는 구간은 진짜 너무 좋아서 계속 구간 반복 돌려듣기 했네요. 완성 인생 넘버 중 하나로 등극해버렸습니다. 진짜 ost 소장해서 계속 듣고 싶더라구요. 그 외에 다른 곡들도 너무 좋았습니다. 보통 취저의 뮤지컬을 보더라도 1~2곡의 메인 넘버만 좋은 경우가 많은데, 뮤지컬 <랭보>의 경우 대부분의 넘버들이 참 듣기 너무 좋았고, 극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얀 달 빛나는 숲 속
우거진 그림자 사이로 흐르는 말소리
거울처럼 깊은 연못 속
버드나무 그림자 사이로 우는 바람
사랑스런 사람이여
지금은 꿈을 꿔야 할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
별들이 달빛에 젖어
드넓고 따뜻한 고요가 창공을 뒤덮는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
보통 약간의 변화가 있는 무대들과는 달리 뮤지컬 <랭보>의 무대는 완전 고정식이였는데요. 다만 3층계로 이루어진 계단과 전면에 스크린 조명을 적절히 잘 활용해서 지루할 틈없이 오히려 랭보와 베를렌느의 다양한 표정연기와 아름다운 시들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미디어에서 보던 것과 다른 랭보의 또 다른 면모
광기 어린 천재들이 흔히 비극을 겪는다는 편견이 있듯 왜인지 모르게 랭보 또한 자살같은 불행한 비극을 맞이한 줄 알았는데요. 이번 극을 보면서 의외로 랭보라는 인물의 심지가 단단했고 투지가 높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허황된 이상만을 쫒은 것이 아니라 삶이 괴로워도 자살 같은 것은 하지 않고, 끝까지 고통을 마주할 것이라는 대사에서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구요.
진짜 자신의 꿈꾸던 이상을 위해 정말 끝까지 앞으로 행동하며 나아갔던 모습에서 왜 현재까지 많은 매체에서 다뤄지며 사랑받는 시인인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였던 장면은 자신이 쓰고 싶었던 시를 쓴 랭보를 보며 부러움에 몸부림치던 그에게 랭보가 전한 따뜻하고 감동적인 일기였어요. 그토록 한심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시를 랭보가 무척 좋아했다는 것에서 감동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장면은 가장 감동적이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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