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늘은 최근에 관람한 뮤지컬 <곤 투모로우>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호랑이 새해를 맞이해서 네이버 후원라이브에서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전막 실황을 최초로 생중계로 진행했는데요. 처음에는 가격이 안 나와서 도대체 어떻게 신청하는건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무료로 진행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 소개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티켓 가격이 VIP석 10만원인데요. 가격으로 보면 거의 중,대극장 수준의 작품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무료로 중계해주다니. 진짜 너무 행복한 새해 선물같았어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챙겨보려고 꼭꼭 알람도 맞춰놨죠. 일찍 발견한 나를 칭찬해. 가끔 이렇게 무료로 뮤지컬을 중계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매번 뒤늦게 발견해서 무척 아쉬웠는데요. 다행히 이번 작품은 무사히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행복의 타이핑 중.

뮤지컬-곤-투모로우-포스터

곤 투모로우

제작 : PAGE1
연출 :  이지나, 이수인
작사 : 이지나
작곡 : 최종윤
러닝타임 : 150분 (인터미션 15분)
2016년 초연

 

뮤지컬<곤 투모로우>는  5년만에 돌아온 작품인데요. 아무래도 오랜만에 돌아왔기 때문인지 작품을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생중계를 무료로 진행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보통 중계는 막을 내리고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현재도 공연중에 있습니다. 덕분에 실제 공연 하는 무대를 생생한 라이브로 안방 1열에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죠. 더불어 공연 진행중에는 실관람권을 무려 50%의 할인된 가격에 판매를 진행했는데요. 아쉽게도 극에 몰입하느라 놓쳐버렸어요. 엉엉. 다시 보고싶은데. 그걸 놓치다니 너무 슬픕니다.

 

 

 

탄탄한 스토리로 호평받은 일제강점기 시대극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제작사 PAGE1의 창작뮤지컬인데요. 2016년에 초연 이후 올해 재현으로 돌아온 작품입니다. 근대적 개혁 운동인 갑신정변을 일으킨지 3일 만에 실패하고 암살당한 김옥균의 역사적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탄탄하고 촘촘한 스토리와 세 인물을 둘러싼 갈등과 관계를 입체적이고 심층적으로 표현하여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다고 해요.

 

아픈 시대에 지식인들의 갈등과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뮤지컬 <팬레터>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면 생각보다 일제강점기 시대 관련극이 꽤 많은 것 같아요. 러닝타임은 150분(인터미션 15분)으로 상당히 긴편인데요. 초반은 살짝 지루하긴 했지만, 중반부 넘어가면서 부터는 슬슬 몰입감이 높아지더라구요. 김옥균과 한정훈이 만나기 시작하면서 말이죠.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

1884년 조선은 밖으로는 서구열강과 청, 일본의 이권쟁탈 심해지고, 안으로는 혼란한 정세를 틈타 간신들이 활개치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당시 고종은 젊은 개화파 지식인 김옥균에게 개혁의 의지를 위탁하여 혁명을 도모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갑신정변은 청의 개입과 일본의 배신으로 3일만에 막을 내리고, 김옥균은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망명하게 됩니다.

 

한편 족보를 팔아 불란서(프랑스)로 넘어가 한정훈은 외인부대에서 활약한 공으로 시민권을 얻지만, 그 즉시 고종의 부름으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돌아온 직후 불란서 최초의 유학생 홍종우의 이름으로 옥균에게 접근하여 암살할 것을 명 받게 되는데요. 그렇게 그는 김옥균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되지만, 그를 알게 될수록 정훈은 점점 더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1. 김옥균(송원근)

김옥균을 연기한 송원근 배우는 사실 드라마에서 먼저 봤었는데요. 드라마 이미지가 워낙 세가지고. 좀 충격적. 굉장히 인상깊어서 그랬지만, 뮤지컬에서 아무리 멋진 모습으로 나와도 처음에는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금 혼란스럽더라구요. 첫 기억이 이리도 무서습니다. 

뮤지컬-곤-투모로우-인물포스터

근데 보다보면 진짜 배우님 너무 잘생기셔서 실제로 보면 넋놓고 볼 것 같아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력이 조금 특이하시더라구요. 모델에서 가수, 그리고 뮤지컬 배우활동을 하시다가 드라마로 무대를 옮기셨더라구요. 굉장히 부드럽고 듣기 좋은 중저음의 낮고 웅장한 톤을 가지셔서 그런지, 혁명을 외치며 소신있게 해나가는 진중한 김옥균 역에 굉장히 잘 어울렸습니다. 노래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잘 부르셔서 굉장히 몰입이 잘 되었어요.

송원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 '오로라 공주', 뮤배로 나올때 진심 넘나 멋지십니다.

작년에는 김옥균과 전혀 다른 이미지의 뮤지컬 <레드북>에서는 츤데레에 어리숙한 브라운 역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시면서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는데요. 레드북은 넘버맛집으로 굉장히 흥겨운 극이라 안 보신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강추드립니다. 두 작품에서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 송원근 배우가 앞으로는 또 어떤 다양한 역할로 매력을 보여주실지 너무 기대대가 되네요. 연기나, 노래 실력이 매우 탄탄하셔서, 앞으로는 믿고 보게 되는 배우 중 한 명이 될 것 같습니다.

 

 

 

2. 한정훈(윤소호)

윤소호 배우의 연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요. 훤칠한 피지컬에 반대되게 굉장히 뽀얀 피부에 촉촉한 눈빛을 하셔서 뭔가 되게 매력있었어요. 심지어 노래도 잘하다니. 뭔가 새로운 뮤배를 발견한 기분입니다. 한정훈은 김옥균을 죽이기 위해 홍종우로 위장하여 그에게 접근하게 되지만, 그와 함께 지낼수록 그의 사상에 매료되고 감화되어 수시로 총을 들면서도 차마 그를 죽이지 못합니다. 

윤소호
출처: PAGE1 공식 트위터

김옥균이 혁명을 일으키고 싶은 진짜 이유를 듣고 한정훈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진짜 너무 빠져들어 몇번씩 돌려보게 되더라구요. 굉장히 인상적이여서 그 부분만 영상 소장하고 싶더라구요. 특히 그 장면에서 뒤쪽에 앙상블 배우들이 찬찬히 화음을 쌓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진짜 너무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어요. '내일이라 불리는 날'이라는 넘버인데요. 알고보니 이번 재현에 추가가 된 넘버라고 하네요. 추가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넘버 소장하고 싶은데, OST 안 내주나요?


 

그러면서 앞으로 나오며 자신의 혁명의 이유를 외치는 김옥균을 바라보는 한정훈의 아련한 눈빛연기.  오히려 과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영화의 한 장면같아서 굉장히 기억에 남더라구요. 원래 한정훈 역은 초연에는 실제로 김옥균을 암살했던 홍종우역이 대체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재연 때는 고종의 명으로 홍종우로 위장하여 김옥균에게 접근한 한정훈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뮤지컬-랭보-팬레터-포스터

이번에 윤소호 배우님께 홀딱 반해서 앞으로 배우님이 연기하신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는데요. 알고보니 이번에 뮤지컬<팬레터>에서 세훈 역할을 맡으셨더라구요. 아직 작품은 보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유툽 짧은 영상만 봤는데, 세훈 역할 찰떡입니다.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팬레터 > 정말 너무 보고싶어지네요. 그리고 찾아보니, 뮤지컬<랭보>의 랭보도 연기하셨는데, 완전 인생캐로 유명하시더라구요. 포스터를 보니 역시나 찰떡. 아 진짜 랭보 다시 하시면 무조건 갑니다. 다시 돌아와주셨으면 좋겠네요.

 

 

 

3. 고종(박영수) | 이완(김태한)

초연때도 고종을 맡았던 박영수 배우가 이번 재연에도 고종을 맡았는데요. 강대국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자신의 의지를 빼앗겨버린 힘없는 왕 고종을 연기했습니다. 박영수 배우는 뮤지컬<무인도 탈출기>에서 처음 봤었는데요. 

고종-이완-포스터

배우님 특유의 독특한 보이스가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가벼운 극을 봤다가 이렇게 진지하고 무거운 극에서 보니 이미지가 전혀 다르더라구요. 특히 후반부 넘버 '월광'을 부르실때는 갑자기 고종의 존재감이 확 드러나면서 가창력 폭발. 진짜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시는지 몰랐어요. 


 

이완이라는 캐릭터는 이완용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인데, 실제 극 중 행동하는 것을 보면 이완용을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청, 러시아, 일본 등 상황에 따라 여러 나라에 붙어 자신의 조국을 팔아먹는 극악무도한 행태를 보이는 극중 완벽한 빌런이자 매국노입니다. 다른 것보다도 김태한 배우님의 진한 화장이 굉장히 인상깊었네요. 이완용 역할에는 잘 어울리셨는데, 살짝 더 강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세련된 연출과 가슴이 웅장해지는 넘버

곤투모는 넘버들이 흘러가는 방향이 다 조금 특이하다고 느껴졌는데요. 단조로 서정적으로 나가다가, 갑자기 장조로 웅장해지면서 희망적인 느낌으로 확 바뀌는 등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흘러가서 처음에는 귀에 잘 감기지 않고, 살짝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점차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니 그런 다양한 장르가 섞인 듯한 넘버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아름답더라구요. 어느 순간 보면 극에 몰입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뭉클하고 가슴이 저미는 듯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익숙한 클래식 선율이 나오다가 또 어떤 부분에서는 가곡같은 느낌이 강해서 사실 귀가 즐거웠어요. 물론 유명한 작품처럼 확 꽃히는 넘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비전문가가 느끼기에도 음악적으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게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호불호는 갈릴 것 같은데, 저는 완전 호였습니다.

뮤지컬-곤-투모로우-스틸컷1
뮤지컬-곤-투모로우-스틸컷2
출처: PAGE1 공식 트위터

그리고 초반부터 끝까지 굉장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연출.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이 굉장히 올드할 수 있는 시대극을 엄청 새롭게 다가오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적재적소에 쓰였던 조명 연출은 특정 장면에서 무척 감탄스러워서 왜 이 작품이 초연때 호평을 많이 받았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멋진 의상과 연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도 굉장히 멋있었어요. 아무래도 당시 시대 자체가 격변기에 새로운 문화가 마구 쏟아지던 혼란스러운 상황이였기 때문에, 이같은 연출과 의상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생각이 들었구요. 더불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좀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덕분에 현재에도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 같았어요. 연출적인 면으로만 본다면 진짜 멋진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알고보니 이게 많이 축소한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니.초연에는 얼마나 대단했던 것일까요. 사뭇 궁금해집니다.

뮤지컬-곤-투모로우-스틸컷3
뮤지컬-곤-투모로우-스틸컷4
뮤지컬-곤-투모로우-스틸컷5
출처: PAGE1 공식 트위터

마치 찐한 흑백 느와르를 보는 듯한 인물들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관계가 잘 묘사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영화에서 볼 법한 플래시백이나 슬로우모션을 감각적으로 굉장히 훌륭하게 연출하여 전체적으로 미장센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했어요. 플래시백 연출은 진짜 감탄스러웠습니다.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길...

혹시나 앞자리 좌서이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생각보다 자리가 너무 많이 남아있더라구요. 조금 심각할 정도로. 오지랖이지만 무척 걱정스럽더라구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초반의 지루함을 살짝 견디면 진짜 굉장히 몰입감과 감동을 주는 멋진 극이라 생각이 들거든요.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충분히 보고나면 납득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인게 티가 나는데요. 확실히 요새 뮤지컬 너무 비싸져서 부담이 되긴합니다. 합리적인 자석 배치가 필요해 보이구요. 싼 좌석은 마구 할인권 좀 풀어서라도 관객으로 채웠음 좋겠어요.

 

그곳엔 꽃들이 필까
그곳엔 새들이 날까
푸르른 하늘과 넘쳐나는 햇살
잠들면 그곳에 갈 수가 있나

 

윤소호 배우 영상이 그 사이 없어졌네요. 아쉽지만 다른 배우의 멋진 영상으로 대신 올려봅니다. 거의 엔딩쯤의 넘버<조선의 붕괴> 갈 수 없는 그곳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모습이 너무 이쁘게 애잔하면서 슬프더라구요. 영상보면서 또 오열.

 

▼ 관련 포스팅

뮤지컬 명동로망스 네이버 후원라이브 후기

뮤지컬 박열 STAGE X 온라인 스트리밍 관람후기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온라인 중계 안방1열 후기

레드북 보고싶었던 뮤지컬 안방 1열 후기

뮤지컬 <팬레터> 온라인 유료 중계 - 이규형 문성일(원우준) 소정화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 네이버 후원라이브 후기

 

그런면에서 이렇게 빈 좌석이 많은 게 무척 안타깝더라구요. 왠지 배우들이 힘이 안 날 것 같다능. 이렇게 가려질 공연은 아닌 것 같거든요. 이렇게 흥행을 못하면 다신 못 올라올까봐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진짜 좋은 작품은 지원을 해서라도 꾸준히 올려야 하지 않나 싶더라구요. 여건 상 회전문을 돌 순 없지만, 시간이 되면 오프라인으로 한 번 다시 보고싶은 작품입니다. 이번 재현은 2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니,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기간 안에 한번쯤 관람해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