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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마지막으로 봤던 뮤지컬은 바로 <홀연했던 사나이>라는 작품인데요. 포스터만 봐도 무척 유머러스함이 가득 느껴져서, 보기 전부터 무척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요. 이번 온라인 중계는 3가지 다른 캐스트 버전으로 총 3회차로 진행되었어요.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소개

민성사나이와 정민사나이 중에 무척 고민이 되었는데, 왠지 사나이 역에는 민성배우가 찰떡일 것 같아, 2회차 관람을 했습니다. 어떤 캐스트 조합으로 볼지는 매번 고민하게 되네요. 

 

11/27 토 7시 30분 : 수현 김태오 이현진 유성재 조은진 김효성
11/28 일 7시 30분 : 박민성 손유동 이현진 유성재 김수진 장재웅
11/29 월 8시 : 정민 최민우 한보라 호아성현 김수진 김효성

 

온라인 관람권 가격은 2만원인데요. 실공연 관람가격 R석이 6만 6천원이였던 걸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비싸다고 느껴졌어요. 소소티켓이 아니였다면 조금 고민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발 합리적인 가격 좀 방영해주었으면 하네요.

 

홀연했던-사나이-포스터

홀연했던 사나이

제작 : 두번째생각(2018),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2021~)
작사 : 오세혁
작곡 : 다미로
러닝타임 : 110분
2018년 초연

 

 

네이버와 다르게 예스24에서는 관람권+OST 패키지 6만원 판매되고 있었지만, 처음 보는 공연이였기 때문에 별 고민없이 일반 관람권을 택했습니다. 러닝타임은 110분으로 2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이였어요.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두 번째 생각이라는 제작사에서 만든 창작 뮤지컬인데요. 2018년 초연 이후 2021년 재연에서는 인사이트에서 제작을 맡았더라구요.

 

홀연했던-사나이-예고편

 

이번 온라인 중계의 경우 전체 화면 컬러스페이스 작업으로 영상 상영에 최적화된 화면과 실제 공연 현장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한 음향 마스터링 작업을 하여 온라인 감상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더불어 사나이 배우들이 직접 촬영한 '디렉터스컷'도 추가로 삽입되었다고 하는데요.

 

다방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던 사나이가 직접 공연 중 촬영했던 영화 영상을 추가하여 더욱 다채로운 영상미를 재현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중계를 위해 꽤나 많이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더라구요.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그렇지 않은 지금에 좌절한 승돌은 꿈이 시작 되었던 1987년, 샛별다방의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승돌이와 홍마담이 꾸려가는 별 볼일 없는 차만 파는 샛별 다방에는 오늘도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지쳐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미지의 사나이가 나타난다. 커피 주문도 없는 사나이의 정체를 궁금해 할 즈음, 사나이는 승돌이에게 한 장의 시나리오를 건넵니다. 어린 승돌이 꿈을 마주한 처음 순간이었고, 그 순간을 되돌려 지리한 현실을 피하려 하죠. 하지만 승돌은 물론, 다방 사람들은 어느새, 사나이의 영화 시나리오 속으로 빠져드는데...

 

 

1. 사나이 (박민성)

홀연히 나타나 다방 사람들을 사로잡는 사나이로 엄청나게 요란하게 등장하는데요. 멋드러진 옷과 달리 돈이 없어보이는 그는 능숙한 말솜씨로 다방 사람들을 홀려 음식을 얻어먹는 뻔뻔스러움을 보이는 인물입니다.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전혀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또 어느새 그의 말대로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걸보면 리더십이 있는 예술가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냥 사기꾼 같기도 하고 정말 알 수 없는 인물인데요. 홀연히 등장했던 것처럼 다시 홀연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 때문에 승돌은 영화감독의 꿈을 갖게 되죠. 

 

홀연했던-사나이-캐스팅

 

 

등장이 굉장히 길고 요란한 퍼포먼스적이기 때문에 배우의 뻔뻔스럽고도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필요해 보였어요. 자칫 어색하게 연기할 경우 사나이의 본매력을 잘 드러내기 쉽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민성사나이가 그 어려운 것을 감쪽같이 해냅니다. 이전 시데레우스 볼때도 살짝 개그감이 느껴졌는데요. 웃긴 작품이 아니였음에도 말이죠. 홀연사에서는 아주 본격적으로 개그캐를 연기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찰떡같은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진지하게 펼치는 동작들이 너무 웃겨요.

 

2. 승돌 (손유동)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하려던 순간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승돌은 자신의 꿈이 홀연히 나타난 한 사나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어른이 된 그에게는 그저 사기꾼에 불가한 사나이로부터 어린 승돌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매번 본능에 무너지고 맙니다. 그 본능이라 함은 단돈 100원.

 

 

명동로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손유동 배우가 철없는 꼬마 승돌이로 돌아왔습니다. 100원 유혹을 저버리지 못하고, 오락실에서 마치 일대종사마냥 게임에 몰입하는 영락없는 어린이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렸는데요.

 

손유동 배우님의 다양한 공연들을 볼수록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아 너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되면서 말이죠.

 

 

3. 홍미희 (이현진)

차만 파는 다방에서 아들을 혼자 키우는 마담인데요. 때론 혼도 내고 욕도 많이 잘하는 엄마이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 승돌이를 사랑하며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는데요. 그 덕분에 승돌이가 즐겁게 게임(갤러그)도 하고, 다방 사람들과 다정히 지내면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현진 배우는 이 극에서 처음 봤는데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기톤 덕분에 진짜 승돌이 엄마같았어요. 특히나 옛날 동네 동네에서 밥때가 되면 부르는 엄마같은 느낌이요. 이 작품 보면서 <응답하라1988>이 참 많이 떠오릅니다.

 

 

4. 황태일 (유성재)

전교조 활동으로 낙인 찍힌 중년의 모태솔로이자 선생님인데요. 승돌이 엄마를 짝사랑하고 있어 매일 다방에 들릅니다. 유성재 배우는 쿠로이 저택에서 귀신역으로 처음 봤었는데요. 근엄하게 웃긴 캐릭터로 나와서 진짜 재밌게 봤었어요. 혹시 아직 쿠로이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보시길 완전 강추드립니다.

 

홀연했던-사나이-캐스팅2

 

 

 

5. 김꽃님 (김수진)

다른 다방에서 일하고 있으나, 자주 샛별 다방에 들릅니다. 영화배우를 꿈꾸는 그녀는 가끔 승돌에게 연기 지도를 부탁하기도 하는데요. 갑자기 등장한 사나이로 인해 영화배우에 대한 꿈이 더욱 커집니다.

 

뮤지컬 검은사제들에서 악귀에 씌인 소녀역을 무섭고 오싹하도록 소화했던 김수진 배우님이 꽃님이를 맡았는데요. <검은사제들> 할 당시에는 시원스러운 가창력에 목소리톤이 너무 예뻐서 인상깊었었는데, 역시나 홀연사에서도 시원스러운 가창력을 과감없이 뽑냅니다.

 

무엇보다 <검은사제들>에서는 항상 헝클어진 머리에 어딘가 홀린듯한 모양새라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쁜 옷을 입고 등장하는 꽃님이 역에서 비로소 김수진 배우의 예쁜 모습이 제대로 빛이 나더라구요. 예쁜 외모뿐만 아니라 시원스러운 가창력과 더불어 연기력도 좋으셔서, 앞으로의 활약이 참 기대가 되는 배우인 것 같아요. 

 

6. 고만태 (장재웅)

매일 넘어지는 가출청년 배달원으로 꽃님이를 좋아하고, 그녀와 알콩달콩 사귀고 있는 인물인데요. 다소 조금 모자라 보이는 동네형같은 스멜이라 어쩐지 승돌이와 잘 어울립니다. 고만태 배우는 홀연사에서 처음 본 배우인데요. 어쩐지 <응답하라 1988>의 노을 역을 맡은 최성원 배우가 생각나더라구요. 뭔가 두 분이 느낌이 비슷하지 않나요?

 

 

그리웠던 시절로 타임슬립할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과 다방이라는 소재면에서는 뮤지컬 <명동로망스>와 비슷해 보이는 느낌도 있지만, 극의 장르는 전혀 달라요. 명동로는 주인공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로 타임슬립을 하는 것과 달리 홀연사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게 되거든요. 이 차이는 스토리면이나 장르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홀연했던-사나이-무대장면

 

 

누구나 한번쯤 그리워할 수 있는 어린시절의 그 장소 속으로 들어가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무리 살아온 시대가 다르더라도 뭔가 옛날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뮤지컬상에서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졌지만, 사실 모두 내면에 아픔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요. 보는 내내 과연 이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특히 꽃님이요. 부디 모든 인물들이 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네요.

 

 

홀연히 나타나 꿈을 깨닫게 해주고 떠난 사나이

명동로는 꿈이 없이 무기력하게 살던 주인공이 과거의 열정적으로 삶에 임했던 인물을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면, 홀여사는 이미 꿈을 쫓고 있지만 현실에 가로막힌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이 이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 과거를 반추해보는 이야기입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둘 다 방향은 다르지만 꿈이라는 주제가 담겨있네요. 꿈이 뭔지.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꿈이라는 단어는 여러 희노애락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이루면 정말 행복하지만, 이루지 못했을 경우에는 좌절감을 맛보게 하거든요.

 

사나이는 확실히 사기꾼의 느낌이 강렬합니다. 왜 다들 이런 뻔뻔한 사기꾼에게 속는거야 싶다가도,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며 밝게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갖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가 느껴지더라구요. 사나이가 의도치 않게 그런 힘을 주게 된 것이죠.

 

냉정하게 얘기해서 사나이는 사기꾼이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승돌이처럼 꿈을 쫓는 평범한 영화감독 지망생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말발이 엄청 좋았을수도. 그렇게 주인공처럼 홀연히 등장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홀연히 사라졌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뭉클한 아날로그 감성과 유쾌한 연출

엉뚱했던 사나이만큼이나 뭔가 스토리도 정신없이 지나간듯해서 사실 완전히 취향저격 당했다고 보긴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유쾌하고 따뜻했던 인물들의 티티카카와 그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나름 재밌게 보았던 뮤지컬이였습니다. 

 

1. 갤러그송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는 바로 '갤러그송'이였는데요. 가사 중에 "어른들은 몰라요~"의 가사가 아주 귀에 쏙 들어오는 흥겹고 재밌는 노래죠.

 

 

승돌이가 게임기를 타고 푹 빠져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친근하더라구요. 한때 오락실 죽돌이 시절이 떠오를 정도로 아주 기시감이 있는 장면이였는데요.

 

심지어 신나게 게임하게다 돈이 떨어지자 100원만을 외치며 어른들에게 달려가는 모습도 너무 공감되어서 빵빵 터졌네요. 이 넘버는 원체 신나기도 하지만, 안정감과 행복을 느꼈던 어린 시절의 한 순간을 잘 표현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2. 헤이 미스터 탐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넘버는 바로 '헤이 미스터 탐'이였는데요. 아니 왜 모두들 사나이에게 저렇게 꼭 붙어있는 것인지. 다소 부담스러운 밀착을 보며주면서 또 한 번 빵빵 터졌네요.


 

응답하라 드라마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시거나 약간 병맛 코드가 가미된 유쾌한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완전 취향에 딱 맞을 듯한 작품인데요. 기회가 되신다면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를 보면서 시원스럽게 웃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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