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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뮤지컬 <검은사제들> 온라인 중계소식이 올라왔길래 바로 킵해두었는데요. 이 뮤지컬을 무려 올해 초연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라 궁금했었는데, 마침 이렇게 온라인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구요. 화려한 연출로 유명한 알앤디 뮤지컬이라 더욱 기대를 안고 보게되었습니다.
뮤지컬 검은사제들 소개
사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아직 영화를 안 봐서 내용은 전혀 모르고 관람했어요. 관람하기 전 궁금해서 찾아보니 생각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구요. 한 편으로는 포스터도 그렇고, 소재상 극 자체가 너무 무거워서 졸리거나 지루하면 어쩌나 무척 걱정했는데, 막상 보고나니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구요.
검은 사제들
제작 : R&Dworks
연출 : 오루피나
작사 : 강남
작곡 : 김효은
러닝타임 : 100분
2021년 초연
제작사 알앤디는 초연은 절대 영상과 음원을 내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유일하게 초연에 DVD가 제작되었다고 하네요. 이번 중계 영상이 바로 그 DVD 영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영화적인 연출과 분할 등 퀄리티가 너무 좋더라구요. DVD를 소장하고 계신분들이 절로 부러워지는 순간이였습니다.
2가지 캐스트 버전, 적당했던 러닝타임
뮤지컬 <검은사제들>의 러닝타임은 110분으로 2시간을 넘기지 않아 부담이 덜 되어서 좋았어요. 너무 긴 작품은 왠만큼 재밌지 않으면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영화도 그렇고 공연도 2시간 안으로의 러닝타임이 개인적으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1회차 : 9월 13일 (월) 오후 7시~11시까지 | 조형균, 박유덕, 김수진, 지혜근 외
2회차 : 9월 27일 (월) 오후 7시~11시까지 | 장지후, 이건명, 박가은, 지혜근 외
이번 온라인 중계는 1,2회차로 진행되며, 다른 캐스트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둘 다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아쉽게도 2회차가 뮤지컬 <문스토리>랑 일정이 겹치다보니, 서둘러 1회차를 봤네요. 2회차도 궁금한데 말이죠. 가끔 의문이 드는 것이 온라인 중계가 많지도 않은데 왜 작품들을 일정을 겹쳐놓는 걸까요. 다 보고싶어도 일정이 겹치면 안타까운 선택을 해야되서 너무 슬픕니다. 제발 중계 일정 좀 안 겹쳐주셨음 좋겠어요.
뮤지컬의 원작은 유명한 동명의 영화
원작은 앞서 말했듯이 바로 영화 <검은 사제들>인데요. 가끔 이 영화 제목을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개봉을 2015년에 했더라구요. 생각보다 오래되어서 놀랐어요. 사실 구마예식같은 소재의 작품을 재미있게 본 작품이라고 본다면 드라마<손더게스트>인데요. 이 작품을 보고 비슷한 소재의 다른 드라마를 봤는데 생각보다 지루하고 뻔해서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왠만큼 잘 만들었다 생각되지 않으면 잘 안 보게되는 주제인데, 이번 뮤지컬을 보고 나니 원작의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 뮤지컬 버전을 만들면서 어느 정도는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일부는 뮤지컬 형식에 맞춰 추가하거나 변경했다고 합니다.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이상증세에 시달리는 영신. 영신이 마귀에 빙의된 것에 확신한 김신부는 교단에 구마 예식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 비공식적 허가를 기어이 받아냅니다. 하지만 6개월 뒤, 11명에 달하는 보조 사제가 도망치고 영신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죠. 김신부는 모두의 반대를 무릎쓰고 간곡한 설득 끝에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런 김신부에게 어린 시절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를 간직한 뺀질이 유급생 최부제가 보조 사제로 배정되는데요. 모두가 포기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서울 명동 한복판으로 달려가는 두 명의 검은 사제들. 주어진 단 하루의 시간 그리고 마지막 기회. 소녀를 구하기 위한 마귀와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1. 최부제(조형균)
최부제의 본명은 최준호, 세례명은 아가토, 1986년생 호랑이 띠의 사제인데요. 독실한 믿음보다는 어린 시절 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속죄로 신학교에 입학한 신부로 뺀질거리고 땡땡이쳐서 결국 유급을 당하게 되고, 결국 이를 계기로 김신부를 돕게 됩니다.
유명한 작품에 캐스트로 항상 보던 배우님이였는데, 이번에서야 처음으로 보게되었어요. 생각보다 탄탄한 기본기와 시원스러운 성량과 열연 덕분에 진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는데요. 아무것도 모른 채 놀기만 하던 천진난만하고 겁많던 학생에서 점차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당당히 맞서며 성장한 모습까지. 전형적인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이 작품 덕분에 뮤지컬<하데스타운>에서 조형균 배우의 오르페우스가 무척 궁금해졌어요. 탄탄한 가창력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가성으로 보아 충분히 절절하고 섬세한 오르페우스가 될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됩니다.
2. 김신부(박유덕)
김신부의 본명은 김범신, 세례명은 베드로, 1962년 호랑이 띠인데요. 신을 믿으나 종교가 추구하는 방향에 의문을 갖고 있으며, 구마예식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신부입니다. 다소 가벼운 샛병아리 느낌의 최부제와는 달리 산전수전 다 겪은 츤데레 삼촌같은 김신부. 초반에는 최부제를 그저 보조로 생각하며 그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도망칠꺼라 생각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데요. 점차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최부제와 끈끈한 동료로 거듭나면서 끝이납니다.
사실 과거 마치 스승과 제자처럼 영신과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고는 하나, 자신의 인생을 바칠정도로 구마의식을 놓지 않는 김신부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과한듯한 느낌은 있었어요. 단순히 과거 알던 어린 학생이고 가여워서라고 하기에는 좀 더 뭔가 사연이나 서사가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런 부분이 따로 나오지 않다보니 영신을 가족처럼 구하고 싶어하는 김신부의 마음이 완전히 공감이 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김시부님을 연기한 박유덕 배우의 연기력 만큼은 그런 의문들도 모두 잊어버릴만큼 몰입감을 선사해주었는데요. 연기적인 부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부드러운 보이스톤이 굉장히 취향저격이였어요.
3. 이영신(김수진)
이영신은 18살의 고등학생인데요. 구마예식으로 축출한 마귀를 들고가던 이탈리아에서 온 신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영신의 몸에 마귀가 들어가게 됩니다. 김신부는 영신을 구하기 위해 오랫동안 구마예식을 수차례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그 뒤 최부제를 만나게 됩니다. 실제 영신은 굉장한 음치에 성가대에 들어가길 꿈꾸는 소녀로 나오는데, 그래서 일부 넘버에서는 굉장히 못부르는 척 연기합니다. 음정은 틀려도 굉장한 성량때문인지 전혀 가려지진 않지만 말이죠.
마귀에게 몸을 빼앗긴 인물이라 주로 거의 누워있지만, 영신이도 되었다가, 최부제의 여동생이 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마귀의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그 간격이 엄청나서 그런지 마귀로 변하는 모습은 왠만큼 연기를 잘하지 않으면 자칫 어색해 보일 것 같은데, 압도적인 열연으로 시선을 확 사로잡으시더라구요.
이번 이영신 역 캐스팅 선발이 엄청 치열했다고(무려 400:1) 하는데, 왠지 납득이 갈 정도로 멋진 연기였어요. 정말 앞으로가 많이 기대가 되는 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영신 못지 않게 정말 소름끼치는 마귀역할을 했던 이지현 배우님. 등장하실때마다 분위기가 확 변하는데 매번 예상치 못해서 깜짝깜짝 엄청 놀랬어요. 열연하시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오더라구요.
4. 총장신부(지혜근)
총장신부는 최부제가 다니는 신학교의 책임자이자 김신부에게 비공식적으로 협력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사제답지 않은 뺀질이 최부제를 보조로 보내는 걸 꺼려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파견합니다.
협력은 하지만 책임자의 입장이 있으므로 김신부를 100% 신뢰하진 않는 인물입니다. 총장신부 외에도 멀티로 다양한 역할로 등장하는 지혜근 배우는 역할에 원캐스팅되신 분이더라구요. 상황에 따라 기가막히게 변신하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분위기에 엄청난 활력을 넣어주셔서, 덕분에 재미있게 봤습니다.
취향저격이였던 알앤디의 화려한 연출
알앤디의 극들이 워낙 조명파티에 화려하고 강렬한 연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안 맞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 작품은 재미있게 봤어요. 알고봤더니 제가 정말 애정하는 극인 뮤지컬<호프>도 알앤디 꺼더라구요. 이럴쑤가. 이 정도면 저는 알앤디 극이 취향에 맞는걸까요. 개인적으로 서정극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작품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은 바로 마지막 엔딩이 아닐수 없는데요. 무대 자체도 굉장히 멋지고, 마귀와 구마예식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뮤지컬답게 잘 연출해서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쯤에 최부제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마음을 다잡아 구마예식을 김신부가 함께 진행하기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전율이. 카메라 워킹도 크게 한몫했다고 생각되지만, 그 연출이 진짜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전화하는데 와 얼마나 여러번 돌려봤는지 몰라요.
영화와는 또 다른 뮤지컬 버전의 매력
사실 뮤지컬에서 이렇게 전율이 이는 느낌은 처음이였어요. 뭔가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듯한 느낌이였달까요. 아무튼 마지막 엔딩을 위해서라도 이 작품 꼭 보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호였던 작품이였어요. 덕분에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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