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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후원라이브 공연목록에 흥미로운 제목의 뮤지컬이 올라왔는데요. 올라온 공연 사진을 보자마자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얼른 킵해두고 챙겨서 봤는데요. 바로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라는 뮤지컬 작품입니다. 보자마자 예쌍대로 너무 신나고 재밌는 공연이였어요. 온라인으로도 그 에너지가 충분히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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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소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제작사 '랑'에서 제작한 창작뮤지컬인데요. 신예 표상아 작가와 김보영 작곡가가 4년간 개발하여 완성도를 높여 선보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쿠로이-저택엔-누가-살고-있을까-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제작 : 랑
작사 : 표상아
작곡 : 김보영
러닝타임 : 120분
2021년 초연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2018년 충무아트센터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뮤지컬 하우스 블랜앤블루'의 선정작이며, 작년 2020년 창작산실에서 '올해의 신작'에도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연으로 2월-3월간 약 1달간의 짧은 기간동안 막을 올렸는데요. 초연작이기도 하고 기가도 짧아서 아마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못 보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 중계를 해준 덕분에 이 좋은 작품을 방구석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네요. 

 

 

 

시놉시스

일제 식미지 시대, 칙칙하고 어두운 쿠로이 저택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아 그동안 아무도 방문을 꺼려했던 곳인데요. 최근 저택을 호텔로 바꾸기 위해 사람들이 저택을 방문하게 되고, 자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 옥희는 그 사람들을 쫒아냅니다. 한편 과거 독립을 돕는 일을 하다 죽은 형과 똑닮은 해웅은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우연히 쿠로이 저택에 숨어들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성불을 꿈꾸는 5명의 귀신을 만나게 됩니다. 

쿠로이-저택엔-누가-살고-있을까-뮤지컬-포스터

지박령이라 저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옥희는 해웅이 저택을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자신의 한을 풀어 성불하는 것을 도와주면 저택을 나가게 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해웅은 저택을 나가기 위해 옥희의 제안을 승락하고, 그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게되는데요. 과연 귀신들은 한을 풀고 성불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해웅은 쿠로이 저택을 떠날 수 있을까요?

 

 

 

등장인물 소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는 총6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요. 스토리상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보자면 총 10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해웅과 옥희를 제외하고 4명들이 각각 2명의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데요. 2명의 캐릭터와 완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터라 그것을 어떻게 연기하느냐를 보는 재미도 아주 가득합니다.

 

 

 

1. 옥희(송나영) | 박해웅(정욱진)

옥희는 불탄 쿠로이 저택에 살고 있는 지박령으로 저택을 벗어날 수 없는 귀신입니다. 가장 강한 원귀라 해웅을 노리는 다른 귀신들에게 해웅은 자신의 것이라며 윽박지르는 포악함을 보이긴 하지만, 어릴 적에 죽은 귀신이라 천진난만함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릴 때 자신을 돌보아준 아저씨와의 풍금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행복했던 그 추억을 되살려 성불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옥희를 맡은 송나영 배우는 작은 체구지만 폭발적인 에너지와 엄청난 성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으로 잡아주었는데요. 천진난만하고 충동적인 어린아이의 모습을 정말 찰떡으로 연기해주셔서 보는 내내 정말 즐겁더라구요. 거기다 탄탄한 가창력까지 보여주어 다른 공연에서의 모습도 무척 기대가 되는 배우였습니다. 

쿠로이-저택엔-누가-살고-있을까-뮤지컬-캐스트1

박해웅은 뛰어난 솜씨의 시계공으로, 형인 박해영과 똑딺아 많은 오해를 사고 있습니다. 과거 독립을 위한 활동을 하다 죽은 형으로 인해 경찰에게 쫒기다가, 형이 남긴 시계의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쿠로이 저택까지 이끌려 오게됩니다. 그러다 옥희의 발칙한 강압으로 인하여 성불을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해버리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요. 나약해보이는 듯하면서도 어린 옥희에게 긍정의 힘을 주는 강한 내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해웅을 연기한 정욱진 배우는 역할컷의 모습처럼 유쾌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 아저씨&선관귀신(유성재) | 가네코&아기귀신(한보라)

옥희의 추억의 풍금 아저씨와 가장 나이가 많은 선관귀신을 맡은 유성재 배우님인데요. 아저씨는 부모를 잃은 어린 옥희를 맡게되면서, 풀이 죽은 그녀를 풍금으로 따뜻하게 위로해준 인물이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되죠. 선관귀신은 귀신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귀신으로 나무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것을 보다가 떨어져 어이없게 죽은 귀신인데요. 완벽한 춤을 출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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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을 호텔로 개조하기 위해 파견된 사업가 가네코와 굶어서 죽은 아기귀신은 한보라 배우가 맡았습니다. 성공한 여성사업가의 카리스마적인 연기와 진짜 아기 목소리같이 귀여운 아기귀신이라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을 정말 완벽히 소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가네코가 부르는 넘버들을 들으면서 한보라 배우님의 목소리가 너무 탄탄하고 목소리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요시다&처녀귀신(김지훈) | 노다&장군귀신(황두현)

권세가들에게 빌붙는 악덕 중개업자 요시다와 남자에게 양기를 얻어 성불을 꿈꾸는 처녀귀신역은 김지훈 배우가 맡았는데요. 극을 보고나면 요시다에게 보너스를 줘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종횡무진 정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안경 하나만으로도 요시다와 처녀귀신을 오가는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였는데요. 

 

특히 처녀귀신은 정말 너무 매력적이고 웃겨서 내내 빵빵 터졌는데요. 사실 이미 초반에 남자 배우님이 긴머리로 등장했을 때부터 처녀귀신은 개그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근데 어쩜 안경 하나만 썼는데 비겁하고 찌질한 요시다로 확 바뀌는지 여러 역할을 잘 소화하시는 배우들의 이런 점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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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자금을 쫒는 일본경찰 노다와 전쟁 중 죽은 장군귀신을 맡은 황두현 배우는 유일하게 원캐스팅되었는데요. 장군귀신은 가장 강한 적을 죽이고 성불하는 것을 소망하는 인물이며, 노다는 박해영인줄 알고 방해웅을 끊임없이 추적하는 악독한 인물입니다. 둘 다 진지모드 캐릭터라 초반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않는데, 후반부에 제대로 터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명장면으로 꼽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웃었어요.

 

 

 

비극적인 시대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풀어간 스토리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은 처음에는 신선을 사로잡는 홀로그램과 조명효과와 유쾌한 귀신들의 에피에 이끌려 즐겁게 볼 수 있는데요. 점점 진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단순히 유쾌할수만은 없는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왜냐하면 배경이 역사상 가장 음울하고 비극적이였던 일제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죠. 

쿠로이-저택엔-누가-살고-있을까-뮤지컬-공연-장면1

처음에 제목이 쿠로이 저택이라고 해서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 강해서 외국 배경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쿠로이'는 일본어로 '검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무대도 실제로 어두운 분위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쿠로이 저택인지는 작품을 보다보면 후반부에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일제시대 배경의 작품은 시대적인 비극으로 인해 다소 음울한 분위기를 지닌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은 귀신을 소재로 하면서 다소 유쾌하고 즐겁게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서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유쾌한 부분 덕분에 후반부의 애절하고 슬픈 상황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하고 신박한 연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너무 신파적이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개그코드가 섞인 탄탄한 스토리를 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소극장 무대나 창작뮤지컬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소 정형적이고도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연출, 탄탄하지 못한 스토리를 지닌 작품도 꽤 있어서 최근에는 그다지 재밌는 작품을 보진 못해서 살짝 정체기에 빠져있었거든요. 그런데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덕분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쿠로이-저택엔-누가-살고-있을까-뮤지컬-공연-장면2

탄탄한 스토리 외에도 소극장이라는 다소 협소한 공간적 제야갸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양하고 실험적인 무대장치들이 눈길을 끌더라구요. 물론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배우들의 열연도 몰입에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독특하고 입체감이 느껴지는 무대세트와 홀로그램을 통해 귀신을 신박하게 표현해냈었던 흥미로운 연출요소가 극의 재미를 더욱 높여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2층에 4인조 오케스트라가 있음을 안내해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대극장 외에는 MR로 대체되는 뮤지컬계인데, 소극장에서 오케스트라로 극이 진행되었다는 점이 정말 놀랍고 박수를 쳐주고 싶더라구요. 화려한 영상과 연출 그리고 실제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공연은 오프라인에서 봐야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록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처음 이 작품과 만나게 되었지만, 다음 번에는 꼭 직접 현장에서 생생한 무대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연출을 제대로 느끼려면 오프라인으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여러모로 정성과 공이 들어간 작품이였는데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온라인으로 최대화질로 받음에도 여러 효과 장치들 때문인지 화질이 많이 깨져서 아쉽더라구요. 그리고 워낙 영상을 많이 사용한 입체적인 무대라 그런지 이 작품은 진짜 현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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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번 네이버후원으로 입소문을 타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은 음악과 스토리, 연출 모두 너무 좋았던 작품이였는데요.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극장 공연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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