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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뮤지컬 <쓰릴미> 온라인 공연을 놓치고, 정말 오랜만에 뮤지컬 중계를 관람했는데요. 바로 <아가사>라는 작품입니다.

 

 

일찍이 중계 소식을 알고 있었던터라 얼른 보고싶었는데, 생각보다 정식 중계 공지는 굉장히 늦게 올라와서 오매불망 한참을 기다렸네요. 그래도 드디어 보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기다림이 무색할만큼 재밌게 끝까지 몰입해서 봤습니다.

 

 

뮤지컬 아가사 소개

뮤지컬 <아가사>는 영국 대표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을 다룬 작품인데요. 실제로 그녀가 실종되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11일간의 미스터리한 스녀의 실종 사건을 당시 보도한 기록들에 상상력을 더해 풍부한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고 합니다.

 

아가사-포스터

아가사

제작 : 나이스토리(2021)
연출 : 김태형(2013), 김지호(2015 - 2021)
작사 : 한지안
작곡 : 허수현
러닝타임 : 135분(인터미션 10분)
2013년 초연

 

 

 

2013년 동국대에서 초연되고, 이후 2015년 대극장에서 큰 규모로 발전하여 재공연된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고 하는데요. 6년만에 돌아온 2021년에 공연을 녹화한 버전이 후원라이브로 진행되었습니다. 

 

아가사-포스터2

 

러닝타임은 135분으로 2시간 넘는 시간이라 조금 길다고 느껴졌는데요. 아무래도 추리를 기반으로 펼쳐나가는 극이다 보니 좀 더 스토리적으로 길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줄거리

1953년 그린웨이 저택에서 평온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추리 소설계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는 오래 전 그녀를 따르던 꼬마 조수 레이몬드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편지받는-레이몬드

 

 

그는 당시 사건의 기억 일부를 잊어버린 채 소설을 쓰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있었죠. 아가사는 그에게 소설을 쓰는 법을 알려주면서 당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27년-전-꼬마-레이몬드와-아가사-저택-사람들

 

27년 전 1926년 겨울, 성공의 가도를 달리던 소설가 아가스티는 갑자기 실종이 되어버리고, 사람들은 의문과 혼란에 휩싸입니다.

 

그녀의 실종에 갖가지 소문들이 쌓여가고 있을 때, 그녀의 조수로 일하던 꼬마 레이먼드는 본인만의 추리를 통해 결정적인 심증을 경찰에게 말하는데요. 그리고 인해 그녀와 관련된 5명의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됩니다.

 

 

 

11일간의 실종 후 다시 돌아온 그녀. 과연 아가사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과 어떤 사연이 담겨있었던 것일까요?

 

 

캐스트 & 배우 소개

이번 후원라이브는 총 2회차 다른 캐스트 버전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저는 2회차 실황 녹화 중계 버전을 관람했어요. 1회차 캐스트랑 살짝 고민이 되었는데요.

 

 

김재범 배우는 너무 유명했던터라 이미 그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주연인 이정화 배우와 김리현 배우가 궁금해서 픽했습니다. 그럼 제가 본 캐스트 배우들과 캐릭터들을 간단하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가사 크리스티(이정화)

아가사 크리스티는 당대 최고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인데요. 최근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발간 후 혹평에 시달려 차기작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의문의 실종이 되어버립니다.

 

이정화

 

 

실종 11일 만에 기억을 잃은 채 다시 세상에 등장합니다. 이후 27년 뒤 자신의 60번째 장편소설 출간을 기념하는 파티를 열고, 그곳에서 오래 전 꼬마 조수 레이몬드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이정화 배우는 뮤지컬 <박열>에서 후미코 역으로 보고 싶었으나 일정 땜시 다른 캐스트를 보는 바람에 못 봐서 아쉬웠었는데요. 이번 작품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아가사의 단아하고 깔끔하게 올린 헤어스타일이 참 잘 어울리시더라구요.

 

호소력 짙은 연기력과 시원스러운 성량이 돋보였는데요. 이번 작품 보면서 완전 팬되어 버렸습니다. 필모를 보니 과거 오페라를 포함해 쟁쟁한 대극장 뮤지컬 공연을 소화하셨더라구요. 어쩐지 성량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다음 번에는 실제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2. 로이(김재범)

로이는 아가사가 실종되고 당시 그녀를 구해 11일간 함께 있었던 미스테리한 인물인데요. 과거 아가사가 1차 세계대전 중 병원에서 약사로 일할 때 만난 인연이 있다고 말합니다. 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공감대로 아가사를 유혹에 빠뜨리며 점차 파멸로 이끄는 의문의 존재죠.

 

김재범

 

 

 

사실 온라인 버전으로는 본 적이 없지만, 워낙 방송활동을 은근 꾸준히 하셔서 익숙한 배우인데요. 사실 오래 전 실제 무대에서 봤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김재범 배우에요. 방송에서는 역할에 따라 자꾸 간신톤이 너무 기억에 남는데, 사실 뮤지컬로만 오면 완전 남주급에 엄청난 연기력 폭발을 자랑하는 것 같아요.

 

진짜 오랜 내공이 두둑히 쌓인 연기력 돋보였어요. 갓재범에 완전 치여버렸습니다. 그나저나 이정화 배우랑 여러 작품에서 많이 호흡을 맞춰보셨나 두분의 케미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에서 괜시리 웃음이 납니다.

 

 

3. 레이몬드 애쉬튼(김리현)

레이몬드는 아가사를 존경하며 같은 작가가 되길 꿈꾸는 소년인데요. 그녀의 조수를 자처하며 졸졸졸 따라다님. 어리지만 영리하고 추리력이 뛰어나 아가사 실종 사건에 진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김리현

 

 

이후 27년 뒤 작가가 되었지만, 현재 표절시비와 더불어 과거 사건에 대한 악몽에 시달립니다. 과거 아가사와 찍은 사진 속에 자신이 있는 것을 보고 잊어버린 그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아가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몇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보지 못해서 더 궁금했던 김리현 배우인데요. 목소리가 제 취향인데다가 연기력도 좋아서 몰입이 잘 되었어요. 동글동글 동안상이라 어린 소년 역할도 너무 찰떡으로 잘 어울렸는데요.

 

괜시리 땡베리에서 버나드 역하면 잘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중에 버나드로 꼭 돌아오시길 기다려봅니다. 성인 버전은 굉장히 짧았어서 나중에 굉장히 진중한 역할을 하셔도 왠지 겁나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4. 아치볼드 크리스티(정평) | 에릭 헤리츠(박상준)

아치볼드는 공군 대위인 아가사의 남편인데요. 그녀와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으며, 작품에 대한 편집증으로 예민해지는 아가사와 점차 소원해지고, 결국 비서인 낸시와 바람을 피웁니다.

 

정평-박상준

 

 

에릭 경감은 아가사 실종 사건의 수사를 맡았는데요. 그녀의 조수이자 영리한 탐정 역할을 하는 소년 레이몬드의 도움으로 수사를 착착 등장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점차 의문스러운 점들을 발견합니다.

 

 

5. 폴 뉴트란(안두호) | 뉴먼 존슨(김지훈)

신문 기사인 폴은 아가사의 주변을 늘상 맴돌며 그녀의 사생활을 캐내고 혹평을 쏟아내며 히트만 노리는 간신배같은 인물입니다. 뉴먼은 아가사의 책을 출판하는 편집장으로 평상시에도 원고에 대한 압박감을 주며 스트레스를 선사했던 인물로 최근 그녀의 신간이 혹평에 시달리자 더욱 압박하며 그녀를 몰아칩니다.

 

안두호-김지훈

 

 

원래 초연에는 폴과 뉴먼 캐릭터는 1인 2역으로 한 명의 배우가 소화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두 인물이 약간 성격적으로 비슷한 느낌이 들어 처음에 헷갈리긴 했지만, 엄연히 동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배우로 구분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배우가 1인 2역으로 하면 오히려 더 헷갈릴 것 같아요.

 

재밌게 본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 익살스러운 연기를 맛깔라게 보여준 김지훈 배우 참 반가웠네요. 코미디에서 진지한 배역까지 배우님의 탄탄한 연기력이 잘 느껴졌습니다. 안두호 배우는 처음 봤는데, 외모부터 까랑한 목소리까지 폴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6. 베스(이아현) | 낸시 닐(정다예)

베스는 아가사를 오랫동안 보필한 나이든 하녀인데요. 아가사에겐 어머니처럼 의지되는 인물이였으나, 왜 인지 그녀가 실종될 당시 떠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납니다. 낸시는 아치볼드의 비서이자 내연녀입니다.

 

이아현-정다예

 

 

초연에는 베스와 낸시 또한 1인 2역으로 소화했다고 하는데요. 초연때는 진짜 배우가 적어서 소박하게 느껴져서 과연 이러한 미스테리한 느낌이 잘 살리려면 연출이 정말 중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혼선을 주지 않으려면 배우의 연기력도 말이죠.

 

배우로 익히 알려진 이아현님은 성악과 출신이라 뮤지컬 경력이 없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뮤지컬톤이 안 맞는건지 굉장히 듣기가 힘들정도로 극에 몰입을 방해하는 보컬이였어요. 

 

배우마다 실력편차나 호불호에 대한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이건 그것을 넘어설 만큼 뭔가 뮤지컬이라는 기초적인 부분이 결여된 느낌. 전문가가 아니라 평하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듣기 힘들어서 조금 아쉬운 베스였습니다.

 

 

작가 아가사의 실화 스토리

뮤지컬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궁금함에 실제 사건을 찾아보았는데요. 당시 아가사는 남편의 외도를 알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가출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녀의 차가 호수 근처 풀밭에 놓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죠. 

 

편지-읽는-꼬마-레이몬드

 

 

이 때 영국의 유명 탐정이자 소설가인 코난 도일이 그녀의 차가 기차역 근처에 있었으나 기차역 근처 호텔에 있을 것이라 추리했는데요. 실제로 그의 말대로 기차역 근처 호텔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견 당시 의문스러운 점은 그녀가 자기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기억살실증 증세를 보였다는 점인데요. 더군다나 숙박부 명부에는 남편의 내연녀 이름으로 등록을 해놨다고 합니다.

 

기억을 잃고 내연녀 이름을 적어놓을 만큼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받는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는데요. 이러한 실제 개인사가 방영된 소설이 바로 <나일 살인사건>이라고 하네요. 

 

 

다소 난해한 연출 그러나 몰입도 높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스포O)

로이는 처음부터 의문스러웠고 어쩐지 가상이나 내면속 인물일꺼라 생각했었는데요. 중반부 들어서면서 실제가 들어나는 것을 보니 맞았더라구요. 로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본인의 여러 자아를 표현했던 <스모크>가 떠오르기도 했고, 착한 인물이지만 책이 의인화되었던 <호프>도 생각이 났습니다.

 

로이와-꼬마-레이몬드

 

 

사실 초반에 친절하게 굴때도 어딘지 모르는 섬뜩함이 느껴졌는데, 후반부에는 아주 싸이코패스다운 광기를 선보여줍니다. 이 부분에서 김재범 배우의 빛나는 연기력이 아주 돋보였어요. 진짜 오싹오싹. 그런데 왜인지 너무 매력적인 순수 악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밉다기 보다는 더욱 끌리는 듯한 느낌이였어요.

 

아가사와-로이-그리고-주변-인물들

 

사실 초반에는 너무 미스테리를 강조하려다 보니 너무 난해하게 연출을 해가지고 이해가 잘 안 갔어요. 아무래도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한 지식이 전무후무했기 때문에 더욱 극의 몰입하기가 어려웠는데요.

 

뮤지컬 보기 전에 아가사 실종사건의 배경지식을 조금 더 알고 가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초반에 조금 쉽게 설명해주는 연출이 없다보니 더욱 혼란스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워낙 스토리적 몰입력이 상당해서 서서히 극강몰입에 들어갔지만 말이죠.

 

 

초연과 완전 달라진 이번 공연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이 워낙 훌륭한 것이 더 한 몫한 것 같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라 재미없으면 진짜 지치고 괴롭거든요. 취저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알고 보니 초연때와 재연때 스토리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할 만큼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둘 다 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번 시즌 공연도 달라졌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작품에 따라 초연이 더 좋다는 경우도 있고, 재현이 더 좋다는 경우도 있어서 <아가사>의 경우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어요. 완전 다른 작품 수준의 내용이라고 하니 초연작도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난해한 스토리와 다소 루즈한 전개

다만 뮤지컬 <아가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스테리와 추리가 기본적인 컨셉이니 만큼 신비로운 연출은 좋았지만 일정 부분 개연성이 미흡하거나 난해한 부분이 몰입을 방해했다는 점인데요. 조금 더 극적인 연출을 통해 스피디하게 러닝타임을 줄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도 배우들간의 케미도 좋고, 주연배우들의 보컬톤이나 연기가 완전 취저여서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확 꽃히는 넘버는 없었지만, 대체적으로 넘버들이 다 무난하게 듣기가 좋았습니다.

 

뮤지컬 <아가사>는 삼연이 6년만에 오른 작품이라 빠른 시일 내에 새 시즌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인데요. 혹시 다시 오게 되면 이 작품 또 언제 볼지 모르니 놓치지 마시고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온라인 중계로도 완전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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