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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네이버 후원라이브 관람 후기
최근 네이버 후원라이브로 보고싶었던 좋은 공연들을 많이 보게되다보니, 이번에는 어떤 작품들이 올라올까 기대하면서 매번 올라오는 공연일정들을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소소티켓도 다시 시행되었는데요. 소소티켓 할인권이 네이버 후원라이브가 적용되어 덕분에 저렴하게 라이브실황을 볼수 있었어요. 기본 LIVE 관람권 15,000원에서 8천원 할인받아 7천원에 관람을 했습니다.
5월 23일(일) 오후 8시, 24일(월) 오후 8시로 총 2번 후원라이브공연을 진행했는데요. 아쉽게도 두 공연 모두 동일 캐스트라서 가장 보기 편한날에 봤어요.
뮤지컬 <스모크>
가슴 속 꿈과 열정이 타버린 그 자리에 피어난 연기
시놉시스
"바다는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아요? 강은 추우면 얼어버리는데... 한없이 넓고 깊으니까... 끝없는 생명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절대로 얼거나 멈추지 않죠."
바다를 향한 꾸을 가진 해는 나쁜 짓인줄 알면서도 초를 도와 홍을 납치합니다. 그녀를 묶어둔 채 해에게 감시를 맡기고 초는 몸값을 얻어내기 위한 전보를 치러 나가게 되고, 그때 깨어난 여자는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마음이 약해진 해는 홍을 풀어주고, 해가 나쁜 사람이 아님을 알아본 홍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둘은 점차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돌아온 초로 인해 그동안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갇힌 공간 속 두 남자와 한 여자. 과연 그들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천재 시인 이상을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
뮤지컬 <스모크>는 천재시인으로 불리는 '이상'의 대표시인 '오감도' 제 15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인 이상은 국내 모더니즘 문학의 시초로 불리며 당시 가장 문제작으로 불리면서도 감각적이라 평받는 오감도와 더불어 난해하고 파괴적인 구조로 독특한 시들을 쓴 작가입니다.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까
- 오감도 시 제 15호 中
총 런닝타임은 인터미션없이 110분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독특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감각적으로 연출한 월메이드 창작 뮤지컬인데요. 2017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2018년 재연 이후 2년만에 무대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개막이 연기되기도 했으며, 뒤늦게 2020년 말에 막을 올렸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는 바람에 2주간의 짧은 공연으로 조기종영된 비운의 작품이였는데요.
그러한 아쉬움을 대시하여 네이버 후원라이브에서 라이브 공연실황을 볼 수 있게되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돋보인 무대장치
다소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초와 밝은 아이같은 해 그리고 그런 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미스테리한 인물 홍. 이렇게 3명의 인물이 전부인 극이지만, 워낙 뚜렷한 인물들의 성격과 배우들의 심도있는 열연으로 공연의 깊은 밀도가 느껴졌는데요.
시를 쓰며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는 초역에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계속 초를 맡았던 김경수 배우님이 캐스트되었습니다. 김경수 배우님의 작품은 처음보았는데, 굉장히 카리스마있고 진중한 느낌으로 초를 연기하셔서 해와 대비되어 더 강렬하더라구요.
바다를 보고싶어하며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하나 해는 강찬배우가 맡았는데요. 이미지가 굉장히 선해보여서 그런지 정말 아이같이 순수한 모습이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거기에 이후에 변화되는 모습까지 극적으로 잘 보여주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미스테리한 여인 홍은 장은아 배우가 맡았는데요. 원래 홍 역할은 원피스를 입은 의상 때문에 여성성이 강조된 듯한 모습이였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성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기 위해 바지의상으로 교체되었다고 합니다.
초반에는 납치되어 홍이 너무 쉽게 경계심을 풀고, 해에게 과도하게 관심을 비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극을 볼 수록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죠. 어찌보면 3명의 인물 중 가장 희망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른 캐스트 버전을 보지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온라인실황 캐스트 버전의 조합은 좋았고, 함께 부르는 넘버도 잘 어우러져 듣기 좋아서 덕분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작품의 무게는 가볍지는 않습니다. 시대가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하고 있기도 하고, 그로인해 자신의 천재성을 꽃피우지 못한 비운의 시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무겁고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해보다 지루할라치면 몰입되어버려 순식간에 끝까지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였어요. 왜 다들 극찬했는지 납득이 가더라구요.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울 연출은 정말이지 기가막히다고 할 정도로 적절하다못해 극 전개상 굉장한 희열감을 주는 장면이였는데요. 더불어 마지막에 몰아치는 연출을 이 극과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감동적이고 매력적이였습니다.
무대가 움직이거나 변화하지 않고, 고정된 세트장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이디어로 인해 전혀 심플하다고 느끼지 않을만큼 풍성한 연출이 이루어져, 마지막까지 몇몇 장면은 인상깊게 기억에 남아버렸어요.
개인적으로 무겁지만 강렬하고 임팩트있는 극을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귀에 확 꽂히는 넘버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바로 넘버죠. 뮤지컬은 장르상 노래가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넘버가 좋지 않으면 아무래도 푹 빠져들지 않게되더라구요.
그런데 이 작품은 시놉과 연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넘버가 정말 한 곡도 남김없이 너무 좋더라구요. 특히 마지막에 불리우는 <스모크> 대표곡인 '날개'라는 넘버는 도입투터 귀에 확 매력적으로 꽂히면서 점점 풍성한 화음과 절정으로 치닫는 감정선이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싶어지더라구요.
이 넘버를 부른 다른 캐스트 배우들 버전도 다 들어봤는데요. 아무래도 배우들의 분위기에 따라 곡의 느낌도 바뀌더라구요.
특히 도입부분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장은아 배우의 따뜻하면서도 깊은 목소리로 불러진 버전이 정말 좋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좋아서 음원으로 듣고싶더라구요.. 제발 음원 좀 내주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위트와 패러독스와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에 의하여
차라리 경편하고 고매하리라
거울 안에 거울 안에 거울이 있어
이제 내가 넌지 네가 난지
네가 또 나인지
머리가 뱅뱅 알 수가 없지
우리 가슴 열정이 불타올라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그저 예술가
미완의 박제로 천재를 꿈꿨네
세상이란 시간에 갇혀 살던 나
내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
연기 되어 피어나도 이제 울지 않아
차라리 유쾌하게 웃는 거야
유쾌하게 웃자
올해 코로나로 인해 힘든 사람들을 위해 2020년 캐스트 멤버 전원이 함께 부른 날개 영상도 발견했는데요. 각 자신이 맡은 역할에 맞춰 순서대로 부르는데, 정말 감동적이고 찡했습니다. 어쩜 이 시국에 이렇게까지 노래가 잘 어울리는지 덕분에 힘이 조금 나더라구요. 가끔 힘들때마다 들어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후원라이브나 CGV같은 온라인&언택트 관람의 경우 작품의 현장감을 생생히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은 뒤따르지만, 치열한 티켓팅없이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연기를 볼 수 있는 점과 저렴하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점은 정말 온라인 공연만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더불어 좋은 공연들을 많이 보게되면서 자신의 극 취향을 알게되고, 오히려 직관람을 하고싶은 마음까지 생겨버리더라구요.
지난번 <호프>라는 작품도 그랬고, 이번에 본 <스모크>도 막상 온라인으로 보고나니, 현장에서는 어떨까 궁금해져서 직접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다음번에는 코로나 걱정없이 예정된 일정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네이버 후원라이브 관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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