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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고싶었던 <팬레터> 중계가 네이버에 올라왔습니다. 워낙 유명하고 사랑받는 극이라 보고싶기도 했지만, 우연히 팬레터 넘버 하나를 듣고 굉장히 찡한 서사에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거든요. 드디어 보게 되어 감격스럽네요.
뮤지컬 팬레터 소개
뮤지컬 <팬레터>는 2015년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 사업의 최우수 선정작으로 뽑힌 국내 창작 뮤지컬인데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당시 유명했던 소설가 이상, 김유정, 김기림 등이 함께한 경성 문인 모임인 '구인회'를 모티브로 하여 당시 문인들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 작품입니다.
팬레터
제작 : 라이브
작사 : 한재은
작곡 : 박현숙
러닝타임 : 160분
2016년 초연
이번 온라인 실황 중계는 사연이였던 2022년 2월 12일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 촬영본이라고 하는데요. 온라인 가겨은 25,000원으로 문성일(원우준), 이규형, 소정화, 김지철, 윤석현, 장민수, 김보현 캐스트 버전입니다. 과거 2016년 초연 당시에는 한국 뮤지컬 최초로 전막을 온라인 중계를 진행했었다고 하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를 깨고 중계 이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뮤지컬 전막 중계 붐을 일으키며 월메이드 창작 뮤지컬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
1930년대 경성. 세훈은 카페에서 쉬던 중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히카루라는 죽은 여류작가의 소설이 출간된다는 사실. 게다가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의 진짜 정체까지 밝혀진다고. 세훈은 구치소에 갇혀있는 문인들의 모임 '칠인회' 멤버이자 소설가인 이윤을 찾아가 그 출간을 중지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윤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히카루의 애인이었던 소설가 김해진이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까지 품에서 꺼내 자랑하죠. 결국 세훈은 자신이 그 편지를 꼭 봐야 한다고 말하며, 히카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1. 김해진 (이규형)
김해진은 29세 당대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소설가인데요. 폐결핵을 앍고 있으며, 내향적이고 순수하고 사랑과 작품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성적인 성격입니다. 우연히 히카루의 편지를 받게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됩니다. 김해진은 소설가 김유정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김해진을 맡은 이규형 배우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해롱이에 확 반해버려 그때부터 팬이 되어버렸는데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까메오로 잠깐 등장해서 무척 반갑더라구요. 뮤지컬 <팬레터> 김해진 역으로 이규형 배우님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 번 보고싶었는데, 이렇게 마침 온라인 중계 캐스트 버전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굉장히 강렬한 역할들의 모습만 보다가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해진의 모습으로 보니 처음에는 살짝 낯설긴 했는데, 워낙 연기를 잘 하셔서 금세 몰입되더라구요. 무엇보다 뮤지컬배우니까 당연하겠지만, 생각보다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놀랐어요.
2. 히카루 (소정화)
히카루는 19세의 여류 작가로 김해진과 서신을 주고받은 신원미상의 단발 미소녀인데요. 김해진과 똑같이 폐결핵을 앓고 있으며, 자신감이 넘치고 문학에 대한 욕심뿐만 아니라 실력도 뛰어난 인물로, 김해진의 뮤즈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끝까지 김해진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의문의 여인입니다.
뮤지컬 땡베리에서 젊은 시절의 엠마 역으로 봤었던 소정화 배우. 특유의 허스키한 발성이 굉장히 매력적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뮤지컬 <팬레터>에서 넘버를 부를 때는 파워풀한 성량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 정말 너무 멋지시더라구요.
3. 정세훈(문성일)
세훈은 18세의 문학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 작가 지망생인데요.. 감수성이 풍부하고 문학에 대한 식견이 높지만, 자존감이 낮으며, 자신의 글에 자신없어 합니다. 그는 김해진의 열성한 팬으로 우연히 칠인회의 조수로 들어가게 되죠.
이번 공연에서 처음 보지만 익히 얼굴을 알고 있었던 문성일 배우가 세훈역으로 나왔는데요. 찾아보니 최근에 이름을 원우준으로 개명하셨더라구요. 아마도 <팬레터>에 캐스팅 된 이후에 변경된 거라 공연시에는 원래 이름 그대로 사용하신 듯 해요.
내용을 보지 않아도 왠지 소년미 느낌이 강할 것 같은 이미지의 세훈이라 다른 캐스팅된 배우님들이 더욱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보고싶은 캐스트 버전도 있었고 말이죠. 하지만 막상 보니까 문성일 배우도 세훈역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생각보다 맑고 고운 미성의 느낌이 강해서 톤도 잘 어울렸고, 안정적으로 부르셔서 엄청 몰입하면서 봤네요. 덕분에 완전 팬이 되버렸습니다.
4. 이윤(김지철) | 이태준(윤석현)
이윤은 27세 시인이자 소설가로 김해진의 전칠이며 똑같이 폐결핵을 앓고 있는데요. 현실주의자로 매사 부정적인 마인드지만, 정많고 장난기도 많아 칠인회의 톡톡한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그는 소설가 이상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에서 인간적인 악역 배질 역으로 처음 봤던 김지철 배우님이 유명한 시인인 이상을 모티브로 한 인물인 이윤을 연기했습니다. 탄탄한 보컬과 귀에 또랑또랑 박히는 듯한 어투가 참 매력적이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역할이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태준은 29세 칠인회 학예부장이자 문인으로 가장 연장자로 멤버들과 조수 세훈을 모두 쌀뜰히 챙기는 따뜻한 인물로 소설가 이태준이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윤석현 배우님은 처음 뵜지만, 칠인회의 멤버들 중 하나로 탄탄하고 안정적인 앙상블이 인상적이였어요.
5. 김수남(장민수) | 김환태(김보현)
김수남은 26세 칠인회 멤버인자 시인인데요. 시인 김기림이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김환태는 29세 평론가로 김해진과 함께 들어온 새 멤버로 비평가 김환태가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장민수, 기보현 배우님도 이번 작품에서 초면이였는데요. 특히 김보현 배우님의 톤이 굉장히 특이하고 매력적이 느낌이 들더라구요.
섬세하고 아름다웠던 대사와 연출(스포O)
작년부터 열심히 여러 작품들을 보다보니 국내에 생각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시대가 시대인지 대부분 비극적인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게 아쉬울 뿐이에요. 픽션이긴 하지만 역사적 모티브가 된 배경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더욱 와닿고, 스토리에 확 매료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윤동주 시인처럼 비극적인 시대에 순수한 열정으로 우리의 말과 문학을 지켜나가는 칠인회 사람들의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웠고 괜시리 그 따뜻함이 지속되길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리고 시대상이 담긴 듯한 대사들은 마치 시같아서 넘버도 굉장히 아름답고 찡한 느낌이 들었어요.
세훈과 해진 그리고 히카루의 묘한 관계성
원래 이전 공연까지는 세훈 역에 대한 친일관련 내용이 많아서 조금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이번 공연에서는 그러한 내용이 많이 수정되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오히려 해진과 세훈의 관계성에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었는데요. 세훈이 해진을 향한 동경과 세훈의 분신격인 히카루를 사랑한 해진의 스토리를 자못 브로맨스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대한 성장이 주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마지막 대사에서 보면 해진은 어렴풋이 히카루가 왠지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가 아닐 것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외롭고 힘겨운 상황 속에 점차 그러한 의심을 거두고 더욱 맹렬히 그녀를 쫒은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세훈 또한 낮은 자존감으로 히카루라는 또 다른 인격체를 도피처로 삼으면서, 세훈에 대한 동경을 좋지 못한 방향으로 표현하기에 이릅니다.
그를 지켜주겠다는 명목하에 계속 보낸 히카루의 편지에 대한 진실이 결국 해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른채 말이죠. 죄책감에 못 이겨 결국 실토한 세훈 앞에 해진은 왜 말해버렸냐며 분노를 터뜨리고 마는데, 정말 안타까웠어요. 이미 극의 초반부터 히카루가 세훈인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더욱 이러한 비극의 결말로 갈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보는 내내 참 불안스런 마음이였거든요.
가볍게 시작한 팬레터가 불러온 안타까운 비극
하지만 해진은 결국 마지막 편지를 그에게 쓰면서 용서를 하게 됩니다. 글고 세훈은 칠인회에 들어가게 되면서 끝이 나는데요. 사실 어찌보면 세훈이 가볍게 쓴 팬레터가 결국 나비효과처럼 큰 잘못과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훈이 너무 쉽게 용서를 받고 별다른 잘못에 대한 처벌없이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에 대한 고찰이 좀 더 심도 있게 들어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들었지만, 그래도 다소 어리고 철없었던 작가 지망생 세훈은 이 사건으로 좀 더 성장하리라 생각이 들고, 그것은 결국 용서로 마무리 지은 해진의 선택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을 속이긴 했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였고,(잘못된 방식이였지만) 그로 인해 엄청난 죄책감에 빠졌을 어린 후배를 지켜준 해진과 더불어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어른스럽게 행동한 이윤의 행동이 더욱 빛났던 작품이였습니다.
긴 러닝타임도 이겨낼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
뮤지컬 <팬레터>는 무려 145분의 긴 러닝타임이라 살짝 지칠뻔했는데요. 워낙 보고싶었던 작품이였고, 스토리도 매력적이고 넘버도 좋아서 비교적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가요.
더불어 화려하진 않지만 섬세한 창호지 창문을 활용한 연출이 그 시대적 감성을 제대로 느끼기 좋았고, 넘버에서 느껴지는 다양하고도 맛깔라는 사운드 덕분에 굉장히 눈과 귀가 즐거웠던 순간이였어요. 실제로 봤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막상 보고나니 이 작품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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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것은 이 작품이 국내뿐만 아니라 2018년도에는 최초로 대만에 원어로 공연되었고, 올해 1월에는 중국 라이선스로 공연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한데 볼 길이 없네요. 기대만큼 재밌게 본 극이라 다음 번에는 또 다른 캐스트 버전으로 이번엔 현장에서 직접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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