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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뮤지컬 권태기인지 영 본게 없는 한 해인 것 같아요. 보고 싶었던 뮤지컬은 티켓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고, 연말에 가장 큰 기대작이였던 <물랑루즈>은 엄청난 가격에 오픈되고. VIP가 18만원이 왠 말인가. 뭔가 내돈주고 이리 힘겹게 봐야 싶기도 하고, 맘대로 가격 올리고 색칠하는 기획사의 호구가 되는 듯해서 슬슬 마음이 떠나게 되더라구요. 그러던 중 온라인 공연에 모처럼 보고싶었던 공연이 올라와서 보게 되었어요. 바로 <메리셸리>라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메리셸리 소개
이번 뮤지컬 <메리셸리>의 중계는 2021년에 올랐던 공연 녹화중계인데요. 이전에도 한 번 온라인 중계를 한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가격은 조금 더 비싸서 안 봤는데, 이번에는 조금 저렴하게 올라왔길래 얼른 구매했습니다.
메리셸리
제작 : 뷰티풀웨이
연출 : 오루피나
작사 : 박해림
작곡 : 이성준
러닝타임 : 100분
2021년 초연
뮤지컬 <메리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인데요. 2021년 초연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작곡은 놀랍게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맡았던 이성준 작곡가가 작곡했다고 하더라구요. 이 연결점 무엇.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굉장히 격정적이고 극적인 시너지가 나는 곡들이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시놉시스
가난한 집안 환경 속에서 문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메리는 늘 지식에 대한 갈증을 끊임없이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제자이자 낭만파의 시인 퍼시 셸리와 만나게 되는데요. 퍼시와 만남을 통해 지적 갈증을 채워지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하지만 그는 유부남. 그럼에도 메리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퍼시와 사랑의 도피를 떠나버립니다. 함께 가길 원했던 여동생 클레어와 함께 말이죠.
불륜으로 인한 주위의 손가락질과 되풀이되는 가난과 돌아갈 곳이 없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던 메리는 결국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되어 떠나보내는 시련을 겪고 큰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퍼시와 메리, 클레어는 유명 시인 바이런의 별장에 초대됩니다. 비가 하염없이 내리던 어느 날, 무료함에 지친 바이런은 메리와 퍼시, 클레어 그리고 자신의 주치의인 폴리도리와 함께 공포소설을 집필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메리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을 세상에 꺼내기로 하죠.
등장인물 & 캐스트 (스포O)
뮤지컬 <메리셸리>에서는 총 5명의 주요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메리를 포함해 별장에 모인 인물들을 한명씩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캐릭터 비하인드까지 추가적으로 담아보겠습니다.
1. 메리 셸리 (최연우)
메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저자인데요. 세계 최초의 SF소설가이며 그녀의 어머니는 최초의 페미니스트이자 <여성의 권리 옹호>라는 책의 저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라고 합니다. 당시 시대적으로 여성이 책을 출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익명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고, 추후 개정판을 내면서 자신이 쓴 소설임을 밝혔다고 합니다.
극 중에서 메리는 초반부터 굉장히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데요. 물론 잘못한 것인지만 불륜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집안에서도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였고, 계속적인 떠돌이 생활과 가난으로 지쳐갈 무렵 아이까지 잃게 되면서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부터 약간 정신적으로 약해지면서 괴물을 보게 되고 두려워하여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그리고 남편과 여동생의 관계를 의심하며 편집증 증세를 드러내게 되죠. 하지만 두려워하던 괴물은 사실을 알고 보니 자신이였음을 깨닫게 되고, 자신 안에 있는 괴물을 글로서 세상에 꺼내보이기면서 스스로와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호소력 짙은 안정적 보컬의 연우메리
이전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보고 완전 듣보좌로 인정하게 된 최연우 배우님의 열연과 목소리가 아주 돋보이는 뮤지컬이였어요. 초반에는 살짝 메리의 존재감이 다소 낮은 것이 아닌가 싶었고, 메리의 두려움과 불안이 완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스스로를 깨달아 가고 우뚝 서는 모습에서 확 몰입하게 되고 서사적인 감동이 좀 몰려오더라구요.
무엇보다 또랑또랑하면서도 맑고 높은 보이스로 굉장히 안정적으로 부르셔서 보는 내내 소름이 살짝씩 끼쳤네요. 그리고 단순히 잘부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호소력이 굉장히 절절하게 묻어나서 몰입감을 더해준 것 같아요. 앞으로는 최연우 배우 케스트는 무조건 믿고 볼 듯 하네요.
2. 폴리도리 (박규원)
바이런의 주치의인 폴리도리는 극 중에서 바이런의 천재적인 글에 반해서 그의 옆에 머물게 되는데요. 하지만 점차 마약으로 인해 미쳐가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떠나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그 이유는 그의 글을 계속 훔치기 위해서죠. 하지만 결국 훔친 상황을 바이런에게 들키게 되고, 바이런은 흔쾌히 자신의 글을 가져다 쓰되 결말을 멋지게 지어보라며 비아냥댑니다.
그리고 결국 결말을 지어 쓴 책을 바이런에게 주고 그를 떠나게 되죠. 그 책의 이름은 무려 <뱀파이어>. 너무 유명한 소설 제목이라 뮤지컬을 보면서 어디까지 사실이고 픽션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의외로 주치의였던 것도, 바이런의 글을 이용해서 <뱀파이어>라는 책을 낸 것도(바이런을 깎아내리기 위해 쓴 것이지만), 그리고 초반에는 바이런의 책으로 오인된 것도 모두 사실이더라구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뱀파이어>는 인기를 끌었지만, 자신의 진짜 작품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결국 우울증으로 이른 나이에 자살을 하게 됩니다.
독보적인 음색의 규원폴리
뮤지컬 <베니싱>에서 독특한 보이스와 폭발적인 엔딩 열연으로 인상깊었던 박규원 배우님의 작품을 두번째로 보게 되었네요. 허스키하면서도 얇은 독특한 목소리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자꾸 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더라구요. 뭔가 조근조근하면서도 확 폭발력이 느껴지는 부분이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살짝 폴리역과 안 어울리나 싶었는데요. 진가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제대로 들어나더라구요. 역시나 엔딩 장인. 극중에서는 뭔가 메리와 동일시되거나 뭔가 썸씽이 있는 듯한 묘한 연결점이 느껴졌는데, 실제 역사에서는 그렇게까지 친밀한 사이는 아닌 것 같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폴리의 역할성이 다소 낮은 편인데, 중간에 소설 속 인물인 프랑켄슈타인으로 연기하는 연출이 좋았던 것 같아요.
3. 퍼시 셸리 (조환지)
퍼시는 참 뭐랄까 나쁜 남자이긴 한데 또 까긴 뭐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메리와 바람을 폈으니 자신의 아내에게는 당연히 나쁜 남편이고, 메리의 글을 묘하게 자기 것으로 바꿔 명성을 얻는데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로 비춰지기도 해서 별로더라구요. 하지만 나중에서야 그는 밝힙니다. 그녀의 재능이 눈이 부셔 처음에는 동경했고, 같이 있다보니 질투와 시기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이죠. 어찌보면 그는 바이런을 떠나지 못했던 폴리와 같은 위치의 인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 중에서는 퍼시와 메리의 사이가 굉장히 어긋나고 나중에는 뭔가 애정없이 결혼을 해버리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실제로는 두 사람은 금슬은 매우 좋았다고 해요. 슬하에 자녀가 4명씩이나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극중에서처럼 3명의 아이가 일찍 죽었고, 그 또한 요절해버려 가정 생활을 그리 길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극중에서 전부인 헤리엇이 퍼시로 인한 자살로 나오는데, 사실은 그녀 또한 바람을 피웠고 사생아를 임신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합니다
조환지 배우는 뮤지컬 땡베스에서 굉장히 멋진 목소리라 인상깊었던 배우인데요. 특유의 다정하고 애정어린 연기가 참 잘 어울리더라구요. 만인의 남편감상인가. 보컬과 연기력이 굉장히 안정적이다 보니 덕분에 극에 몰입하기가 한층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주인공만큼이나 분량이 많았던 퍼시라서 더욱 그랬던 듯 합니다.
4. 바이런 (안창용)
바이런은 천재적인 낭만 시인으로 뛰어난 글을 많이 썼지만, 마약에 빠져 점차 피폐해지는 인물인데요. 쾌락과 낭만만 쫓고 현실감이 전혀 없는 성격으로 방탕하며 굉장히 충동적인 행동을 잘 저지릅니다. 그래서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공포소설 집필 제안도 하게 되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소설은 출간하지 않고, 폴리의 소설의 원작자로 오인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에 등장해서 자신은 그런 쓰레기를 발표한 적 없다며 자신이 원작자가 아님을 당당히 선포합니다. 메리의 여동생 클레어를 유혹하고 임신을 하게 만들지만 결국 책임지지 않고 회피한 나쁜 남자이자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카사노바였던 바이런을 아주 잘 소화한 안창용 배우
실제로 바이런은 굉장히 잘생겼고 유려한 말솜씨를 지녔다고 합니다. 몸에 약간의 장애가 있었는데도 불구 안 넘어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방탕하고 자유로운 연애를 즐겼다고 해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서 거의 카사노바급이였다고 하네요. 극 중에서 대사로 근친상간 파문 이야기가 나오는데, 놀랍게도 실제라고 합니다. 그 대상은 바로 이복누나 어거스터 리. 그래서 추방당하듯 영국을 떠났다고 하네요.
그러한 방탕하고 똘기넘치는 바이런의 매력은 아주 200% 살린 안창용 배우. 이번에 처음으로 봤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취한 듯한 열연이 정말 돋보였어요. 분량도 상당히 많아서 거의 주인공으로 흡사 보일 정도였죠. 보기 전에는 정말 단순히 조연급의 캐릭터로 생각했는데, 사실 극중에서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 2개의 명작을 탄생시킨 집필을 제안한 인물이기도 때문에 어찌보면 분량이 많을 수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5. 클레어 (유낙원)
사랑의 도피를 한 메리를 따라 온 여동생 클레어는 어머니가 다른 이복동생인데요. 그만 바이런의 유혹에 넘어가 임신을 하게 됩니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자신과 달리 책임을 회피한 바이런에 대한 실망으로 결국 홀로 떠나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게 되죠. 극 중에서는 당당히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져서 응원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어찌보면 두 자매가 사랑에 열정적인 모습이 닮은 듯도 합니다.
유낙원 배우는 이 극에서 처음 봤는데요. 괴장히 부드러운 음색에 톡톡튀는 귀여운 여동생 역에 매우 잘 어울리더라구요. 하지만 약간 파워풀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더라구요. 특히 어머니로 나오는 부분에서는 뭔가 더 호소력 짙게 확 소리가 나와주었으면 더 감동적이였을 것 같은데, 살짝 버거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연기력이 무난해서 않아서 몰입에 방해가 되진 않았어요.
극적이고 변화무쌍한 연출이 취저였던 작품
오랜만에 본 뮤지컬 <메리 셸리>는 생각보다 재밌었고 나름 취저의 작품이였습니다. 사실 스토리상 구조는 그렇게 잘 들어맞는지는 모르겠고, 살짝 폴리와 메리의 연결점이 완전 와 닿진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효율적으로 구성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무척이나 돋보이는 작품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돌아가는 회전판 아이디어는 <하데스타운>에서 보고 두 번째인데, 고정적인 무대에는 굉장히 효과적인 장치인 것 같아요. 워낙 노래가 극적이고 변화무쌍한 연출이 많아서 지루할틈이 없었습니다.
초반에는 살짝 극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 보니까 몰입하기가 어려웠는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점차 이해가 되서 몰입이 잘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여주가 쓴 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장르물이나 다크한 거 좋아해서 취저였지만, 호불호는 꽤나 갈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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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같은 경우에는 완전 귀에 확 꽃히진 않아서 기억에 남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극을 보면서 무난하게 어울려서 딱히 몰입을 방해는 느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작품 덕분에 메리 셸리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영화도 있던데 추후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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