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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초연으로 공연이 올랐던 뮤지컬 <웨스턴 스토리>의 온라인 중계가 약 한 달 전쯤 공지가 되었는데요. 포스터만 봐도 유쾌함이 물씬 느껴지는 서부극 장르라 궁금했는데 아쉽게도 못 봤거든요. 그러던 차에 온라인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어 기쁨 마음으로 서둘러 예매를 하고 관람을 완료했습니다. 올해의 첫 곽극은 이 작품이 되었네요.
뮤지컬 <웨스턴 스토리> 소개
처음에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랑 이름이 비슷해 가지고 살짝 헷갈렸는데, 알고 보니 국내 초연 창작 뮤지컬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웨스턴 스토리
제작 : 뉴프로덕션
연출 : 성종완
작사 : 성종완
작곡 : 김은영
러닝타임 : 145분(인터미션 15분)
2022년 초연
뉴프로덕션에서 제작되었으며 연출과 작사에는 <랭보>, <사의찬미>, <박열> 등을 연출한 성종완님이 맡았다고 합니다. 총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한 145분이며, 유니플렉스 1관에서 작년인 2022년 3월부터 5월까지 약 3달간 공연되었습니다.
이번 녹화 중계는 바로 2022년 무대에 올랐던 초연 공연을 담은 영상인데요. 총 4회차의 다른 캐스트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보고 싶었던 극이라 사실 어느 회차로 봐도 다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최근 봤던 뮤지컬 <랭보> 윤소호, 김종구 배우가 함께 있는 버전이 있어서 바로 고민없이 픽해버렸네요.
랭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장르에서 두 배우의 합이 궁금해져서 말이죠. 과연 보는 순간 전작의 기억은 완전 사라지고 그저 빌리와 와이어트로 탈바꿈된 두 배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놉시스
1886년 서부개척시대 애리조나 주 그린 밸리 시티의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에 한 술집이 놓여있는데요. 그 이름음 다이아몬드 살롱. 제인 존슨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술집은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나이에 창창한 자신이 이 낡은 서부에 매여있음에 실증이 나고 떠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서부의 3인방이자 거대한 현상금이 걸린 와이어트 어프와 그의 애인 조세핀 마커스, 그리고 악당 조니 링고를 잡아 돈을 벌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꾸미게 됩니다.
제인은 그 즉시 자신의 술집을 헐값에 내놓은 뒤, 근처에 철도가 놓인다는 루머를 퍼뜨려 서부의 3인방을 유인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먼저 도착한 의외의 인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3인방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른 달혈질 총잡이 빌리 후커가 그 주인공이였죠.
제인은 빌리로 인해 계획이 틀어질 것을 우려해 그를 조심스레 설득해 편을 먹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서부의 3인방들이 하나 둘씩 다이아몬드 살롱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과연 제인은 빌리의 방해를 제지하고 이들을 잡아 현상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등장인물 및 캐스트 소개
1. 제인 존슨(최지혜)
제인은 술집 다이아몬드 살롱의 주인이자 엉뚱한 열혈 풋내기 현상금 사냥꾼인데요. 모든 상황을 계획한 인물이며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굉장히 철두철미하며 발랄하고 목표 뚜렷한 청년입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사람들을 잘 설득해서 모마하는 실력 하나는 최고죠.
최지혜 배우는 이 극에서 처음으로 봤는데요. 발랄하고 재치있는 제인과 너무 찰떡같이 잘 어울리더라구요. 딱 밝은 여주인공 느낌 그대로였는데요. 보컬이 탄탄하면서도 성량이 좋아서 굉장히 안정적으로 높은 음도 잘 소화하셔서 굉장히 듣기에도 편하고 절로 신뢰가 가는 배우였습니다. 다른 작품은 어떻게 소화하실지 참 궁금하네요.
2. 빌리 후커(윤소호)
빌리는 OK 목장의 결투에서 죽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다이아몬드 살롱에 찾아온 무시무시한 총잡이입니다. 아버지의 원수인듯 원수아닌 듯한 요상한 이유를 들고서 서부3인방을 죽이겠다고 선포하는데요.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제인의 설득에 넘어가 분노를 참고 그들을 속이는 일에 동참합니다.
벌써 3번째 작품으로 보게 되는 윤소호 배우인데요. 굉장히 소년미 가득한 작품을 보다가 전혀 다른 다혈질 분노의 모습을 보니 참 새로웠습니다. 확실히 잘생김에 키가 훤칠해서 그런지 악당스러운 빌리의 옷이 아주 잘 어울리고 멋지더라구요. 수시로 분노를 내뿜을 때는 웃겼는데, 마지막쯤 의외의 장면에서 애절한 눈빛을 선보여서 또 한 번 웃겼습니다.
3. 와이어트 어프(김종구)
와이어트는 OK 목장의 결투 이후 서부에서 전설적인 영웅으로 소문난 인물인데요. 엄청난 총잡이 실력의 보안관으로 히로인 조세핀 마커스와 뜨거운 로맨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아주 열정적으로 골반돌리기를 하셔서 다소 충격적인 등장이였지만 굉장히 유연한 춤 실력에 또 한 번 반해버린 김종구 배우. 이전 <랭보>에서 봤던 터라 노래 실력 하나는 탄탄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춤까지 잘 추실줄은 몰랐습니다. 아주 요염하게 말이죠.
다른 캐스트 버전의 와이어트도 궁금해서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김종구 배우님의 얍쌉하면서도 재치있는 와이어트 버전이 완전 취저였습니다. 무엇보다 원래 큰 키에 정장을 입으니 더욱 훤칠해보였는데요. 윤소호 배우와 같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뭔가 멋짐 시너지가 상당했습니다.
4. 조세핀 마커스(오소연)
조세핀은 와이어트 어프와 연인 관계로 그와 함께 서부에서 전설적인 히로인으로 소문난 인물입니다. 매혹적인 자태에 섹시한 목소리로 뭇남성들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실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오소연 배우님인데요. 조세핀만의 독특하고 발음과 섹스한 복장으로 처음에는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하지만 노래 부르는 순간 오소연 배우님인 것 딱 알아보겠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레베카 넘버 영상의 주인공이라 완전 애정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와이어트와 조니와 투닥거리는 장면들이 꽤 많았는데, 의외의 웃음 포인트 장면들을 꽤 많이 생성해주셔서 진짜 엄청 깔깔거리면서 봤던 것 같아요. 작은 체구로 양쪽에 큰 덩치 두명을 거뜬히 무찌르는 먼진 센캐 조세핀역에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5. 조니 링고(김대종)
조니는 OK 목장의 결투에서 와이어트 어프와 라이벌 관계로 엄청난 싸움을 벌이고 살아남은 악당인데요. 특유의 단발머리를 한 지독하게 잔인한 인물로 소문이 나 있죠.
김대종 배우는 이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요. 거친 외모와 달리 여리디 여린 마음씨를 지닌 조니의 애정한 '안 되나요' 넘버를 부르는 모습에 완전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오오오~하며 부르는 애절한 목소리가 어찌나 간드러지던지.
6. 버드(전재현) | 해리(김현기)
버드와 해리는 형제이자 제인의 친구로 그녀의 모종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자들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풍부하고 잘 동화되어 다른 인물들이 춤을 추고 자신을 소개할 때 저도 모르게 함께 춤을 추게 됩니다. 둘 다 춤 실력 하나는 누구못지 않게 유연하고 뛰어나죠.
두 배우 모두 이번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요. 전혀 상반대 외형과 외모지만 찰떡 호흡으로 마치 쌍둥이처럼 춤을 추는 장면들이 많아서 덕분에 무척 유쾌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점은 바로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것인데요. 작가적 센스가 엿보이는 장면이였습니다.
아쉬웠더 스트리밍 퀄리티
이번 온라인 중계는 뮤지컬 <박열>을 봤었던 STAGE X에서 진행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네이버를 선호하는 편이라 조금 아쉽더라구요. 하지만 딱히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아쉬운대로 STAGE X 사이트에서 직접 결제를 하고 보았는데요. 그래도 좋았던 점은 다음날 오전 9시까지로 중계시간이 연장되어 비교적 오랫동안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상을 보는 순간 여러 문제점들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가장 큰 것은 못찾은건지 알 수 없었지만, 화면에서 직접 사운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조금 답답하더라구요. 그리고 물론 개인의 컴퓨터의 차이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사이트에서는 거의 없었던 끊김이 상당히 많았어요.
실제로 영상 중간에 자체 오류 장면도 있어서 살짝 짜증이 날 뻔했습니다. 네이버와 달리 전문 공연 스트리밍 사이트인데도 이런 점은 조금 아쉬웠어요. 뮤지컬 <박열>을 볼 때는 문제가 없었던 걸로 보아 이것은 작품에 따라 스트리밍 퀄리티 편차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유쾌한 서부극 하지만 다소 루즈한 전개
극은 예상했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유쾌하게 흘러가서 좋았습니다. 많은 작품을 본 결과 2~3인극보다는 변화무쌍한 다인극이 취향이라는 것을 알아서 완전 기대가 높았거든요. 하지만 뭔가 분명 유쾌하고 재밌는데 보는 내내 아쉬운 2%의 느낌을 여간 지울수가 없는 기분이였습니다. 심지어 중간에는 살짝 지루한 구간도 있더라구요.
총 러닝타임은 인터미션이 포함된 145분으로 사실상 2시간이 훌쩍 넘는 아주 긴 편인데요. 시간적으로 굉장히 긴데 비해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익숙한 설정에 다소 뻔하게 흘러가다 보니 거의 많은 부분이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채워져야 되는데 약간 그러한 부분에 살짝 무리수가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무대도 고정되다 보니 이러한 루즈함을 덜기 위해 조명이라 레이저 효과 그리고 배우들이 직접 찍은 영상들을 통해 중간마다 임팩트를 주려는 노력이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루즈한 부분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내용을 조금 단축시키거나 변화를 주어 빠른 전개와 연출을 보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반전 스토리와 배우의 애드리브가 돋보인 신작
하지만 그래도 서부극 특유의 비장함과 더 반전 재미를 요하는 부분은 무척 유쾌해서 몇 번씩 깔깔 웃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애드리브가 많다 보니 배우에 따라 다른 해석과 개그를 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전문 돌기에 딱 맞는 극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이런 극은 특성상 배우들 케미가 안 맞으면 굉장히 망해버리지만, 정말 좋을 경우 시너지는 아주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아무래도 호불호는 크게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짝 길다는 점만 빼면 그래도 배우들 각각의 역량과 매력이 아주 돋보이는 재밌는 뮤지컬이였던 것 같습니다. 유쾌한 극을 좋아하신다면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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