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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레드북> 넘버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을 듣고 푹 빠져서 한동안 이 작품에 헤어나오지 못했던 적이 있는데요. 마침 올해 <레드북>이 공연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일찍히 티켓팅 준비를 했으나 아쉽게도 놓쳐버리고 말았네요. 그러나 다행히 네이버에서 온라인 중계소식을 알려와서 덕분에 드디어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레드북 소개
뮤지컬 <레드북>은 2016년 제작된 창작 뮤지컬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창작한 한정석 작사가와 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뭉쳐 4년만에 올린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2017년 트라이아웃 공연 이후, 2018년 초연을 지나 3년만에 올해 재연으로 돌아왔는데요. 초연에 올랐던 아이비가 이번에도 안나역에 참여했고, 더불어 김세정 배우와 차지연 배우가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레드북
제작 : 플레이더상상(2021 기준)
연출 : 오경택, 박소영
작사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러닝타임 : 160분 (인터미션 15분)
2018년 초연
개인적으로 차지연 배우님의 안나를 무척 보고싶었는데요. 생각보다 티켓팅이 너무 치열해서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없더라구요. 그나마 괜찮았던 위치에 티켓팅을 겨우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취소가 되면서 또 실패. 결국 이번 <레드북>은 놓치는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네이버에서 중계 소식을 알려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사실 현장의 생생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온라인의 장점은 리얼한 표정을 큰 화면에서 아주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나쁘진 않더라구요. 무엇보다 일단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이네요.
길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무대
이번 온라인 공연에서는 차지연님의 안나는 볼 수 없었는데요. 대신 세정안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중계와 달리 이번 레드북은 10월 25일 단 하루만 원캐스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어서 아주 살짝 아쉬웠어요.
하지만 워낙 보고싶었던 작품이라 너무 좋기만 하더라구요. 그리고 막상 보니 생각보다 두 주연배우의 이미지와 합이 좋아서 무척 재밌게 봤습니다.
상영은 오후 7시 30분부터 자정 12시 30분까지 진행해서 다소 여유가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런닝타임이 145분으로 꽤 길더라구요. 온라인 버전에서는 인터미션은 없었어요.
티켓가격은 25,000원이였습니다. 원래 긴 런닝타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은 너무 재밌어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은 몰라서 그렇게 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시놉시스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에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 당하고 도시로 건너온 여인 안나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첫사랑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굳세게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신사 중의 신사 브라운이 찾아오고, 안나는 의도를 알 수 없는 브라운의 수상한 응원에 힘입어 여성들만의 고품격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굳세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에 안나 소설이 담긴 잡지 '레드북'은 거센 사회적 비난과 위험에 부딪히게 되는데.
등장인물 캐스트 소개
처음에는 <레드북>의 두 주연이 모두 아이돌이라 조금 우려가 되었는데요.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우려는 사사삭 사라져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둘이 너무 찰떡같이 안나와 브라운의 이미지에 너무 잘 어울렸고, 두 배우가 아무래도 조금 비슷한 연령대라 그런지 케미도 너무 잘 어울렸어요. 그럼 주요 등장인물들을 차례대로 소개해보도록 하게습니다.
1. 안나(김세정) | 브라운(인성)
여주인공 안나는 첫사랑에 대한 아려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젊은 여성인데요. 첫 경험에 대한 고백으로 약혼자에게 파혼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홀로 도시로 와서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적으로 일을 해나갑니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안나의 행동들은 보수적인 시대에 논란거리로 떠오르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직접 바꾸려 노력하는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정안나는 이미지적으로는 정말 찰떡이였는데요. 뛰어난 가창력에 생각보다 캐릭터 소화력이 너무 좋아서 안나 그 자체였어요. 능청스럽게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좋고 발성이 뛰어나서 놀랍더라구요. 아이돌 캐스팅에 대한 편견을 확 깨주던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브라운은 안나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으로 모든 것을 책으로만 배우는 소심하고 고지식한 신참 변호사인데요. 행동에 있어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밝고 도발적인 안나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변화를 맞이합니다.
우려가 되었던 인성브라운의 경우 생각보다 이미지적으로는 너무 잘 어울렸고 연기도 무난했던 것 같아요. 물론 화내거나 하는 일부 장면에서는 약간 어색한 면도 있었지만, 보컬적으로는 꽤 안정적이여서 몰입하는 데에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 로렐라이(홍우진) | 바이올렛&도로시(방진희)
극중 로렐라이는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을 설립한 인물인데요. 겉모습만 보면 단순히 여장 남자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자신이 좋아하고 동경했던 여성과 이별을 겪은 후 그녀를 대신해 그녀의 모습으로 꾸미고 살아가고 있는거라는. 알고보면 아주 순애보적인 감동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에요.
로렐라이를 연기한 홍우진 배우는 뮤지컬 여보셔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던 배우였는데요. 이전의 모습과 달리 여성스럽고 정많은 로렐라이를 너무 멋지게 소화해서 진짜 친근한 언니같이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바이올렛은 브라운의 친할머니이자 안나가 하녀였던 시절에 간병했던 까다로운 노부인인데요. 비록 깐깐한 성격이였지만 안나의 지극한 간호와 더불어 애절한 사랑에 대한 경험담을 듣고 삶의 희망을 갖게 됩니다. 이후 유언을 통해 안나에게 재산을 남겼고, 그 덕분에 손자인 브라운과 안나가 만나게 된 것이죠.
바이올렛 역에는 방진희 배우가 맡았는데요. 바이올렛 말고도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의 회장 도로시까이 함께 1인 2역을 연기하더라구요. 이 작품에서 방진희 배우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굉장히 시원스러운 외모에 안정적인 보컬톤을 보여주셔서 인상적이였습니다.
귀에 착 감기는 뮤지컬 넘버
뮤지컬 <레드북>은 정말 다양한 분위기의 넘버들이 가득했는데요. 원래 가장 유명한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곡만 알고 있었는데, 그 외에도 대부분의 넘버들이 너무 귀에 착 감기듯 잘 만들어졌더라구요.
이것으로 <레드북>은 넘버맛집으로 승격되어버렸네요. 그럼 좋았던 넘버들 중 일부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배우들의 안나와 브라운 버전을 섞어봤습니다.
사랑은 마치 - 김세정, 인성
세정안나 보컬이 이렇게 톤이 탄탄하고 성량이 풍부한지 참으로 몰라본게 미안할 따름으로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안나 그 자체였어요. 음원으로 두고두고 듣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어요.
낡은 침대를 타고 - 아이비, 박은석
초연 때 하셨던 은석브라운은 왜케 귀여우인건가요. 개인적으로 은석브라운 보고싶네요. 그때는 이 작품을 몰랐던게 한스러울뿐이네요.
<레드북> 다양한 넘버들 - 유리아, 박은석, 이상이 외
제가 참 좋아라 하는 유리아 배우님이 초연 때 안나역을 맡으셨는데요. 재연 때도 유리나안나가 돌아와주길 바라는 팬들이 많더라구요. 사뭇 더 통통튀고 거친듯한 센캐언니 유리나안나. 뭔가 초연 캐스트도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 중계라도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차지연
그리고 정말 보고싶었고, 볼 뻔 했던 지연안나가 부른 메인 넘버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인데요. 내적 오열중. 레드북에 빠져들게 했던 넘버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합니다.
이번 중계에서는 지연안나 버전이 안 올라와서 아쉽더라구요. 물론 세정안나 빼고는 아무도 올라오진 않았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 정말 보고싶었던 버전이라 더욱 아쉬운데요. 다음번에도 <레드북>으로 돌아와줄지 미지수라 더 안타깝습니다. 부디 영상이라도 남겨주지.
취향적격 당한 사랑스러운 뮤지컬
진짜 처음 시작부터 취향저격하고 들어갔던 뮤지컬 <레드북>이였는데요. 너무 사랑스럽고 재미있었던 작품이였어요. 넘버들도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너무 좋아서 음원으로 두고두고 듣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올해 정말 많은 중계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취향저격 당한 작품은 진짜 오랜만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보면서 내내 DVD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였을 정도로 진심 몰입되었던 뮤지컬이였는데요. 진짜 온라인으로 봐도 이런데, 실제로는 얼마나 좋았을지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중계의 장점은 배우들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점인 것 같아요. 사실 레드북 전에 바로 최근에 본 뮤지컬이 화질이나 톤적인 문제로 굉장히 실망스러웠던 데에 비해 이번 중계는 정말 퀄리티가 너무 좋았는데요. 그래서 더욱 DVD가 간절했던 것 같아요. 두고 두고 힘들때 꺼내보고 싶게 말이죠.
확실히 이번에 레드북을 보면서 생각보다 제가 유쾌한 극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물론 서정적이고 극적인 극도 좋아하지만, 서사가 괜찮거나 연출적으로 흥미요소가 많은 유쾌한 극이 굉장히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밌게 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덕분에 저의 극취향을 또 이렇게 발견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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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서야 왜 이렇게 유명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던 매력적인 작품 뮤지컬 <레드북>이였는데요. 혹시 안 보셨다면 꼭 다음 공연될때 실관극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다음 번에는 직접 무대에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빠른 시일 내에 꼭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이만 리뷰를 마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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