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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보고싶었던 작품들이 꽤 많이 온라인 중계를 해주어 무척 바쁘고도 행복한 달이였는데요. 전에 인상깊게 본 뮤지컬 <명동로망스>에 이어 이번에는 <어쩌면 해피엔딩>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소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에 초연된 국내 창작뮤지컬인데요. 보통은 줄여서 '어햎'이라고 부릅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인해 너무 유명해진 전미도 배우와 정문성 배우가 출연했던 뮤지컬로도 유명하죠. 유명한 배우들의 출연작이 아니여도 워낙 작품 좋기로 소문이 자자해서 꼭 한 번 보고싶었는데요.
어쩌면 해피엔딩
제작 : 대명문화공장(초연-재연), 네오 프로덕션(초연), 더웨이브(재연), CJENM(삼연 이후)
연출 : 김동연
작사 : 박천휴
작곡 : 윌 애러슨
러닝타임 : 110분
2016년 초연
마침 올해 6월부터 티켓팅이 오픈된다는 소식이 들려서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작이라 각오를 단단히 했었죠. 그런데 정말 운 좋게 좋은 자리를 겟해버렸습니다. 그 뒤로 아주 신나서 볼 날만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가 격상되면서 티켓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맙니다.
선예매할 기회가 다시 주어지긴 했지만 좋은 자리를 구하는 기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슬픈 결말. 앞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그렇게 날렸던터라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흑흑.
너무 반가웠던 라이브 중계 소식
그렇게 상심에 빠져있을 때 한줄기의 빛처럼 아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바로 온라인 라이브 중계가 결정된 것이었죠. 정말 보고싶었던 작품인데 올해도 못 보나 너무 아쉬웠던 마음을 한 순간에 해소시켜주는 좋은 소식이였습니다. 이번 중계는 11/15(월), 11/22(월), 11/29(월) 총 3회차로 각각 다른 캐스트 버전으로 진행 되었는데요.
관람권은 2만원으로 온라인 중계치고는 조금 비싸다고 느껴졌지만, 일단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고민없이 바로 결제했네요. 보통 중계의 경우 1~2개의 캐스트 버전으로 올려주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중계는 아주 기쁘게도 전 캐스트 버전 모두 올라와 있어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예매했던 관극이 준혁 올리버와 해나 클레어 버전이였는데요. 그걸로 볼까 하다가 재아 클래어가 진짜 캐릭터에 찰떡이라고 해서 그걸로 픽했습니다. 알고 보니 한재아 배우는 이 작품으로 올해 상까지 받으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보게 된 버전은 바로 신성민, 한재아, 이선근 캐스트 버전이였습니다.
시놉시스
사람과 완전히 흡사한 로봇인 올리버와 클레어.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려진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우연히 서로를 마주하고 조금씩 가까워진 둘. 반딧불을 찾아 예기치 못한 여행을 함께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사랑이 가져다주는 슬픔 또한 배우게 되는데...
버려진 로봇들의 귀엽고 안타까운 로맨스
스토리는 처음에 보기 전에는 이전에 본 뮤지컬 <땡큐 베리 스토리베리>랑 무척 비슷한 느낌일꺼라 생각했는데, 로봇이라는 소재와 비슷할뿐 내용은 전혀 다르더라구요. 땡베리는 로봇을 통해 인간 엠마라는 인물에 집중하여 그 인물의 과거와 상처를 돌아보게 만드는 극이라면, 어햎은 온전히 로봇의 로맨스에 초점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로봇이라는 소재를 뺀다면 완전히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어햎인데요. 초반에는 로코 특유의 유쾌함으로 둘의 티격태격이 이어지고, 그러다가 함께 목적을 향해 여정을 떠나는 과정에서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생각보다 뻔한 플롯처럼 느껴지긴 했어요.
다만 클리셰적인 내용임에도 주인공들이 로봇이다 보니 갖는 독특한 점이 오히려 이 극을 좀 더 새롭고 아름답게 만든 것 같아요. 그로 인해 마지막 부분의 극적인 엔딩도 만들어지고 말이죠.
올리버와 클레어가 함께했던 인간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버려진 로봇이라는 점에서 오래전에 감명깊게 봤던 <에이아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소년이긴 하지만, 올리버와 클레어처럼 감정을 오롯히 느끼기 때문에 정말 폭풍눈물을 흘리며 봤던 기억이 있네요.
취저는 아니였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작품
사실 어햎의 인기가 상당히 높고 호평이 자자해서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인데요. 생각보다는 스토리 라인이 단순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극적인 사건이 없어서 그랬는지 초반에는 생각보다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3인이긴 해도 거의 제임스는 배경처럼 흘러가듯 살짝 등장할 뿐, 거의 주로 올리버와 클레어로 이루어지는 2인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오히려 볼 생각이 없었다가 얼떨결에 본 땡베리가 좀 더 취향저격당해버렸네요. 심지어 땡베리는 호불호가 엄청 갈렸던 작품인데 말이에요.
솔직히 비슷한 소재의 뮤지컬일뿐 둘은 전혀 다른 내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궁금하다면 두 작품 모두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햎은 완전 취저는 아니였지만 확실히 호평만큼 매력적인 요소도 꽤 많았는데요. 일단 딱딱한듯 귀여운 올리버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클레어의 케미가 너무 귀여웠고 뮤지컬 넘버들도 다 좋더라구요.
특히 반딧불이를 잡으러가는 장면과 마지막 엔딩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였는데요. 열린 결막식으로 끝나는 엔딩은 다양한 해석으로 분분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클레어가 기억을 잃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해석보다는 마지막 두 인물의 표정이 굉장히 임팩트하게 느껴져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듯 합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달까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좋은 넘버들
어햎의 대표적인 넘버 중 하나인 은 제목만큼 유쾌한 여정의 설렘이 잘 느껴지는 무대였던 것 같아요. 특히 올리버와 클레어의 아이스러운 순수함과 귀여움이 아주 돋보이는 장면인 것 같아요.
<My Favorite Love Story>라는 곡은 말이 필요없을 정ㄷ로 너무 사랑스러운 둘의 모습을 보여주죠. 이 작품에서 한재아 배우의 연기를 처음 봤는데요. 배우 자체도 굉장히 귀엽고 예쁘시지만, 통통 튀고 사랑스러운 클레어의 모습과 정말 찰떡이였습니다. 왜 다들 인생캐라고 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더라구요.
어햎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면 바로 이 반딧불이 연출이 아닐까 해요. 온라인상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실제로 몰입해서 보면 얼마나 황홀하고 감탄스러울지 보는 내내 아쉽기도 하고 무척 궁금했어요. 전성우 올리버도 무척 인기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번 캐스트 버전에는 없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어햎 전설의 커플 문성 올리버와 미도 클레어인데요. 진짜 보고싶은 케미조합이지만, 지금은 두 분 모두 너무 유명해져서 더이상 이 조합은 못 볼 것 같아 아쉽습니다. 실간극 보신분들의 눈과 기억이 부러워지네요.
사실 정문성 배우는 워낙 많은 작품에 나와서 얼굴이 익숙했지만, 뮤지컬 배우이신줄은 몰랐어요. TV와 전혀 다른 뮤지콜 속의 모습이 너무 색다르고 인상적이였는데요. 확실히 뮤지컬 배우들의 TV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늘 반갑지만,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아우라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전미도 배우님은 워낙 유명한 뮤지컬 배우셔서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드라마에서 음치역으로 나와서 노래부르는 모습은 좀 보는 제가 다 어색하더라구요. 워낙 잘 부르시는 걸 알고 있어서 더 그랬죠.
성민 올리버는 생각보다 로봇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 돋보이던 올리버였어요. 사실 이번 공연 영상은 이전과는 무대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이전 아날로그 버전이 더 좋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사실 이번 공연이 처음이라 저는 특별히 무대가 나쁘다거나 이상한 건 잘 모르겠더라구요.
순수한 로봇의 사랑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추천
온라인 중계 덕분에 이렇게 또 보고싶었던 작품 한 편을 보게 되었는데요. 물론 실제로 관극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많겠지만, 처음 보는 공연의 경우 온라인으로 관람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인상적이였던 장면을 돌려볼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씨뮤가 요새 열일하네요. 뮤지컬 <비틀쥬스>도 그렇고 어햎 중계도 그렇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뮤지컬 영상과 좋은 작품을 국내에 소개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욱 커집니다. 따뜻하고 순수한 로맨스를 좋아하신다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회가 되실 때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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