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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전시라 그런지 더욱 반갑고 볼거리도 많아서 재미있었던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인데요.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나머지 섹션과 더불어 볼로냐 라가치 수상책들과 아트숍 굿즈들을 연달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도록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의 도록은 매년 이탈리아의 저명한 꼬라이니 출판사에서 제작, 발간하고 있는데요. 원래 비싼 가격대이긴 하지만 2022년 도록은 물가가 올랐는지 5만원으로 가격대가 꽤 비싸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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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종 선정된 작가 78명의 작품 300여 점과 전 세계 모든 일러스트를 선정하는 과정, 그리고 심사위원 5명의 심사후기와 인터뷰가 한 권에 책에 다 담겨있기 때문에 살만한 가치는 충분한 듯 합니다. 더불어 국내 전시가 열릴 경우에는 번역본이 나오기 때문에 해외에서 힘겹게 원서로 된 도록을 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굉장히 좋죠.

 

도록의 표지 작품은 세계적인 그림책 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과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수상자의 작품이 한 해씩 번갈아 가며 장식되는데요. 올해 2023년판은 무려 자랑스러운 한국 이수지 작가의 그림이 표지에 담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도록 표지 선정 작가 : 엘레나 오드리오솔라(스페인)

2022년 표지는 2021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수상자인 엘레나 오드리오솔라(Elena Odriozola)의 작품이 실렸는데요. 1967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엘레나 오드리오솔라는 화가인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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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미술을 공부하고 나서 1990년대부터 광고업계에서 일하다가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데뷔했고, 1997년부터 전문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죠. 엘레나 오드리오솔라는 부드럽고 차분한 색조를 바탕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만드는 여백을 잘 활용하는데요.

 

"처음부터 생각한 아이디어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도시 볼로냐에 간 지 꽤 오랜시간이 흘렀고, 그곳의 음식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노점을 묘사할지 알고 있었고, 주인공이 될 아이들의 모습도 알고 있었죠."

 

현재까지 100권이 넘는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고 여러 저명한 상에 노미네이트 되거나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정서의 만남>으로 수상하게 되었는데요. 책표지로 가려져서 그렇지 사실을 꽤 긴 판형의 대형 그림이더라구요. 실제로 표지에 쓰인 그림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참 뜻깊었습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도록 외에도 2022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어린이 도서의 노밸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은 아동 도서 분야의 최고 권위가 인정되는 상입니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그림책 가운데 각 분야의 최고 그림책을 대상으로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선정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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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제정된 라가치상은 그래픽 및 편집 품질이 우수한 아동문학 작품에 대하여 볼로냐 아동 도서전 기간에 픽션, 논픽션, 오페라프리마 3개 부문과 뉴호라인즌으로 나눠 수상합니다. 책 내용은 물론 디자인, 편집수준과 창의성, 예술, 기술, 우수성과 교육적 가치 등 전반적인 탁월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부문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하고 있죠.

 

먼저 픽션 부문은 창작된 스토리나 우화로 구성된 작품 중 그림책 형식이거나 일러스트레이션 중심인 출판물을 대상으로 하는데요. 반면 논픽션의 경우 과학, 역사, 음악 인물 또는 학습 경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일명 정보성 출판물에게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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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오페라 프리마는 일명 데뷔 작품으로 작가가 처음 출판하는 작품에 한하며 독창적인 프로젝트와 뛰어난 연구가 돋보이는 작품에 상이 수여됩니다.

 

그리고 이번 2022년 볼로냐에는 뒤늦게 신설된 두 가지 분야의 수상작도 진열되어 있었는데요. 먼저 코닉스 부분은 만 6~9세, 만 9세~12세, 만 13세 이상의 3개 하위 부문으로 나누어 우수한 어린이 도서를 시상합니다.

 

스페셜 카테고리 Poetry는 그림책의 경계를 넓히기 위해 매년 다양한 주제에 수상을 합니다. 2022년에는 영화 관련 내용의 그림책, 일러스트 전기, 논픽션 장르의 도서에게 '시'부문의 상이 수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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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들이 놓인 전시 바로 앞 공간에는 도록을 포함하여 여러 다양한 그림책들을 편히 앉아서 볼 수 있게 마련해 놓았는데요. 중간에 다리도 쉬어가면서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해외 원화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4. 오늘,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이야기는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옵니다. 그림책 속에서 슬픔과 기쁨, 감동의 드라마는 우리 곁에 있는 다양한 이웃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요.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자기 자신의 다른 모습을 더욱 풍성하게 발견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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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기도 하지요. 4번째 섹션에서는 상상 가득한 그림 속에서 특별한 오늘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먼저 본 그림은 1973년생 이탈리아 출신의 플라이바 루오톨로(Flavia Ruotolo)의 작품이였는데요. <시간이 멈춘 날>이라는 그림책에는 세상의 시간이 멈춘 날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순하면서도 깊은 메세지로 전달하여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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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섹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바로 1994년생 프랑스 출신의 샤를로트 르메르(Charlotte Lemaire)의 작품이였는데요. 책의 제목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느린 신발과 기묘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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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던 지젤은 느리게 움직이는 신비한 운동화 한 켤레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열심히 달리려고 할수록 속도가 운동화는 자꾸만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렇게 지젤은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차분하고 주의 깊게 세상을 관찰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묘한 만남을 갖게 되는 여정을 갖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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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는 1991년 우크라이나 출신의 한나 이바넨코(Hanna Ivanenko)의 <이 도시는 나야>라는 그림책의 일러스트도 굉장히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그림책은 도시의 기능과 그 속에서 사람의 역할에 관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교통, 정부, 공동 서비스, 문화 등을 다루는 13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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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연달아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던 섹션들과 달리 4번째 섹션은 확실히 공간이 가장 넓고 가장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 스타일이 정말 너무 달라서 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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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묘하지나 아름다운 이야기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변형되고 풍성해집니다. 이 이야기들은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내용으로 현재까지 그림책 작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어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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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제이지만 작가들이 살아가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도 하고, 작가의 경험과 상상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처럼 각색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5섹션에서는 기묘한 상상과 꿈의 잔상을 그림으로 기록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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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섹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작품은 1977년생 스페인 출신의 마르코스 과르디올라(Marcos Guardiola)의 <운이 좋은 행복한 한스>라는 그림책이였는데요. 이 책은 그림 형제의 유명한 동화 <행복한 한스>를 원작으로 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파노라마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배경과 현대적인 이미지가 대조되며 고전적인 것과 새로운 것들이 잘 융화된 작품인데요. 2023년 나미콩쿠르에서도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한층 더 주목을 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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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책을 들여다봤을 때 감각적인 디지털로 그린 그림체와 더불어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임에도 굉장히 새로운 전개가 펼쳐져서 내용을 정확히 번역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청 흥미롭게 읽히는 그림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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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1992년생 이스라엘 출신의 리오르 벤 자켄(Lior Ben Zaken)의 <세상에서 가장 긴 콧수염을 가진 남자>라는 그림책이였는데요. 이 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단순한 이미지와 대담한 생삭이 특징입니다.

 

어린 시절 작가는 독특하고 신기한 기록들이 모인 기네스북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특별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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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샵

마지막 섹션에서 출구로 향하는 문으로 나가면 자연스럽게 아트샵이 이어지는데요. 공간은 넓진 않았지만 꽤 많은 굿즈들이 놓여있더라구요.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로 이번 전시 도록과 엽서들이였는데요. 분명 좋은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선정된 그림도 그렇고, 약간 부실하다고 느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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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옆으로는 다른 아트북과 더불어 2023년 나미콩쿠르 도록이 있었는데요. 가격대는 47,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였지만, 내용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볼로냐 도록보다는 더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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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다양한 아트관련 소품들이 오히려 더 많았는데요.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볼로냐 관련 굿즈는 많이 없어서 구매할 껀 없더라구요. 그래서 가볍게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아주 긴 원화전 리뷰가 끝이 났는데요. 워낙 좋아하는 전시기도 하고 그림책도 직접 볼 수 있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더라구요. 나오고 보니 거의 대략 4시간 가까이 봤다는 사실에 다리가 후들거렸네요. 그래도 중간에 앉을 곳도 있어서 생각보다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습니다. 

 

비록 아쉬운 점은 정규 도슨트 외에도 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해설이 진행이 되어서 무리별로 돌아다니고 시끄러워서 초반에 전시 관람시 힘들었는데요. 시간대를 잘못 맞춘 건지 일부러 여유롭게 보고자 평일 낮에 갔는데 조금 그런 점이 아쉽더라구요.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지라 내년 원화전시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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