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알부스 갤러리에서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전시가 열러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전시 일정은 올해 4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로 그렇게 넉넉한 기간은 아니였는데요. 그렇다보니 하마터면 놓칠 뻔 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보고 싶었던 전시라 끝나기 전에 간신히 커트라인으로 다녀올 수 있었네요.

 

 

 

알부스 갤러리 전시 소개

사실 이 전시는 폴란드 문화원과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의 전시를 서울로 옮겨온 것인데요. 당시 순천에서 열린 전시는 해외에서 열린 가장 큰 규모의 폴란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전시였다고 합니다.

 

알부스-갤러리-외관

 

 

직접 전시를 보러 순천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가보지 못해 아쉬웠었는데요. 이렇게 다행히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서울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참 좋더라구요. 

 

 

폴란드 그림책 일러스트를 한 자리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는 폴란드 문화원과 알부스 갤러리가 공동 주최하였다고 하는데요.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은 최근에 폴란드 문화부에서 대규모 화집을 편찬하면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에 관심이 많아진 덕분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폴란드의 어린이책이 한국에 많이 소개되었고 알려졌기 때문에 폴란드만의 독특한 문화적 자산을 많은 이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이렇게 대규모 전시를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193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로부터 가장 최근의 포스트모던 그림책까지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100년의 가장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히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로 알려진 1960년대와 1970년대, 철의 장막 뒤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던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의 거장들의 귀중한 원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30년대의 구성주의 그림책부터 60년대의 회화적인 색채 실험이나 디자인, 레이아웃, 독특한 민속 예술의 영향에 이어 2000년대 이후 논픽션 장르의 발달까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대의 거장 등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순천에서 열린 전시와의 차이점

늘상 소장가치 100%로 만들어주는 이쁜 알부스 티켓인데요. 티켓 그림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요안나 콘세이요의 작품이였어요. 티켓과 같이 받은 한 장의 페이퍼에는 이번 전시 소개와 더불어 순천 전시와의 다른점 등 다양한 큐앤아이가 담겨 있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티켓

 

 

원래는 대규모 전시실이 필요했기 때문에 순천에서 하는 기획만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서울에서도 전시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물색하던 중 알부스 갤러리의 흔쾌한 동의를 얻어 이렇게 열리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순천 그림책도서관에 비하면 공간이 협소한 편이였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을 위해 세워진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점과 이전에 폴란드 작가인 유제프 빌콘과 요안나 콘에이쇼 개인전이 진행된 곳이라 최적의 장소로 선정된 것이죠. 

 

이번 전시는 1차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 중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는 작품으로 추렸다고 하는데요. 갤러리라는 공간의 특성상 원화 작품은 대부분 전시하는 반면 아트 프린트 작품들은 빼 버렸다고 합니다.

 

더불어 현대 작가인 엘라 바시우췬스카의 원화와 유제 빌콘 조각 등 갤러리의 소장품 몇 점과, 요안나 콘세이요의 원화를 더 추가하여 이전 전시와 약간의 차별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1. 요안나 콘세이요 (1971 - )

1층에서는 바로 폴란드의 대표 그림책 작가로 국내에서도 팬이 많은 요안나 콘세이요의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요. 요안나 콘세이요는 호수와 숲이 가득한 폴란드의 시골에서 태어나 현재는 프랑스에 정착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

 

 

요안나 콘세이요는 현재까지 30여 권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는데요. 작가는 항상 연필과 색연필을 이용한 손 그림을 고집한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요안나 콘세이요만의 굉장히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세밀한 디테일이 가미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죠.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

 

 

그녀는 텍스트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는 시적인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한데요. 이 때문에 전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요안나 콘세이요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등 유럽의 많은 출판사뿐만 아니라 한국 출판사들과도 활발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녀의 작품을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지만, 비교적 최근에 연달아 국내에 빠르게 많은 작품들이 출간되었죠. 국내에도 팬이 많아 2017년과 2020년에 알부스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한국과의 교류도 최근들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7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8

 

 

그녀의 작품 중 2018년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올가 토카르축의 우화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은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 출간된 <세네갈의 눈>은 프랑스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그랑프리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현재 두 작품은 모두 한국에 번역되어 볼 수 있습니다.

 

 

2. 엘라 바시우췬스카 (1966 - )

엘라 바시우췬스카는 폴란드 크라쿠프 국립미술원에서 회와와 북 디자인,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논픽션뿐만 아니라 픽션과 의상 장신구 디자인, 어린들과의 워크샵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9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0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1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2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3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4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5

 

 

그녀는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의 색채에 대한 관심과 실험 정신을 현대에 가장 다채롭게 구현해내는 화가로 손꼽히는데요. 픽션에서는 비구상회화를 연상케 하는 대담한 색 구성 작업을 보여주고, 회화적 가치에 충실한 서정적인 논픽션에서는 자연 속의 빛 묘사에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죠.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 소개

2층으로 올라오게 되면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에 대한 소개와 당시 활약했던 다양한 폴란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국가였던 폴란드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싼값에 양질의 책을 공급하겠다는 사회주의적 이상을 바탕으로 국유화하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폴란드의 어린이책 출판 시장은 국가의 보호 아래 눈부시게 성장하게 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8

 

 

당시 순수 회화에 비해 검열에 훨씬 자유로웠던 일러스트레이션은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회화적인 색채와 형태, 그리고 질감과 기법적인 실험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 되어주었죠.

 

더불어 1930년대에는 아르 데코 포스터와 러시아 아방가르드 그림책, 1960년대는 스위스 스타일로 이어진 그래픽 디자인의 전통 또한 개성있는 표지 디자인과 글, 그림의 레이아웃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9

 

이러한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활동하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세계적으로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로 일컫어졌는데요. 그러나 작가 개개인의 접근 방식이 워낙 다양했기 때문에 이 학파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에는 어렵다고 하네요.

 

 

3. 야누쉬 스탄니 (1932 - 2014)

전쟁 후 바르샤바 국립미술원에는 포스터와 일러스트레이션 학과가 생기게 되는데요. 특히 포스터 학파는 일찍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당시 두 분야는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여러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어린이책의 모습을 보다 디자인적으로 혁신적인게 바꾸어 놓았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1

 

 

그 중 오랫동안 바르샤바 국립미술원에서 후학을 지도한 야누쉬 스탄니의 영향력은 굉장히 컸는데요. 그는 초현실주의가 가미된 본격 회화작품과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였다고 합니다. 종이와 제본, 인쇄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디자인된 스탄니의 책들에서 글과 그림의 유기적 관계는 더 두드러졌죠.

 

더불어 타이포그래픽적 실험과 레이아웃에 대한 강조, 디자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 그림 외적의 아름다움의 추구는 후대의 폴란드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3

 

 

스탄니의 작품 바로 옆에는 그 당시 만들어졌던 실험적인 폴란드 그림책과 관련 서적이 간단한 한국어 해설본과 있었는데요. 더불어 2층에 전시된 그림이 누구의 작품인지 대략적인 위치와 작가 소개글 모음이 여러 개 있어서 가지고 읽으면서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작품에 따라 계속 소개집을 뒤적여서 찾아야하는 게 조금 번거롭긴 하더라구요. 차라리 그냥 해당 작품 근처에 각각의 소개가 담긴 종이를 두었더라면 더 관람 시 편리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4. 프란치슈카 테메르손 (1907 - 1988)

프란치슈카 테메르손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이 작품 세계는 폴란드와 유럽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는데요.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5

 

작가이며 영화 제작자인 남편과 평생에 걸쳐 협력 작업을 한 그녀는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스스로 만든 독립 출판사에서 아트북과 포스터, 실험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2차 대전 이후 두 사람은 영국으로 이주하였죠.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6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7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8

 

그녀는아르 데코와 러시아 구성주의 영향을 받아 명암이 들어가지 않은 밝은 색 면들의 사용, 큰 판형, 스텐실을 이용한 과장된 양감의 표현, 한 화면 안에서의 글과 그림의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의 조화를 이룬 그림책들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9

 

 

더불어 소재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동화와 민담의 요소를 재현하기보다 현대 사회와 관련한 주제를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려고 하였는데요. 당시 다른 그림책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새로운 시도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출판된 그녀의 일러스트를 보니 지금 나와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배색과 디자인적인 요소가 굉장히 인상적이더라구요.

 

 

5. 아담 킬리안 (1923 - 2016)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후 전쟁 후 폰란드로 돌아와 바르샤바의 인형극장에서 무대와 인형 디자인을 하며 반 세기가 넘게 극단의 예술감동으로 일한 아담 킬리안은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도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는데요.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24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0

 

아담 킬리안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무대 디자이너로서 어린이의 그림과도 같은 민속 회화의 원시주의에 깊은 영향을 받았는데요. 특히 화면에서 분홍, 초록, 터키색 등 화려한 색채를 결합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러한 대비는 그가 사랑했던 민속 예술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였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1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2

 

 

뿐만 아니라 그는 흑백과 컬러 판화에 모두 능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순수하게 맑은 색깔을 구현하기 위해 유리나 필름지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포토몽타쥬, 콜라주 등의 다양한 혼합기법을 사용한 일러스트를 주로 그렸죠. 더군다나 독특한 화면 구성과 글 그림의 감각적인 디자인은 킬리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올가 시에마슈코 (1911 - 2000)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의 여왕으로 불리는 올가 시에마슈코는 제 2차 세계 대전 이전부터 중요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요. 초기에는 아르 데코의 영향을 보여주었고, 50년대 이후부터는 다양한 현대미술의 경향을 드러내며 '독자'라는 출판사에서 예술 감독으로 오랫동안 일했었죠.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3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4

 

 

그녀는 따듯한 유머 감과 그로테스크하게 해석한 사람과 동물 중인공들을 특유의 우아한 톤다운된 색채로 표현하였는데요. 명암이 들어가지 않은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면들은 특유의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올가 시에마슈코가 대단하 면 분할과 다양한 시점이 복합된 입체파 기법으로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랫동안 폴란드 어린이들 기억에 남았는데요. 더불어 그녀의 독창적이고 개인적인 해석은 후대의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7. 즈비그녜프 리흘리츠키 (1922 - 1989)

1982년 안데르센상 수상자로 이름이 알려진 즈비그녜프 리흘리츠키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가인데요. 초기에는 건설 현장, 농부와 노동자들의 모습, 국가의 재건, 공업화 등의 당시 어린이책 주제로 많이 그렸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경향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5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6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7

 

이후 폴란드 민속 목판화 전통을 어린이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구현하면서 집적 목판을 제작하면 열의를 보여주었죠. 그는 장식적인 검은 윤곽선과 어린이 독자들을 고려한 또렷하고 분명한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풍부한 색감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8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39

 

 

그는 책뿐 아니라 1975년에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폴란드 국영티비 어린이 프로그램을 평정했던 체스와프 얀챠르스키의 <펄럭귀 곰돌이>도 그렸는데요. 그 그림은 너무 유명해서 많은 폴란드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8. 유제프 빌콘 (1930 - )

유제프 빌콘은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부스 갤러리에 첫 전시를 열었던 작가인데요. 200여권이 넘는 책들을 출간하며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로 모든 세대의 폴란드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1

 

 

빌콘의 작업은 프랑스 추상표현주의라고 할 수 있는 타시즘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요. 그의 많은 작품들이 엄격한 구도보다는 빠르고 직관적인 표현과 수묵화와 같은 얼룩과 선, 면의 우연한 어울림이 특징이죠.

 

그가 출간한 그림책 <아툭>은 특히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데요. 현재 그와 관련된 원화 6점을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2
빌콘-조형물

 

 

90년대 이후 빌콘은 스스로 공간 일러스트레이션이라 칭하며 동물을 중심으로 하는 족각들을 선보이며 작품세계를 확장해가기 시작했는데요. 폴란드 산악지방의 민속예술의 영향을 받아 거칠게 다듬어진 나무를 주재료로 만든다고 합니다. 이러한 빌콘의 조형물은 전시장과 공원 등에 놓여 많은 관람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죠. 

 

 

9. 야누쉬 그라비아인스키 (1929 - 1976)

야누쉬 그라비아인스키는 서정적인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폴란드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그의 그림은 모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며 흑백이나 모노톤의 드로잉이 극히 적다고 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색채의 실험은 주로 수채, 또는 수채와 함께 쓰는 크레용 등으로 나타났는데요.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3

 

그는 재빠르고 정확한 선과 대비되는 번짐의 효과는 마치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케 합니다. 그라비아인스키는 능숙하게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면서도 형체보다는 느낌 자체를 전달하는 데 더 우선이 되기도 합니다.

 

그는 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동물과 자연물을 주로 그렸는데요. 사진과 같이 재현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해석과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풍경은 주로 과감하고도 능숙한 수채화 붓으로 표현되는 한편, 인물이나 동물은 찰나의 움직을 포착하여 성격과 감정을 드러내었죠.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4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5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6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7

 

 

그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책이나 시화집을 많이 그렸는데요. 그 외에도 서가 강조되는 삽화 작업도 꽤 많이 작업했다고 합니다. 포스터도 작업했는데, 특히 경쾌한 필치로 그린 폴란드 LOT항공의 광고 포스터들은 현재 폴란드 역사에 남는 수작이 되었죠. 

 

 

10. 안토니 보라틴스키 (1930 - 2015)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의 가장 중심적인 세대는 1930년 즈음에 태어난 작가들이였는데요. 안토니 보라틴스키도 그 중 한 명이였죠. 그는 1980년대부터 프랑스와 독일 등의 출판사와 함께 그림책을 만들어 왔는데요.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8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서사의 진행이나 세부를 묘사를 하기보다는 어둡고 몽환적인 색채와 환상적인 무대와 같은 배경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전달에 치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채롭고 놀라운 강한 색들의 대비와 어둡고 몽환적인 색채의 조합은 그만의 특유의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데요.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게 그려진 형태들에서도 양감이 강조되는데, 어떤 면도 한가지 색깔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비구상 회화에 근접한 그의 그림은 텍스트와 분리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회화 작품의 인상과 비슷하죠.

 

 

11. 비에스와프 마이흐샥 (1929 - 2011) & 보졔나 트루하노프스카 (1929 - )

비에스와프 마이흐샥과 보졔나 트루하노프스카는 동갑내기 부부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작가는 각자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협력과 공생을 통해 함게 작업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6

 

 

마이흐샥은 날카로운 직선과 치밀하게 계산된 기하학적인 드로잉 형태를 강조하는 편인데요. 흑백의 작품 역시 점선과 실선, 가는 선과 굵은 선, 흰 면과 검은 면 등 굉장히 장식적인 구성을 볼 수 있습니다. 후기에 제작된 <이탈리아 동화집>에서 이러한 마이흐샥만의 섬세한 점묘법을 제대로 느낄 수 있죠.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17

 

반면 트루하노프스카는 좀 더 색채 중심적인 표현 작업을 선호하는데요. 수채 물감의 독특한 번짐과 우연의 효과를 과감히 이용합니다.

 

부드러운 윤곽선과 붓으로 찍은 색점으로 표현한 질감이 잘 나타난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있는 <누구나 자기 집이 있찌>는 자연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집인데요. 사실주의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색채의 실험에 탐닉했던 당시의 유행을 잘 보여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0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49

 

 

두 사람이 작업한 초기작 <그림형제 동화집>에서는 이러한 두 사람의 특징적인 스타일을 함께 볼 수 있는데요. 이 일러스트집은 현대와 달리 각각의 이야기를 한 장면의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더불어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하기보다는 그림의 여러 요소 속에 서사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1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2

 

두 사람의 작품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두 작품 모두 오래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혁신적인 기법과 트렌디한 구성과 색감이 매우 인상적이였습니다.

 

 

12. 보흐단 부텐코 (1931 - 2019)

보흐단 부텐코는 폴란드의 여러 세대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재능이 많아 그림뿐 아니라 글도 직접 써서 여러 만화 주인공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캐리커쳐와 풍자화에도 능했다고 하죠.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3

 

 

쿠텐코의 만화들은 망설임 없는 한 줄의 선으로 그려진 단순화된 형태에 명암이 들어가지 않은 원색의 채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인쇄물을 이용한 꼴라쥬나 포토몽타쥬 등을 재치있게 이용하면서 새로운 표현법을 사용하면서 그의 디자인적인 감각을 마음껏 표현했죠.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4

 

더불어 그는 간결하고 주목성이 뛰너난 그림과 더불어 자유로운 기법과 대담한 화면 배치로 표지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며 그의 책들은 폴란드 출판협회가 주는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책상도 여러 차례 수상합니다.

 

 

13. 예쥐 하인체 (1922 - 1995)

1960년대 폴란드는 어린이책 출판 호황에 따라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이 특히 강조된 지식정보 그림책같은 논픽션에 대한 수요가 들어났는데요. 당시 과학, 생태, 역사 분야에서 사실주의 화풍의 일러스테이터들이 활발한 활약을 보였는데, 예쥐 하인체도 그 중 한 명이였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5

 

 

예쥐 하인체는 나비와 곤충, 물고기와 동식물 등의 자연 도감 그림의 거장으로 손꼽히는데요. 지극히 미세하여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리한 붓 터치로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흡사 사진처럼 세밀하고 정확하게 자연 세계를 기록합니다.

 

더불어 대상의 특징적인 면을 인식하고 고르는 감각이 좋은 그는 현실의 해석과 함께 대상에게 성격을 부여하여 독특한 성정성을 함께 드러내곤 했죠. 특히 <폴란드 나비 도감>은 300여 종이 넘는 나비와 애벌레의 모습을 기록한 책인데요. 현재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그림 도감 중 하나라고 합니다. 

 

 

재출간된 유제프 빌콘의 그림책 <레오판다>

3층 입구에는 빌콘의 원화와 더불어 이전에 알부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관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더불어 현재 절판으로 구매하기 어려웠던 빌콘의 그림책 <레오판다>가 새롭게 출간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6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7

 

 

새롭게 출간된 <레오판다>는 알부스 갤러리 6주년을 맞아 제작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책은 원래 1991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뒤, 2017년 스위스에서 재출간된 작품인데요.

 

이번에 알부스 갤러리에서는 정성스러운 제본과 디자인, 플란드어를 완벽히 번역하여 완성도 높여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혹시 구매하고 싶었으나 절판이라 아쉬웠던 분들은 알부스 갤러리에서 구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트샵

빌콘의 새로 출간된 그림책과 더불어 전시 도록과 포스터 등 다양한 굿즈들은 3층에서 모두 구매가 가능한데요. 이보나 흐미알레프스카부터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책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8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59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0

 

 

포스터 중에서는 예전에 요안나 콘세이요 전시에서 구매했던 도록 표지도 포함되어 있네요. 굿즈들을 둘러보다 보니 곳곳에 아주 작고 알차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아주 꼼꼼히 들여다 봤습니다.

 

 

폴란드 그림책의 현재와 미래

1층부터 3층까지 전시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지하 공간으로 내려왔습니다. 1층을 포함하여 지하 공간은 현재 폴란드를 대표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작가들을 포함하여 주목받고 있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놓았는데요. 좌석 옆에는 전시된 그림으로 출간된 그림책들이 있어서 편안히 앉아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1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8

 

 

이곳에 소개된 작가들은 모두 과거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의 그림들을 보고 자라온 세대들인데요. 2000년대 이후 논픽션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어온 오늘날의 폴란드 작가들은 외국 출판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작품을 출간하며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몇몇 작가는 국내에서도 그림책이 다수 출간되어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죠.

 

 

14. 에밀리아 지우박 (1982 - )

지우박은 포즈난 국립미술원 출신의 작가로 신문, 잡지 광고,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고전 동화에서부터 연령대가 어린 독자들을 위한 논픽션 보드북에 이르기까지 약 50여 권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2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3

 

지우박의 일러스트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매우 섬세한 세부묘사와 함께 내용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드라마틱한 화면 구성이 특징입니다.

 

 

15. 크리스티나 립카-슈타르바워 (1949 - )

크리스티나 립카-슈타르바워는 전통적인 삽화와 그림책 작업에서부터 논픽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업을 펼치는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전방위적인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림에서부터 레이아웃까지의 치밀한 계획이 돋보이는 논픽션 그림책을 만들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4

 

 

그녀는 과거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후 건축, 무대 디자인,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회장으로 선임되어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을 위한 사회적 활동에 헌신하여 분야의 재도약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16. 알렉산드라·다니엘 미지엘린스치 (1982 - )

알렉산드라와 다니엘은 논픽션 그림책 신드롬을 이끄는 젊은 부부 일러스트레이터들인데요. 바르샤바 국립미술원 출신인 이들은 이러스트뿐만 아니라 서체 디자인, 어플리케이션, 웹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여러 차례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5

 

 

주로 친근한 마카 도구를 이용하는 자연스러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며 만화나 그림지도의 형식의 자유로운 변형을 하는데요. 어떤 주제에 있어서도 본인들의 시각적 논리로 정보를 재편성하여 책 전체를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 논픽션 그림책 전반에 일찍이 혁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들은 건축, 디자인, 음악, 현대미술, 우주, 생태 등 각족 주에의 논픽션 그림책들을 만들어왔으며, 대부분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한다고 합니다.

 

 

17. 피오르트 소하 (1966 - )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피오트르 소하는 야누쉬 스탄니의 제자인데요. 바르샤바 국립미술원의 판화과를 졸업하여 신문 잡지 일러스트로 이름을 날리다가 양봉인인 아버지에게 바치는 <꿀벌>이라는 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논픽션 그림책을 창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6

 

 

피오르트 소하의 책들은 꼼꼼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정교한 세부묘사를 하며, 내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화면의 구성으로 지식 정보 일러스트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18.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1960 -)

마지막으로 폴라드 작가로 빼놓은 수 없는 이는 바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인데요. 오래전부터 한국 출판사와의 활발한 협력작업으로 현재까지 다수의 책을 국내에 출간했으며 그 덕분에 많은 한국 팬들을 보유한 그야말로 폴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69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70

 

 

그녀는 글과 그림이 서로 엇갈리듯 보완하도록 짜여 있는 독특한 구성의 철학적 그림책을 다수 발표했는데요. 숫자, 알파벳같은 개념 그림책부터 역사적 사실과 장소를 다루는 논픽션, 시화집, 수필, 소설과 민담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71

 

대부분의 작품에 글을 직접 쓰고 있으며 손 그림과 함께 다양한 종이와 천의 질감을 이용하는 꼴라쥬 작업이 특징인데요. 전시에서는 직접 그녀가 작업한 생생한 원화와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니 섬세한 디테일이 아주 감탄스러울 정도더라구요.

 

현재 그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회 연속 안데르센 상 소트리스트에 올랐으며, 라가치 상을 포함해 전 세계 저명한 그림책 시상식에 많이 후보에 오르고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72
폴란드-일러스트레이션의-거장들-전시73

 

이렇게 아주 길고도 긴 전시 후기가 끝이 났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림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전시 구성이 아주 풍부하고 볼거리가 많아서 굉장히 흥미로운 전시였습니다. 역시나 알부스 갤러리 전시는 늘 만족스럽네요. 

 

다만 아쉬운 점은 순천에서 열렸던 전시보다는 다소 내용이 축소된 듯한 느낌인데요. 비록 아쉽긴 하지만 다행히 순천에서 열렸던 전시 도록을  순천시립그림책 도서관 공식 사이트에서 E-BOOK으로 다운받을 수 있더라구요. 혹시나 전시를 못 가셨거나 아쉬웠던 분들은 해당 사이트에서 다운받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관련 포스팅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56th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후기 1편

여름 협주곡 - 이수지 그림책작가 개인전 관람후기1

그림 그리는 정원사展 구리아트홀 전시 관람후기

내맘쏙 모두의 그림책 전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전시

환경그림책 추천 <어디에든 우리가 있어> 김혜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