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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애정해 마지않는 알부스갤러리에 새로운 전시가 열려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열린 전시는 바로 이수지 작가의 개인전이였는데요. 원래 전시는 9월 19일까지였으나, 관람객의 호응에 힘입어 10월 10일까지로 연장되었습니다.

 

 

 

이수지 여름 협주곡 전시 소개

원래는 일정이 빠듯해 못 갈뻔해 매우 아쉬웠는데 다행히 연장이 되어서 뒤늦게라도 방문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티켓은 1만원이며,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 네이버에서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데요. 시간별로 방문 인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굉장히 예매가 생각보다 치열하더라구요. 다행히 저는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해서 원하는 오전 시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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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부스 갤러리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28길 26 (6호선 한강진역)
화-토 10시~6시(일 ~5시)
매주 월 정기휴무
http://www.albusgallery.com/
0507-1429-8050

알부스 갤러리는 예술작품으로 조명받기 힘들었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이나 그동안 어린이들의 콘텐츠로 치부되었던 그림책과 동화책의 일러스트들을 전시하여 예술가들이 펼쳐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관람객이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열었다고 하는데요. 공간은 작지만 지하부터 3층까지 알차게 전시 테마에 맞춰 밀도있는 전시 구성이 돋보이며, 2017년 유제프 빌콘에 이어 현재까지 많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부스 갤러리 전시 덕분에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해외의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원화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무척 좋아하는데요. 늘 전시의 테마 자체가 굉장히 분명하고 명확해서 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전시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알부스에서 전시를 열면 항상 이번엔 어떤 작가일까 궁금하게 되고, 꼭 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더라구요.

 

 

 

작가 소개

이번 전시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인 이수지 작가인데요. 국내 작가이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살고 활동하시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작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유학시절 졸업작품으로 만들어졌던 초기작부터 최근에 만들어진 신작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데요. 과거에는 그녀의 작품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면, 최근에는 국내의 아티스트들과 꽤 많은 협업을 통해 작품을 내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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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작가는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로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 영국에서 북아트를 공부했습니다. 올해 최고의 그림책에 수여되는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맨션,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수상하였고,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 선정 등 다수의 책들이 전세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대표적인 그림책으로는 이번 신간<여름이 온다>를 비로하여,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강이>, <파도야 놀자>, <그림자 놀이> 등이 있습니다. 

 

 

 

재탄생된 세계적인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의 유명한 동명의 원작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독특한 시선으로 엮어내어 만든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꿈속의 꿈'을 모티브로 현실과 꿈 사이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몰입감있게 이끌어내는 수작인데요. 무대를 통해 책 속에 빠졌다가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과 눈앞에 펼쳐지는 환영을 보여줍니다. 이탈리아 코라이니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되었으며, 이후 비룡소 출판사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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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평론가의 글 中

무대는 세상의 모든 드라마가 펼쳐지는 장소다. 작가 이수지에게 '이미지를 얹을 수 있는 한 장의 종이는 무대다.'  무대 위의 공연은 언제나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준비된 퍼포먼스를 터뜨리고 사라진다. 그가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머물렀던 하숙집은 오래된 빅토리안 하우스였고 방 안에 낡은 벽난로가 있었다. 그는 활활 타오르고 나서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벽난로를 보며 여기에 커튼과 무대를 설치해서 종이 극장을 세우고 앨리스 공연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난로 아래에 놓인 재받이 서랍은 오케스트라 피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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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에게 무대는 관객에게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실재가 아님을 인식시켜주는 경계선과 같은 장치다. 커튼이 열리면 관객은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오간다. 무대를 보다가 자신도 무대에 오르고 무대를 즐기다가 조명이 꺼지면 객석으로 돌아온다. 무대 밖의 조용한 어린이는 무대 안의 움직이는 어린이이며, 불꽃의 환상과 서눌한 실재는 이미지 안에 공존한다. 오케스트라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서 두 공간을 연결한다. 공연을 마치고 벽난로의 재받이 서랍에 가루로 곱게 남은 환영처럼 우리 스스로 삶이라는 판타지의 실체가 되어보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이수지는 순차적 선형성을 지닌 책이라는 제본된 무대 위에 이미지로 쌓은 비선형적 퍼포먼스를 올리고, 그곳에 독자를 초대하고, 독자가 책의 일부가 되는 예술적 경험을 구축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작가의 놀이 공간이 되어준 그림책

김지은 평론가의 글 中

이수지 작가에게 그림책은 디오니소스적인 놀이의 공간이다. '여름이 온다'에서 이 놀이의 에너지는 비발디의 협주곡 '사계' 중 '여름'과 만나 새 무대를 연다. 무대라는 정중한 경계를 넘어 어린이의 손에서 청량한 신호가 터지면 독자는 아찔한 혼돈을 느끼며 놀이에 동참한다. 이 혼돈은 가장 놀기 좋은 상태다. 오로지 놀기 위해서 등장한 인물들은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가로지르며 여름 안에서 어떤 걱정도 없이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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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들리는 이미지와 눈에 담긴 소리는 손의 움직임 그 자체를 담고 있는 드로잉의 선을 따라 함께 달린다. 형광에 가까운 색종이 콜라주의 선명한 이미지는 오늘의 즐거움을 확정 짓는 것처럼 명쾌하다. 실 그림, 스프레이 페인트, 라인 테이프의 우연한 곡선 들은 원곡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유연하게 재해석한다. 협주곡의 3악장 구조는 풍요로운 서사를 만나 넓어진다. 글 없는 그림책 감상의 경험이 어디까지 다층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작이다.

 

 

 

클래식을 모티브로 나온 신작 <여름이 온다>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원화를 공개하는 신작인 <여름이 온다>는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Le quattro Stagioni) 중 여름 1, 2, 3악장에서 영감을 받고 각 악장의 연주 속도와 시간을 반영하여 그려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색종이 콜라주, 오일 파스텔, 수용성 크레용, 연필 드로잉과 실을 이용한 색채를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뛰노는 여름 물놀이의 역동성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우연성을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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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물놀이와 격정적인 음악의 선율을 따라 비바람을 뚫고 헤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다가올 폭풍 전조를 교차하며 보다 생동감 있게 그림책으로 확장합니다. 악보 속 음표들이 물방울처럼 모여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으며 여름의 시작을 알립니다. 

 

 

 

낙서같은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원화

이수지 작가의 원화는 처음으로 보는 것이라 작가 특유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결력이 돋보였는데요. 악보를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낸 아이디어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고, 악보 한장 한장 너무 아름다운 작품이더라구요. 계속 바라보고 싶어지는 느낌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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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낙서같이 난해해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알같은 디테일과 자연스러운 연결성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이렇게 가까이에서보면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도 보수 있어요. 음표들이 줄에서 자유롭게 날아가면서 새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에요.

 

 

 

작가 특유의 감각과 센스가 돋보인 작품

두번째 장은 좀 더 드라마틱해지고 아이들이 신나게 여름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보고있으면 덩달아 시원해지고 기분좋아지는 느낌입니다. 곳곳에 작가 특유의 센스가 느껴져서 재밌더라구요. 특히 맨 위에 줄을 해먹삼아 누워있는 아이가 보이시나요? 이수지 작가의 작품을 보면 아이다운 특유의 장꾸력과 매력이 항상 느껴지는데, 이번 작품도 그 부분이 잘 살아나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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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장은 마치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디테일을 줄이고 과감한 연출이 보이는데요. 여름에 쏟아지는 태풍과 장마의 느낌이 가득한 악보였어요. 노래를 들어보지 않아도 마치 엄청난 사운드가 흘러나오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였습니다.

 

 

 

아기자기한 콜라주적 디테일 가득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고 나니 이제 뜨거운 햇살이 내리찝니다. 폭풍이 오기 전보다 더욱 강렬해진 태양을 벗사마 남은 여름을 마음껏 즐기려는 이들의 유쾌함이 느껴지네요. 빤짝이 스티커, 셀로판지 등 다양한 종이를 붙이는 콜라쥬 형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해서 굉장히 이쁜 악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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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모습인데요.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성 피아니스트가 왠지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자세한 얼굴이 보이는 것은 아닌데 단발머리에 안경쓴 모습이 왠지 이수지 작가님이 연상이 되었거든요. 

 

 

 

악장의 행복한 마무리

폭우와 지나가고 아이가 뿌리는 물 사이로 커다란 무지개가 비칩니다. 여전히 여름의 햇살은 강렬하네요. 다양한 모습으로 흘러가고 왔다가는 물줄기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장입니다. 시원한 바다와 함께 아이들이 뛰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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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을 예술가라고 상상한다면 우리는 더 넓은 놀이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 OKAPI(대만 온라인 서점)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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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여름이 온다>는 악보 장면 말고도 이렇게 아이들이 신나고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들이 담긴 컷이 많은데요. 투박한듯 감각적인 배치로 붙인 콜라주 작품이라 굉장히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이전 작인 <파도야 놀자>에서 보여졌던 자연스럽고도 다채로운 물의 모양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실제 책과 원화

전시장에서는 실제 그림책도 볼 수 있는데요. 덕분에 원화와 함께 이 원화가 작품에 어떻게 배치되었는지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 좋더라구요. 다만 책이 너무 크고 무겁다보니 보기 조금 힘들긴 하더라구요. 표지만 보면 무슨 아트북같이 멋진 질감으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기존의 본 그림책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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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아무래도 연출적인 부분 때문에 작가가 고심해서 일부 편집을 하거나 원화와는 다르게 배치를 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악보가 나오는 컷이 전체는 안 나오고 일부 편집되어 확대형식으로 나와 아쉽더라구요. 아무래도 한장의 일러스트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그림책의 차이가 이런데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한 장의 완성된 작품이라도,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출의 필요한 부분만 사용할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어쩜 이렇게 유쾌하게 그것도 아이디적으로 여러 연출을 표현하시는 놀랍기만 합니다.

 

 

 

이수지 작가 특유의 역동적인 물의 표현

이수지 작가님의 물 드로잉은 정말 너무 좋아요. 이전 <파도야 놀자>때도 그랬지만, 물의 역동감과 생동감을 표현하는 표현력은 진짜 최고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너무 시원해지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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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아서 보면 하나도 같은 배치와 모션이 없이 엄청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튀지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선 하나에서 느껴지는 힘과 자유로움

선 하나 하나에도 힘이 느껴지네요. 진짜 바람에 압도되어 버린듯한 느낌입니다. 간단하고도 심플한 선만으로도 이렇게 확실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인 참 멋진 것 같아요. 거기에 유머까지 있으니 왜 이수지 작가의 작품이 인기가 많은지 여실히 느껴지더라구요. 마지막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정말 깨알 재미 포인트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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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전시를 꼼꼼해서 봐서 그런지 내용이 무척 길어져 버렸네요. 이어진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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