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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관람후기2

앞서 포스팅에서 소개한 8편의 소설속에서는 무민 가족에게 저마다 특색을 가진 많은 친구들과 손님들이 오고 갑니다. 그들은 모두 환영 속에서 무민 가족과 함께 보내고 모험하게 됩니다.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관람후기1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탐험하고 사랑하며, 끊임없이 나와 다른 누군가를 편견없이 바라보며 이해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무민 가족의 모습을 보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소통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소설 섹션을 지나면 온 방이 무민의 영상으로 채워진 넓은 방이 등장합니다. 중간에 의자도 있어서(그림 편하진 않지만) 쉬어가기 좋아요. 

 

잠시 쉬었다가 넘어간 섹션에서는 무민을 탄생시킨 작가 토베 얀손의 스토리와 사진들을 볼수 있었어요. 

토베 얀손 (1914.08.09 - 2001.06.27)

무민의 어머니 토베 얀손은 191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났습니다. 핀라드인 아버지는 조각가이고, 스웨덴인 어머니는 화가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에는 예술가 부모님의 여향이 컸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남동생이 있는데 모두 사진가와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가족들 모두 예술가라니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그녀는 어린시절 스톡홀름과 헬싱키, 파리 등 다양한 곳에서 미술을 배우고, 1943년에 첫 전시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1945년에 첫 소설을 출간하여, 1970년까지 무민 가족 이야기를 집필하게 되죠. 그녀는 195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영국 신문인 <이브닝 뉴스>에 무민 만화를 연재하게 되는데요.

 

그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된 무민은 그 후 75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험가로 평소 호기심 많고 편견 없이 사고하는 예술가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무민 캐릭터의 창작자이면서도 풍자 작가로 핀란드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예술가였는데요. 

 

그녀가 활동할 당시 미술계에 초현실주의 바람이 불면서 상상 속 환상의 세계를 묘사한 작품들을 그려냈고, 헬싱키 시청을 비롯한 유명 건물에 벽화 작업을 하거나, 국제 청소년 도서관 설립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예술의 공공성에 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를 무척 소중히 여긴 그녀의 가치관은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서로 쌀뜰히 챙겨 주는 무민 가족에 잘 드러나 있는데요.

 

실제로 무민마마와 무민파파는 토베의 부모님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이며, 투티키는 자신의 동반자인 뚤리끼 삐에띨라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죠.

 

그녀는 작품을 통해 안식처를 찾아 인생이라는 길을 헤매는 낯선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그로 인해 생기는 차이와 편견을 관용의 자세로 수용하며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베 얀손의 어머니가 발행 초기부터 삽화를 기고했던 핀란드 정치 풍자 잡지인 <Garm>에 표지 이미지와 삽화를 그리며 자신의 뚜렷한 정치 견해를 드러냈다고 하는데요.

 

삽화 속에는 무민 가족 시리즈가 출간되기 전임에도 일종의 서명처럼 무민 그림을 은근히 남겨놓을 것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47년에는 장서표를 그리기도 했는데요. 9x6cm의 작은 그림에는 그녀에게 중요한 수많은 주제들을 담아 그녀의 삶을 완벽하게 표현해냈습니다.

 

특히 그림에 표시된 'Labora et Amare'라는 라틴어의 뜻은 '일과 사랑'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그녀는 인생에서 일과 사랑을 가장 중시했다고 합니다. 

 

이후 토베는 장서표를 나무와 바다의 형식으로 새롭게 제작하고, 토베의 어머니가 토베의 이니셜로도 새롭게 그리게 됩니다. 

토베 얀손은 원래 꿈이 화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여섯 살에 스톡홀름 테크니컬스쿨을 다니며 미술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아테네움에 있는 핀란드 예술협회의 미술학교와 파리의 예술학교를 다니며 화가로서의 공부를 이어갔다고 해요. 

 

"나는 누군가에게 철학을 논하거나 가르치려 하진 않았다. 나는 오직 내 이야기를 즐겼을 뿐이다."

 

그녀는 주로 친숙한 장소와 가족, 친구 그리고 많은 화가들이 그러했듯 자화상을 즐겨 그렸다고 하는데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들어서는 정물이나 암석,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친 바다를 그리며 주제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1975년에는 마지막 그림으로 <자화상>과 <그래픽 아티스트>를 작업했는데, 이 2작품은 그녀 특유의 기교와 자유로운 방식이 어감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다양한 예술 활동만큼이나 그녀의 러브스토리가 무척 유명하고 또한 이색적인데요. 항상 불같은 사랑을 했던 열정적인 러버 토베 얀손.

 

"나의 열정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의 것이다."

 

그녀의 마지막 사랑은 놀랍게도 남성이 아닌 여성이였다는 점이죠. 지금이야 동성커플이 완연히 낯설진 않지만, 당시 핀란드에서는 동성애를 배척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여서 그녀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교류했다고 하네요. 두 사람은 토베 얀손의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고 하네요. 

 

상대가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사랑에 열정적이였던 모습이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2020년에 제작된 <토베 얀손>이라는 영화가 있더라구요. 국내에는 올해 9월에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인데요.

 

글로만 읽어본 그녀의 삶을 영화로 볼 수 있다니, 무척 궁금하네요. 시간 날때 꼭 봐바야겠어요. 혹시 보게되면 후기글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소개 섹션 다음으로는 작은 문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가장 보고 싶었던 원화가 있는 섹션 구간입니다. 원화는 사진을 찍으면 안되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경고문이 붙어있더라구요.

 

기대를 안고 들어간 원화섹션. 큰 기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하고 원화도 적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어요. 전시 제목이 '특별 원화전'인데요. 

 

과거 지브리나 디즈니같은 방대한 원화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원화작품이 적을 줄은 몰랐어요. 원래 원화가 많이 안 남아있었기 때문일까요.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가장 아쉬웠던 섹션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이제 거의 전시 후반부에 들어섰습니다. 다음 섹션은 <무민밸리>라는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무민밸리는 2019년 핀란드와 영국의 합작으로 2D캐릭터인 무민이 3D형식의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인데요. 

각 시즌당 총 1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2시즌으로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무민이 영상매체로 많이 제작이 되긴 했지만, 모두 어린 연령층을 타깃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반면 2019년 제작된 무민밸리는 전연령을 대상으로 타깃하여 전보다 스토리라인과 캐릭터의 복합적인 감정 양상을 좀 더 신경썼다고 합니다.

핀란드의 국보라고도 할 수 있는 무민의 원작성을 지키기 위해 제작진은 토베 얀손이 무민 가족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철학적인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작진 또한 어린 시절 무민 이야기를 접하면 자랐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더더욱 제작 시에는 원작을 충실히 이해하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더빙배우들인데요. 핀란드와 영국에서 합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우진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배우들이 맡았다는 점이에요.

 

태런 애거턴, 로자먼드 파이크, 케이트 윈슬렛 등이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당시 굉장히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이 애니메이션은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되자마자 핀란드 국영 방송사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핀란드의 무민 사랑을 제대로 입증했다고 해요.

 

이 시리즈는 제작비만 약 267억원으로 핀란드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TV프로그램이라고 하니, 정말 여러 모로 국보급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나라의 보물이자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엄청 부럽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섹션은 바로 코믹스트립입니다. 토베의 소설책이 영국과 미국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무민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요.

 

소설이 인기를 얻자 영국의 유명 신문사인 <이브닝 뉴스>는 토베에게 만화 연재를 제안하게 됩니다. 프린랜서 작가였던 토베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만화 연재를 흔쾌히 수락했고, 1954년부터 연재를 시작하게 됩니다. 

신문을 통한 만화 연재는 전 세계적으로 더더욱 인기를 얻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감과 아이디어에 대한 압박은 토베를 괴롭게 했고, 결국 1959년 <이브닝 뉴스>와의 계약이 끝나자마자 만화 연재를 중단합니다. 

 

높은 인기에 만화 연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브닝 뉴스>는 대안으로 토베의 남동생인 '라스 얀손'에게 만화 연재를 이어가 줄 것을 제안했고, 그는 이를 수락하여 15년 동안 무민 만화를 지속적으로 연재해왔다고 합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토베가 만화연재할 당시 그녀의 남동생도 함께 아이디어를 내며 일해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었을까 싶어요.

전시를 나오니 무민으로 한껏 꾸며진 아트샵과 카페를 볼 수 있는데요.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무민 굿즈들을 볼 수 있었어요. 

핀란드의 유명 초콜릿으로 보이는 제품도 있었고, 그 외에 다양한 굿즈들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네요. 전시가 끝무렵이라 그런지 이미 품절된 제품도 몇몇 보이더라구요.

원화는 많지 않았지만, 워낙 많은 섹션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볼 것도 많았고 그만큼 다 보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무민전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시거나 아니면 처음 보시는 분들은 전체적으로 이 캐릭터의 탄생과 역사를 연도별로 볼 수 있어서 나름 괜찮은 전시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원화가 비중이 너무 적은데 원화전이라고 명칭한 것은 조금 넘했... 다고 생각되지만 말이죠.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해가 저물어 갑니다. 늦었지만 궁금했던 이케아랩도 방문했는데요.

 

아쉽게도 이케아의 전 제품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컨셉에 따라 방들이 나눠져 있는데, 매번 체크를 하고 들어가야 해서 너무 번거로웠어요.

건물은 너무 이뻐서 기대가 참 많이 되었는데, 뭔가 효율적이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달까... 그냥 작은 쇼룸들이 뭉쳐있는 것 같았어요.

 

이케아 광명을 생각한다면 정말 실망이 클 듯한 이케아랩. 그냥 광명을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네요. 제품도 많이 없구요. 

무민전 다음에 뭐를 하나 혹시 찾아보니 그라운드시소 성수의 다음 전시가 바로 제가 좋아하는 웨스 앤더슨이더라구요. 올해 11월 27일부터 내년 5월 29일까지 진행된다는 이 전시.

 

아직 전시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나 세부일정이 공개되진 않은 상태이지만, 이미 제목과 포스터만으로도 취향저격 당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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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라운드시소 성수가 거리가 멀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취향저격 전시를 해준다면 안갈수야 없지요. 부디 이번 전시는 더욱 알차고 볼거리가 많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