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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부스 갤러리 전시를 보면 항상 1~2시간 기본으로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제 취향저격인 전시를 많이 하기도 하고, 공간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나름 알차서 늘 오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전시 포스팅도 피치 못하게 길어지게 되었네요. 앞서 1층과 2층을 차례대로 관람을 하고 3층으로 이동합니다.
여름 협주곡 전시 소개
3층은 전시관은 아니여서 앞에 작게 미니 공간에 전시가 되어 있고, 굿즈들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원래라면 3층에서 보통 티켓을 끊을 수 있어 먼저 가게되는 곳인데, 이번 전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1층에서 바로 체온체크와 티켓팅이 진행되어 먼저 올라가진 않았습니다.
3층에 들어서면 보이는 작은 전시관에는 작가의 첫 그림책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작업할 때 구상했던 노트나 샘플, 더미북 등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은 실제 사진을 찍어 디지털로 합성해 만들어진 형태이기 땓문에 작가가 여러 컷으로 같은 장면을 찍은 필름이 보였습니다.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상과 스케치를 했는지 느껴졌고, 사실 이보다 더 양이 많을테지만, 그림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략적인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02)는 내 그림책 여정의 원천과도 같은 책이다. 책 안에 '무대'라는 장치는 현실과 눈앞에 펼쳐지는 환영을 의식하게 만든다.
저 청소기를 장면을 위해 여러 포즈로 다양하게 사진 촬영하신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그림책 속의 아이가 실제로 작가님의 어린시절 사진을 가지고 했다는 점의 비하인드를 짤막하게나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었는데요. 티켓을 끊어주시는 직원분의 픽에 의하면 이번 스티커가 아주 이쁘게 나왔다고 하시더라구요. 스티커 외에도 엽서와 포스터 그리고 신작을 포함한 여러 그림책까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신작의 악보 원화가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들어서 포스터를 구매해볼까 싶었는데요. 아쉽게도 인쇄되는 과정에서 원화보다 선명도가 떨어지다 보니 구매하지 않았어요.
이건 매번 전시 굿즈를 볼때마다 생기는 딜레마인 것 같아요. 전시 도록도 살짝 고민이 되었어요. 제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비발디 사계 악보 그림이 전부 담겨있었거든요. 원작 그림책에서는 전체 그림이 담겨 있지 않다보니, 더욱 소장가치가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굿즈가 있으니 전시를 충분히 보시고,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저는 주로 계단을 오르면서 전시장을 이동하는데요. 그 이유는 계단을 오를때 깨알같이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알부스 갤러리는 매번 갈 때마다 건축물이 외부나 내부할 것 없이 너무 이뻐서 참 좋아하는데요. 햇살이 잘 들어오는 건축의 요소를 살려 곳곳에 전시를 연출한 것이 참 매력적이에요.
이 작품의 기법은 이수지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인 <그림자놀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이였어요. 이번 전시에서 작가님의 모든 책이 전시되진 않았는데요. 테마가 되는 색이라면 바로 파랑이 아니였을까 싶을 정도로 주로 파랑색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대부분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전의 이름인 여름 협주곡과도 참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 전시공간
마지막으로 지하로 내려왔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옆에 작은 정원도 너무 이쁘고, 조용히 사색하듯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라 마지막에 보기도 참 좋아요. 옆에 화장실도 있고 말이죠.
물이 되는 꿈
<여름이 온다> 바로 전작인 <물이 되는 꿈>은 유명한 가수인 루시드폴과 함께 협업한 작품인데요. 오직 파랑색 물감으로 가사에 맞춰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한편을 보는 듯한 그림책입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아코디언 형식의 그림책으로 전부 펼치면 엄청나게 긴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 포인트인데요.
실제로 물이 되는 꿈이라는 노래와 함께 들으면서 책장을 넘기면 무너가 뭉클하면서도 아름다워서 굉장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작품입니다. 실제 책은 좀 더 파랗게 나왔는데, 원화에는 약간 청록빛의 좀 더 따뜻한 느낌이 들어 더욱 좋더라구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상했는지를 볼 수 있는 아이디어 스케치도 있었구요. 작게 아코디언 형식에 맟춰 그려진 더미북도 볼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가까이에서 다시 찍었는데도 잘 안 보일만큼 진짜 작은 더미북이였는데요. 원래 전체적인 흐름을 보기 위해 많은 그림책 작가들이 더미북을 만들긴 하지만, 이 작품은 아코디언 형식으로 인해 그 연결성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더욱 더미북 작업이 중요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정말 작지만 깨알같은 묘사가 엄청 디테일해서 보면서 계속 감탄만 이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좀 더 큰 사이즈로 실제 색감을 사용해서 그려진 더미를 볼 수 있는데요. 이 더미들을 보면서 완성된 책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이 더해지는가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그나저나 색감과 그림이 너무 좋지 않나요. 완성된 작품이 아닌데요.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여실히 느껴집니다.
노래가 참 좋아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책 홍보 영상으로 짤막하지만 이수지 작가의 그림과 함께 노래가 담긴 영상이 있떠라구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 한 번 봐보시길 바랍니다. 가사를 찬찬히 보면서 들으니 더욱 그림이 와 닿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감동적이였어요.
물,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꽃,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 되는 꿈
강, 강이 되는 꿈
빛이 되는 꿈, 소금이 되는 꿈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파도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별, 별이 되는 꿈
달이 되는 꿈, 새가 되는 꿈
비, 비가 되는 꿈
돌이 되는 꿈, 흙이 되는 꿈
산, 산이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바람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모래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 빗물이 되는 꿈
냇물이 되는 꿈, 강물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하늘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파도야 놀자 Wave
목탄 드로잉와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낸 그림 위에 디지털 작업을 더하여 완성한 작품으로 발간 후, 뉴욕타임즈 우수그림책에 선정되었습니다. 더불어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올해의 원화전 금메달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두둑히 인정받은 작품이죠.
책 속 주인공이 아이가 바다에 들어간 후, 어느덧 새하얀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 아이의 세상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데요. 책의 접지를 중심으로 상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표현하고 있는 독특한 연출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이수지 작가는 나이와 그 밖의 다양한 차이를 뛰어넘어 어른과 어린이 모두를 웃게 만든다.
- Jennifer Gavin
워낙 서사적인 완결성과 구조적인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라 국내에서도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저도 참 좋아하는 그림책이에요.
10월 10일을 끝으로 이수지 작가의 개인전은 끝이 났는데요. 알부스 갤러리는 보통 자주 전시를 열지는 않고, 어느 정도 텀을 두는 곳이다 보니, 다음 전시는 잘하면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에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라 다음 전시는 과연 어떤 작가님일지 무척 기대가 되는데요. 얼른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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