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랜만에 전시를 다녀왔는데요. 바로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폼페이 유물전>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처음으로 더현대 서울에서 보는 전시네요. 늘상 느끼는 거지만 더현대 서울은 정말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독특한 건물에 옥상층이 상당히 개방감 넘치고 예쁘긴 하지만, 전시를 목적으로 가기에는 많은 인파들로 인해 보기도 전에 늘 지쳐버리네요.

 

 

 

 

폼페이 유물전 전시 소개

이번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은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전시라고 하는데요.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 소장한 것들 중 찬란한 고대 문명을 가졌으나 비극적인 자연 재해로 사라진 도시 폼페이의 유물 127점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폼페이-유물전1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

기간 : 2024.01.13 - 2024.05.06
장소 : 더현대 서울 6층 ALT.1
날짜 : 월-목 10:30 - 오후 8시, 금-일 10:30 - 오후 8:30 (백화점 휴점 시 휴관)
가격 : 성인 20,000원, 청소년 & 어린이 15,000원, 특별권&무료권 예매 사이트 참조

 

전시는 올해 1월 13일부터 5월 6일까지 넉넉하게 진행되는데요. 더현대 서울 6층의 정원쪽에 위치한 전시라 쇼핑과 식사를 여유롭게 하시고 시간 날 때 가볍게 둘러보기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운좋게 얼리버드를 일찍 발견한 덕분에 저렴하게 티켓 구매를 할 수 있었는데요. 티켓의 정가는 2만원으로 다른 미술전과 동일한 가격대였습니다.

 

폼페이-유물전2

 

 

 

 

 

일부 구간만 사진 허용

전시장 내부는 기본적으로 사진이 불가했는데요. 일부 유물만 사진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촬영이 가능한 작품은 하단에 사진 촬영 허용이라 적혀있는데요. 그 작품만 찍으실 수 있습니다. 여유롭게 보고자 평일 오후 늦게 갔는데요. 평일임에도 불구 내부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폼페이-유물전3

 

심지어 오후 4시 도슨트에 걸리는 바람에 더 많은 관람객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서 관람하기가 정말 힘들었네요. 원래 도슨트를 좋아하는 편인데, 전시장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됐기도 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1시간 가까이 서서 도슨트를 들을 자신이 없어서 패스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00년 전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고대 로마 도시인 폼페이가 주제인데요. 영화나 다큐를 통해 많이 들었던터라 익숙한 폼페이지만 실제 유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신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물보다는 그림전시를 좋아하지만, 이탈리아에 가고 싶은 마음을 유물전으로 달래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미리 예매를 해버렸네요.

 

폼페이-유물전4

 

맨 처음 사진 촬영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아프로디테 조각상이였습니다. 흔히 사랑의 비너스로 알려진 신화적 인물이죠. 아프로디테는 거품에서 태어난 자라는 그리스어인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적 인물들의 이름이 두 가지인 이유는 그리스어와 영어식 이름이 다르게 표기된 까닭입니다. 비너스는 영어식 이름인 셈이죠.

 

사람보다 더 큰 압도적인 규모의 조각상을 실제로 보니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느낌이였는데요.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을 매끄럽게 깎은 디테일이 실로 놀랍더라구요. 특히 그림같이 깎아놓은 아프로디테의 얼굴에서 이마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석처럼 빛나는 결정들이 아름다워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폼페이-유물전5

 

그 옆으로 가니메데와 독수리라는 조각상이 있었는데요. 처음들어보는 인물이였는데 다행히 옆에 자세히 설명이 쓰여 있더라구요. 가니메데는 젊은 트로이아 왕자로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동시대 인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남성임에도 제우스가 그에게 홀딱 반해 독수리로 변신하여 올림포스로 데려갔을까 싶더라구요. 그는 올림푸스에서 신들의 잔을 나르는 불멸의 존재가 되었는데요. 이 같은 대우는 바람둥이로 유명한 제우스의 연인들 중에서 아무도 받지 못했던 특별대우였다고 합니다.

 

폼페이-유물전6

 

에트루리아인을 통해 후대 이탈리아에 전해진 그의 도상은 술 시중을 들거나 독수리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고 하는데요. 전시장에 있는 가니메데의 조각상은 운동 선수와 같이 잘 발달된 육체를 알몸으로 묘사했으며, 곱슬머리에 프리기아 모자를 쓰고, 목동들이 쓰는 갈고리 막대기인 페둠을 들고 있는 모습이였습니다. 그 옆에는 독수리도 함께 말이죠.

 

폼페이-유물전7

 

그 다음으로는 디오니소스의 얼굴상을 볼 수 있었는데요. 디오니소스는 술과 풍요의 신으로 인간에게 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포도나무를 준 설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 때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춤추는 짤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었죠.

 

 

그는 인간적인 면모를 잔뜩 지닌 그리스 로마 신들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고 복잡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엄청 잘생기기까지 해서 그를 따르는 추종자 또한 엄청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다면적이면서도 상반된 특성들이 혼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폼페이-유물전8
다오니소스의 열렬한 추종자의 모습

 

실질적으로 디오니소스는 남성성과 여성성, 광기와 지혜, 야만과 문명을 결합해 주기도 하고, 와인이라는 훌륭한 음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알콜 중독이라는 파괴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죠. 디오니소스가 손에 들고 있는 포도주는 그를 상징하는 요소이자 춤과 음악을 통해 성취되는 행복, 사랑, 황홀경으로 이끄는 도취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연극과 공연의 신이기도 한데요. 그리스 로마 사람들이 대형 극장을 일찍이 만들어 문화생활을 즐겼을만큼 그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가까이 있는 친숙한 존재의 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폼페이-유물전9

 

로마 시대에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는데요. 조각상 뿐만 아니라 물이 흐르는 수반도 굉장히 디테일한 상징물들로 조각되어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흰 수반은 세 명의 하르피이아가 등으로 받치고 있는 형태였는데요. 반인반조인 하르피이아는 줄로 날개와 날카로운 새의 발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고 하네요.

 

폼페이-유물전10

 

두 번째 수반은 포피리라는 단단한 자줓빛 돌로 만들어졌는데요. 이 반암은 독특한 색상과 희귀성으로 인해 당시에는 가치가 엄청 높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단단해서 채석이 어려웠고, 원산지였던 이집트에서부터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엄청 비쌀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러한 이유들로 이 붉은 수반은 상류층 집 정원에 있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고 합니다. 수반을 받치고 있는 조각은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 바다 괴물인 스킬라인데요. 스킬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카리브디스와 함께 2대 괴물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스칼라를 표현한 정교한 조각에서 장인의 솜씨를 엿볼 수 있습니다.

 

폼페이-유물전11

 

마지막 사진 촬영이 가능했던 조각상은 바로 장옷을 걸친 여성인데요. 앞서 신이나 괴물같은 불사의 존재가 아닌 유일한 여성상이였습니다. 여성은 발까지 내려오는 주름진 겉옷을 입고 있고, 그 위에 커다란 망토를 걸쳤는데요. 오른손을 가슴께에 대고 있는데, 이러한 자세는 겸손하고 정숙한 여성의 전형적인 당시 시대상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죠.

 

 

 

폼페이 여성의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

폼페이-유물전12

 

전시장에는 다양한 영상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폼페이의 현재 모습부터 발굴하는 과정, 그리고 지도와 과거의 모습을 디지털화한 작품까지 볼거리가 풍성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한 번 영상을 보며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마지막에 폼페이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까지 총 2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영상은 다행히도 번역이 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당연히 국내 전시니 번역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 싶겠지만, 간혹 번역없이 영상을 내보내는 전시도 종종 있긴 하더라구요. 마지막 영상은 폼페이하면 떠오르는 석고 캐스트와 함께 있었는데요. 

 

폼페이-유물전13

 

캐스트는 화산재에 덮인 시체가 있던 자리에 석고를 부어 만든 것인데요. 당시 유독 가스 때문에 사망한 시체 위에는 화산재가 쌓이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체는 부패해 사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단하게 굳은 화산재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인물의 실루엣이 그대로 남게 되는데요.

 

폼페이-유물전14

 

이렇게 남은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고대 주민들의 형태를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시장에는 젊은 여성의 캐스트가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데요. 아마도 영상 속 인물은 이 캐스트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물론 가상으로 디지털화한 것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왠지 미이라가 떠오르는 듯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캐스트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운 자세라서 한편으로는 섬뜩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비극적인 모습일텐데 이렇게 덩그러니 전시된 모습도 씁쓸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 캐스트와 함께 과거 아름다웠던 폼페이의 모습들이 겹치면서 참 묘한 기분이 들긴 하더라구요.

 

 

 

 

아트샵

폼페이-유물전15

 

전시장을 나오면 바로 아트샵으로 이어지는데요. 깔끔한 민트색 벽에 양 벽에 다양한 굿즈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굿즈의 그림들은 화려한 프레스코 벽화를 재구성하여 그리거나 여러 조각상들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색상이나 구성이 매우 화려하고 다채로웠습니다.

 

폼페이-유물전16
폼페이-유물전17

 

사실 어느 전시를 가든 굿즈의 디자인이나 종류가 한정적이라 늘 구경만 하는 편인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유독 뱃지의 퀄리티가 괘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그넷 한 개의 가격은 12,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였지만, 전시 한정으로 나오는 제품이니까 또 나름대로 소장 가치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모티브가 된 작품과 함께 나란히 배치되니 더욱 예쁘게 보이더라구요.

 

폼페이-유물전18

 

중앙에는 도록이 있었는데요. 정가는 38,000원이지만 현장에서 할인해서 35,000원에 판매되고 있더라구요. 여러 전문가의 검열을 거쳐 제작이 되었다니 상당히 믿음직스러운 느낌이였는데요. 검정 바탕에 심플한 로고와 이번 전시에서 대표되는 프레스코 벽화 그림이 적절히 배치되어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습니다.

 

폼페이-유물전19

 

여러 굿즈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폼페이의 모습을 심플하게 표현한 핀 뱃지였는데요. 디자인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산의 색이 많이 어두워서 살짝 아쉽긴 하더라구요. 결국 고민하다가 안 샀네요.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살짝 사진으로라도 남겨봅니다.

 

폼페이-유물전20

 

이번 <폼페이 유물전>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게 된 전시지만 생각보다 볼거리와 느끼는 것이 많은 전시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런 유물 전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꽤 흥미롭게 봤는데요. 아무래도 많이 들었던 익숙한 폼페이라는 지역의 모습을 일부나마 실제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웠던 점들은 글자가 너무 많았다는 것인데요. 물론 워낙 방대한 남의 나라 역사에 신화까지 더해져 내용이 없었으면 그냥 스쳐봤을테지만 일일이 읽으려니 벅차긴 하더라구요. 나중에는 마구 쏟아지는 낯선 단어들에 뇌가 포화상태여서 이해도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더불어 국내에 유물전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줄 몰랐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더 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전시 덕분에 고대 로마의 찬란했던 문화를 가진 폼페이가 한 순간 비극적으로 사라져버린 것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타이밍이 맞지 않아 도슨트는 듣지 못했지만, 이번 전시를 제대로 즐기고 느끼기 위해서는 전시를 한 번 둘러보고 마지막에 도슨트까지 들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슨트는 평일만 11시, 2시, 4시 이렇게 3번 진행된다고 하네요. 만약 여의치 않는 경우 양정무 교수님이 들려주는 오디오 가이드도 있으니 참고하셔서 알찬 관람 하시길 바랍니다.

 

 

▼ 관련 포스팅

여의도 카페꼼마 & 얀 쿠브레 넓고 쾌적한 공부하기 좋은 북카페 추천

여의도 더현대서울 슈퍼말차 방문후기

다비드 자맹 전시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 더 현대 서울

더현대서울 <라울 뒤피 행복의 멜로디> 퐁피두 센터 콜라보 전시 후기

<포인트 오브 뷰> 여의도 더현대서울 고급스러운 문구 소품샵 추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