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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말했다 - 철학적 사유가 뛰어난 그래픽노블 추천

그동안 웹툰을 많이 소개했었는데요. 오늘은 인상깊게 본 신작 그래픽노블 한 권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표범이 말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2021년도에 유명한 그림책 시상식 중 하나인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요. 최근에 국내에 번역이 되어서 얼른 보고싶더라구요.😉

그래픽노블이란 직역하면 그림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간단히 말해서 만화이지만 우리가 아는 형태의 출판 또는 웹툰 만화와는 다른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좀 더 정적이고 소설처럼 글자가 많고, 그림은 다소 예술적인 느낌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보통 미국이나 유럽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형태의 만화입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마블이나 스머프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치고는 굉장히 큰 판형에 무게가 꽤 나갔는데요.

 

마치 별색(보통 인쇄에서 낼 수 없는 별도의 인쇄된 색감)을 사용한 듯 컬러풀하고 쨍한 색감에 심플하고 깔끔한 그림체가 굉장히 매료되는 그림책이였습니다.🥰

 

이야기는 총 6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자연의 순환처럼 말이죠.

 

섬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물소의 특별한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봐요, 솔직히 이제 난 당신이 날 좋아하든 말든 관심 없어요.
난 살면서 지금까지 남의 말을 너무 많이 들었죠.
오늘은 내 말을 듣기로 했어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속도로 갈 걸게요."

 

두번째 이야기는 추하다 생각했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타조의 이야기.

 

"우리는 왜 매번 똑같은 길로만 다녀야 하지?
- 왜냐하면 가장 좋은 길이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

 

세번째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싶어 노력했던 찌르레기의 이야기. 넷번째는 세계의 시작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 코끼리의 이야기.

 

"저는 우리 운명이 비극이라고 늘생각해 왔어요.
우리는 집 없이 알몸으로 태어나죠.
단지 수염과 다리와 껍질만 갖고서...
신이 우리를 창조할 때 일을 다 끝내지 못한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바로 그래서 아름다운 거죠.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는 것 같은 이 세상에
우리는 그 틈새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말하자면 우리는 밀입국자인 셈이죠."

 

다섯번째는 힘겹게 구한 화려한 집 속에서 홀로 고독하게 살던 소라게 이야기. 여섯번째는 엄자의 죽음을 기리는 원숭이 이야기를 거쳐 마지막에 선지자 표범의 의미심장한 연설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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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굉장히 쉽게 잘 읽히는데 이상하게도 동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문득 뭔가 느껴지게 됩니다. 굉장히 삶에 대한 철학적인 메세지가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죠.

 

참 신기한 것이 그렇다고 교훈적으로 장황하게 설파는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헤매고, 잘못 선택하고 실수하다가 결국 깨닫고 끝까지 노력하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왜 인지 우리 모습이 자연스레 비추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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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의 모습을 빗대어 만들어진 것 같은 동물들의 철학적 사유는 굉장히 심플하고 간단하지만, 그렇다고 깊이가 가볍지만은 않아요.

 

질문 하나에 아주 강렬한 핵심이 들어있듯, 그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은 일부 굉장히 폐부를 찌르는 듯 강렬하게 와 닿습니다. 

 

보기 전까지는 그저 이쁜 그림책이구나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깊은 철학적 스토리에 매료되고 감동을 받아버렸어요.

 

"동물과 마주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 제레미 모로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 제레미 모로는 BBC 다큐멘터리 <life>를 보고 이 책의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하는데요.

 

코모도왕도마뱀 한 마리가 물소를 물어뜯고 독이 몸에 퍼져 죽을 때까지 약 3주간을 기다려 잡아먹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도마뱀이 많은 시간을 희생자와 유대감없이 보낼 수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떠올라, 이후 동물을 통해 인간성을 살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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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8살때부터 매년 앙굴렘 국제 만화제에 만화를 출품해왔다고 하는데요. 이후 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여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그림 세계를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앙굴렘 국제 만화제에서 만화로 여러 상을 수상하고, 2021년에는 <표범이 말했다>로 볼로냐 라가치상까지 수상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만화를 그려온 탄탄한 실력과 더불어 철학적 사유까지 풍부한 작가의 책을 보고 나니, 다른 작품들도 어떨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표범이 말했다(스토리잉크 1)(양장본 Hardcover)
『표범이 말했다』는 특별한 죽음을 맞은 물소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타조, 새로운 세상을 보려 필사의 도전을 한 찌르레기, 세계의 시작을 찾기 위해 자신으로의 여행을 시작한 코끼리, 으리으리한 궁전 같은 집을 찾았지만 외로움에 시달리는 소라게, 엄마의 죽음을 기리는 원숭이 이야기를 거쳐 마침내 표범의 연설로 막을 내린다. 이 여섯 가지 이야기는 죽음, 아름다움, 외로움, 자유 의지, 역사의 상대성, 사랑 등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우화 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그렸다. 〈개구리와 전갈〉이라는 우화가 떠오르기도 하는 물소 이야기는 본능과 이성, 인간을 동물과 다른 존재이게 하는 인간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누군가는 불가능할 거라 비웃는 일에 묵묵히 도전하는 강한 의지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는 것 같은 이 세상에 우리는 그 틈새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스스로를 ‘소라 집과 과거의 삶을 짊어지고 헤매는 저주받은 방랑자’라고 말하는 소라게의 독백은 가슴을 묵직하게 두드린다. “누구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순 없어.” 세상의 기억을 책임져야만 했던 코끼리는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무거운 의무에서 벗어난다. 그 흔적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는 코끼리의 뒷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야생에서 죽음의 무게는 모두 같다는 명제도 개인의 슬픔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엄마의 죽음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찬란하게 죽음을 기리는 동물을 원숭이(유인원)로 그리고 ‘호모’라 이름 붙인 것은 단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가득 담긴 이 책은 독자를 짧지만 아름다운 사유의 여행으로 초대한다.
저자
제레미 모로
출판
웅진주니어
출판일
2022.06.28

 

<표범이 말했다>는 글귀가 많지 않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하지만 워낙 책 속에 담긴 철학적 메세지가 깊어서 힘겹게 현재를 살아나가는 어름들이 보면 더 뜻깊게 와 닿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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