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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 한국계 미국인의 담담한 자전적 이야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 큰 호평 속에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수많은 유명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며 큰 화제성을 가져다주었는데요.
이후 또 다른 한편의 한국의 문화가 담긴 영화가 미국 영화계에 잔잔한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바로 정이삭 감독의 신작 <미나리>라는 작품입니다.
미나리
개봉 2014.01.22 | 미국 | 124분 | 정이삭 |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이 영화는 미국에서 작년 12월에 개봉한 작품으로 로튼토마토 신선지수가 무려 99%에 달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얻고 있는 작품인데요. 영화의 제목이 <미나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영화겠거니 생각했지만, 실은 온전히 미국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가 2001년에 설립한 플랜B에서 제작을 했는데요. 플랜B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 <문라이트> 등의 유명한 작품들을 포함하여 24개의 영화를 제작한 유명한 미국 영화 제작사입니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이 맡았는데요. 정이삭 감독은 원래 다큐멘터리 전예산 영화를 주로 제작해왔다고 합니다.
그의 다른 작품 <문유랑가보, 2007>는 르완다에서 11일간 촬영하고 만든 영화로 칸 영화제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선정된 이력이 있는데요. 이번 신작 <미나리>는 선댄스영화제 대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에도 여러 상에 후보로 올라와 있습니다.
간략 줄거리
국내 연기파 배우 한예리와 윤여정이 출연했으며, 아버지역으로는 워킹데드 글렌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븐연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딸과 아들도 한국계 미국인 아역배우들이 연기했는데요.
이 영화는 1980년대 낯선 미국의 시골로 이사온 한국 가족이 미국에 정착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미국 도심에서 반복적인 노동에 지친 아빠 제이콥은 대박을 꿈꾸며 시골의 땅을 사고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는데요.
그렇게 이사 온 곳은 컨테이너로 만든 집. 더군다나 주변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펼쳐지는 기가막힌 상황에 모니카는 초반에 당황하지만, 점차 가족을 위해 적응해나가려 애씁니다. 그리고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미국으로 오게 되는데요.
한국 냄새가 나는 순자의 다소 거친 행동이 큰딸 앤과 막내아들 데이빗에게는 불편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순자를 피해다니기만 하는데요. 하지만 바쁜 부모 대신 순자와 지내면서 아이들은 점차 그녀를 따르게 됩니다.
한편 한인들에게 팔 한국채소를 키우며 대박을 꿈꾸던 제이콥의 농사는 자꾸 위기 상황을 거듭 맞게되고, 그 이후에도 여러 시련들이 닥치며 가족들은 모두 지쳐갑니다. 과연 그들은 미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이민자의 삶'이라는 공감대
이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미국의 한국계 이민 1세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들판이나 개울에서 자라는 우리나라의 자생식물 중 하나인데요. 그늘지고 물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순자가 다소 먼 거리를 걸어 숲 개울가 옆에 심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미나리는 잘 자라고 번식력이 좋아 생명력이 높은 식물인데요. 정이삭 감독은 그런 생명력이 강하고 적응력이 좋은 점이 자신의 가족과 닮은 것 같아 제목을 미나리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이 미국사회에 각광을 받으면 많은 공감대를 일으킨 이유는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이죠. 한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서 이민 온 이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이민을 왔던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국내에서도 개봉해 한국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워낙 미국에서 호평을 받던 작품이라 많은 기대를 했지만, 생각보다 다소 잔잔한 전개에 심심함을 느끼기도 하고, 아무런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만든 미국영화이기 때문이고, 이민자가 아니라면 이런 삶의 충분한 공감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연출
영화는 커다란 스케일의 장면이 나오지도,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서사구조를 지니지도 않은채 그저 담담히 가족의 현실적인 미국 적응기를 보여줍니다.
적응하려 노력할수록 사건은 벌어지고,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족을 위기의 순간으로 몰아세우게 됩니다. 삶의 기반과 가족이 모두 붕괴가 되어버린 절망적인 순간에서 오히려 가족의 끈끈한 회복력이 강력히 발휘됩니다.
낯선 땅에서 가족이라는 존재만으로도 끈끈해지고 힘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게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 강력한 메세지를 묵직하게 전달하고 영화는 끝이납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신파적이고도 억지스러운 연출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가족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인데요. 무엇보다 보통 인종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 꼭 그들을 폄하하는 못된 백인이 나와 대비시키곤 하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점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객관적으로 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 돈을 지불하면 물을 찾아준다는 사람을 거절하고 홀로 농사를 짓다 실패한 제이콥의 변화도 굉장히 긍적적인 동기를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누구에게나 낯선 곳과 낯선 사람은 처음엔 두렵고 예민하게 바라보게 되지만, 결국 적응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사회와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에부터 있지 않은가 라는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의 아름다운 장면으로 끝이 나고 흘러나오는 엔딩곡으로 나온 'Rain Song'. 일명 '비의 노래'는 엄마 역할을 했던 배우 한예리가 차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렀는데요. 마지막 엔딩에 한국어 노래가 나올 줄 몰라서 살짝 놀라기도 했고, 마지막 장면가 잘 이어져 굉장히 여운을 가져다 주었어요.
노래가 인상 깊어 찾아보니, 이 곡을 작곡한 에밀 모세리와 한예리 배우가 함께 부른 뮤비가 올라와 있더라구요. 몽화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라 더욱 노래가 가슴깊이 와 닿더라구요.
들리는 소식으로는 정이삭 감독의 다음 작품은 놀랍게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실사판이라고 하는데요. 예상치 못한 작품이여서 다소 놀랍기도 하고, 어떻게 만들어질까 무척 궁금해기도 하네요.
<미나리> 작품이 생각보다 괜찮았어서 감독의 전작들도 보고싶은데, 아쉽게도 볼 수 있는 곳이 없네요. 특히 '선녀와 나무꾼'을 토대로 만든 영화 <아비가일>이 가장 궁금하네요. 부디 감독 특집으로 어디서 몰아서 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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