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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본 대만드라마 <상견니>가 국내에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작년 가을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는데요. 첫 대만드라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인 타임슬립에 풋풋한 학원물이라 무척 재밌게 봤었던터라 더욱 국내 리메이크가 어떻게 탄생했을지 너무 기다려지더라구요. 오매불망 기다린 끝에 공개하자마자 정주행해버렸습니다.
너의 시간 속으로 소개
리메이크 확정 소식에도 한참 동안 캐스팅이나 세부적인 부분들이 공개가 안 되어서 무척 궁금했는데요. 막상 캐스팅이 공개되자 생각보다 다른 이미지에 보기 전부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몇 장의 스틸컷 장면들이 나쁘진 않아서 얼른 보고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너의 시간 속으로
방영 : 2023
채널 : 넷플릭스
회차 : 12부작
출연 : 안효섭, 전여빈, 강훈
그리도 드디어 공개된 예고편을 보는 순간 역시나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일어난 듯 했어요. 얘고편은 짧은 영상이긴 해도 대략적인 분위기나 임팩트, 그리고 재미 여부까지 순식간에 판단되기도 하는데요. 영상을 보면서 원작보다는 세련되고 트렌드했지만, 특유의 풋풋하고 아련한 감성은 다소 약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더불어 분량도 원작인 13부작인데 반해 한국판은 12부작은 1화가 줄어들었는데요. 그 덕분에 전개의 속도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점은 좋았지만, 어딘지 중요한 감정선 분량이 많이 짤려버린 듯한 아쉬움도 느껴지더라구요. 느슨한 전개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이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섬세한 연출이 좀 더 필요한 듯 했거든요.
원작은 큰 인기를 얻었던 대만드라마
앞서 말했든 이 드라마는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만들었는데요. 원작의 제목의 뜻은 '보고싶다'로 굉장히 직관적인데 반해, 국내 버전은 다소 은유적인 <너의 시간 속으로>로 바뀌었습니다. 드라마의 내용은 세상을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던 여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연인과 똑닮은 소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타임슬립 로맨스 장르인데요.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풋풋하고 아려한 학창시절 감성을 굉장히 잘 구현해서 대만뿐 아니라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엄청 히트를 친 흥행작인데요. 그래서 국내에서는 이러한 드라마 팬들을 '상친니'라 칭하며 그야말로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 더욱 리메이크작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던 것 같아요.
과거로 타임슬립하여 죽은 남친을 닮은 소년을 만나다
대학생 때 만나 오랜 연인 사이였던 한준희와 구연준. 그러나 남자친구 연준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나버리고 맙니다. 미국지사로 발령이 나 1년만 다녀오겠다던 준희를 만나러 비행기를 탔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죠. 이후 준희는 연준이를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추억에 고통스러워하며 일상을 힘겹게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장의 사진을 받게 됩니다. 사진 속에서는 27레코드를 배경으로 연준과 자신을 닮은 인물과 또 다른 한 친구가 함께 나란히 사진에 찍혀 있었죠. 분명 자신을 사진을 찍은 적이 없는데 분명 자신과 똑닮아 의아했던 준희는 연준에 대한 작은 희망을 붙잡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은 레코드 사장님을 찾아갑니다.
사장님은 사진 속 준희를 닮은 소녀는 자신의 조카이고 그 옆에는 조카의 친구들이라고 말하고, 연준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한 준희는 허탈한 마음을 갖고 버스에 오릅니다. 그리고 전에 익명의 사람이 보낸 카세트에 가수 서지원의 테이프를 넣어 듣기 시작하죠.
트는 순간 '내 눈물 모아'라는 곡이 흘러나오고 준희는 살짝 잠이 듭니다. 그 순간 기묘한 기분에 휩싸이고, 눈을 뜨는 순간 자신이 낯선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곧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온 연준의 얼굴을 보고 준희는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맙니다.
하지만 그러한 준희에 모습에 당황한 소년은 자신은 연준이 아닌 학교 친구 남시헌이고, 같이 온 친구는 정인규인데 정말 기억이 안 나냐고 되묻죠. 순간 현재 상황이 이상하게 여겨진 준희는 찬찬히 기억과 상황을 정리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1998년 과거 민주라는 소녀의 몸에 들어오게 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준희 자신의 기억과 과거 민주의 기억이 뒤섞여 혼란한 가운데, 민주가 의문의 남성에게 둔기로 머리를 맞고 병원에 실려온 것이고, 자신이 그 상황에서 민주의 몸에 깨어난 것임을 깨닫게 되죠. 자꾸만 자신의 남자친구같은 시헌에게 마음이 쓰이지만 서서히 그녀는 현실을 자각하고, 민주를 죽이려한 범인을 찾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민주는 삭막한 가정 환경에서 우울하고 내성적인 소녀였는데요. 그런 민주를 남몰래 좋아하던 인규는 친구 시헌 덕분에 셋이 함께 친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잘생기고 활발한 시헌을 민주는 서서히 좋아하게 되고 세 사람의 관계는 묘하게 어긋난 상황이었죠. 그런데 준희가 나타나자 상황은 정반대로 달라지게 됩니다.
민주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시현은 언제가부터 당차고 밝은 다른 모습의 민주에게 서서히 호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인규 또한 민주를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는데, 묘하게 달라진 기시감에 살짝 의문을 표하지만 꿋꿋히 그녀의 옆에서 지켜줍니다.
진실을 알기 위해 다시 과거로 타임슬립
특유의 친화력으로 집과 반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가며 무섭게 적응하던 준희는 어느 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고 다시 현실 속 버스에 있던 자신에게도 돌아오게 됩니다. 순간 긴 꿈을 꾼 것인지 혼란스럽던 마음도 잠시, 늘상 그리운 마음에 연준에게 보냈던 카톡의 1표시가 읽음으로 사라진 것을 알고, 곧바로 전화를 걸지만 연결이 되지 않죠.
다음 날 자신이 타임슬립을 한 건지 꿈을 꾼 건지 정확한 진실을 알고 싶었던 준희는 다시 27레코드 사장님을 찾아가고, 사장님으로부터 민주가 썼던 일기장을 받게 됩니다. 일기장 속에서 자신이 민주였을 때 썼던 내용들을 읽고 진짜 타임슬립을 했던 것임을 알게 되죠. 그리고 마지막 일기에서 그 애가 바로 구연준이라는 충격적인 문장을 접하게 됩니다.
여전히 진실을 오리무중인 가운데 민주의 죽음을 막고, 연준과 시헌의 관계성을 알아내기 위해 준희는 다시 카세트에 노래를 듣고 다시 타임슬립해 과거로 가는 데 성공하죠. 기대감을 안고 시헌을 만나지만 그가 연준이가 아니라는 증거를 보고 그녀는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시헌은 점점 민주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있었죠.
한편 준희는 시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범인을 찾는데 몰두합니다. 자신을 민주로 착각하고 소원해진 친구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준희는 자신이 미래에서 온 사람임을 두 사람에 밝히고 함께 범인을 찾아달라 부탁하죠. 처음에 믿지 않았던 친구들은 점차 준희가 든 증거에 믿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주를 괴롭혔던 일진 여자애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준희는 직감적으로 일진 여자애를 죽인 범인과 앞으로 민주를 죽일 범인이 동일인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시헌의 집에서 함께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나누던 중 우연히 연준이 그렸던 그림을 시현의 집에서 발견하고 준희는 놀라게 되죠.
그 즉시 준희는 또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현실로 돌아온 그녀는 그 즉시 27레코드로 향하는데, 그 곳에서 나이가 든 연준을 닮은 시헌을 마주하게 되죠.
준희가 몰랐던 또 다른 이야기(결말 스포 O)
27레코드에 나타난 시헌은 연준이 맞았습니다. 1998년 과거 민주는 결국 범인에 의해 죽게 되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인규는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 것이죠. 이후 부모님에 의해 유학가게 된 시헌은 수감 중이였던 인규를 보러 왔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불명이된 상황에서 미래에 살고 있는 연준이라는 인물의 몸에 들어가게 됩니다.
연준에 몸에 들어간 시헌은 준희의 말을 떠올리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대학생이던 준희를 직접 찾아갑니다. 그의 존재를 전혀 몰랐을 때의 준희를 발견한 시헌의 마음은 벅차오릅니다. 시헌은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고 두 사람은 또 다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행복도 잠시 자신이 비행기 사고로 죽어야 준희와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깨달은 시헌은 미래에서 온 시헌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택합니다. 그리고 다시 불구가 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힘겨운 재활 훈련을 하며 준희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죠. 그렇게 그는 나이 든 모습으로 준희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여러 번의 이별 끝에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비극적인 과거를 바꾸기 위해 민주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이 모든 일은 대학교 절친이던 찬영에게 말하게 됩니다. 이상할 법한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찬영은 준희가 자리를 비운 틈에 카세트를 듣다가 1998년 민주, 시헌, 인규와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형의 몸에 타임슬립하게 됩니다.
이 비밀을 알게 된 찬형은 준희를 기절시키고, 자신이 범인인 것을 눈치 챈 시헌을 죽이고 카세트를 갖고 사라지게 되죠. 다시 시헌을 잃은 준희는 카세트를 되찾기 위해 찬영을 찾고, 찬영은 민주를 죽이려던 순간에 경찰에게 잡혀 눈을 뜨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민주를 진짜 죽인 범인은 자신이 아니라 준희라고 하고 잡혀가죠.
준희는 과거를 되돌리기 위해 망가진 카세트를 겨우 고쳐 타임슬립합니다. 하지만 깨어있었던 민주에 의해 마음의 방에 갇히게 되고, 민주는 준희처럼 연기하며 시헌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죠. 하지만 민주가 준희가 아님을 알아보고 멀리하는 시헌에게 상처받은 민주는 절망하고 결국 예정대로 자살하여 과거는 그대로 비극적으로 끝나게 됩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준희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오열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도 시헌을 다시 만날 수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망가진 카세트를 다시 재생해 겨우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인규의 도움으로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죠.
스스로 마음의 방에 갇힌 민주에게 준희는 진심어린 말을 건내고, 이러한 끔직한 뫼비우스같은 상황을 끊어내기 위해 테이프와 카세트를 없애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준희는 카세트를 불태우고, 그동안 쌓인 그들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현재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바뀌게 되죠.
그리고 준희가 민주의 몸에 처음 들어왔던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민주는 민주 자신으로 눈을 뜨고 자신을 걱정하는 인규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은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흐르던 어느 날 버스에 탄 시헌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보고 내리게 되는데요. 길 한복판에서 운명처럼 시헌과 어린 준희는 첫 눈에 반한 듯 만나게 됩니다.
원작과 비슷하고 다른 점
원작에서 정말 중요한 장소 중 하나가 바로 32레코드 점인데요. 현재까지도 드라마 팬들의 성지로 많이 찾아갈 정도로 유명한 명소된 곳입니다. 한국판에서는 27레코드로 변경이 되었는데요. 촬영지는 전주로 90년대 분위기가 가득한 레트로한 세트장이 무척 예쁘더라구요.
세트장은 예쁘게 꾸며진 것 같긴 한데 뭔가 사진의 친밀도나 느낌이 살짝 아쉬운데요. 원작 버전은 조금 더 자연스럽고 풋풋한 감성이 가득하다면, 한국판의 경우 다소 경직되고 너무 뻔한 삼각관계 구도로 포즈를 취하고 있어서 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딱 봐도 너무 연출된 느낌이랄까요.
아무래도 원작 드라마가 2019년에 제작된 갭이 있다보니 한국판과 시간적 차이나 여러모로 세부 설정에서 약간의 각색이 이루어졌는데요. 그래도 은근 비슷한 연출과 장면들이 많아서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잔디밭 샷은 아주 똑같이 연출했더라구요.
그리고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되었던 상견니 명장면 중 하나인 비오는 날 셋이 뛰어가는 씬은 아주 많이 아쉬웠습니다. 원작의 경우 세 친구가 정말 학생처럼 유쾌하게 뛰어가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는데요.
뭔가 한국판은 로맨스를 강조하고 싶었던 건지 시헌과 준희만 뛰어가는 것으로 나왔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이 너무 의도된 감이 있다보니까 예쁘면서도 뭔가 연출적으로 극적이게 아름답거나 인상적인진 않았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시헌과 준희가 여러 해를 함께 보내면서 다정한 연인이 되어가는 서사를 쌓는 장면들이 원작은 굉장히 찬찬히 현실감 있게 진행되는 것에 반해 한국판은 전형적인 한드 로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 예쁘긴 했지만 뭔가 좀 밋밋한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반전은 좋았지만 캐스팅은 아쉬움
여주인공 역은 전혀 상반된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연기해야 되서 쉽지 않은데요. 개인적으로 전여빈 배우를 좋아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다소 안 어울렸던 것 같아요. 전여빈 배우는 특유의 쿨하고 걸크러쉬적인 모습이 매력인데 반해, 이런 풋풋한 감성의 청춘물 주인공은 찰떡처럼 어울리진 않는 느낌이었는데요.
더군다나 30대와 10대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여빈 배우가 그렇게 동안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 더욱 10대 연기가 조금 괴리감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연기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배우라 마지막 민주의 독백 장면은 정말 심금을 울렸는데요. 그래도 응답하라 시리즈같이 톡톡 튀는 발랄한 배우가 맡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원작에서도 굉장히 소름끼치는 반전이였지만, 그것을 좀 더 연출적으로 멋지게 표현한 한국판 반전 또한 나쁘지 않았는데요. 찬영 역을 맡은 민지웅 배우의 빌런 연기는 정말 오싹할 정도로 찰떡이였지만 이미지적으로는 상당히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남주인 안효섭 배우랑 둘 다 엄청나게 큰 키에 체구가 커서 솔직히 고등학생은 커녕 대학생으로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둘 다 동안도 아니여서 고등학생 역할은 너무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초반에는 전혀 몰입이 되지 않더라구요.
거기다 안효섭 배우는 캐나다 출신으로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적 없는 해외파라고 하는데요. 따라할 우려를 피하기 위해 원작을 보지 않고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학창시절의 풋풋한 느낌이 덜해서 조금 아쉽더라구요. 차라리 원작을 보는 것이 더 분위기나 캐릭터성을 표현하는 데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더불어 여러 모로 가장 심한 것은 안효섭 배우의 스타일링인데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굉장히 논란이 된 장면이 바로 나이 든 시헌의 모습인데요. 원작에서는 굉장히 포멀한 꽃중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나이 든 시헌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납득할 수 없는 거지꼴로 등장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나이든 분장을 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뭘 표현할걸까 싶더라구요. 더불어 원작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실제 연준의 삶인데요. 원작에서는 성소수자이자 예민한 사춘기 시절 반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정체성을 고민하는 불안정한 소년의 심리에 집중한 것과 달리 한국판은 전혀 다른 BL로맨스물로 나와서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연준의 이야기는 굉장히 짧은 스토리지만 드라마의 공통적인 맥락을 관통하는 주제성을 담고 있는데, 한국판 연출은 그러한 의도를 다 없애버린 듯 해서 괜시리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굳이 각색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원작을 뛰어넘긴 어려운 리메이크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큰 리메이크라 안 좋은 리뷰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원작을 받기 때문에 기준치가 높아서 그렇지 원작 스토리가 워낙 훌륭하고 한국판 영상미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원작을 보지 않고 보신 분들 중에서는 한국판을 꽤 재밌게 보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솔직히 주연 배우 셋 중에서는 인규 역의 강훈 배우가 가장 잘 어울린 듯 싶었는데요. 연기력은 셋 다 준수했지만, 뭔가 이미지면이나 케미 면에서 찰떡이는 스파크가 생기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참으로 아날로그적인 청춘물을 만들기가 싶지 않다는 생각이 다시 드는데요.
최근에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한국 영화 <동감>도 폭망한 사례를 보면서 국내에 아련한 감성을 잘 연출한 만한 감독이 부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살짝 들더라구요. 뛰어난 영상미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런 장르의 작품은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애틋하고 풋풋한 감성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 면에서 매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리메이크작이었습니다.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라는 곡도 너무 좋긴 했지만 원작의 노래가 굉장히 강렬했던 만큼 좀 더 드라마에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확 귀에 꽃히는 OST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음 같아서는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지만 쉽진 않기에 더욱 아쉬운 마음이 틉니다.
그래도 사람에 따라 원작이 너무 지루하거나 옛날 느낌이 많이 나서 싫다는 분들도 있는 거보면 케바케인 것 같아요. 아마도 저처럼 원작을 보신 분들은 좀 많이 실망하실 것 같고, 원작이 취향에 맞지 않거나 보지 않으신 분들은 충분히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둘 다 스토리 면에서는 탄탄하기 때문에 타임슬립 좋아하신다면 꼭 보시기를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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