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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난생 처음 대만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요. 바로 국내에서도 너무 인기가 많은 <상견니>라는 작품이였죠. 아날로그 감성의 풋풋하고 애틋한 타임슬립 로맨스 서사가 너무 몰입감이 심해서 한동안 휴유증에 시달렸는데요. 그렇게 많은 상친자를 만들어냈던 드라마가 3년 만에 영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상견니 영화소개
드라마 <상견니>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총 13부작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는데요.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둔 히트작입니다. 그로부터 3년 뒤 드라마에 참여했던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합심해서 영화로 재탄생된 것이죠.
상견니
2023 | 대만 | 107분
장르 : 드라마
감독 : 황천인
출연 :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내용을 엮은 건가 싶었는데요. 등장인물만 같은 뿐 전혀 다른 세계관과 스토리로 진행이 된다고 합니다. 전혀 다른 스토리라니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짝 우려가 되었는데요. 그래도 상친자로서 안 볼 수가 없었기에 시간을 내서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줄거리
2009년 리쯔웨이는 우연히 밀크티를 사러 갔다가 알바생 황위쉬안을 만나게 됩니다. 고등학교 동창 천원루와 똑닮은 황위쉬안이 신기하게 여겨진 리쯔웨이는 그날로부터 매일같이 밀크티 집에 오게 되죠. 처음 만남부터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은 기시감에 두 사람은 묘한 설렘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친해진 두 사람은 국숫집에서 함께 밥을 먹다가 과거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났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어린 시절 황위쉬안은 친척집이 있는 타이난에 놀러갔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그녀를 구해준 오빠가 리쯔웨이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신기한 인연에 놀라워하던 둘은 점차 가까워지고 2010년 마지막날 새해를 보며 공식 커플이 되죠.
그렇게 달달한 연애를 이어가며 추억을 쌓으며 6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2017년 황위쉬안은 일하던 회사의 발령으로 상하이로 가게 되고 이 사실을 리쯔웨이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리쯔웨이가 아니라 동영상 속 모습이였는데요.
알고 보니 2014년 리쯔웨이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리고 황위쉬안은 그를 잊지 못한 채 슬픔에 잠겨 살아왔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황위쉬안의 회사로 택배가 하나 도착합니다. 상자 안에는 원크맨과 함께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라는 테이프가 들어 있었죠.
라스트 댄스는 그와 처음으로 만났던 밀크티 가게에서 흘러나온 노래였는데요. 당시에도 묘하게 익숙했던 노래라 여겼던 그녀는 워크맨에 테이프를 넣고 다시 한 번 노래를 들으며 추억 속으로 빠집니다. 그런데 노래를 듣는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그녀는 2014년 리쯔웨이 죽기 3일 전 천원루의 몸에 들어가게 됩니다.
천원루가 된 황위쉬안은 곧바로 리쯔웨이가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 감격의 포옹을 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천원루의 등장과 포옹이 당황스럽기만 한 리쯔웨이였죠. 그 자리에는 고등학생 동창인 모쥔제와 여자친구인 황위쉬안이 있었습니다.
당황해하는 이들에게 천원루의 모습을 한 황위쉬안은 자신이 겪은 일을 모두 설명하죠. 그리고 그 때부터 그를 지키기 위해 따라다니다가 결국 모쥔제와 합심해 사고를 막기 위해 리쯔웨이를 가둬버립니다. 하지만 결국 리쯔웨이는 탈출학, 이 사실을 발견한 천원루 몸에 들어간 황위쉬안은 모쥔제와 함께 사고가 났었던 공사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리쯔웨이와 그와 똑닮은 왕취안성이 있었는데요. 리쯔웨이가 두 명이라는 사실에 당황함도 잠시 황위쉬안이 갑자기 나타나 천원루의 몸에 들어간 황위쉬안을 죽이려 합니다. 알고 보니 황위쉬안의 몸 안에는 천원루가 있었고, 그녀는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것이죠.
두 명의 리쯔웨이는 이를 말리려 하지만 결국 서로 영혼이 바뀌었던 황위쉬안과 천원루 모두 건물에서 추락하여 사망합니다. 그 과정에서 황위쉬안은 2017년으로 돌아와 울면서 눈을 뜨게 되죠.
현재로 다시 돌아온 황위쉬안은 모쥔제의 가게로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갑자기 리쯔웨이를 닮은 왕취안성이 등장합니다. 그는 2014년 사고 당시 다른 세계에서 온 리쯔웨이가 자신의 몸에 들어왔고, 그 곳에서 황위쉬안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합니다.
그 이후 리쯔웨이와 왕취안성은 과거를 바꾸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매번 실패했고, 결국 왕취안성만 살아남은 것이었죠. 황위쉬안은 이 사건의 계기가 된 천원루를 찾기 위해 모쥔제에게 묻는데, 그는 천원루와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이고 1년 전에 찍은 사진만 찾게 되었다고 말하죠. 사진을 본 황위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데...
결말(스포O)
사진 속에 천원루와 함께 있던 인물은 바로 황위쉬안의 상하이 직장 동료 양하오였던 것이죠. 황위쉬안은 발 양하오를 찾아가는데 그는 황위쉬안을 아내로 착각합니다. 그의 아내가 바로 천원루였던 것이죠. 과거 천원루는 모쥐제와 콘서트를 가기로 약속했으나 모쥔제가 늦는 바람에 우연히 콘서트장에 있던 양하오와 친해져 결혼을 하게 된 것이였는데요.
결혼 후 임신한 천원루는 일 때문에 바빠진 양하오의 전화를 받으러 계단에서 내려가다가 그만 굴러떨어져 아기를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으로 인해 아내가 다쳤다는 죄책감에 빠져있던 양하오는 우연히 천원루의 일기장 속에서 '라스트 댄스'곡과 관련된 일들을 알게 되고, 아내를 깨우기 위해 그녀에게 노래를 들려줍니다.
그렇게 천원루는 2014년의 황위쉬안의 몸으로 들어가게 되죠. 과거로 돌아간 그녀는 불행한 자신의 미래를 막기 위해 과거 속에 있는 자신을 죽이려 한 것이였습니다. 결국 이 때 천원루가 죽는 바람에 2017년에 혼수상태에 놓인 천원루도 죽고 만 것이었죠. 양하오는 황위쉬안에게 자신의 아내를 살려달라 부탁하지만 과거로 돌아간 그녀는 실패하고 맙니다.
계속되는 실패에 황위쉬안과 리쯔웨이는 무언가 깨닫게 되죠. 아무리 노력해도 천원루가 스스로 죽기를 각오한 이상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결국 둘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키스를 하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각 천원루와 왕취안성의 몸에서 빠져나가죠.
그리고 자신의 몸을 찾은 천원루와 왕취안성은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사실 과거 앙취안성이 고등학생 시절에 성 정체성을 인해 자살하려 했으나 우연히 이를 본 천원루가 막은 것이였는데요. 그렇게 인연이 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왕취안성이 연인에게 받았던 추억의 선물인 '라스트 댄스' 카세트 테이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본 천원루는 타임슬립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을 느끼고 왕취안성과 함께 테이프를 불태워 없애버리죠. 그 후 천원루는 콘서트장에서 늦는 모쥔제를 끝까지 기다려 드디어 연인이 됩니다. 그리고 공사장 사건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리쯔웨이는 멀쩡하게 살아남아 황위쉬안의 2017년 생일에 프로포즈를 하고 수락하면서 행복하게 끝이 납니다.
너무 복잡한 스토리와 캐릭터 활용의 아쉬움
영화 <상견니>는 개봉하자마자 직접 배우들이 무대행사를 올 정도로 큰 화제성과 더불어 엄청난 예매율을 보여주었는데요.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이였지만 이렇게 국내에 팬이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사실 원작 팬으로서 당연히 궁금해서 안 볼 수는 없었는데요. 막상 보려니 실망이 클까봐 망설여지긴 하더라구요.
보기 전 후기를 찾아보니 역시나 호불호가 크게 갈릴만큼 반응이 많이 엇갈려서 더욱 그랬는데요. 보고 나니 역시나 아쉬운 점이 많아서 재미는 둘째치고 끝까지 몰입해서 보기가 어렵더라구요. 포스터는 참 예쁘게 만들었는데 말이에요. 내용은 마치 원작 드라마에서 요리조리 더 복잡하게 다시 짜 맞춘 느낌이라 그런지 와 닿지가 않더라구요.
타임슬립 요소를 굉장히 좋아해서 많은 작품들을 봤음에도 드라마 <상겨니>가 좋았던 이유는 딱 들어맞는 탄탄한 서사적 맞물림과 더불어 캐릭터의 케미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성과 조금 더 깊이 있는 주제가 잘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였는데요. 영화는 팬을 위한 서비스 딱 그런 느낌이였습니다.
원작 팬들을 위한 고심이 느껴지긴 했는데, 조금 너무 과해진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굳이 이렇게까지 복잡할 필요가 싶을 정도로 엄청 타임리프를 꼬아놨더라구요.
사실 탄탄하고 흥미롭기만 하다면야 복잡할수록 해석하는 재미가 가득할텐데, 영화 <상견니>는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개연성이 있지 않다보니 나중에는 해석하기를 포기해버리게 되더라구요. 일단 이해를 떠나 해석할 재미를 못 느끼겠다랄까요.
더불어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쥔제 캐릭터의 단편적인 활용과 뜨끔없는 양하오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인데요. 갑자기 상하오가 나오고 중국배우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게 의아했는데, 이번 영화에 중국의 투자가 상당했다는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오히려 양하오라는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 애정하는 모쥔제의 캐릭터가 너무 단편적으로만 쓰인 듯해서 아쉽더라구요. 물론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초반에 그렇게 오래 짝사랑하던 천원루를 너무 쉽게 잊은 것도 그렇고, 약간 캐릭터 인물이 가볍게 단편적으로 변한 것 같아서 내가 알던 모쥔제가 아니야하면서 봤네요.
사실 천원루가 어떤 모습임에도 한 눈에 알아보고 한결같이 좋아하는 모쥔제의 섬세함과 따뜻한 면모를 좋아했던 건데 차라리 새로운 서사보다는 모쥔제가 천원루를 구하거나 서로의 감정이나 관계 변화가 좀 더 세심하게 그려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드라마에서 이 부분이 아쉬웠거든요.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너무 애정했던 드라마라 너무 영화에 혹평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확실히 <상견니>는 어떤 식으로 자꾸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자체로 끝낸 것이 딱 좋은 결말인 듯 싶지만, 그래도 팬들에게는 3년만에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뜻밖의 선물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영화 버전은 드라마와 스토리가 달라서 충분히 먼저 봐도 상관은 없지만, 혹여 영화를 먼저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드라마 버전이 훨씬 재밌으니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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