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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제주여행에서 인상깊었던 명소는 바로 오름이였는데요. 산같기도 하고 큰 언덕가기도 한 제주 오름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번 여행에서도 꼭 오름을 한 곳이라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정에서 유일하게 간 오름이 바로 금오름입니다.
금오름 버스타고 가는 방법
오름들은 대부분 버스정류장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라 뚜벅이가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구요. 그나마 유명한 오름 정도나 가능한 정도랄까요. 이럴 땐 참 뚜벅이의 아쉬움이 가득 느껴지더라구요.
찾아보니 서부 오름 중에 유명한 오름으로 새별오름과 금오름이 있었는데요. 가까운 거리면 둘 다 가보고 싶었지만, 두 오름 사이에 거리가 깨 되는데다가 비슷한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고민 끝에 금오름을 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숙소 앞이 바로 버스정류장이라 매우 편했는데요.
네이버 지도앱을 통해 검색해보니 783-1, 783-2번 버스가 간다고 해서 기다렸으나 도무지 올 생각을 안 하더라구요. 심지어 안내판에도 버스 번호가 안 떠서 매우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조금 기다리니 정류장 안내판에 뜬 785번 버스의 경로를 찾아보니 금오름을 가길래 바로 계획을 변경하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하마터면 엄청 오래 길가에 있을 뻔했습니다. 사실 외곽 버스 외에는 내륙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배차도 길고 운영횟수도 적어서 정말 시간을 잘 맞춰가야 되더라구요. 그래서 여행 내내 미리 지도어플로 경로를 검색해보거나 버스사이트 또는 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를 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뚜벅이로 여행하려면 도저히 게을러질 수가 없겠더라구요. 만약 원하는 버스가 안 올 경우에는 다른 버스나 택시같은 차선책도 준비해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버스정류장에서 금오름 걸어가기
785번 버스를 타고 대략 20분~30분쯤 타고가서 [금악리 정류장]에 내리면 됩니다. 반대편 이시돌목장쪽에도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곳도 어차피 걸어가기엔 30~40분이고 협재에서 가기에는 금악리 정류장이 이동하기 좋아서 그곳에 내렸는데요. 지도상에서 보듯 버스정류장에서 금오름까지 꽤 걸어가야 합니다. 대략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내리면 조용한 시골 금악리 동네가 보입니다. 바로 맞은편에 초등학교도 있고, 마트나 편의점도 있어서 출출할 걱정은 없겠더라구요. 금악초등학교와 금악복지회관 사잇길로 걸어가면 금오름으로 갈 수 있어요. 이제 시작입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진짜 사람이 거의 없더라구요.
조금 걸어가다보면 마을 끝의 CU편의점이 보이는데요. 제가 볼 땐 당분간 편의점은 여기가 끝인 듯 합니다. 혹시 물이나 음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꼭 여기서 사가시길 바랍니다. 옆에 금악핫도그라는 눈길을 끄는 간식도 팔고 있었습니다.
중간쯤 걸어왔을 무렵 보였던 카페<금오름가는길>. 이 진짜 카페 이름인 줄 모르고 안내표인줄 알고 따라 들어갔는데요. 안쪽으로 들어가니 진짜 카페가 나오더라구요. 물론 이쪽으로 가도 금오름이 나오긴 하는데, 약간 인적 드문 샛길이라 개인적으로 메인길로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걸으면서도 뭔가 이상한데 싶었지만, 이미 한참 들어와버린터라 다시 나가기는 또 귀찮더라구요. 이쁜 집 사진을 찍을때만해도 잘못 들어온 줄도 모르고 신나서 구경했네요. 오전 시간때라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모르지만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한 시골동네 분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집도 많이 없고 말이죠.
이쁜 집들을 지나니 갑자기 산을 타기 시작합니다. 물론 경사는 크진 않아요. 하지만 주변에 오름같은쪽으로 올라가길래 진짜 이때까지만 해도 입구인 줄 알았습니다.
어느 정도 걷다보니 밭도 나오고 저 멀리 오름도 나오네요. 길가 옆에 큰 돌들이 나란히 있길래 힘들어서 잠시 쉬어갔습니다. 비록 메인 길은 아니지만 덕분에 이렇게 시골풍경을 바라보니 좋긴 하더라구요. 걷는 길 자체는 굉장히 자연치환적이고 좋았는데요.
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은 동네 주민으로 보이시는 아저씨 한분 뿐일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어요. 아마도 동네 산책 중이셨던가 봅니다. 개인적으로 한적하니 걷긴 좋았는데 역시나 버스정류장에서 꽤 멀었고, 무엇보다 혼자 걷기에는 살짝 그렇긴 했습니다. 근데 메인길도 사람없기는 똑같긴 합니다.
금오름 가는 길
그렇게 함참 샛길을 걷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진짜 금오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주차장이 있어서 그런지 간단하게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고, 사람들도 확 늘어난 게 느껴지더라구요. 버스정류장에서 이미 30분을 걸어왔는데, 이제서야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금오름 초반에는 부드러운 빨간 흙길이라 걷기는 좋았어요. 하지만 듣기로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만만의 준비를 하고 올랐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올라가봅니다. 하지만 빨간 흙길을 지나자마자 급경사가 시작되더니 정말 너무 힘들어 죽겠더라구요.
경사가 장난이 아닌데다가 땅도 딱딱해서 다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아마도 금오름을 바로 올랐다면 덜했을텐데 이미 30분을 넘게 걸어왔던터라 체력적으로도 바닥이 나서 아주 중간에 수시로 걷다 서다를 반복했네요.
고통 속의 멈추는 순간에서도 바로 옆에는 이런 풍광들을 보여주어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중간 정도 올라왔는데도 벌써 경치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정상에 오르면 얼마나 더 멋질지 사뭇 기대가 되었습니다. 정상을 위해 아주 가열차게 막판 스퍼드를 내봅니다. 핫둘핫둘. 저 멀리 오르막의 끝이 보이는 게 얼마나 힘이 나던지.
금오름 분화구
드디어 정상에 오른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정상 속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진짜 사진으로만 봤던 풍경을 직접보니 감동이 몇 배로 더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이전에 보고 감동먹었던 용눈이오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오름이라 굉장히 감탄하면서 내려갔습니다.
제주에는 다양한 형태의 오름이 있겠지만 용눈이 오름 하나밖에 안 가봤던터라 이렇게 분화구가 있는 오름은 처음이여서 굉장히 신기하더라구요. 이걸 보는 순간 왜 금오름이 인기가 많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이렇게 바닥에 찰박거릴 정도로만 남아 있어서 직접 내려가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한라산을 올라가 보지 못해서 분화구라는 것이 금오름으로 처음 보는 셈이였는데요. 분화구 속 물에 하늘이 비치면서 마치 땅과 하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이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이 날은 살짝 덥긴했지만 하늘도 쨍쨍하니 파래서 더욱 경치도 좋고, 사진찍기에도 최적의 날씨였는데요.
발이 살짝 걸칠 듯한 높이의 물 위에 곳곳에 돌탑이 쌓여있어 그런지 굉장히 한국같지 않고 이국적이였습니다.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에 실릴 것 같은 신비로운 천혜의 자연의 모습이랄까요. 남미도 가보지 않았는데 왠지 남미 느낌이 난다며 아주 신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금오름은 신(神)이라는 뜻의 고어 곰과 상통하는 의미로 고조선 시대부터 신성시 되어 온 오름이라고 하는데요. 이름의 어원이 생각보다 더욱 오랜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가기 전에는 금괴의 금인줄 알고 왠지 노랄 것 같다는 추측을 했는데, 전혀 다른 의미였네요. 역시 알고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금오름 정상 풍경
분화구를 실컷 보고 다시 올라와 오름 위의 경치를 제대로 즐겨봅니다. 오히려 정상에 올라오니 햇볕은 쨍쨍이지만 바람이 살짝씩 불어서 시원하더라구요. 경치는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네요. 사방이 빵 뚫렸는데, 약간 구름이 껴서 그런지 아주 멀리까지는 안 보이더라구요. 아마 더 맑았다면 저 멀리까지 바다까지 다 보였을 것 같아요.
정상에서 보니 금오름외에도 이름 모를 작은 오름들이 군데군데 보이더라구요. 거리만 가깝다면 작은 오름도 올라보고 싶은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차가 있었다면 주변 오름들 돌아다니면서 투어하면 재밌었을텐데 말이죠. 실컷 풍경을 즐기고 내려가는 길에 자꾸만 아쉬워서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사실 금오름이 노을 맛집으로 너무 유명한 곳이라 늦게까지 있지 못하는게 좀 아쉽더라구요. 사실상 또 오게될까 싶기도 하고. 금오름 정상은 사방이 뚫려 있다 보니까 가려지는 게 없어서 노을 지는 풍경을 보기에도 너무 최적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버스 시간에 매여 있는 뚜벅이라 놓치면 굉장히 소름끼칠 걸 알기 때문에 서둘러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봅니다. 오름에서 머물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다시 대략 한 시간 가까이를 걸어갈 생각을 하니 괜시리 축축 기운이 빠지네요. 그런데 신기한 점은 오름을 올라올 때는 30분 정도 걸렸는데, 내려올 때는 단 10분만에 술술 내려와 버렸습니다.
제주 서쪽 명소 금오름 추천
원래는 근처에 제주 서부 명소로 또 유명한 이시돌목장이 있다고 해서 걸어가볼까 했는데요. 금오름에서 무려 40분을 걸어가야 된다고 나와서 포기해버렸어요. 그리고 혹여 간다해도 이시돌목장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도 굉장히 애매해서 괜한 모험으로 고통을 주지 않기로 합니다. 뚜벅이 여행을 통해 이렇게 포기하는 법도 배우게 되네요.
금오름에서 내려오니 다행히 예쁜 카페가 하나 있더라구요. 다시 한참 걸어야하기 때문에 체력 보충을 위해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충분히 쉬고 열심히 걸어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제주에서 핫플로 유명한 애월로 이동했습니다.
제주 서부의 으뜸 오름으로 손꼽히는 금오름의 명성답게 직접 올라가보니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굉장히 인상적이였는데요. 유명한 만큼 관광객도 꽤 많은 편이여서 평일이나 이른 오전 시간대나 아예 늦은 오후에 가야 조금 한가롭게 구경하기 좋겠더라구요. 혹시 서쪽 여행을 계획중이시라면 금오름도 가볍게 한 번 들르시기를 추천드려봅니다.
▼ 제주 맛집 & 명소 소개
제주도 뚜벅이 보름살기 4일차 (금오름, 애월, 한담해변, 장한철산책로, 곽지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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