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 위로의 힘을 보여준 따뜻한 일본 소설 추천
버킷리스트 7번째 소설은 바로 아오야마 미치코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이라는 책입니다.
이전에 몇 달동안 힘겹게 장편의 대서사시를 봤더니 묵직한 책은 당분간 못 읽겠더라구요. 그래서 묵직했던 머릿속을 리프레쉬하고자 아주 가볍고 산뜻한 일본 힐링 소설로 골라봤습니다.🤗
일본소설은 추리물도 유명하지만 일본 특유의 잔잔하고 따뜻한 힐링소설도 많아서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귀여운 표지만 봐도 따뜻한이 물씬 느껴지는데다가 2022년 일본 서점대상 2위라는 문구가 절 사로잡았네요. 오히려 1위가 아니라 2위여서 뭔가 더 끌리네요...😁(1위는 어떤 책인지 급 궁금.)
알고 보니 이 책은 아오야마 미치코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요. 출간 이후 2년간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오를 정도로 오랫동안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2020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부문 수상한 한국 소설>
사실 국제적인 상이 아니라서 일본 서점대상이라는 것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데요. 이 상은 오프라인, 인터넷을 포함한 신간을 판매하는 서점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꽤 신뢰가 높아서 오히려 다른 일본 내 문학상보다 독자들에게 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한 마디로 이 문구가 쓰여져 있다면 어느 정도 작품성과 재미가 보장되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12가지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단편집이 그렇듯 이 책의 제목은 단편들 중 한 가지의 제목과 동일합니다.
첫번째 이야기에 바로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스토리가 등장하더라구요. 이야기는 강변의 벚나무 가로수가 막 끝나는 지점, 큰 나무 뒤에 숨듯이 있는 자그마한 마블 카페에서 시작됩니다.
목요일마다 코코아를 시키는 그녀를 코코아씨로 부르며 남몰해 짝사랑하고 있는 마블카페 유일한 직원 와타루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처음에는 마블 카페에서 와타루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그로 인해 듣게 되는 사연들이 주된 스토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야기는 아주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사람과 장소가 넘어가 버립니다. 마치 바톤터치처럼 말이죠.
도쿄에서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어느새 시드니로 넘어가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바톤터치된 12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다 그들이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닌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음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죠.
붉은 실. 그것은 새끼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잇는 미미한 한 가닥 실이 아니라, 서로의 몸속을 달리는 피를 말하는 게 아닐까. 미리 묶인 선을 손으로 더듬어 당기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가며 각자의 몸 속에 맥맥이 흐르는 붉은 실을 서로 공명하는 것이다. 그런 특별한 상대를 사람들은 계속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를 구원하게 되고 다시 도쿄로 이야기는 넘어오게 됩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야기가 굉장히 한 편의 긴 시같아서 참 따뜻하고 아름다웠어요.🥰
각 등장인물에 따른 색상이 이름 붙여지는 것도 참 소박하니 좋았고, 무엇보다 패턴을 알고 나니 다음 번에는 과연 누구의 이야기가 진행될까 궁금함이 더 해져 더욱 책이 잘 읽혔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리지 않을 수 없었지? 초록색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 너는 화가니까."
남자는 팔을 내리고 그대로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니까 계속 그려. 너의 초록색을 구원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네가 그리는 것은 '너'이고 '당신'이야.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한테 짝 맞는 한 장을 발견할 거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
나는 울었다. 아직 말을 모르는 유아처럼 울었다. 울고, 또 울고, 울다가 우와아앙 하고 소리 내어, 소중한 양 줄곧 안고 있던 단단하고 무겁고 필요 없는 것을 파괴했다. 마음 어딘가에선 알고 있다. 나는 줄곧 이렇게 하고 싶었다는 걸.
이것으로 나는 진짜로 자유로워졌다.
단순히 200페이지도 안 되는 가벼운 분량때문이 아니라 문체 자체가 굉장히 잘 읽히면서도 이야기가 소소하면서도 은근 흥미로워서 너무 재밌더라구요.
아마도 그냥 따로 떨어진 단편들로 이뤄졌거나, 그저 마블 카페라는 한 곳의 배경지에서만 이뤄지는 사연 이야기였다고 다소 뻔하게 느껴졌을텐데, 이 책은 생각지 못한 연결점으로 마지막에는 뭉클한 감동을 안겨줘서 좋았어요.
그렇다고 그 감동이 억지스럽거나 과하지 않아서 오히려 잔잔한 여운이 남았달까요. 정말 오랜만에 취향저격다운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원래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되는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책 속의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흔히 주변에서 볼 법한 현실감이 있어서 더욱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1초 앞도 모르는 채 살고 있다.
자기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대항할 수 없는 것도 맞은편에서 찾아온다.
그럴 때 끝없이 부푸는 불안은 우리에게 무서운 시나리오를 쓰게 한다.
자기가 만든 스토리인데, 마치 누군가가 떠맡긴 미래처럼, 그리고 그것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우리는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 확실히 있는 것은 호흡하는 나, 웃고 있는 마코, 피어 있는 벚꽃.
누구든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연이라는 점. 그리고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구원과 위로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
소소하고도 찬란한 각자의 삶들이 살짝 스치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따뜻한 연대감이 들어 더욱 든든했던 것 같습니다.
가볍고 따뜻한 힐링 소설이 많아서 일본 소설을 종종 읽긴 했지만, 문화적 정서가 달라 살짝 안 맞을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은 굉장히 잘 와 닿았을 뿐만 아니라 좋아요!👍를 누르고 싶을만큼 너무 좋았어요.
일고 나니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책 뒤쪽에 신간 안내로 이 책의 속편인 <월요일의 말차 카페>가 나와있었는데요. 이미 제목에서 말차라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물씬 갑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 출간이 안 된건지 검색이 안 되더라구요. 듣기로는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에서 나온 등장인물과 그 주변인들이 또 다르게 엮어서 나온다고 하는데, 너무 궁금하네요.(얼른 출간 플리즈~~😭)
읽으면서 마블 카페같이 안식을 주는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책의 완결성이 너무 좋아서 혹여나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 것은 아닐까 찾아봤는데 없더라구요.
충분히 만들 법한데 말이죠. 아마도 조만간 만들어지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해봅니다.😆 혹시 가볍게 읽을 힐링소설 찾고 계시다면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완전 강추드려봅니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 일상의 루틴으로 나를 지켜내는 방법 (2) | 2022.10.05 |
---|---|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 가볍게 시작해보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2) | 2022.10.01 |
혁명의 팡파르 - 신용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버는 시대의 마케팅 (2) | 2022.09.11 |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 김민태 (운명을 바꾸는 한번 하기의 힘) (0) | 2022.08.30 |
소설 <전쟁과 평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걸작 소설 전4권 드디어 완독 (2) | 2022.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