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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표정으로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는 소년의 모습이 담긴 표지가 괜시리 눈길이 가던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몬드>라는 소설인데요. 항상 서점 나들이를 하면 꼭 소설 코너 매대에 정면으로 놓여 있어서 늘 호기심을 자아내곤 했는데, 뒤늦게서야 이 책을 보게 되었어요. 

 

 

 

소설 아몬드 소개

이게 다 버킷리스트 덕분입니다. 올해 소설 10권 읽기를 버킷으로 정했기 때문이죠. 첫 책으로 현재 핫한 <종이동물원>을 먼저 열심히 완독한 후, 드디어 두번째 책으로 <아몬드>를 완독했습니다. 이제 8권 남았네요. 

 

책을 보기 전에는 왜인지 모르지만 300페이지 넘는 두꺼운 장편소설일꺼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받아 보니 생각보다 200페이지 조금 넘을 정도로 분량이 가볍더라구요. 글씨는 적당한 크기에 빽빽하지 않고 여유롭고 말이죠. 

 

소설-아몬드-표지

 

 

아직 소설과 친숙해지는 중이라 가벼운 첫인상이 무심하고도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쉽게 술술 읽히더군요. 읽는 내내 어찌나 신나던지요. 알고 보니 <아몬드>가 청소년소설이였더라구요. 그것도 제가 한때 엄청 즐겨 읽었던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중 하나였다는 것을 이번에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창비청소년문학이 아직도 열심히 나오고 있다는 것도 말이죠. 그러나 분량은 가벼웠지만 내용만큼은 전혀 가볍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술술 읽혔지만 그만큼 더 강렬하게 소설 속에서의 이야기가 머리 속에 확 박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뮤지컬과 연극으로 재탄생

아몬드-뮤지컬-연극

 

 

책을 갑자기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뮤지컬인데요. 올해 초연으로 <아몬드>가 뮤지컬로 만들어져 4월부터 딱 한달간 공연한다고 하더라구요. 

 

찾아보니 연극은 이전에도 짧게나마 여러 번 막을 올렸는데,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올라온 캐스트를 보니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어서 엄청 기대감을 높였어요.

 

뮤지컬-아몬드-캐스트

 

 

무엇보다 놀라운 건 주인공 윤재 역에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너무 유명해진 문태유 배우가 맡았다는 점인데요. 이미지적으로 잘 어울려서 무척 기대가 됩니다. 더불어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홍승안 배우도 윤재 역을 맡았습니다.  

 

곤이역에는 뮤지컬<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조환지 배우와 이해준 배우가 맡았더라구요. 이해준 배우 공연은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았는데, 두 배우 모두 너무 잘 어울리네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소년의 이야기

소설<아몬드>는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16살 소년 윤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가 남들보다 작은 탓에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 어려워서 항상 주변에서 별종 취급을 당하죠. 윤재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엄마와 할머니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감정을 학습해나가며 성장해 나가게 되죠.

 

윤재의 16번째 생일 날, 크리스마스 이브. 세 가족은 다정히 외식을 합니다. 행복도 잠시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사회에 분노를 품은 낯선 인물에 의해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눈 앞에서 가족들이 묻지마 살인을 당하는 데도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윤재. 그렇게 순식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윤재는 혼자가 됩니다.

 

뮤지컬-아몬드1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교육을 해주던 가족이 사라진 윤재는 또 다시 별종으로 취급받기 시작하지만, 엄마의 친구이자 건물 주인인 심박사의 도움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양으로 상처를 입고 세상에 분노를 가득 담은 곤이가 나타나고 그는 모든 화를 윤재에게 쏟아냅니다. 하지만 곤이는 자신의 모든 행동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 윤재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또 다시 화풀이하다가 결국 제풀에 지쳐버리고 맙니다.

 

그런 곤이의 거친 행동에도 미움보다는 궁금해진 윤재는 그의 무조건적인 다가옴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줍니다. 그런 윤재의 편견 없는 편안함이 내심 끌렸던 곤이는 자꾸 윤재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소소한 우정을 쌓아가게 되죠. 

 

자신처럼 괴물로 불리는 소년 곤이와 자신만의 신념으로 학교에서 겉도는 도라와 친해지면서 윤재의 감정은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괴물을 인간으로 만드는 방법. 그것은 사랑(스포O)

이미 초반에 주인공이 스스로 스포해서 스포랄 것도 없지만, 후반부에 나는 죽어버렸으니까. 라고 나와버려서 정말 깜짝놀랐지 뭐에요. 주인공이 죽다니. 후반부에 곤이의 불안한 행동을 보면서 설마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싶어서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다행히 섣부른 판단이였죠. 다행히 윤재는 죽지 않았어요.

 

뮤지컬-아몬드2

 

 

개인적으로 필연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아닐 때 죽음이 소재로 쓰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극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용도로 종종 죽음이나 극단적인 소재가 쓰일 때가 있는데 때로는 그것이 과하다고 느낄 때가 많거든요. 현실적으로 죽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더군다나 아무리 그래도 청소년 소설인데 무조건적인 긍정, 해피엔딩일 필요는 없지만, 우울보다는 약간의 희망을 주는 반향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곤이와 윤재의 이상한 우정이 흐뭇하면서도 이 평화가 오래가기를 바랐지만, 은근히 곤이의 불안한 감정이 비춰져서 내심 후반부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둘은 무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에요.

 

 

뻔하지만 마음에 들었던 엔딩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곤이를 무조건적인 나쁜 아이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윤재의 시선에서 바라본 곤이는 비록 잘못된 어른들과 세상으로 인해 삐뚤어졌지만 마음 속에 선한 마음과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아몬드(창비청소년문학 78)(반양장)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아몬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와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곤이,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도라와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전한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하는 그는 타고난 침착성,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에 별 탈 없이 지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이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는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윤재 앞에 ‘곤이’가 나타난다. 놀이동산에서 엄마의 손을 잠깐 놓은 사이 사라진 후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고 윤재에게 화를 쏟아 내지만, 감정의 동요가 없는 윤재 앞에서 오히려 쩔쩔매고 만다. 그 후 두 소년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고, 윤재는 조금씩 내면의 변화를 겪는데…….
저자
손원평
출판
창비
출판일
2017.03.31

 

 

그것을 교훈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윤재로 인해 좀 더 객관적으로 곤이의 행동과 감정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어요. 결론에 이르러 곤이는 쉽진 않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희망을 보여주는데요. 아마도 예상해보건데 곤이는 언젠가는 다시 윤재를 만나지 않을까 싶어요. 

 

윤재 또한 전보다는 감정이 자랐으니 곤이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해줄테고 그렇게 이전처럼 두 사람은 그들의 방식대로 우정을 쌓아나가며 조금씩 성장해나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소설 <아몬드>의 엔딩은 약간 뻔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야기의 구성은 간결했고, 문체는 깔끔하면서도 작가 필력이 좋아서 끝까지 쉽게 읽혀서 너무 좋았어요. 긴 장편처럼 깊이 있는 세계관을 느끼진 못하겠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고 매료되는 데에는 충분한 분량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큰 호평을 얻은 소설

작가의 말에서 손원평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 된 이유가 자신의 아이를 낳게 되면서 여러 느끼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후기담까지 모두 읽고 나니 이 책이 왜 이렇게 많은 곳에서 사랑을 받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현재 <아몬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도 소개가 되어 꽤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는데요. 왠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완득이>처럼 사랑받는 청소년 소설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매일 아이들이 태어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받아 마땅한 아이들이다.그러나 그들 중 누군가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누군가는 군림하고 명령하면서도 속이 비틀린 사람이 된다.드물지만 주어진 조건을 딛고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좀 식상한 결론일지 모르겠다.그렇지만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추가적으로 이 책을 읽게 만든 인상적인 표지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가 누군가 하고 찾아보니 알고보니 2분이시더라구요. 0.1이라는 이름의 일러스트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소설 자체의 내용도 엄청 훌륭하지만, 마치 주인공을 연상케하는 무심한 표정의 소년이 그려진 이 그림이 이 작품과 시너지를 내어 훨씬 유명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저처럼 이 표지가 마음에 드셨던 분들은 작가님들의 사이트인터뷰에서 더 많은 그림을 보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소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시선을 함께 바라보며 오히려 감정을 느끼는 방법과 편견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느낌이 들었던 소설이였어요. 책을 읽고 나니 뮤지컬로는 윤재와 곤이의 이야기가 어떻게 표현이 되었을까 무척 궁금해집니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굉장히 사회적 시사점을 안겨주는 좋은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면 <아몬드>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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