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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짜 오랜만에 소설책 리뷰는 들고 왔습니다. 많이 읽진 못하지만 책을 좋아해서 항상 꾸준히 조금씩 읽는편인데요. 이상하게 소설 장르는 잘 못 읽겠더라구요. 뭔가 몰입이 확 되는 책을 못 만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해리포터 외에는 끝까지 엄청 몰입하면서 읽은 소설책은 없네요.

 

 

그래도 올해는 최근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면서 소설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세웠어요. 제 올해의 버킷 중 하나로 소설책 10권 읽기를 목표로 잡았죠. 그 첫번째 책이 바로 <종이동물원>입니다. 

 

 

 

종이동물원 책소개

종이-동물원-표지

출판년도 : 2018
출판사 : 황금가지
저자 : 켄 리우

 

주변에서 너무 재밌다고 호평이 너무 자자해서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바로 첫번째로 픽했습니다. 작가 이름이 뭔가 아시아 느낌이 난다했더니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간 중국계 미국인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중국적인 색채가 이야기 곳곳에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중화사상이 강하다는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자신의 출신이 기원이 중국이다 보니 소재로 많이 사용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중국 외에도 대만, 일본,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살짝씩 등장합니다. 전체적인 소설의 배경은 영어권인 듯 중국인 듯 묘하게 섞인듯한 분위기라 그런지 경계가 묘하게 흘러가서 SF장르에 더욱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요. 

 

 

중국 특유의 신화적인 문화가 결합되어 환상과 일상의 경계를 정말 스무스하게 이어버리는데, 생각보다 몰입도가 상당하고 재밌더라구요. 무엇보다 일단 초반에는 굉장히 잘 읽히는게 좋았어요. 그러나 중반부터는 좀 힘들어지더라구요.

 

문체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술술 잘 읽히는 편인데, 문제는 중반부로 갈수록 SF적인 장르가 강화되면서 너무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와서 딱히 흥미를 못 느끼겠더라구요. 원래도 SF 장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더욱 그랬을지도요.

 

 

 

동양의 신화적인 느낌이 강한 저자의 작품들

일곱-번째-달-일곱-번째-밤-표지

 

한권에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단편이 있다 보니, 괜찮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전혀 취향이 아닌 장르도 꽤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SF성이 짙은 것 보다는 신화적이고 스토리적인 느낌의 단편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읽다보니 호기심이 생겨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한국 작가와 협업으로 쓴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이라는 책이 있더라구요.

 

제주, 중국, 일본의 설화를 가지고 만든 책이라는데 과연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해서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책 속에 담긴 14편의 단편을 읽고 느낀 점은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에는 스포가 담겨있으니 이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 종이 동물원

 

 

단편집에 제목으로 실린 작품이라함은 그만큼 대표적으로 손꼽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일종의 앨범으로 치면 메인곡인거죠. 진짜 이걸 볼때는 너무 흡입력이 높아서 순식간에 훅 몰입해서 본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엄청난 이야기나 반전이 담겨있는 것도 아닌데, 점차 휴지에 물이 스며들듯 마지막에 불연듯 울컥함이 올라오더라구요. 왜 이 단편이 인기가 있고 상도 수상했는지 여실히 느껴졌어요. 

 

 

 

2. 천생연분

영화<her>가 생각나던 단편이였는데요. 자꾸 미래를 그린 작품에 빠지지 않고 이런 소재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으니 미리 경각심을 가지고 준비하라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수많은 인공지능에 둘러싸여 익숙해져버린 우리. 소재가 그렇게까지 특이하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생각보다 내용적인 재미는 쏘쏘했어요.

 

 

 

3. 즐거운 사냥을 하길

 

 

초반에는 굉장히 신비로운 가상의 세계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자연스레 격번기 시대로 넘어가더니, 마지막에는 인간의 잔혹성에 기함을 토하게 된 단편인데요. 결국은 해피엔딩이긴 한데. 아 뭐랄까 끝부분이 굉장히 끔찍하게 느껴져서 이게 과연 해피엔딩이 맞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한 끔찍한 상황을 담담히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여주의 대사도 소름이였네요. 뭐에 홀린듯한 느낌이 가득했던 기묘한 단편이였어요.

 

 

 

4. 상태 변화

보이는 영혼이 사물로 지정되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고 뭔가 기시감이 일었는데요. 알고 보니 작가가 <황금나침반> 시리즈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제목이 굉장히 의아했는데, 마지막쯤 가니 탁! 무릎치게 되요. 한편의 아름다운 로맨스 이야기를 본듯했습니다.

 

 

 

5. 파자점술사

 

 

실제로 통용되진 않지만 한자의 글자를 보고 뜻을 풀이하는 과정이 재밌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굉장히 비극적이였고 인간의 잔인함과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합리화하는 모순의 끔직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중국과 대만과 미국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거기에 한국이야기도 살짝 나와서 반가웠네요.

 

 

 

6.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다양한 상상의 종족들의 특징이 나열식으로 나와서 뭔가 이해도 안되고 그다지 재미도 없었어요. 이런 장르는 취향이 아닌듯 합니다.

 

 

 

7. 시뮬라크럼

 

 

딸의 마음과 심정이 정말 이해가 갖고, 아빠는 별로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마지막은 조금 씁쓸하고 안타까운 건지 모르겠어요. 분명 아빠가 잘못한 것이고 그로인해 트로우마를 겪은 건 딸인데, 왜 아빠의 사연에 동화되어야 하는건지.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현실에 흔히 있을 법한 딸과 아빠와의 복잡한 관계성이 얽혀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드네요.

 

 

8. 레귤러

긴 분량이라 보는 내내 지루해서 진도가 안 나갔는데, 마지막 부분에 스피디해지면서 급 몰입 높아졌으나 조금 급박하게 끝난듯한 느낌이에요. 진짜 후반부 단편은 점점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9.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단편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상상의 종족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지만, 이과적 머리가 아예 없는 저로썬 알 수 없는 용어들이 계속적으로 나와서 거의 이해가 안 되어 재미가 없더라구요. 에혀.

 

 

10. 파

생존과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은 이루어지고 삶과 세대는 계속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가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모든 것이 쓸모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택에 필연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지라도 과거에 쌓인 지혜와 데이터는 삶을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보는 내내 영드 <닥터후>가 생각나더라구요. 

 

 

 

11. 모노노아와레

 

 

중국계 미국인이라 대부분 중국 관련 소재가 많이 나왔었는데,(한국은 정말 살짝 언급됨) 오롯이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그의 가족과 문화를 생각보다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 조금 의외의 작품이였어요. 마지막은 좀 찡한 감동이 살짝 있었고, 첫번째 단편을 제외하고 다른 단편들보다 조금 더 완성도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은 타인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그물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이다.”
 

 

 

12.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SF는 아니였고 역사 소설 느낌이 강했는데요. 어디까지 실제이고 추측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주변 아시아 국가의 아픔이 담겨 있었는데요. 그 속에 한국 위안부의 이야기가 제 3자의 입장에서 너무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담겨 더 씁쓸하고 아팠던 단편이였어요.

 

 

 

13. 송사와 원숭이 왕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실제 역사와 관련된 사건을 이야기로 엮는 걸 볼수 있는데요. 전호리라는 실존 일문의 행보를 상상을 더해 좀 더 실감나고 생생하게 역사를 재현해낸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14. 역사에 동지부를 찍은 사람들(동북아시아 현대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굉장히 무겁고 끔찍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단편이라 그런지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실제인지 분간이 안 될정도로 경계가 굉장히 모호한 듯한 느낌이였는데요. 실제 역사는 실로 더 끔찍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보는 내내 글로 읽는 대도 너무 힘겨웠어요. 진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저 상상 속 소설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할 정도였어요. 작가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하면서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어떻게 기억해야 하나 등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넌지시 전달합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였어요.

 

별하늘을 올려다볼 때, 우리는 쏟아지는 별빛에 물듭니다. 그 빛은 핑팡의 마지막 희생자가 죽은 날, 아우슈비츠에 마지막 열차가 도착한 날, 마지막 체로키족 원주민이 조지아주를 떠난 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머나먼 우주 저편의 세계에 사는 이들이, 만약 그들도 보고 있다면, 그 순간순간을 지켜보리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 세계에서 그들 세계를 향해 빛의 속도로 흘러가는 그 순간순간을요.

그 무수히 많은 광양자를 모조리 포착해서 모든 이미지를 지워 버리기란 불가능합니다. 그 광양자들은 이제 우리의 영원한 기록이자 우리 존재의 증거이며, 우리가 미래를 향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이 지구 위를 걷는 매 순간 우주의 눈이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를 판단하는 겁니다.

 

 

 

 

SF 장르 소개

소설은 SF장르긴 하지만 SF도 정말 다양한 장르로 나뉘더라구요. 모르는 SF장르가 많아 따로 정리해봅니다.

 

 

 

1. 하드보일드

1930년 전후하여 미국 문학에 새롭게 등장한 사실주의 수법.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도덕적인 판단을 거부하고, 감정없이 냉혹하고 관조적인 시점에서 묘사함.

 

2. 대체 역사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시간 이동, 우주에서 다른 우주에 대한 초자연적 인지, 이상한 흐름 등의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은 문학 장르. 역사 소설, 과학 소설 하위 장르로 분류될 수 있지만, 주로 과학 소설과 뗄 수 없음.

 

3. 스팀 펑크

1980년 중반 SF(사이언스 픽션)의 하위 장르인 사이버펑크에서 파생된 문학 장르. 증기 기관의 발달에 의한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빅토리아 시대를 SF적인 환상적 요소를 도입하여 역사를 재해석함.

 

실제 역사적 현실과 다르게 극도록 발전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며, 당시 발명 가능성 있는 미래적인 도구나 소재를 적극 사용함. 이후 1990년대부터 문학을 넘어서 게임, 애니메이션, 패션 등 다양한 장르로 넓게 퍼져감. (ex.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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