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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읽기 버킷리스트를 진행하면서 읽게 된 소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은 일본 특유의 잔잔한 힐링 감성이 가득하면서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완결성에 굉장히 인상깊었던 작품이였는데요. 이 책과 같은 상인 일본 서점대상의 1위는 어떤 책일까 궁금하던 차에 우연히 <52헤르츠 고래들>이라는 소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52헤르츠 고래들 책소개

같은 해의 작품이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번역 출간이 안 되었는지 찾지 못하고, 전년도 1위의 소설은 번역되어서 볼 수 있었는데요. 사실 순위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일본 서점대상이라는 상이 국내에서는 생소에도 일본에서는 독자들이 진정 인정하는 작품에게 부여되는 거라 살짝 기대가 되었습니다. 

 

52헤르츠_고래들_책표지_한국판

출판년도 : 2022
출판사 : 직선과 곡선
저자 : 마치다 소노코

 

2021년 제 18회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52헤르츠 고래>라는 소설은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데요. 마치다 소노코는 1980년 태생으로 후쿠오카현에 현재 거주중이라고 합니다. 

 

<밤하늘에 헤엄치는 초콜릿 구라미>를 출간하며 데뷔했으며, 이 작품 외에도 <어란>, <우쓰쿠시가오카의 불행한 집> 등 다양한 작품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작가인데요.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서는 그녀의 첫 장편소설인 <52헤르츠 고래>만 번역 출간되어있는 상태라 다른 작품을 볼 수는 없습니다.

 

 

 

줄거리

일본 규슈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 옛 게이샤의 오래된 집에 한 여자가 이사를 오게 되고 마을은 그 일로 한바탕 여러 소문들이 돌게 됩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게이샤였던 할머니의 손녀 키나코였죠. 엄마와 재혼한 의붓 아버지에게 오랫동안 학대를 받아 온 그녀는 가족과 인연을 끊는 조건으로 게이샤였던 외할머니의 집을 받기로 합니다.

 

52헤르츠_고래들_책표지_일본판
너무 이쁜 일본판 표지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홀로 이사온 키나코는 비오는 어느 날 자신처럼 외로움의 냄새가 나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아이의 존재를 알아본 뒤부터 소년은 가끔씩 그녀에 집에 오게 되죠. 그런데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멍자국을 보며 키나코는 학대를 의심하게 되고, 고민에 빠집니다.

 

서서히 소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죠. 알고 보니 마을의 사람좋은 인물로 소문난 시나기씨의 손자이자, 집수리를 의뢰하다가 알게 된 뒤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마을 청년 무라나카의 고교동창 코토미의 아들이였음을 알게 됩니다.

 

 

말도 못하고 씻거나 옷 입기도 거부하는 아주 힘든 아이라는 그들의 말과는 다르게 말만 못할 뿐 의사소통도 다르고 눈치도 빠른 것을 보면서 그들의 말이 거짓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키나코는 깊은 상처로 가득한 아이에게 다른 고래들은 듣지 못하는 주파수를 내는 외로운 52헤르츠 고래를 소개하며, 키나코는 소년에게 52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됩니다. 

 

키나코는 자신의 오래전 아픔을 52를 통해 느끼면서 연민을 갖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친해지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키나코는 52를 학대 속에서 구해내 더 안전한 삶을 가져다주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친구 미하루와 함께 52이를 키우주었던 이전 가족들을 찾으러 가게 됩니다.

  이 아이에게는 나와 같은 냄새가 난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고독의 냄새. 이 냄새는 무척 집요하다. 아무리 꼼꼼히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고독의 냄새는 피부나 살이 아닌 마음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52헤르츠 고래. 세상에서 가장 외롭다고 하는 고래. 그 소리는 망망대해에 분명 울려 퍼지고 있는데 받아 주는 동료가 어디에도 없다. 

  네가 나한테 진짜 이름을 알려줄 때까지 '52'라고 불러도 될까?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너의 52헤르츠 소리를 들을게. 언제든 들으려 할 테니까 넌 네 나름의 언어로 이야기해 줘. 내가 전부 다 받을게.
 

 

 

고래가 아닌 고래들인 이유

<52헤르츠 고래>는 가족으로부터 학대받았고,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두려움을 딛고 함께 앞으로 향하는 여정에 관해 그린 책입니다. 책 속에서 두 사람을 비유하는 것으로 52헤르츠 고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원래 일반 고래는 12~25헤르츠로 그리고 대왕고래의 경우 30헤르츠의 주파수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합니다.

 

52헤르츠_고래들_책표지_일본판2
표지 전면 모습을 보니 고래 모양이였네요.

 

그런데 북태평양 일대에 51.75헤르츠의 고래로 추정되는 생물체의 소리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무슨 종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 이 고래의 소리는 다른 고래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52헤르츠 고래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하죠. 고래가 아닌 고래들이라는 제목에서 예상되듯이 여기서 52헤르츠 고래들같은 존재는 바로 주인공 키나코와 52로 불리던 소년 이토시입니다.

 

 

 

학대보다 내면의 상처를 섬세하게 담은 소설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심각한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 너무 무겁고 괴롭게 읽히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요. 학대의 행위 자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기 보다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인물들의 감정과 내면적 상처를 섬세하게 드러내어 한결 담담히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인물에 감정에 집중된 덕분에 더욱 몰입이 되더라구요. 보면서 이토시를 얼른 그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키나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얼마나 응원하게 되던지요. 거기다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으로 그려지지 않고, 굉장히 현실적으로 마무리를 지어서 더욱 인상깊게 남는 작품이였습니다.

 

  부디 그 소리가 누군가에 전해지기를. 부드럽게 받아들여지기를.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온몸으로 받을 테니 부디 노랫소리를 멈추지 마. 나는 들을 거고 찾아낼 테니까. 두 번씩이나 나를 찾아낸 준 사람들이 있듯이 나도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그러니 부탁이야. 52헤르츠 소리를 들려줘.

 

 

 

 

비극적인 아동학대 뉴스를 통해 탄생한 소설

작가는 장녀를 출산하고 퇴원했을 때, 집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아이가 드럼통에 버려진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그 충격으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구상하면서 이러한 심각한 아동 학대 문제를 단순히 피해 아동이 학대에 벗어나는 것으로만 끝내지 않고 나름대로 현실적인 방법을 고안해서 쓰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하죠.

 

 

그 덕분에 이렇게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구절은 어찌보면 책속 인물뿐만 아니라 그들과 같이 힘겨운 이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메세지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심각한 사회문제를 극적으로 강렬하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품들에 비해서는 다소 담담하고 평이하다보니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잘 품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내는 52헤르츠 고래일지라도 단 한명이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아주 뭉클한 메세지를 남기고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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