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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다큐멘터리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은 어째 일본보다 국내에서 더 유명하고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특유의 감성적이면서도 쓸쓸한 분위기와 시리도록 아픈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어 잔잔하게 흘러가는 흐름속에서도 묵직한 한방을 남기곤 해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깊은 여운에 잠기기도 하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 최근작들을 먼저 보고 너무 좋아서, 이후에 오래전에 찍은 영화들을 역순으로 보기 시작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감독의 첫 작품인 환상의 빛은 가장 마지막에 보게 된 작품입니다.

 

감독의 모든 작품을 다 보고나니 어떤 분위기로 이어져왔고,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느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만약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 인상깊으셨다면, 저처럼 다른 작품들도 함께 정주행해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들 소개


1. 환상의 빛

환상의-빛

1995 | 일본 | 109분
출연 : 에스미 마키코, 나이토 타카시, 아사노 타다노부

 

영화 <환상의 빛>은 대만의 뉴웨이브풍에서 영향을 받아 잔잔하고 섬세한 연출을 선보인 작품인데요. 영화감독으로서 첫 데뷔작입니다. 특히 대만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것으로 느껴지는 다큐멘터리같은 사실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여주인공 유미코는 오래전 죽으려 떠난 할머니를 잡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지니고 살고 있는데요. 함께 미래를 꾸꾸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렸던 동네 친구 이쿠오마저 임신한 그녀를 두고 자살로 세상을 떠나버리자 그녀는 망연자실함 속에서 홀로 아이를 키웁니다. 

 

 

시간이 흘러 자신처럼 아이가 있는 남자와 재혼을 하고, 집안일을 고, 가족을 챙기며 평화로운 안정을 얻어갑니다. 그러던 중 자신을 잘 챙겨주던 이웃집 할머니가 갑자기 행방불명되고, 그녀의 오랫전 상처와 트라우마가 걷잡을 수 없이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는 무사히 돌아오지만,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쏟아내기 시작한 그녀. 홀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위태롭게 살아왔던 그녀가 감정의 둑을 터뜨리는 순간, 죽음 가까이에서 홀로 살아남은 사람의 아픔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잔잔하고 다소 정적인 연출이 전반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잔잔함 속에서 마지막에 복합적으로 폭발하는 감정들은 더욱 임팩트있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2. 원더풀 라이프

원더풀-라이프

1998 | 일본 | 118분
출연 : 이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첫 작품을 대만의 뉴웨이브풍으로 만들었던 감독은 스타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전혀 다름 느낌의 다음 작품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바로 <원더풀 라이프>입니다.

 

천국을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역할을 하는 '림보'라는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하는 작품으로, 죽은 후 이곳으로 인도된 사람들은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골라야 합니다. 고르면 관리자들이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고, 그들은 비로소 천국으로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초반에는 림보로 온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진행되며 다양한 삶의 파편들을 보여주는데요. 영화 제작하기 전 수백명을 대상으로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해서, 그들 중 연기자가 아닌 일반일 캐스팅하여 영화에 사실적으로 녹여냈다고 하는데요. 어쩐지 영화를 보는 내내 실존하는 세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현실감이 있더라구요.

 

 

사실 관리자들은 자신의 추억을 고르지 못해 이곳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근무하는 사람들이였는데요, 그들 중 한명인 모치즈키는 소중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연히 만난 아내의  재혼한 남편을 통해 자신을 통해 누군가가 느꼈을 행복도 소중한 기억임을 깨닫고 그 기억과 함께 떠납니다.

 

자신의 삶을 끝내지 않거나 끝내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이야기로 그 기억들 속에서 다양하게 흔들리는 사람들의 섬세한 심경변화를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상상속이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를 마주하며 오히려 삶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3.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모른다

2004 | 일본 | 140분
출연 : 야기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키무라 히에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중 가장 먼저 보게된 작품인데요.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있는 포스터 사진을 보고 굉장히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는 영화여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아버지가 다른 남매들이 엄마의 방임으로 인하여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는 가슴 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초반에 순진하고 귀여웠던 아이들의 점차 힘겨운 현실과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져가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고 안타까워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영화적 이야기도 비극이지만, 실제 현실은 얼마나 더 끔찍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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