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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호평 속에 입소문을 타면 유명해진 한 멜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윤희에게>라는 한국 영화인데요. 많은 화제작을 연기했던 김희애 배우님이 출연한 독립영화라는 사실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동안 해오시던 역할과는 전혀 다른 인물의 주인공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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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소개

영화는 원래 <만월>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될 뻔 했는데요. 추후 <윤희에게>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오히려 <만월>보다는 <윤희에게>가 작품에 분위기와도 잘 맞고 기억에 잘 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희애 배우 외에도 걸그룹 아이오아이로 유명한 김소혜, 성유빈, 유재명 배우가 캐스팅 되었고, 일본인 쥰과 고모 역에는 일본영화를 보신분들에게 꽤 익숙할 나카무라 유코와 키노 하나 배우가 맡았습니다.

윤희에게-영화-포스터1

윤희에게

2019 | 한국 | 105분
장르 : 멜로, 로맨스
감독 : 임대형
출연 :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영화 <윤희에게>는 동성로맨스를 그리고 있는데요. 동성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어 주류에 속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고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정이나 그림움 그리고 절실함을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캐롤>도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면서 빠져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뜻하지 않았던 첫사랑과의 설레이는 재회

과거 친구였던 쥰을 사랑했던 윤희는 사회적인 편견과 가족의 강압으로 인해 쥰과 헤어져 강제로 결혼하고 새봄을 낳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없는 결혼은 오래가지 못하고 이혼하여 혼자 새봄을 키우면 묵묵히 힘든 일상을 견디고 있었죠. 한편 사랑의 이별을 겪고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고향 일본으로 가게된 쥰은 고모와 살며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히 감추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윤희에게-스틸컷1
윤희에게-스틸컷2

그러던 중 우연히 고모 마사코는 쥰이 써놓고 붙이지 못한 편지를 그만 우체통에 넣어버립니다. 이렇게 한국에 도착한 편지를 새봄이 발견하게 되는데요. 곧 대학생이 되는 것을 핑계로 윤희를 꼬셔 일본 오타루 여행을 떠납니다. 윤희는 그동안 그리워했던 쥰이 살고있는 도시라는 생각에 복잡한 마음과 한편으로는 첫사랑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렘을 가지게 됩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간 스토리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다른 동성로맨스 영화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섬세한 감정선에 따라 잔잔히 흘러갔다는 점인데요. 특별히 억지 감동적인 장면을 넣기보다는 주인공 윤희의 심리를 조용히 따라가며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더욱 몰입되었고 그녀의 감정의 변화가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윤희에게-영화-포스터2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특별하게 악역을 두지 않고, 각 인물마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수용하며, 그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모습이에요.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은연중 예상하더라도 캐묻거나 뒤를 캐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그들을 살게 해준 든든한 존재들

쥰과 윤희는 실질적의 그들의 사랑과 존재를 사회에서 용인받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가족과 세상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왔는데요.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인생을 꾸준히 성실히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응원하며 행복을 찾아주려는 든든한 지원군 덕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윤희에게는 새봄이라는 존재가 그랬고, 쥰에게는 고모가 그런 지지대를 해준 셈이죠.

윤희에게-스틸컷3
윤희에게-스틸컷4

특히 새봄을 연기한 김소혜 배우는 너무 사랑스러운 느낌이였어요. 무뚝뚝하게 팩폭을 던지는 말을 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옛친구를 찾아나서며 다소 웃기면서도 당돌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였어요. 윤희와는 전혀 상반된 성격이지만, 그래서 더욱 잘 어울리는 모녀지간이였어요.

 

 

 

뻔하지 않아 더욱 여운이 짙은 연출

사실 이런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랑이야기에는 회상장면이 꼭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쥰과 윤희의 과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이들이 정말 사랑했었고, 현재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는 행동을 할 뿐이죠. 그래서 오히려 인물들의 침묵의 틈에서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지만 차마 보지못하는 절실함이 느껴졌어요. 그 덕분에 오히려 둘의 재회가 짧았음에도 그 찰나의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선이 더욱 두드러져 명장면을 만들었다고 생각되었어요.

윤희에게-스틸컷5

그리고 윤희와 쥰의 애틋한 사랑과 더불어 딸 새봄과 남자친구와의 사랑, 그리고 조카를 묵묵히 따라준 고모의 사랑.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은 윤희의 전남편이였는데요. 그는 윤희를 사랑했기에 이혼후에도 계속 그녀를 찾아오며 챙겨주려 하지만, 윤희는 그조차도 매우 부담스러워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전남편의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주는 눈빛 속에서 사랑과는 또 다른 형태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기억에 강하게 남은 영화 속 오타루의 설경

영화 <윤희에게>는 표면적으로는 첫사랑과 재회하는 윤희의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여정의 과정 속에서 윤희라는 한 여성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시대적인 아픔과 더불어 엄마이자 아내로 살아가야 했던 과거와 앞으로 새롭게 용기내어야할 미래를 암시하며 영화는 조용하면서도 아름답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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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여준 촬영지 오타루의 모습은 매우 감성적이고 포근해보여서, 영화를 보는 내내 꼭 겨울에 한 번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윤희의 발자취를 한 번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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