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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자비에 돌란의 영화 한 편을 보고 독특한 컬러와 아름다운 영상미가 혼재된 장면들에 푹 빠져서 연달아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여러 편의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자비에 돌란의 영화라고 하면 옜날 것과 신작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챙겨보게 될만큼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 제가 푹 빠져들어버린 자비에 돌란의 매력적인 영화들이 무엇이었는지 하나 둘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비에 돌란은 누구?

자비에 돌란은 꽃미남 배우이자 인플루언서, 그리고 패션의 아이콘에 젊은 천재적인 감독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예술가인데요. 여러 분야를 종회무진하며 자신의 예술가적 기량을 맘껏 뽐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자비에 돌란은 캐나다에서 태어났는데요. 퀘백 출신이라 그런지 그의 작품에는 주로 불어가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캐나다인이긴 하지만 이집트와 아일랜드의 피가 흐르는 집안 환경이라 어릴 적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해왔다고 합니다.

 

자비에 돌란은 어린 나이에 데뷔작으로 많은 상과 호평을 받으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감독이였는데요. 하지만 어느 순간 천재라는 수식어가 시종일관 따라붙으며 과도한 관심과 더불어 비판과 논란의 타켓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늘 작품들이 좋고 성공할 수는 없는 거라 오히려 이미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고하게 구성하고 당당히 여러편의 영화들로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구요.

 

 

 

1.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원래 배우가 꿈이였으나 번번히 오디션에 떨어지자 결국 스스로 카메라를 들어 만든 데뷔작인데요. 자비에 돌란이 주인공을 연기하며, 각본과 의상, 프로듀싱까지 거의 자비에 돌란인 자비에 돌란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처음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퀄리티와 연출력을 보여주어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 당시 그의 나이는 19세였다고 하니, 평단에서 놀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아이-킬드-마이-마더

2009 | 캐나다 | 96분
출연 : 자비에 돌란, 앤 도벌, 쉬잔느 클레먼트

 

뭔가 앞으로도 나오겠지만, 엄마와 아들과의 애증의 관계가 이때부터 시작되어 추후 더 깊은 감정선으로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거의 그의 작품의 히로인같은 캐나다 배우인 '앤 도벌'과 '쉬잔느 클레먼트'가 함께 출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이 두 배우도 완전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동성애자로 알려진 그의 작품에는 유독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성소수자의 대한 고뇌와 갈등이 담겨있는데요. 이 작품 또한 동성애자인 사춘기 소년의 고뇌와 엄마와의 갈등과 애증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묵직하면서도 아름답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2. 하트비트

자비에 돌란을 알게된 첫 작품은 바로 <하트비트>였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배우인줄만 알았는데, 감독도 겸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들보다 유쾌함이 녹아있는데요. 마리와 절친인 게이 프랑시스가 동시에 조각상같이 잘생긴 니콜라에게 반하게 되면서 그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작전을 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하트비트

2010 | 캐나다 | 102분
출연 : 자비에 돌란, 모니아 초크리, 니엘스 슈나이더

 

기본적으로 남사친과 함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겨룬다는 컨셉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감독 특유의 미장센적인 요소도 굉장히 강렬하고 거친듯한 연출과 톡톡튀는 OST까지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결국 둘은 니콜라와 이어지지 못하고 우정을 되찾게 되는데, 그 장면들이 매우 사랑스러워서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는데, 반전인 것은 이후 1년 뒤 평화를 찾고 우정을 이어가던 그들에게 다시 등장한 니콜라의 유혹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다시 경쟁이 시작을 암시하며 유쾌한 마무리가 지어지는데요. 결론은 바람끼 다분한 니콜라 때무에 또 한번 두 친구는 우정에 금이 가겠네요. 하지만 왠지 그래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화해할 것 같아 큰 걱정이 되지 않는 두 친구입니다.

 

 

 

3. 로렌스 애니웨이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는 개인적으로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릴 <마미>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무려 2시간 48분이라는 약 3시간 가까이의 긴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영화가 굉장히 보다보면 봐도 봐도 끝이 안 보이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사실 긴 영화는 아주 재미있지 않은 이상 에너지 소모가 커서 그리 선호하지 않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연출이나 미학적인 부분이 유독 돋보여서 인상깊은 장면이 정말 많았던 여운이 많이 남더라구요.

로렌스-애니웨이

2012 | 캐나다, 프랑스 | 168분
출연 : 멜비 푸포, 쉬잔느 클레먼트

 

몬트리올에서 소설을 쓰는 청년 로렌스와 그의 정열적인 연인 프레드는 미래를 약속한 사이였는데요. 서르 번째 생일을 맞이한 어느 날, 로렌스는 남은 일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며 그 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갑작스럽게 고백합니다. 사랑했던 남자가 순식간에 트렌스젠더가 되어 같은 여성이 되어버린 상황. 변함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갑자기 달라진 현실 속에 둘은 방황하며 서로를 완전히 놓치도 그렇다고 완전히 사랑하지도 못한 채 살아갑니다.


 

사랑한다면 그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사랑해야하는 걸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과 우정이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애증같은 감정을 굉장히 화려하고 폭발적으로 표현한 연출이 돋보이는데요. 감독 특유의 미학적인 감성이 굉장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담긴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두 연인이 서로 행복하게 껴안으며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아름다운 색체의 천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부분이였어요.

 

그리고 두번째로는 마지막 여러번의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고, 마지막 재회에 이르렀을 때 불안한 눈빛을 지닌 채 서둘러 그에게서 도망치는 프레드의 모습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어 굉장히 인상깊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비록 너무 긴 런닝타임으로 인해 다시 볼 엄두는 나지 않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심오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굉장히 심미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라 한번은 꼭 보면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4. 탐엣더팜

영화 <탐엣더팜>은 스릴러 장르라 그런지 화려하고 미학적이였던 전작들에 비해 다소 어두웠던 작품인데요. 사실 자비에 돌란 작품이 재미를 요구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스릴러 장르는 조금 스피디하거나 긴장되는 요소가 필요한 것에 비해 다소 루즈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어요.

탐엣더팜

2013 | 캐나다, 프랑스 | 105분 
출연 : 자비에 돌란, 피에르-이브 카디날

 

주인공 탐은 분신 같았던 연인인 기욤을 잃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퀘백의 작은 농장으로 가게되는데요. 슬픔에 빠진 그의 어머니와 형 앞에 차마 그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합니다. 하지만 형 프랑시스는 이미 탐이 기욤의 연인이였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의 눈을 피해 은밀하고 지속적인 폭력으로 탐의 목을 조이기 시작합니다. 사랑했던 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들의 뒤틀린 행동들과 무겁게 짓누르는 감정들의 소용돌이를 굉장히 심오하고 내면적으로 깊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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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비에 돌란의 초기작들을 소개해보았는데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 <마미>를 시작으로 최근 신작까지 차례대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자비에 돌란의 이후 영화들이 궁금하시다면 마지막 포스팅까지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