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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여성감독이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사랑이야기

작품이 너무 좋다고 호평이 자자해서 정말 보고싶었던 작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드디어 봤어요! 이 영화는 17세기 후반? 18세기? 대략 17~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퀴어 시대극인데요.

 

여성 감독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 굉장히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연출이 돋보였어요.

 

또 다른 대표적인 퀴어 영화 <캐롤>도 무척 좋아하지만, 간혹 일부 남성감독의 시선으로 그린 여성간의 사랑을 담은 영화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요소가 강해서 불편함을 느끼곤 했는데요.

 

이 작품은 특별한 화려함은 없지만 오롯이 세 여성이 10일간 보내면서 겪는 작은 파동을 굉장히 차분하고 아름답게 보여주며, 그들 간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오고감는 긴장감을 감각적인 연출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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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없이 오직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말이죠. 이런 은근하게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을 그린 영화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요.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도록 여운을 주는 것 같아요. <윤희에게>라는 영화처럼 말이죠.

 

* 내용에 스포가 있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  프랑스  |  121분  |  셀린 시아마  |  아델 하에넬, 노에미 메를랑, 루아나 바야미

 

영화는 수업을 진행하던 마리안느가 우연히 그녀가 그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라는 그림을 보고 물어본 제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귀부인의 딸의 초상화를 의뢰받은 마리안느는 먼 외딴 섬에 힘겹게 도착하는데요. 그러나 정작 초상화의 주인 엘로이즈는 모델서기를 강력히 거부합니다.

그 이유는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하기 때문인데요. 그녀는 원래 수도원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결혼을 앞둔 언니가 절벽사로 죽는 바람에 대신 결혼을 하기 위해 온 것이죠.

이 같은 사연을 마르안느에게 전하던 하녀 소피는 엘로이즈 언니의 죽음이 자살일 거라 생각합니다. 떨어질 때 비명소리가 안 들렸기 때문에 말이죠.

 

결혼을 강행하려는 엘로이즈의 어머니는 마리안느에게 화가임을 밝히지 말고 친구인척 그녀의 모습을 기억해 몰래 초상화를 완성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마리안느는 그때부터 산책 친구를 자청하며 몰래 엘로이즈를 관찰하기 시작하는데요. 묘한 시선을 주고받던 둘은 서서히 친해지고,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주는 엘로이즈에게 죄책감을 느낀 마리안느를 솔직하게 화가였음을 고백하는데요.

 

이에 화가 난 엘로이즈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여달라고 합니다.

그림을 보며 자신을 닮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린 이조차 담아내지 못했다고 혹평을 날려버리는 엘로이즈. 그말을 들은 마리안느는 그림을 수건으로 지워버립니다.

미완성된 그림을 보고 화가난 엘로이즈의 어머니는 그녀를 내쫓으려 하는데, 엘로이즈는 자신이 모델을 서겠다며 마리안느를 다시 붙잡습니다.

 

결국 마리안느는 다시 한 번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죠.

한편 그들을 잘 챙겨주던 하녀 소피가 임신했던 사실을 알게됩니다. 아이를 원치 않았던 소피는 조용히 해결하려 하지만 쉽지 않아 결국 실패하죠. 

 

결국 소피는 낙태 시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함께 가줍니다.(시술받는 침대 위에 아가들의 소피의 얼굴을 만지는 모습이 왜 그리 애잔하던지..) 그 모습을 저택으로 돌아와 그림으로 남기는 마리안느.

엘로이즈의 엄마가 없는 사이 엘로이즈, 마리안느, 소피는 그런데로 서로의 균형을 갖고 생활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냥 그대로 행복하게 셋이 지냈으면 좋겠더라구요.

드디어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초상화는 엘로이즈의 자연스러운 당당함이 잘 담겨 완성이 됩니다.

 

하지만 곧 다가오는 엘로이즈의 결혼. 그들에게 막을 힘이 없고, 답답함 마음에 싸우는 둘.(그냥 도망이라도 가지😭)

엘로이즈는 마리안느가 자신을 그려준 책을 갖고,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그려 펜터트에 간직하고. 둘은 결국 이별을 맞이합니다.

 

시간을 흘러 작가로 전시에 참여한 마리안느. 그녀의 눈에 엘로이즈가 어떤 여자아이와 함께 있는 그림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 엔딩. 공연장에서 진짜 엘로이즈를 보게된 마리안느. 반대편 테라스석에 앉아있는 엘로이즈는 마리안느를 보지 못하고, 공연에 빠져든 그녀는 격한 감정이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마치 우리가 마리안느가 되어 그녀를 보듯 굉장히 롱테이크로 그녀를 비추는데, 대사 한마디 없음에도 감정과 표정들이 뇌리에 탁 박히는 듯한 강렬한 마지막이였어요.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영화에서는 이미 이들의 사랑의 결말을 암시하듯 오르페우스 신화이야기 나오는데요.

 

오르페우스는 지하세계에 빼앗긴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로 들어가는데요. 여러 난관을 뚫은 그를 하데스는 결국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는데,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답니다.

 

오르페우스 신화 소재로 만든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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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발이 지상에 완전히 닿을 때까지 뒤를 돌면 안된다고 말이죠. 하지만 지상을 나오기 직전 에우리디케가 잘 오고있는지 걱정되었던 그는 손을 잡아주려다 그만 뒤를 돌고맙니다. 그녀는 곧바로 영영 지하세계로 들어가버리고 말죠.

 

소피는 이야기를 듣더니 대부분이 생각하든 뒤를 돌아본 오르페우스가 잘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엘로이즈는 전혀 다른 시선의 이야기를 합니다.

 

뒤에서 에우리디케가 불렀기 때문에 돌아본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나를 봐."

마리안느가 그려준 28쪽 페이지를 그림 속에서 살며시 가리키며 엘로이즈답게 앉아있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비록 보수적인 사회에 여성의 위치로 자신이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워하는 마리안느를 생각하면 소신있게 자신의 지난 사랑을 간직하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우면서도 안타까웠어요.(엉엉) 그래서 뭔가 더 애틋한 둘..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여성 예술가에 대한 정보를 찾았으나, 몇몇 유명한 이들 빼고는 거의 대부분 기록이 없거나 보관되지 않아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고 해요.

 

그러나 다행히 18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여성 모델을 중심으로 한 초상화가 늘어나고, 여성 예술가의 활동도 활발해졌다고 하는데요.(우리나라같은 경우도 허난설현처럼 진짜 천재적인 여성이 많았을텐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활동도 못하고 기록도 많이 안 남은게 무척 아쉬워요.)

세 여성을 통해 조용하지만 은근히 서로를 챙기는 연대가 너무 마음이 따뜻해졌고,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드는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사랑이 굉장히 은밀하고 섬세해서 너무 아름답고도 애처로워서 마음 한 켠이 시큰해지더라구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연출이 너무 좋아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쭉 봐보고 싶다는 생각인데요. 찾아보니, 엘로이즈 역을 맡았던 '아델 하에넬' 배우의 초기작 <워터 릴리스>가 바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이더라구요.

 

엘로이즈의 눈빛 연기가 무척 인상깊었는데, 과연 떡잎부터 그녀의 연기력은 달랐던 것인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조만간 시간내서 얼른 봐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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