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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질 때면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는데요. 바로 쓸쓸하고 처연한 겨울의 느낌을 굉장히 잘 표현한 독립영화 <혜화, 동>입니다.

 

 

 

영화 혜화동 소개

영화 <혜화,동>은 우연히 유다인 배우의 묘한 눈빛이 담긴 포스터를 보고 알게 된 작품인데요. 포스터가 뭔가 굉장히 느낌이 있어서 호기심에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던 작품이였어요.

 

혜화동-영화-포스터

혜화, 동

2011 | 한국 | 107분
장르 : 드라마
감독 : 민용근
출연 : 유다인, 유연석

 

영화는 겨울과 철거촌, 그리고 유기견 등의 담겨져서 그런지 더욱 쓸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 덕분에 더욱 영화적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났고, 스토리에 몰입감이 더해졌던 듯 합니다.

 

이 영화를 찍은 민용근 감독은 <사랑해! 진영아>, <친구사이?>, <어떤 시선> 등 굉장히 소수자들의 시선을 담은 독립영화나 한 명의 인물에게 포커싱을 맞춘 영화들을 만드셨더라구요. 다 보진 않았지만, 감독의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주요 인물로는 유다인 배우와 유연석 배우가 출연하였습니다. 주로 혜화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이야기가 진행되는터라 그 외에 인물들은 크게 주목도는 높지 않았던 것 같아요.

 

 

 

쓸쓸한 겨울을 살던 혜화에게 찾아온 희망

혜화동-영화-스틸컷1

 

18살에 만나 사랑에 빠진 혜화(유다인)와 한수(유연석)에게 아기가 생기는데요. 그러나 그들은 아직 고등학생 신분으로 이러한 상황이 버겁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화는 한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와 결혼해 그의 아이를 나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 합니다.

 

혜화동-영화-스틸컷2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어린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도 못한 채, 할머니들의 싸움에서 홀로 외롭게 떠나가고,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 한수는 그녀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혜화동-영화-스틸컷3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흐르고, 스물 셋 혜화는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병원일 외에도 틈틈이 버려진 유기견들을 구조하고 치료하며 입양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그녀의 앞에 갑자기 한수가 나타납니다. 다짜고짜 혜화에게 용서를 구하는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하게 되죠. 바로 자신들의 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말이죠.

 

 

과거의 상처가 깊었던 그녀는 처음엔 그의 말을 믿지 못하지만, 점차 아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그녀의 눈동자에 서서히 희망이 깃들기 시작합니다.

 

혜화동-영화-스틸컷4

 

 

 

 

인상적인 눈빛 연기를 보여준 유다인 배우

혜화동은 유다인 배우의 눈빛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독립영화 특유의 감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조용히 그러나 때론 묵직하게 때리는 듯한 감성이 가득해서 그런지 보고나면 괜시리 먹먹한 여운에 취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기분이였습니다.

 

혜화동-영화-스틸컷5

 

유다인 배우는 이런 정적이면서 점진적인 폭발하는 감정표현을 굉장히 잘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제목에 쓰여있듯 혜화라는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어떤 영화보다 주인공의 역할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유다인 배우는 혜화의 깊은 상처와 공허감, 용서, 희망 등을 많은 대사보다 오롯이 눈빛으로 강렬하게 전달해서 더욱 이 작품을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연석 배우도 이 당시에는 신인이였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 유연석 배우를 처음 봤어요. 지금은 <응답하라1994> 칠봉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의 멋진 정원샘이지만, <혜화동>에서 볼 때는 너무 찌질하고 비겁한 인물로 나와서 한동안은 다른 작품에 나와도 자꾸 한수가 떠오르더라구요. 그만큼 유연석 배우가 연기를 실감나게 잘했기 때문이겠죠.

 

 

 

쌀쌀해지는 계절이 오면 문득 생각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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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영화는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전개 자체도 다큐처럼 느릿하게 흘러가고 특정한 사건이 나타나 극의 전개를 휘몰아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본지 오래 지난 시간 뒤에도 자꾸 겨울이 되면 이 작품이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쓸쓸하고 차가운 겨울의 느낌을 혜화라는 인물의 사연과 감정을 통해 미장센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보고나면 굉장히 좋은 영화를 본 것 같다라는 뿌듯함이 들거든요. 독립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보물을 본 듯한 느낌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목만 보고 혜화동이라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 이름이 혜화였더라구요. 그리고 포스터에 보듯 혜화와 동이라는 글자 사이에 점이 있는데요. 여기서 동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주된 계절인 겨울을 뜻하는 동(冬)이기도 하고, 전 남자친구의 진실을 통해 움직이게 된 동(動), 그리고 살아있는 혜화의 아이 동童, 마지막으로는 같이, 함께 또는 한마음의 동(同)자입니다.

 

제목의 '동'이라는 글자에 이렇게 많은 것이 내포해있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알고 다시 영화를 보면 상징하는 4가지의 한자의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는 것을 다시금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이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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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영화 관련하여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혜화동을 찍은 민용근 감독과 유다인 배우가 함께한 작품을 인연으로 2011년 가을 깜짝 결혼 소식을 알렸네요. 오래 전 인상깊게 본 영화의 감독과 배우가 결혼을 하다니. 뭔가 신기한 기분이네요.

 

이 소식을 통해서야 감독의 얼굴을 처음 봤는데, 선한 눈매가 유다인 배우와 닮은 듯해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은근 영화계에 영화감독과 여배우 커플이 많은 것 같아요. 탕웨이, 김태용 감독, 문소리, 장준환 감독이 생각나네요.

 

 

영화 <혜화동>은 주인공 혜화의 삶은 굉장히 묵묵하게 따라가는 영화인데요.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연출로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독립영화 특성상 마니아적인 부분이 있어서 모두에게 추천하긴 어렵지만, 사회적 문제들을 굉장히 담담하게 잘 담아낸 영화라 혹시 포스터에 동하셨다면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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