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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따뜻함이 가득한 포스터를 가진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항상 궁금해다가 드디어 시간 내서 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만에 본 독립영화인데 또 하나의 보물을 발견한 것 같네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소개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단편 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 <산나물 처녀>등을 찍었던 김초희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인데요. 포스터만 봐도 윤여정, 배유람, 김영민 등 익숙하고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해 데뷔작치고는 참 화려한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찬실이는-복도-많지-포스터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 | 한국 | 96분
장르 : 드라마
감독 : 김초희
출연 :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최화정

 

 

사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그냥 투닥거리는 가족 이야기일꺼라고 추정했는데, 막상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죠. 심지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왜 김영민 배우가 저리 나왔는지 알겠더라구요. 

 

영화는 2020년 3월에 개봉했는데요. 추후 임소문을 타면서 그 해 11월에 재개봉을 했다고 합니다. 벌써 개봉한지 3년 전 영화인데 계속 봐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매력적인 포스터만큼 영화가 참 취향저격이였습니다.

 

 

줄거리

영화 프로듀서 찬실이는 좋아하는 영화일을 한다는 열정하나로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버텨왔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영화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모인 회식자리에서 과음한 영화 감독이 갑자기 급사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로 인해 영화는 엎어지게 되고 찬실이는 한 순간에 실직자 신세가 되고 맙니다.

 

찬실이는-복도-많지-스틸컷1

 

 

경제적인 어려움에 백수 처지가 된 찬실이는 급하게 살던 집을 처분하고 차도 들어올 수 없는 달동네의 한 하숙집에 직접 이삿짐을 들고 오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찬실이는 엎어졌던 영화에 캐스팅되었던 배우 소피의 가정부가 다쳐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가정부로 취직하게 됩니다. 일하던 중 우연히 소피의 불어 선생님인 영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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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영이와 마주칠 기회가 많아진 찬실이는 그가 사실은 단편 영화 감독이였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불어를 가르치며 생활하고 있다는 사연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종종 술을 먹으면서 서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깊은 주제의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찬실이와 다르게 블록버스터 흥행작을 좋아하는 영이에게 다소 실망감을 갖게 됩니다.

 

찬실이는-복도-많지-영화-장면

 

 

그렇게 바쁘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찬실이는 하숙집에서 우연히 팬티와 러닝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존재를 만나게 되죠. 장국영이라 주장하는 그는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직 찬실이에게만 보이는 유령같은 인물이였습니다. 기묘한 인물의 등장으로 당황함도 잠시 찬실이는 그와 대화를 나누며 점차 깊은 고민도 토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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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장국영의 존재와 더불어 찬실이는 주인집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며 점차 친해지게 되고, 영화 취향은 다르지만 설레이는 영이와의 만남도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달달하고 진한 꿈까지 꾸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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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영화 관련 일도 다시 하고자 이전에 함께 했던 대표님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 합니다. 하지만 기대와 노력과는 달리 그녀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었고, 거기다 용기내 고백까지 했는데 어색하게 차여버린 찬실이는 비참하고 부끄러움에 그 자리를 도망쳐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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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에게 냉혹했던 현실을 마주한 찬실이는 오롯이 자신을 위로해주는 장국영 앞에 펑펑 눈물을 터뜨리죠. 과연 이 같은 현실에서 찬실이는 다시 삶을 마주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할 수 있을까요?

 

 

자연스러운 연출이 좋았던 뭉클한 스토리

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듯 굉장히 묘하게 진행되는데요. 분명 기묘한 존재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찬실이처럼 이 영화의 담담한 연출은 그저 그녀의 삶과 감정에 충실하게 따라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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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가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여서 혹시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영화를 연출한 김초희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라고 하더라구요. 여러 편의 단편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김초희 감독은 찬실이처럼 우연한 계기로 실직하게 되면서 슬럼프을 겪고 극복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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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는 윤여정, 배유람, 윤승아, 김영민 등 정말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는데요.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캐릭터에 잘 묻어나게 연기를 해서 굉장히 조화롭다고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최근 <모범택시>에서 굉장히 귀여운 개그캐로 나왔던 배유람 배우의 전혀 다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였는데요. 친근하면서도 따뜻하게 찬실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에서 정말 너무 멋져보이더라구요.

 

왜 찬실이가 오해할 정도로 반해버렸는지 충분히 알만한 대목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번에는 아주 달달한 로맨스 영화의 남주로 나와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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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자체가 굉장히 일상이 흘러가는 대로 담담하게 진행되어서 뭔가 홍상수 감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알고 보니 김초희 감독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스태프로 오랫동안 참여해왔었더라구요. 그렇다고 완전 똑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도 장국영이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포O)

진짜인지 가까일지 모를 자칭 장국영으로 맡은 김영민 배우의 열연도 굉장히 돋보였는데요. 포스터를 볼 때만 해도 그냥 가족 구성원 중에 한 명이겠지 싶었는데, 이런 캐릭터였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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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장부터 갑자기 호다닥 뛰쳐나올 때 얼마나 귀엽던지. 찬실이가 힘들때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서 웃음도 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거기다 위로까지. 이런 존재가 곁에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절로 힘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를 보는 내내 분명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라는 것은 알지만, 장국영의 존재에 대해 과연 뭘까 곱씹게 되더라구요. 내멋대로의 추측이라면 아마도 유령, 귀신이라기 보다는 찬실이가 만들어낸 영화 속 인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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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그동안 놀지도 않고 연애도 못하고 쭉 달려왔던 그녀에게 영화을 잃은 상실감은 그 무엇보다 클 수 밖에 없을텐데요. 막막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버텨야했던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좋아했던 영화 속 인물을 상상 속에서 끄집어내서라도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을 부잡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상상속의 존재든 진짜든 가짜든 찬실이는 장국영 덕분에 위로와 힘을 얻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데 그 장면이 참 뭉클하니 감동적입니다. 

 

 

푹 빠져버린 강말금 배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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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바로 찬실이를 너무 자연스럽고 찰떡같이 소화한 강말금 배우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연기도 잘하고 매력적인 배우를 왜 그동안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찬실이 그 자체였고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알고 보니 강말금 배우는 일반 회사원으로 생활하다가 서른 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극단 생활을 시작했더라구요. 단연과 조연을 거쳐 이 영화에서 그야말로 크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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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배역의 폭이 넓고 변신의 귀재인 배우라 그동안 못 알아봤지만, 앞으로는 좀 더 비중있는 작품에서 많이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보이는 사람마다 마구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엄청난 사건이 있거나 스펙타클한 내용을 담고 있진 않은데요. 평범하지만 오랫동안 꿈을 쫒아오던 이에게 닥친 현실적인 위기를 씩씩하게 극복해나가는 우리의 일상과도 같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뭔가 꿈을 한 번이라도 쫒았거나 그로 인해 실패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잘 녹여내고 있는데요. 그래서 보고 있으면 자꾸 찬실이에게 동화가 되어 절로 응원하게 되는 굉장히 끌림이 있는 작품입니다.

 

보고 너무 보석같은 영화의 발견이라 주변에도 많이 추천했었는데요. 다들 호평 일색에 주를 이뤘네요. 사실 독립영화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알려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영화는 일본에 개봉되어 흥행과 좋은 평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혹시 찬실이의 매력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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