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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보고싶었던 다큐 영화<어른이 되면>을 드디어 봤습니다. 평소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아서 종종 관심 있는 작품은 꼭 시간 내서 보는 편인데요. 이 영화 속 주인공 자매는 어느 경로로 알게 된 것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오래 전에 알고 있었던지라 왠지 너무 반가웠더라구요. 유튜브였는지 공중파 다큐였는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죠.

 

 

 

 

어른이 되면 영화 소개

영화 <어른이 되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인데요. 장혜영 감독이 오랫동안 시설에서 살아온 동생을 데리고 나와 6개월간 함께 살아가면서 프로젝트 형식의 일환으로 브이로그 영상으록 기록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찍은 영상들을 모아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어른이 되면>입니다.

 

어른이-되면-포스터

어른이 되면

2018 | 한국 | 98분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장혜영
출연 : 장혜정, 장혜영, 윤정민, 이은경, 유인서

 

 

 

줄거리

동생 혜정은 13살 때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의 건물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왔다. 내 삶에서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일이 동생의 삶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18년 만에 나보다 한 살 어린 막내동생과 함께 살기로 했다.

 

어른이-되면-스틸컷1

 

"누군가 열세 살의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 건물에서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야해.
그게 가족의 결정이고 너에게 거부할 권리는 없어.
네가 장애를 타고났기 때문에."

 

 

"혜정이와 같이 살기 위해서는 두 개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는 나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혜정이 언니의 시간이다.

혜정이를 시설로 보낸 대가로 얻어진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진짜 나의 시간을 나는 찾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다시 혜정이 언니의 시간을 살기로 했다."

 

어른이-되면-스틸컷2

 

혜정이와 함께 살아가려면 내 인생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모든 것이 갑자기 내 결심에 맞게 변하지 않는다.

 

"혜정아, 왜 언니 눈을 안 봐?"

"언니는 왜 맨날 시켜?"

 

어른이-되면-스틸컷3

 

"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되어야 할까."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함께 살기 시작하니 힘든 순간들이 찾아온다. 우린 결국 떨어져 살아가야 하는 운명인걸까. 과연 우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유쾌하고 따뜻한 연출과 안타까운 현실의 무게

어른이-되면-스틸컷4

 

영화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밝고 유쾌했습니다. 브이로그 영상으로 시작된 영화답게 굉장히 일상적이고 친숙한 느낌의 장면들이 가득했는데요. 얼핏 보면 티격태격 함께 살면서 부딪치는 일상들이 펼쳐지면서 순탄해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자꾸 어려움이 생겨 곤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아무리 외면하고 떠나보내고 싶어도 내 한 켠에 계속 머물러 있는 존재처럼 가족이라는 무게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더군다나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장애 가족을 둔 경우에는 더욱 말이죠. 분명 어린 시절부터 동생을 돌봐야했던 언니는 자유로워지고 싶었지만, 동생을 시설로 보냈다고 온전히 자유로워질 순 없었습니다. 

 

어른이-되면-스틸컷5

 

그러다 문득 그것이 동생의 선택한 삶이 아니고, 누구도 그렇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버리고 도저히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그녀는 한 번 용기내어 동생과 살아보기로 합니다. 비록 현실이 만만치 않음이 느껴지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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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사회인으로서 그리고 자신의 나이처럼 어른답게 자유를 누려보는 동생 혜정의 모습은 더없이 즐겁고 행복해보입니다. 물론 가끔 너무 자유분방해서 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언니는 충분히 설명하고 다독이고, 가르쳐주면서 동생이 사회에 더 잘 섞여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요.

 

어른이-되면-스틸컷7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더욱 매서웠습니다. 발달장애인을 24시간 보조할 수 밖에 없기에 자신의 삶을 살지도 심지어 경제적인 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 활동보조인을 구하려 심사까지 받았지만, 쉽게 구하지 못하면서 큰 난관에 부딪치기 시작합니다. 결국 보조인을 구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음악을 가르쳐주던 지인분이 직접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아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활동보조인 문제뿐만 아니라 성인발달장애인들이 교육이나 직업훈련, 취미, 대인관계 형성 등을 받을 수 있는 주간활동서비스같은 경우는 엄청난 예산 삼각으로 거의 많은 분들이 이용을 못 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활동보조인이 안 구해진다는 점은 꽤 충격이였고, 이러한 서비스 지원에 관련한 부분도 굉장히 안타깝더라구요. 충분히 사회적 기반과 교육이 지원된다면 장애를 가진 이들도 자신과 가족과 떨어지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텐데, 더불어 좀 더 장애의 정도가 나아질 수 있고, 삶의 질도 높아질텐데 하는 생각들이 들어 더욱 이같은 현실이 씁쓸했습니다.

 

정말 감독의 말처럼 우리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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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따뜻한 영상이였지만, 이야기만큼은 가볍지 않고 묵직한 메세지로 다가왔던 영화<어른이 되면>. 이런 영화들이 널리 퍼져 인식들도 많이 개선되고,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자유롭게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혜영 감독의 자작곡이자 영화ost로 쓰인 곡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한참을 머릿속에 멤돌더라구요. 함께 할머니가 되고싶다는 평범한 바램이 담긴 가사가 너무 따뜻하면서도 애잔하네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아

상냥함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울 뿐

모두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흐르는 시간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네

랄라라 랄라라 랄라라 랄라랄라

라라라라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

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

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

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 웃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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