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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바로 <디어 에반 핸슨>입니다. 원작은 뮤지컬 작품인데요. 브로드웨이를 휩쓸며 호평이 자자했던 작품이라 정말 궁금했는데, 아쉽게도 국내 내한 소식은 한참 동안 들리지 않더라구요. 라이선스도 말이죠. 들리는 소문으로는 원작자가 10년간은 해외로 이 작품이 나가는 걸 원치 않았다고 한 것 같더라구요. 물론 정확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어떻게든 꼭 작품을 보고싶었는데, 다른 뮤지컬처럼 공연실황 영상도 없어서 무척 아쉬워하던 차 아예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뮤지컬은 아니지만 드디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환호했던지 모릅니다.

 

 

 

디어 에반 핸슨 영화소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미국에서 71회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할 정도로 유명한 화제의 극인데요. 뮤지컬에서 오래동안 주인공 에반역을 맡았던 벤 플랫이 이번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어요. 벤 플랫은 미국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인데요. 영화 <피치 퍼펙트>로 많이 알려졌죠.

 

디어-에반-핸슨-포스터

디어 에반 핸슨

2021 | 미국 | 127분
장르 : 뮤지컬, 성장
감독 :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 벤 플랫, 줄리안 무어, 에이미 아담스, 케이틀린 디버

 

감독은 <월플라워>, <윈더>로 감동을 선사했던 스티븐 크보스키가 맡았습니다. <월플라워> 라는 작품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거기다가 줄리안 무어, 에이미 아담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되면서 개봉 전부터 엄청 기대가 되더라구요. 사실 이 뮤지컬을 보지 않았음에도 보고 싶어졌던 이유는 바로 'Waving Through A Window' 넘버 때문인데요.

 


 

뮤지컬 전체 넘버가 다 좋지만, 특히나 'Waving Through A Window'는 넘버는 진짜 한 귀로 듣고 반해버릴만큼 너무 매력적인 곡이에요. 영화 예고편으로 이 노래가 나왔을 때는 얼른 보고싶어서 기대감에 무척 두근두근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도 이 곡으로 노래를 불러 유튜브에 업로드했더라구요. 뮤지컬 버전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데, 이것도 너무 좋아요. 역시 잘 만들어진 곡은 누가 불러도 좋은 것 같아요.

 

 

 

줄거리

디어-에반-핸슨-스틸컷1

 

17살 불안장애를 안고 있는 에반 핸슨(벤 플랫)은 의사의 권유로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며, 좀 더 희망찬 내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방학 동안 나무에서 떨어져 팔을 다친 에반은 깁스를 한 채로 학교를 가게 됩니다. 긴장감을 안고 맞이한 새학기 첫날, 에반은 학교생활을 잘 해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취급당하는 코너에게 갑작스런 분풀이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때 그의 여동생이자 자신이 짝사랑 하는 조이가 다가와 그에게 사과를 합니다. 그 일로 감격한 에반은 조이에 대한 마음을 편지에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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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프린트를 한 순간 코너가 어색하게 다가와 아까 일을 사과하며 에반에 깁스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친구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그때 코너는 에반의 편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여동생 이름이 쓰여있는 것에 급분노하여 편지를 든 채로 뛰쳐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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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코너를 죽은 채로 발견되고, 에반이 자신에게 쓴 편지를 유서로 착각한 코너의 가족들이 그를 찾아오죠. 그들은 깁스에 쓰여진 코너의 이름을 발견하며 더욱 에반이 코너의 절친이였을 것이라 멋대로 착각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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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따뜻한 관심이 좋았던 에반은 얼떨결에 거짓말을 시작하게 되고, 코너와의 우정과 추억을 가짜로 만들어내어 가족들을 위로하기 시작하죠. 하지만 거짓말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기 시작하고, 자꾸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에반은 서서히 멘붕 속으로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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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하기 힘들었던 주인공의 서사 (스포O)

초반에는 에반의 정서적 상태가 불안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점차 거짓말로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매우 불편했습니다. 초반부터 주인공의 행동에 양가 감정이 들면서 충분한 공감이 되지 않다 보니, 영화를 완전히 몰입해서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진짜 좋은 넘버가 아니였다면 끝까지 보지 못했을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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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가 하나같이 마음을 울리는 위로의 글귀가 가득한데 정작 스토리는 그렇지 못하다 보니, 주인공이 열심히 부르는데도 이질감이 들어서 음악적 감동이 반감되더라구요. 이게 과연 내가 기대했던 작품이 맞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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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헝거게임의 귀여웠던 '루'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 배우는 아만들라 스텐버그.

 

처음에는 아무래도 코너에게 자신과 같은 동질감을 느끼면서 거짓말을 하게 된 듯한 에반인데요. 코너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전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으나 자신은 너무도 간절히 바라던 말들이였기 때문에 더욱 그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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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아해도 이건 아니였다 에반아...!

 

거기다가 자신은 꿈만 꾸던 이상적인 코너의 가족들과 먼 발치서 다가가지도 못했던 조이와 가까워지게 되면서 자신의 부족함 마음을 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현실과 꿈을 분간하지 못하고 오롯이 상황 속에 푹 빠져버린 것이죠. 약간 리플리 증후군 같기도 한 듯이 말이죠.

 

 

그렇게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점점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초반에 느꼈던 죄책감도 무뎌지게 됩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타인에 의해 탄로날 위기에 처하는데요. 이 때 에반이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비굴하게 실토한 것이 아니라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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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은 자신을 소중히 대해준 따뜻한 코너의 가족들을 좋아하게 되는데요. 결국 자신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용기를 내어 진실과 잘못을 고백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잘못이 바로 용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마지막에 인간다움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토리는 예상과 달랐지만 넘버만큼은 최고!

 

영화를 보기 전 넘버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왕따 당한 외로운 소년의 희망찬 외침에 관련된 내용이겠거니 싶었는데, 이렇게 비호감이 들정도로 불편한 스토리일 줄 몰랐어요. 심지어 주인공 자체에까지 이렇게 비호감을 느끼는 건 참 드문데 말이죠.

 

 

이런 점 때문인지 최근 뮤지컬계에서는 <디어 에반 핸슨> 현시대에 맞지 않는 스토리로 다시 평가 받고 있다고 하네요.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디어 에반 핸슨> 의 넘버들은 다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전혀 몰입되지 않는 불편한 스토리조차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싶을 만큼 말이죠.

 

 

 

일찍이 주변에서 알아봐주었다면

분명 에반의 거짓말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고, 어떤 것으로도 그 부분을 옹호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빌런처럼 나쁘게 보고 마냥 비난할 수도 없겠더라구요. 그렇다고 또 연민을 느끼기에는 그의 잘못된 행동이 마음에 걸리고, 굉장한 양가 감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럽게 얽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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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이나마 에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면, 영화 초반에 보여주었던 코너의 거칠고 변칙적인 행동이 에반에게는 당황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오해해 버린 것은 코너 본인이기 때문에 말이죠.

 

 

아무래도 코너 또한 에반 못지 않게 낮은 자존감과 불안, 적대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보니 일반적인 상황을 굉장히 왜곡되고 과장되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둘 다 비슷한 마음 속 상태를 지닌 약한 존재였던 것이죠. 일찍이 서로가 진짜 에반의 상상처럼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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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모든 잘못된 행동이 정당화 될 순 없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이전에 그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관심과 애정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들은 분별력이 있고 충분히 성장했고 곧 성인이 될 나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성인보다는 여전히 미성숙한 청소년이고, 어떤 선택이 완전히 옳은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구요. 물론 잘못의 무게에 비해 생각보다 너무 빠른 용서가 된 것은 아닌가 싶어 조금 찝찝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말이죠.

 

 

 

코너의 사연이 담기지 않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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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에반의 잘못만이 가장 커보였는데요. 영화를 힘겹게 끝까지 보고 나니,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던 에반도,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지만 먼저 퉁명스럽게나마 에반에게 다가가 용기를 내었던 코너도 모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너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살짝 등장했지만, 개인적으로 충분치 못하다고 느껴졌어요. 사실상 에반이 동질감을 느꼈던 인물인데 코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내왔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좀 더 담기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부분은 좀 아쉬웠어요.

 

에반의 거짓말의 무게에 비해 너무 쉽게 용서가 되버린 것은 좀 걸리지만, 그래도 에반은 이 거짓말로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혹독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 진실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적 연출 부재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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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고, 완전히 공감을 느낄 수도 있을만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워낙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현명하고 좋은 방향으로 스토리를 이끌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스토리를 이끌며 공감을 일으켜야 하는 주인공인데,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안인 배우가 캐스팅 된 점도 조금 미스였던 것 같아요. 물론 원작의 뮤지컬의 주인공이였고 보컬도 충분히 호소력은 느껴졌는데요.

 

그래도 학생스러운 배우가 맡았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나도 괜찮아>의 샘 역을 맡은 배우같은 느낌이면 어떨까 싶네요. 그래도 이렇게 직접 뮤지컬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로라도 작품을 볼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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