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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강렬한 포스터가 눈에 띄는 독립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는데요. 짤막한 예고편이지만 굉장히 강렬하면서도 뭉클한 여러 감정이 함축된 듯한 진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던터라 보는 순간 꼭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어 영화소개

2022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는 성소수자인 뮤지컬 배우 모지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모지민은 뮤지컬 배우뿐만 아니라 발레리나, 안무가, 그리고 드랙 퀸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만큼 끼가 넘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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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2022 | 한국 | 81분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이일하
출연 : 모지민, 예브게니 슈테판, 존 카메론 미첼

 

 

여기서 드랙퀸은 사회에 주어진 성별에서 벗어나 스커트, 하이힐, 화장 등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미고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퍼포머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전만 해도 굉장히 낯설은 용어였지만, 최근 들어 여러 뮤지컬과 뮤비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많이 노출된 덕분에 이제는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랙 퀸이 멋지게 표현된 영화라고 하면 뮤지컬 <킹키부츠>와 브아걸의 <원더우먼> 뮤비를 손꼽을 것 같은데요. 특히 <원더우먼>은 나왔을 때 노래와 너무 잘 어울리면서도 굉장히 파격적임과 동시에 매력적이여서 한동안 주구장장 틀어봤던 기억이 나네요.

 

 

줄거리

여기 매우 긴 속눈썹과 진한 화장을 한 남성이 홀로 지하철을 타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모습에 사람들이 시선이 와 닿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지긋이 눈을 감으며 갈길을 묵묵히 가죠. 그는 바로 뮤지컬 배우이자 드랙 퀸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지민입니다.

 

영화-모어-스틸컷1

 

 

어린 시절부터 발레의 재능이 뛰어났던 그는 예쁜 발레리나가 되길 늘 꿈꿨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발레리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죠. 이미 일찍이 남들과는 다른 정체성을 지녔음을 깨달은 그는 사회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감추어야 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짜 내가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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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발레리나는 되지 못했지만 발레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고, 그는 꾸준히 틈틈히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무대 위에서 마음껏 끼를 발산합니다. 그것이 공연장이든 거리든 밤의 무대이든 말이죠.

 

그에게는 예브게니 스테판이라는 아주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아름답고 외로웠던 청춘의 시간들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은 미우나 고우나 서로의 녹록치 않았던 삶 속에서 서로 힘이 되어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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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가 많았던 그는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무대라면 기꺼이 나섭니다. 비록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울지라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죠. 비록 그 속의 내면에는 상처가 가득할지라도 말이에요. 그리고 그에게도 놀라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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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성소수자 인권 투쟁이였던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공연의 주연 자리가 말이죠. 그는 열심히 팀원들과 무대를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드디어 무대를 하기 위해 뉴욕에 가게 되죠. 그곳에 멋지게 공연도 성공하고 거기다 <헤더윅>으로 유명한 뮤지컬 배우 존 카메론 미첼과의 만남도 이루어지게 됩니다.

 

 

모어의 뜻

제목 <모어>의 뜻은 털이 난 물고기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매끈한 다른 물고기와 달리 털이 난 물고기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기에,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발레리노가 되라는 사회로 인해 될 수 없었던 모지민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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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정체성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무기징역 불행 속에 살아온 모지민의 삶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태어났지만 춤을 굉장히 사랑했고 재능이 뛰어났던 그는 다행히 편견없이 자신을 받아준 가족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무대에 오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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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남자, 여자 그 어떤 성별에도 속하고 싶지 않고 그냥 모지민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저 춤을 좋아하고 몸을 써서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말이죠.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나는 나로서 살아갈 거야

81분의 영상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의 깊이를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얼마나 예술적으로 재능이 뛰어나고 노력파인지,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견뎌왔는지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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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록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정체성을 타고난 까닭에 원하는 꿈도 이룰 수 없었고, 불편한 시선과 괴롭힘을 마주해야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꿋꿋히 자신의 길을 넓혀가면서 인정받으려는 모습이 가여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철없던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던 동창과 인연을 계속 이어오면서 친근하게 인사말을 건내는 모습이나, 자신을 믿어준 가족을 살뜩히 챙기는 아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담배 피지 말라는 데도 말도 안 듣는 남자친구에게 살뜰하게 욕하는 모습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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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던 것이죠.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불편한 시선을 볼 필요가 굳이 있을까 싶더라구요. 

 

특히나 개성적이거나 튀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조금 갑갑한 한국 사회가 여실히 느껴지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모지민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아주 실랄하게 비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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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애당초 우리 개개인은 너무 다르고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조금 더 특별하고 혹은 이상하다고 해서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끔은 오랫동안 규정되어왔던 사회적 규범을 깨고 조금 더 넓은 포용성을 발휘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색깔을 끌어안아야 그만큼 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주제가 주제인지라 영화를 보기 전에는 너무 무겁고 우울하면 어쩌나하는 마음이 있었는데요. 감각적인 연출과 주연 배우의 에너지 덕분에 끝까지 유쾌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오직 한 가지였네요. 부디 오래도록 마음껏 끼떨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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