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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드라마를 주로 보긴 하지만 단편식의 단만극도 좋아해서 종종 보는 편인데요. 최근에 우연히 tvN 단만극 오프닝 시리즈에서 관심이 가는 작품을 발견하고 궁금해져서 바로 보게되었는데요. 바로 <XX+XY>라는 독특한 제목의 4부작의 짧은 단만극입니다.
신예 작가들의 등용문 단막극 공모전
단만극은 공모전을 통해서 선정된 신예 작가들의 통통 튀는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신박한 소재에 흥미진진한 전개 덕분에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보통 1화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길어봤자 4화까지고 그것도 드물어서 정말 가볍게 즐기기도 좋고, 간혹가다 명작같은 여운 짙은 인생작도 만날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과거 공중파에서도 매해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많은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이 되어준 단만극인데요. 현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들도 다 단만극으로 시작하신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구요.
일종의 신인발굴 지원사업의 투자 일환으로 진행되다 보니 흥행과는 무관해서 안타깝게도 공중파 단만극은 다 없어져 버렸네요. 추억의 드라마 시티, 베스트 극장 모두 말이죠.
하지만 KBS는 드라마 스페셜로 다시 부활해서, 최근 2022년에 10개의 작품이 공개되었습니다. 찾아보니 MBC는 비주기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네요. 이름이 바뀌었긴 했지만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어떤 신박하고 재밌는 작품들이 만들어졌을지 기대가 되네요. 조만간 10편의 이야기를 하나씩 봐야겠습니다.
tvN 단만극 오프닝 XX+XY 소개
그리고 또 하나의 단만극 시리즈는 tvN이 현재까지 잘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연히 티빙에서 발견한 오프닝(O'PENing) 시리즈를 볼 수 있습니다. 원래 tvN에서 진행하던 '드라마 스테이지'가 명칭을 '오프닝'으로 바꿔서 여러 단만극들을 티빙과 함께 선보였더라구요.
XX+XY - O'PENing
방영 : 2022
채널 : tvN
회차 : 4부작
출연 : 안현호, 최우성, 김지인
201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단막극의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tvN인데요. 이번에 새롭게 거듭난 오프닝에서는 CJ ENM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인 오펜(O'PEN) 공모전에서 당선된 10개 작품으로 구성된 드라마를 선보였습니다.
오펜 출신 신인 작가와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는 뜻으로 오프닝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새롭게 이름이 변경된 만큼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만극뿐만 아니라 빠르게 선보일 수 있는 숏폼(2부작, 4부작) 형식으로 만들어서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오프닝의 여러 편의 이야기 중 가장 호기심으르 자아냈던 <XX+XY>라는 작품을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지닌 주인공
이름마저 생소한 용어인 XX+XY는 염색체를 뜻하는데요. XX유전자와 XY유전자가 결합된 성별로, 남성과 여성의 성이 한 몸에 있는 것을 뜻합니다.
일명 인터섹스(혹은 간성)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느 한 쪽의 성으로 수술 받길 강요된다고 합니다. 남과 여로 이루어진 이분법적 세상에 쉽게 적응하고 편견을 받지 않도록 말이죠.
하지만 여기에 우연히 인터넥스로 태어나 친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거두어 가족이 되기로 자처한 부모가 있습니다. 바로 서로의 성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부부가 된 동성애자인 남자 정연오와 무성애자인 여자 한수영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산부인과 의사였던 수영은 아기 재이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훗날 아이에게 스스로 삶을 결정지을 수 있는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서 아이 그대로 품어 가족이 되어주기로 합니다. 이후 동성애자인 아빠의 연인인 문태현 삼촌까지 포함해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끈끈한 가족이 됩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해나가는 재이
그런 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잘 자란 재이(안현호)는 그동안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으로 생활해왔으나 드디어 남녀공학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새로운 생활에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한 재이는 최대한 아이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죠. 다행히 같은 반에는 어린 시절 재의 소꿉친구이자 배프인 세라(이세라)가 있었고, 덕분에 재이는 빠르게 반 생활에 적응해나갑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같은 반 친구인 우람(최우성)이가 있는데요. 우람이는 우연히 거리에서 재이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되는데, 그런 재이가 학교에 나타나자 순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곧 재이가 남자 교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급 좌절하게 되죠.
우람은 사실 기 센 누나들의 등쌀에 여자에 대한 환상은 버린지 오래였는데요. 그러나 누나와 달리 상냥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재이에 대한 마음은 점차 커져만 가고, 남자를 좋아하는 사실에 스스로 엄청난 방황 속에서 우람의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한편 가족들 외에 유일하게 재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세라는 굉장히 활달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그야말로 인싸 여학생인데요. 너무 친한 재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에 무척 기뻐했지만, 점차 많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지는 재이를 보며 왠지 모를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재이의 큰 변화와 악성 소문
학교를 다니던 중 재이는 여성과 남성의 2차 성징을 모두 경험하게 되는데요. 그로 인해 재이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부터 과연 어떤 성별을 선택해야하는지 고민이 들기 시작하죠.
"바지나 치마 입는다고, 그게 남자나 여자로 살았다고 할 순 없는 거잖아.
옷은 언제든 바꿔 입을 수 있는 거고."
더불어 점차 변화하는 몸을 어떻게 학교에 들키지 않고 잘 다닐지 큰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학교에 재이를 둘러싼 악성 소문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니들 XX+XY라고 알아?
지금부터 내가 그 XX+XY의 정체를 폭로할게."
그리고 재이는 정체 모를 1인 라디오 방송 DJ의 저격으로 인해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고 괴물로 취급받을까봐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때 재이를 아끼는 가족들과 친구 우람이와 세라는 그러한 악성 소문에서 재이를 지키기 위해 나서기 시작합니다.
너의 모습 그대로도 괜찮아
드라마에서는 초반부터 XX+XY는 의학용어 클라인펠터증후군(남성의 염색체에서 X염색체가 1개 이상 더 존재하는 경우)과 무관하다는 안내를 하는데요. 아무래도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예민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 붙인 자막인 것 같아요.
사실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성소수자와 관련된 컨텐츠는 꽤 많아진 것으로 느껴져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견의 벽은 높다고 느끼는데요.
이 드라마가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인터섹스라는 소재를 담고 있기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재이라는 인물의 통해 다양한 정체성과 자아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고, 특별했기 때문에 자칫 불행할 수 있었던 재이의 인생은 또 다른 성소수자인 부모와 재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준 친구들 덕분에 다른 길로 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서 조차도 다소 개성적인 조연으로 많이 활용되었던 성소주자의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세우면서,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메세지가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다소 허술하긴 했지만 특별한 소재를 잘 살린 단만극
1부작의 단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야기의 흐름은 조금 뻔하고, 마무리가 전형적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소재가 특별했던 덕분에 스토리 자체에 매력은 상당했던 것 같아요.
워낙 예민한 소재와 문제를 조심스럽게 작품을 담아낸 작가의 용기에도 참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구요. 무엇보다 재이와 가족들과의 관계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그들의 모습은 남들에게 전혀 이해되지 못하기 때문에 숨기고 살아야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다른과 모자람을 든든히 채우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흡사 형태는 달라도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서로의 이해 관계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동체지만 그 덕분에 재이가 남들과 다르지 않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편견의 벽을 낮출 수 있는 콘텐츠의 힘
솔직히 이 드라마는 인터섹스라는 특수성을 담고 있긴 하지만, 넓게 포괄적으로 보자면 모든 사람이 다 다르며 각자의 취향과 성향,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서 자못 감동적인 마무리였습니다.
비록 단만극에 짧게 나마 비췄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삶과 이야기가 많이 비춰져서 편견의 벽을 많이 낮춰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네요.
호기심에 보긴 했지만 굉장히 매력적이고 소소한 감동이 느껴졌던 <xx+xy>인데요. 단만극치고는 긴 편이지만, 일반 드랄마에 비해 훨씬 짧은 4회 분량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봐보시기를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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