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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나의 아저씨>로 큰 흥행과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혜영 작가의 신작 <나의 해방일지>를 드디어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소개
<나의 해방일지>는 2022년 4월부터 JTBC에서 방영을 했던 드라마인데요. 총 16부작의 미니시리즈로 진행되었습니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전작의 <나의 아저씨>와 분위기가 비슷해서 그런지 많이 떠오르더라구요. <나의 해방일지>는 묘한 분위기의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뭔가 다른 드라마와 달리 예사롭지 않아 킵해두고 있었는데요. 왠지 방영 기간에 맞춰 정주행하면 흐름이 끊길 것 같아 꾹 참고 종영 후에 티빙에서 몰아서 봤는데, 결론적으로 한 꺼번에 보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의 해방일지
방영 : 2022
채널 : jtbc
회차 : 16부작
출연 : 이민기, 김지원, 이엘, 손석구
해외 드라마는 그냥 장르로서만 보는데 어느 순간부터 국내 드라마는 작가가 누구인지 보게 되더라구요. 드라마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보다 보면 취향에 맞는 작품들 중 동일한 작가일 때가 많아서, 그때부터 좋아하는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은 취향저격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버리게 되었죠. 때문에 <나의 해방일지>는 순전히 작가의 전작들이 너무 좋았던터라 기대를 안고 보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해영 작가 작품 소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여러 명 중 <나의 아저씨>를 쓴 박혜영 작가의 작품들도 꽤나 좋아합니다.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전개와 맛깔라는 대사의 맛이 살아있는 느낌이라 완전 취저더라구요. 특히 대표작이 되어버린 <나의 아저씨>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 전 작품인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포함해서,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또 오해영>, 그리고 마니아층에게 재밌기로 입소문난 <청담동 살아요> 등도 너무 재밌게 보았는데요.
사실 언급한 작품들 대부분 흥행과 인기를 얻었지만, 아쉽게도 JTBC의 최초 시트콤인 <청담동 살아요>는 큰 흥행을 얻진 못했어요. 시청률 부진으로 조용히 마무리되어버렸는데요. 하지만 종영 직후 몇 년 뒤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유투브를 통해 많은 분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저도 뒤늦게서야 이 작품을 보고 완전 빠져들어서 지금은 완전 최애 시트콤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가 왜 이 작품이 뜨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이래저래 참 안타까운 작품인데요. 혹시 시트콤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완전 강추드립니다.
나의 해방일지 줄거리 및 리뷰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다시 원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이야기로 돌아와 봅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에서 힘겹게 매일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하며 현재의 끔찍하고 촌스런 인생을 벗어나고 싶은 삼남매와 비밀을 간직한 채 그들의 집에 들어온 객식구 구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첫째 염기정(이엘), 둘째 염창희(이민기), 셋째(염미정)는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가상의 지역인 삼포시라는 동네에 함께 살고 있었는데요. 화려하고 복잡한 사람많은 서울과는 다르게 한적하다 못해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힘든 시골 풍경을 간직한 그래서 조금 외롭고 소외된 듯한 동네의 모습이 굉장히 대조적으로 반복해서 비춰지는데요. 삼남매는 매일같이 시골같은 동네에서 번잡한 도시로 출근을 하기 위해 먼 여정에 나섭니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서 삼남매는 각자의 인생에 변화가 오기를 꿈꾸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보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늘 힘들기만 합니다. 첫째 기정은 비록 술자리이긴 하지만 너무 필터없이 솔직하게 신세한탄을 하다가 말실수를 하고 낯부끄러운 곤혹에 쳐해지기도 하고, 둘째 창희는 뜻대로 되지 않는 연애에 얄미운 선배로 인해 분노로 가득차죠.
그리고 막내 미정은 대출까지 받아 헌신한 남자친구는 도망하고, 자신을 친한척 무시하는 직장동료들에게 큰 상처를 갖게 됩니다. 모든 것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진 그녀는 항상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무표정한 시선으로 힘겹게 일상을 간신히 버텨내는 중이였죠. 그러다 우연히 직장에서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해방클럽'이라는 것을 결성하고 함께 해방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의 시작은 어느 날 동네에 나타난 어딘지 비밀스러운 불편한 존재 구씨에게 향하게 되죠. 과연 세 남매는 원하던 해방과 꿈의 갈망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리얼한 소시민의 삶을 다룬 이야기
한정적인 대중교통에 매일 노심초사 서둘러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깜깜한 어스름에 녹초가 되어 무기력하고 지친 얼굴로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쩐지 우리내 삶과 다르지 않음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죠. 단순히 2~3시간의 고단한 출퇴근 과정의 괴로움만 담긴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벌어지는 격차와 차별과 모두가 꿈꾸는 인서울 대한 갈망을 느끼게 되는데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그리고 문화나 여러 것에서 도태되어 버린 서울 밖 동네에 멈춘듯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답답한 인물들의 심정이 적나라한 대사를 통해서 묵직하게 와 닿습니다. 경기 도민으로서의 애환과 동질감이 아직 팍팍 느껴지는 이야기가 굉장히 와 닿다 못해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요.
살짝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뻔하지 않아서 호
이야기는 4명의 이야기가 맛물리듯 이어지는데요. 분명 이들은 계속 살아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지만 이야기는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정말 느리게 천천히 다소 우울하게 흘러가죠. 그 때문에 초반에는 주인공들의 무표정한 표정만큼이나 답답함이 가득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보기를 그만 둘 순 없었던 이유는 바로 조금씩 삶의 변화를 일으키려 작은 움직임을 내보이는 인물들의 처지가 왠지 나와 겹쳐보이고 애잔하기 때문이었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구씨가 조폭으로 나오는 설정은 솔직히 처음에 별로였어요. 약간 스토리상 갑작스러운 느낌도 들고 뻔한 느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조폭 미화에 대한 우려도 살짝 들고 말이죠.
그래도 다행히 이야기의 전개가 완전 뻔하게 흘러가지 않아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살짝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멀리뛰기 할 때 혹여나 비운의 부상으로 그만둔 운동선수이지 않을까 생각이 살짝 들긴 했는데, 차라리 그 설정이 더 좋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이 드네요.
빛을 발한 주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여전히 박혜영 작가가 그리는 캐릭터와 스토리는 뻔하지 않고 맛깔라는 대사와 관계들의 접근이 개인적으로 참 취저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현실적으로 끝가지 우울감을 가져가는 스토리는 살짝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내성적인 사람은 그냥 내성적일 수 있게 편하게 내버려두면 안 되나?
하지만 이렇게 다소 우울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몰입감을 선사해주었던 것은 바로 주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바탕이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 삼남매를 연기한 배우들 모두 정말 찰떡처럼 잘 어울렸지만 그 중에서도 김지원 배우의 연기력이 참 돋보이더라구요.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완전 깨고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는 배우였습니다.
더불어 지금은 너무 핫해진 구씨 손석구 배우도 인상깊었는데요. 워낙 전작의 <멜로가 체질>에서 범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확실히 이 드라마에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준 듯 합니다.
인상적인 엔딩과 곱씹게 되는 대사
드라마를 끝까지 보면서 마지막쯤에는 의외의 반전으로 놀라기 했지만, 어찌보면 이 드라마가 전달하는 메세지와도 참 어울리는 전개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여러가지로 느끼는 부분이 많았고 배우들의 연기나 맛깔라는 대사 다 취저였지만, 솔직히 기대에 완전 충족되는 작품은 아니였어요.
인생작으로 생각하는 <나의 아저씨>의 경우 계속 여러 번 보면서 대사를 곱씹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던 반면 이 작품은 한 번 본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특별하게 엄청 와 닿고 울리는 묵직한 감동을 살짝 덜했지만, 뻔할 수 있는 서로를 구원하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구사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지닌 현실속의 빌런들
사실 이런 드라마에서 항상 등장하는 우리 일상의 빌런들이 참 많이도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인과응보의 복수도 해결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조차도 누군가에 빌런이 되기도 하지만 극적인 사과와 화해로 흘러가지도 않아요.
이상하게 마주 보고 앉는 게 불편하더라고.
사람을 정면으로 대하는 게 뭔가 전투적인 느낌이야.
공백없이 말해야 된다는 것도 그렇고.
어딜 가나 속 터지는 인간들은 있을 거고, 그 인간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거고, 그럼 내가 바뀌어야 되는데 나의 이 분노를 놓고 싶지 않아.
나의 분노는 너무 정당해.
이 분노를 매번 꾹 눌러야 되는 게 고역이야.
마치 드라마의 환상적인 부분을 모두 걷어내고 뻔한 정형성을 끝가지 파괴하려는 듯이 마지막에 의외 반전도 놀라우면서 충분히 납득이 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캐릭터가 엄청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더라구요. 처음에는 별로였다가도 어떤 포인트에서는 또 괜찮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반대로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추후에는 완전 별로이게 변하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조연조차 굉장히 단편적인 캐릭터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러져서 좋았던 듯 합니다.
드라마덕에 태어난 추앙 신드롬
분명 드라마 속 대사나 캐릭터 행동들은 난해한 부분들이 꽤 많아서 누군가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서서히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서사가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였습니다.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지옥 같을 거에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드라마 덕분에 현실에서는 잘 쓰이는 단어가 아니였던 낯선 '추앙'이라는 단어가 신드롬격으로 떠오르긴 했는데요. 이 단어는 막내 미정이 답답한 현실에서 해방을 위해 다가간 구씨에게 가슴에 묵혀놨던 마음을 내뱉으며 했던 말에 담겨있는데요. 뜻을 찾아보니 높이 받들어 우러르는 것을 뜻하더라구요. 어찌보면 그녀가 사랑이 아니라 추앙을 말했던 것은, 당시 자신을 무시하는 주변 사람들로 힘들었던 그녀가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간절한 외침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불호는 있지만 새롭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분명 보기 쉬운 드라마는 아닌 것 같아요. 드라마란 원래 가볍고 즐기기 좋아야 대중적으로 흥행하긴 하지만, 이렇게 장르적으로 뻔하지 않고 일반적인 작품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인 문제와 현실이 적당한 유머가 곁들어져 담겨 있는 박혜영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이 작품은 더욱 유머를 빼고 현실을 더욱 가민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지만, 또 그만큼 빛나는 작품으로 잘 완성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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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왠지 과거같으면 흥행이 참 어려웠을 듯 한데, 현재 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을 보면 작가의 내공과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호불호가 있는 작품이라 모든 분들이 재미를 느낄 것 같진 않아서 마구 추천하기는 어려운데요. 박혜영 작가의 또 다른 수작인 <나의 아저씨>를 감명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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