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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그 길로 갈 바엔>이라는 문학동네에서 펴낸 젊은 만화가 케마단편집 2편을 보고 나니, 1편이 무척 궁금해져서 얼른 보게 되었습니다. 1편의 제목은 바로 <여자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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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력 책소개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 1편 <여자력>의 경우에도 2편과 동일하게 5명의 작가의 작품이 실려있는데요. 

여자력-책표지

시리즈이긴 하지만 작가가 달라서 그런지 2편과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의 표지와 그만큼 또 색다른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완전 분위기가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2편의 공통 주제가 '일탈'과 '땡땡이'였다면, 이번 1편의 주제는 '초능력'으로 그와 관련 테마로 구성된 5편의 단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럼 한 편씩 간단하게 단편 줄거리와 작가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함안군 가야리 땅문서 실종사건

잊고 있던 기억을 재생시켜 무엇이든 찾아주는 수상한 사무소에 증조할매 땅문서를 찾으러 의뢰인 모사랑이 방문합니다. 모사랑의 잠들어 있던 어린시절 기억 속에는 땅문서와 위치뿐만 아니라 또 다른 소중한 기억이 숨어 있음이 밝혀지는데.

ajs작가-작품들

AJS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ajs_152019
웹툰 <사용중인 남자>, <신림과 봉천 사이>, <꿈속의 메이드>, <27-10>, <느린 장마> 연재. <27-10>으로 '2020 부천 만화 대상'에서 인기상 수상.

 

인상깊은 오프닝으로 시작하여 추억 속 따뜻한 이야기로 들어가는 장면들이 괜시리 뭉클해지는 작품이였습니다. 왜 이렇게 시골 묘사가 생생한가 했더니, 어릴 적 작가님게서 시골에서 산 경험이 있더라구요. 작가는 어린 시절 경험한 시골과 사건들 일부를 접목해서 이번 단편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할머니의 가슴 벅찬 사랑이 너무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였습니다.

 

 

 

2. 야사

진실과 거짓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진 무위는 어린 시절 알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고아가 되어  내륙의 홍씨 집성촌에 거두어 길러집니다. 그곳에서 또 다른 고아인 아정을 만나 친해지고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되죠.

 

하지만 떠나지 않는 무위의 과거 속 기억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무위 스스로도 의심 속에 살아갑니다. 무위는 자신이 겪은 일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스스로를 믿기 위해 갖게 될 모든 것을 걸고 의문의 약초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대로-멈출순-없다-표지

골왕&자룡
제 6회 <다음웹툰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 웹툰 <이대로 멈출 순 없다> 연재.

 

마치 중드를 보는 듯한 배경과 액션 장면이 임팩트가 높은 작품이였는데요. 작가님이 중드 애청자가 아니실까 싶으실 정도로 디테일한 무술장면이 아주 멋지면서도 스피드하게 그려졌더라구요. 사실 무술 장면같은 경우 왠만큼 실력있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느껴지는데요. 아주 핵심적으로 잘 연출되어서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장르나 소재의 특성상 조금 밀도를 오래 쌓아서 터뜨려지면 훨씬 임팩트가 높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단편이라는 분량의 한계가 아쉽더라구요.

 

 

 

3. 조용한 세상의 미소

다섯 평짜리 쓰레기방에 혼자 고립되어 살아가던 조미소가 드디어 세상 밖에 각오를 다지고 나왔을 때 이미 무너진 세상을 발견합니다. 갑자기 어느 날 모든 사람에게 초능력이 생기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게 되죠. 조미소에게 생긴 능력은 너무 초라해서 자신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지만, 그녀에게 지킬 수 밖에 없는 동생이 있습니다.

 

그렇게 동생과 함께 숨으며 도망다니던 중 자신처럼 초라한 능력을 지녔지만 함께 공생하고 있던 따뜻한 독산동 시스터즈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잠시동안 평온을 얻은 것도 잠시 조미소로 인해 강한 초능력 세력이 그들을 쫒기 시작하는데.

극락왕생-책표지

고사리박사
트위터 : https://twitter.com/gosaribaksa
블로그 : https://blog.naver.com/gosaribaksa
웹툰 <극락왕생> 연재. <극락왕생>은 '2019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

 

5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고사리박사 작가의 <극락왕생>만 본 적이 있는데요. 독특한 소재와 엄청난 작풍에 놀라면서 본 기억이 나네요. 이번 작품 또한 특유의 연출감각이 빛이 나는 작품이였습니다. 요새는 많이 흔해진 지구종말이라는 소재와 초능력을 굉장히 색다르게 연출한 점이 좋더라구요.

 

초반에는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이어져 나갔는데, 막판에 임팩트 장면이 너무 커서 몇 번이나 계속 책장을 넘겼다 보고 했네요. 확실히 좋은 스토리의 힘이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였습니다.

 

 

 

4. 바람이 불면

평범한 학생인 송민아는 우연히 학교 화장실에서 초능력자를 칭하는 은어인 '크리스퍼'의 존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인물은 바로 같은 반 이선형. 그녀는 감정에 따라 바람을 일으키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고 결국 학교에 나오지 못합니다.

 

그에 신경이 쓰였던 민아는 선형의 집에 직접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선형은 쌀쌀맞게 대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형과 친해지기 위해 자꾸 다가와주는 민아 덕분에 점점 친해집니다. 하지만 어느 날 선형을 옹호하려던 행동으로 인해 둘은 다투게 되고, 선형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능력 또한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김이랑-작가-작품들

김이랑
트위터 : https://twitter.com/zksshdyzh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ohoho1989
웹툰 <그런지>, <구름의 이동속도> 연재. <구름의 이동속도>로 '2018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

 

유일한 학원물 소재의 작품이였는데요. 배경이 평범하게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우리 모습이라 그런지 초능력을 사용하는 선형이라는 인물이 엄청 무서운 능력자가 아니라 그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친구로 느껴졌어요. 그냥 주변에서 조금 다를 때 사회속에 편견에 갇혀 방콕을 하게 되는 가엽은 인물이랄까요.

 

자신을 찾아내준 민아가 반갑고 고마우면서도 괜시리 툴툴대는 모습도, 또 별건 아닌 것에 서로 감정상하고 싸우는 모습도 흔히 10대에 겪어볼 익숙한 성장기의 모습이라 괜시리 공감되면서 보게 된 것 같아요. 초능력이 주제라 들어가 있었을 뿐 따지고 보면 두 친구의 아름다운 우정과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5 . 죽음으로부터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한날한시에 다른 배에서 이치를 따르는 자 루비와 이치를 거스르는 자 다야가 태어납니다. 두 아이는 함께 성장하며 제일 친한 단짝이 되었죠. 그러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절친 루비를 두고 다야는 홀연히 마을을 떠나버립니다. 그 후 노인이 된 루비는 죽음의 편지를 받게 되죠. 그리고 갑작스럽게 다야가 찾아와서 죽음 피해 그녀를 데리고 갑니다.

 

바로 바다를 보러 말이죠. 홀연히 떠났다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갑자기 나타나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에 루비와 다야의 관계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왠지 다야는 루비에게 뭔가를 숨기는 듯 한데.

뼈와피와살-작가-작품들

뼈와피와살
트위터 : https://twitter.com/oxo080oxo
웹툰 <합법해적 파르페>, <오닉스 마법학교의 마술사> 연재.

 

마지막 작품은 확실히 장르적으로 완전 다른 형식의 만화였어요. 극화체였던 다른 4작품에 비해 굉장히 동글동글 귀여운 인물들이 너무 귀여웠고, 특유의 세계관으로 자연스럽게 이끈 스토리도 몰입도가 상당하더라구요. 그림체가 어딘지 굉장히 익숙하다고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도라에몽>에 엄청난 팬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애정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죽음을 피해서 바다로 향하는 두 친구의 오래묶은 감정과 사연 그리고 투닥거리면서도 서로 보완해서 나아가는 여정이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방심하던 차에 마지막에 묵직한 감동을 딱 안겨줘버리네요. 마지막까지 여운이 참 짙은 작품이였습니다.

 

 

 

같은 주제에 전혀 다른 분위기

2편만큼이나 재밌고 흥미로웠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같은 주제를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특집성 단편만화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웹툰도 종종 재밌게 보고 그 스트롤 연출의 장점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출판물 형태의 만화책을 선호하는데요. 놀랍게도 5명의 작가님들도 모두 만화책 형태를 더 선호한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리 시대가 발전하고 새로운 시도가 계속 생긴다고 하더라도, 기존 매체의 특성과 장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여자력
ㆍ 수록 작품 줄거리 「함안군 가야리 땅문서 실종사건」 AJS 만화 "내 증조할매 땅문서 좀 찾아주이소. 돈이 싸게 필요해가." 잊고 있던 기억을 재생시켜 무엇이든 찾아주는 수상한 사무소. 그곳에 땅문서를 찾으러 온 모사랑의 명랑한 목소리가 울린다. 잠들어 있던 사랑의 어린시절 기억 속에는 땅문서의 위치와, 또다른 소중한 기억이 숨어 있다. 「야사」 골왕&자룡 만화 "이건… 기억이냐, 환상이냐? 대답해봐!" 진실과 거짓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진 무위는 자신의 기억에만은 의심을 품은 채 살아간다. 내가 겪은 것이 과연 진실인가. 스스로를 믿기 위해 가진 것, 갖게 될 모든 것을 걸고 의문의 약초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조용한 세상의 미소」 고사리박사 만화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초능력이 생겼다. 하지만 조미소에게 생긴 초능력은 그저 초라하기만 하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며 위험한 세상을 살아가던 미소에게 지키고 싶은, 지킬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나타난다. 「바람이 불면」 김이랑 만화 "난 너같이 가식적인 애들이 제일 싫어." 초능력자를 칭하는 은어 '크리스퍼'. 감정에 따라 바람을 일으키는 크리스퍼 이선형은 능력을 숨긴 채 살아간다. 하지만 겁도 없이 다가오는 송민아를 만나고부터는 바람도 감정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죽음으로부터」 뼈와피와살 만화 "'우리'라서 볼 수 있는 세상이 있어." 이치를 따르는 자, 루비. 이치를 거스르는 자, 다야. 절친했던 루비를 두고 홀연히 떠났던 다야는 죽음을 앞둔 루비를 다짜고짜 찾아온다. 오랜만에 재회한 둘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고, 다야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하다.
저자
AJS, 골왕&자룡, 고사리박사, 김이랑, 뼈와피와살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1.06.11

 

물론 가끔은 만화책이라는 형태가 좋으면서도 환경적인 부분에서 살짝 갈등에 머물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는 만화던 그냥 책이던 손에서 넘기는 맛이 있어서 그런지 실물책이 좋더라구요. 오히려 더 잘 읽히고 몰입도 잘 되고 말이죠. 그래서 비록 많은 수량을 찍어내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이런 좋은 작품들이 책의 형태로 계속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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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문학동네의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 3편도 빠른 시일내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겨버렸습니다. 시리즈 2권이 모두 인상적이였고 좋았기 때문이죠. 혹시 웹툰이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권으로 정말 다양한 장르를 맛보는 재미를 경험하실 수 있으니, 꼭 한 번 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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