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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이연 작가의 첫 책을 인상깊게 읽을 시점에 신작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요. 평상시 짤막하게 보여주시던 그림일기의 일부분을 담았다고 해서 무척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나오자마자 서둘러 읽어보았습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 책소개
지금은 가장 잘 나가는 유튜버 중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어 정말 화려하게 인생이 술술 잘 풀려나가는 듯 보였던 이연 작가에게 이런 힘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년도 : 2022
출판사 : 푸른숲
저자 : 이연
물론 영상에서도 간간히 살짝 언급하긴 했지만, 이렇게 깊은 우울이 도사리고 있었을 줄은 몰랐거든요. 어찌 보면 그녀가 나직하게 말하는 경험과 그로 인한 통달에 대한 이야기는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책은 2018년 27살의 일기장에서 발췌한 그림과 문장들을 기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영상에서도 이러한 일기장 그림을 조금씩 보여주긴 했지만, 책으로 나왔음 좋겠다는 어느 댓글 덕분에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림일기는 어린 시절 이후로 써 본 적이 없고,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일기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어른이 되어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미쳐 못했어요.
물론 이연 작가는 원래 그림을 그려왔기 때문에 더욱 더 그림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참 편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어른이 되어도 그림일기를 써 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절망의 순간에서 내린 결심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저자를 표현한 전구인간인데요. 전구를 인간으로 빗댄 이유는 영원할 것처럼 찬란히 빛나다 죽는 점이 인간과 닮았다는 생각에 이러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좋아하던 그림을 포기한 채 최선을 다한 회사생활에서 그녀는 사람들과 잘 지내려 아등바등 애를 쓰지만 계속되는 몇몇 사람들의 괴롭힘으로 결국 퇴사를 하게 됩니다.
절망적인 바닥에 머무르는 순간 그녀에게 남은 곳은 오직 공황장애 뿐이였죠. 일도 그만두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극한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는 불끈 결심을 합니다.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고 말이죠. 그때부터 그녀는 내가 진정 좋아하고 원하는 일.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기 위해 매일 꾸준히 노력을 해 나갑니다.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잔가지를 잘 치는 거야. 가지가 너무 많으면 나무가 옆으로만 자라고, 방향을 잃거든. 나는 옆으로 커지는 나무가 아니라 높고 곧게 자라는 나무가 되고 싶어.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
먼저 건강을 찾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고, 간편한 인생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습니다. 그리고 '이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짓고 내가 대표인 나만의 명함을 만듭니다. 어디에 소속되지도 직함도 없는 나 자신에게 속하기 위해서 말이죠. 대학, 취직, 결혼으로 이어지는 정형적인 루트를 벗어나 나만의 속도대로 차근차근 밟아나가기 시작합니다.
매일 다를바 없는 하루들에 수시로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와도 항상 루틴처럼 조금씩 무언가를 해나가며 달라져갑니다. 그렇게 가난과 외로움과 싸우던 그녀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유럽의 최서단 포르투갈 호카곶에 섭니다. 작은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감격한 그녀는 앞으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부디 나 자신이 명료해지기를 바란다. 의미 없는 일에 미련을 두거나 타인이 바라는 모습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지금도 그때의 기분이 떠오른다. 호카곶의 벼랑 끝에 서 있던 나. 그건 단순히 벼랑 끝에 선 인간이 아니라, 벼랑 끝까지 간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다. 거기까지 다녀온 내가. 그런 용기가 있으면 무너진 나를 언제든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여행할 때는 멋진 사진도 좋지만, 작더라도 귀중한 용기도 한 점 꼭 가져올 것. 일상 속에서도 내내 소중하게 쓰인다.
자전거를 타면 용기 있는 사람이 돼. 내가 이런 산도 다녀왔는데 이 일을 못하겠어? 또는 내가 그만큼 멀리 가봤는데 이것도 못 참겠어? 하면서 말이야.
꾸준함이 만들어준 기적
여행 이후 그녀는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유튜브를 개설한 후 영상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1개의 영상 하나가 엄청난 인기와 호응을 얻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터닝포인트에 접어들게 되죠.
이후 대기업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 디자인팀에 합격하여 잠시 근무하게 되고, 유튜브의 꾸준한 성장으로 실버버튼을 타는 것도 모자라 세바시 강연에, 모나미 콜라보, 첫 개인전에 이어 첫 책까지 출간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양한 일들을 연달아 해나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얻게 되죠. 그리고 이 때 인생의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됩니다.
과거 절대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만화, 책, 패키지 디자인, 영상들을 모두 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말이죠. 당시에는 그 시절이 너무 어두워 우울했고 바보같은 시절이라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가장 힘겨웠던 시기가 인생의 큰 전화점을 만들어주었고, 단단하게 바닥을 다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수영에서는 네 가지 영법이 있다. 그 안에서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30년 이상을 헤엄친다. "맨날 똑같은 수영장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것 같아요.", "똑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달라져 있어." 그래, 우리도 매일을 살면서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인생의 좌절 시기를 생생하게 담은 경험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거나 현재 겪어봤거나, 현재 겪고 일을 법한 치열한 청춘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서 인지 읽는 내내 굉장히 와 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가난하고 치열했던 20대 끝자락을 수영을 통해 헤엄치는 법 뿐만 아니라 바닥을 딛고 다시 떠오르는 힘을 기르게 되고, 인생까지 깨닫게 된 찬란한 시기의 1년의 기록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그림일기가 아니라 그래픽노블 만화를 보는 듯한 퀄리티와 몰입감에도 놀랐는데요. 아마도 당시의 실제 감정이 리얼하게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동트기 전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장 힘들 때는 시야가 좁아지고 당장의 눈 앞의 절망적인 상황만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마치 이 어둠을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무기력에 빠져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작은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야함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합니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꾸준히 하기의 힘이 참 크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싫어하는 게 아주 많고, 그만큼 좋아하는 것도 많아. 그 때문에 내 삶은 계속된 도망의 연속이야. 참는 줄 모르고, 달아나면서도 머문다고 착각하는 바보같은 일의 반복이지. 그럼에도 모든 게 많이 달라졌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미래의 나야, 지금의 내가 없다고 슬퍼하지 마. 원래 인간은 일정 주기로 세포가 전부 바뀐대. 지나간 시절을 붙잡지 말자. 대신 잘 가라고 마중을 하는 거야. 보이지 않는 저 멀리에 기꺼이 손을 흔들자고. 고마웠어, 안녕하고 말이지. 멀리 갈 수 있겠지. 지끔까지 걸어온 것처럼. 매일을 헤엄치면 돼. 다이빙은 여전히 서툴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시도해본다.
작은 무엇가를 꾸준히 했을 때 당장에는 눈에 띄는 결과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분명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죠. 만화 형태라 굉장히 가볍게 슥슥 읽히는데요. 가볍게 읽히는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내용은 묵직하고 여운이 깊어서 종종 힘이 들고 답답할 때 두고두고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너는 슬프지 않을꺼야 라고
날개를 퍼덕이며 아침이면 내 조그만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언제나 노래했어.
노래했어.
춥고 어두운 밤에도 동산의 보드라운
달빛처럼 지친 내 영혼 위에 울던
그 아름답던 나날들 햇빛을 쪼아먹고 살던
내 착한 비둘기는 나와 헤어져
그가 살던 곳으로 날아가 새털구름이 되었어.
이제는 내가 울지 않기 때문이야
이제는 슬픔이 내게서 떠나가기 때문이야.
이제는 내가 울지 않기 때문이야
이제는 슬픔이 내 곁을 떠나가기 때문이야.
비둘기 안녕. 비둘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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