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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두면서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혀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관심이 많은 만큼 관련 책들도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데요.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라는 책을 최근 읽게 되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책소개
요새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노예라 수시로 새로운 영상들을 접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미니멀리즘 검색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어느 날 우연히 보게된 1인2묘 가구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어요. 남의 가방 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늘상 왜케 궁금한건지 우연히 빠져들 듯 보게 되었는데요.
출판년도 : 2020
출판사 : 21세기북스
저자 : 김민정
로망같은 새하얀 집에 미니멀하고 깔끔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영상 속 이야기로 말미암아 집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오래된 아파트를 자가로 구매하여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고 하더라구요. 영상을 보다가 책도 출간했다는 사실을 알고 급 궁금해져서 얼른 구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책 속에서는 영상을 보고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보다 더욱 자세한 저자의 비혼 프리랜서 일상과 더불어 내 집 마련 분투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롭더라구요. 이 책을 쓴 김민정 작가는 프리랜서 방송작가인데요. 일찍이 포항에서 서울로 상경해 여러 집들은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하다가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 공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내 집을 마련하고 부터 시작된 고민
저자는 딴 세상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내 집 마련을 한 동료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렇게 내집 마련 목표를 세우고 투잡, 쓰리잡을 거쳐 5년이였던 목표를 단숨에 당겨 2년 만에 목돈을 마련하여 대출 끼고 집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집을 구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참 유용했는데요. 의외로 더 좋았던 점은 집을 구하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막상 내 집을 마련했지만,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았던 일상들.
집이 생겼다고 일을 그만둘수도, 그렇다고 외부에서 느껴지는 힘든과 고난이 줄어든 것은 아니였기 때문이지요. 한동안 저자는 그 사이에 있는 알 수 없는 괴리감과 고립감으로 우울하게 보냅니다. 그러다가 위험성을 감지하고 잠깐이지만 자신의 진정한 삶을 생각해보기로 하죠.
그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많은 것들을 샀다. 옥처 허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택배가 우리 집으로 모였다. 새로 산 옷들을 입어 보거나, 가구를 조립하거나, 인테리어 소품들이 어울리는 위치를 찾는 데 온종일 시간을 쏟았다. 완벽한 집에서 완벽한 일상을 누리면 회사에서 겪는 모멸감이나 괴로움은 금방 잊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그것은 집에서 길을 잃고 서서히 고립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나의 세계는 이 아파트의 평수만큼이나 작아져 있었다.
예전처럼 무엇인가를 이루려 하기보다, 느슨한 시간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천천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이렇게 비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말이다.
진정한 안식처란 무엇인가
어찌보면 집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목표를 잡고 나니 오히려 목표를 이루고 난 뒤 허탈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진정 자신의 삶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세도 없이 주변 상황에 휩쓸려 집을 구하기에 급급했던 것이죠. 하지만 드디어 안정적인 집을 구한 순간. 그동안 지니고 있던 삶의 방향도 함께 변화를 해주어야 했습니다.
점차 자신만의 일상적 루틴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비움.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죠. 단순히 집이 아닌 내가 편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서히 이상적이고 깔끔한 안식처를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내가 만든 루틴에 따라 움직이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황폐했던 마음에도 안정감이 찾아왔고 가야 할 방향이 조금씩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 된 셈이다. 과거의 나는 '생존하기'만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존재하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자기만의 방'을 온전히 갖기 위해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30대 비혼주의의 리얼한 경험담
저자는 아무래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30대 비혼주의 여성의 입장에서 글을 썼던 터라 한쪽의 시각에 쏠려있는 경향은 있지만, 점차 읽으면서 단순히 특정 가구를 위한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최근 뉴스를 볼 때마다 1인 가정의 인구 수가 날로 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다양한 사정과 성향으로 1인 가구 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내집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소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물질적인 집이라는 소재뿐만 아니라 저자가 스스로 느끼면서 깨달은 1인 가구로서 앞으로 잘 살아나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과 자세가 필요한지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바로 사회적 고립 관련 부분이였어요. 단순히 나 혼자 잘 살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흔히 들 수 있는데, 저자는 오히려 1인 가구일수록 느슨한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 것을 추천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되더라구요. 듣기만 해도 씁쓸하고 가슴 아픈 '고독사'에 대한 부분도 경각심이 들게 했고, 단순히 홀로 잘 나간다고 행복해지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문득 비혼에게도 가족계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비혼이기 때문에 가족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는 제도 밖의 새로운 가족을 꾸려야 하니까. 세상이 가르쳐 주지 않은 길로 가야 하니까. 집과 돈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절대 잘 살아갈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비혼 생활을 위해서는 '혼자 살기'의 능력만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함께 살기'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중요하다. 비혼이라고 말하는 것이, 단순히 결혼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 아니라 하나의 연대 선언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홀로 죽는 모든 죽음을 고독하다고 표현해도 괜찮은 걸까.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나름대로 재밌게 살았는데 마지막에 좀 늦게 발견됐다고 내 삶을 한순간에 '비참한 고독사'라고 규정해 버리다니. 죽음이 닥치기 전에도 깻잎 반찬이 맛있다며 행복해했을지도 모르는데. 나의 죽음이 늦게 발견되다 해도 고독사라는 헤드라인은 사양하고 싶다. 좀 억지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늦게 발견사'정도로 해줬으면 좋겠다.
집소유뿐만 아니라 1인가구의 삶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가끔씩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을 읽어도 여전히 내집마련은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불가능하지 않다라는 가능성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방송작가라서 그런지 글이 술술 잘 읽혀서 좋았고, 무거운 부동산 서적만큼의 지식은 아니겠지만, 에세이 형식으로 가볍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그런지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가볍게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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