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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봉현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급 관심이 생겨서 그녀의 신작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프리랜서로서 생활하며 일과 휴식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삶의 루틴을 만들어냈다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가 살짝 궁금해졌거든요.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책소개
출판년도 : 2022
출판사 : 미디어창비
저자 : 봉현
사실 프리랜서의 삶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도 삶과 일의 균형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주 5일 의무적으로 규칙적인 출퇴근을 하다가 주말이 되면 온전히 풀어져 의지와 다르게 허무하게 하루를 날려버렸다는 생각이 든 적이 너무 많았던 터라 더욱 이런 삶의 균형성을 어떻게 잡아야할까 궁금하더라구요.
평소 생활을 규칙적으로 꾸리다가도 예상치 못한 일의 파도에 단숨에 업무 모드로 돌입하는 순발력을 지니기 위해서 필요한 건 루틴이다.
물론 프리랜서 작가와 규칙적으로 굴러가는 직장인은 삶의 형태가 다르지만, 그래도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하루의 루틴을 얻는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불안정한 수입과 생활로 인한 무기력증
봉현 작가는 스무 살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다 돌연 배낭 하나만 들고 2년간 세계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렇게 쓴 이야기로 첫 책을 내고 얼떨결에 프리랜서가 되어 9년간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변치 않고 좋아하려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단순한다. '계속' 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어떤 과정이든 끝이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
"일단 해봐야 알아요. 지금은 잘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깨닫게 돼요. 내가 얼마나 서툴었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러니까 끝까지 가봐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유로운 달콤함이 있는 만큼 언제 일과 수입이 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함을 동반하는 삶이라 늘상 불규칙적으로 밤세서 작업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일이 들어오지 않아서 낮은 단가의 일을 소모적으로 해서 노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경력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일도 무작정 하기 시작합니다. 여유도 없이 일에 매진하던 생활을 하면서 점차 일하는 보람도 느낄 새 없이 좋아하던 그림조차 싫어지는 무기력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시작한 작은 루틴
그렇게 바쁘고 끔찍한 악순환이 반복되던 어느 날, 그녀는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을 탈바꿈하기 위해 작은 루틴들을 해나가며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합니다.
타인과 비교하게 만들어 불행해지는 SNS앱 삭제하여 디지털 디톡스 하기. 수입 지출 내역을 분류에 인생 최초로 1억 돈 모으기. 엄격하게 일을 끝내고, 돈이나 성취 대신 시간을 택해 소소하고 작은 즐거운 이들을 마음껏 누리기.
완벽할 필요 없다고 스스로 되뇌면서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등의 작고 소소한 루틴들을 이어나가며 과정의 행복의 충만함을 경험하게 되죠.
더불어 한때 나의 소중한 즐거움이였으나 어느 순간 버거움이 되어버린 그림과 글에 대한 무기력증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100일 동안 매일 오늘의 나를 그리기, 한달에 4~5번 '봉현읽기' 뉴스레터 발행하기. 등 매일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만 꾸준히 쓰고 쌓은 덕분에 새로운 책을 내게 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성취감도 예전 같지 않은데, 이 일을 계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이다. 그 안에 하루하루를 연결하는 가늘고 긴 감각이 있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는 확실한 기쁨,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나 하는 긴장감, 제대로 살고 있다는 생동감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할 일이 있다는 건 내 시간의 쓸모를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일과 쉼의 적정선을 지켜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과 경계를 알아야 한다. 프리랜서로 지금까지 버티면서 알게 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나만의 방법은 바로 나를 최우선에 두고, 일은 일로써 뒷받침하기.
아무도 간섭하지 않은 자유로운 삶에 엄격한 기준과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일을 하다가 지치면 내 삶에 무언가를 남겼던 결과들을 돌이켜본다. 쉬는 것도 나 자신을 돌보는 것임을 인지한다. 오래 오래 일하며 살고 싶다.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반복적인 습관이 만들어낸 경험치
이는 모두 매일 조금씩 해보자라는 의지로 반복적인 습관들을 만들어가며 프로젝트를 이어간 덕분이죠. 사실 애초에 책을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어느 순간 완벽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시도조차 못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보자라고 가볍게 시도해보는 것. 실패 또한 계획의 일부이고 비록 실패를 한다고 해도 그 또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분명 그 경험들이 쌓여 자신을 든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죠.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 되뇌면서 백 마디 투정과 수많은 핑계또 대보자. 그렇게 대충 하다 보면 어느새 하나씩 채워져 완벽에 가까운 때가 올 것이고, 그럼 또 아무렇지 않게 끝까지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무기력하고 모든 게 귀찮아지는 때가 다시 오더라도 상관없다. "지금 할 수 있는게 뭘까? 그거부터 해볼까? 별거 아닌 것부터 해보자. 대충, 해보자."
그동안 힘겹게 쌓아온 경험은 분명 내 안에 남아 있을 거라고 믿는다. 과거의 내가 견디고 지켜온 시간은 허무하게 무너질 만큼 어설프지 않다. 내 안에 잘 여문 속살이 하얗게 빛난 테다. 천천히 바닥을 기어 벽을 짚고 일어난다. 무너지는 건 한순간의 절벽이지만 올라오는 건 더디고 느린 계단이다. 어제 또 굴러떨어졌지만 오늘 한 걸음 올라선다.
이제는 내 능력과 체력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적당히 몸을 추스른다. 엄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가능한 만큼만 행복하면 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적당히 행복하다. 완벽한 행복이 아니라서 더 좋다.
사실 저 또한 완벽주의적 성격 탓에 항상 미루는 경향이 켜서 항상 많은 일들을 시작만 하고 끝을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해나간다면 확실히 그만큼의 과정이라는 경험과 결과물이 쌓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결과가 비록 엄청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말이죠.
일단 시도해보는 것의 중요성
아예 해보지 않고 후회를 하는 것보다 일단 해보는 경험과 시도 자체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의 경우에도 현재 약 3년 정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요.
사실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거의 1~2개 글쓰고 닫아버린 블로그가 많았는데, 이번 블로그는 시작부터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보자라고 의지를 다지고 하게 된 것이거든요. 물론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 모두 겪으셨겠지만, 중간에 하다 보면 꽤 슬럼프가 많이 찾아옵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눈에 띄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딱히 글쓰기를 잘하지도 못하는 편이라서 말이죠. 하지만 중간에 살짝 쉬는 날이 있더라도 꾸준히 지금까지 해온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과거의 포스팅 글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성장한 것이 느껴지거든요. 진짜 옛날 글 쓴 거 보면 엄청 민망해요.
그리고 무엇이든 꾸준히 오래 해본 경험들은 분명 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에 또 쓰임이 있을거라 조심스레 믿어봅니다. 물론 또 이러다가도 급 글쓰기 귀찮아하고 그러지만 말이죠. 혹시나 반복되고 무기력한 삶에 놓이신 분들이라면 책을 통해 부디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 루틴을 찾아 회복탄력성을 얻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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