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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작가의 인터뷰를 끄덕끄덕 보다보니, 무심코 그녀가 쓴 책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여러 권을 발견해버렸습니다. 여러 권의 책들은 대부분은 글로 이루어진 에세이가 대부분이였는데, 그 중에 만화가 담겨있는 에세이가 있어서 바로 집어들었습니다. 바로 <오늘의 단어>라는 책이였습니다.
오늘의 단어 책 소개
이 책은 제목에도 씌여 있듯이 생활견 키키와 반려인 임진아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만화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책인데요. 전체적으로는 사계절로 나뉘어져 진행이 되고, 손꼽힌 단어에 맞춘 만화 3쪽과 그와 관련된 짧은 1장 내외의 글로 번갈아 진행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히는데요. 아무래도 만화와 글이 번갈아 진행되어서 그런지 중간만다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빠르게 읽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작가가 꾹꾹 소중히 눌러담은 정성스러운에 동화된 듯이 매일 조금씩 차분하게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완독을 한 듯합니다.
이 책을 쓴 임진아 작가(작가 홈페이지)는 그림을 그리는 삽화가이자 생활하며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로 여러 기록들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글과 그림 모두 종이 위에 표현되는 작업이라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여유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으로 사계절의 하루 하루를 신경 써서 보낸다고 하는데요. 그 마음이 고스란이 이 책에 잘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계절의 일상을 아름다운 단어와 그림으로 표현
새해를 맞이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시간이 흘러버렸다고 느낄 때가 종종 많습니다. 연말이 되면 으레 그렇듯 한 것도 없이 지난간 것 같다면 하소연하기 일쑤이죠. 그런데 사실 바쁘게 흘러가버린 이유는 우리가 일상의 소소한 감각들을 세세하게 느끼지 못해 더욱 기억에 남는 일들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겐 감사하게도 옜날보다는 덜하지만 사계절을 누릴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에 쫓겨 풍부한 4가지 계절의 색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다음 계절의 문턱을 넘을 즈음에서야 지나간 계절에 대한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되죠. 책을 읽으면서 모든 계절의 다양한 즐거움을 맛보면서 덕분에 특정 계절만 기다리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계절을 누리는 것은 더없이 소중하고, 덕분에 다음 계절이 무척 기다려진다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거든요.
지금 좋다고 느끼는 것 앞에서 머뭇거리면, 다음에는 똑같은 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지금은 늘 가던 여행지에 갈 수 없고, 바다 건너의 친구를 만날 수도 없지요. 안타깝게 놓쳤던 다음들을 떠올리면 고개가 숙여지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에 버금가는, 어쩌면 지금 안에서 으뜸인 하루를 이제부터 찾아보려고 합니다. 어느 때를 살든 더 이상 머뭇거리고 싶지 않습니다.
책 <오늘의 단어>는 이렇게 우리가 미처 놓쳤던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일상을 되돌려줍니다. 각 계절에 누릴 수 있는 단어들을 몸소 생활해보면서 좀 더 마음껏 하루를 제대로 느끼고 경험해보며 사는 것이죠. 그렇다고 특별하고 대단한 것들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지극히 소소한 일상 속의 작은 행동과 생각의 전환으로 어제보다 한층 더 기쁜 오늘을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키키와 진아의 소소한 일상들을 통해 대리 경험하면서 앞으로 맞이할 나의 계절들도 어떻게 맞이하며 제대로 누려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목차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점 한 가지는 우리가 흔히 봄부터 시작하던 계절의 순서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여름부터 시작해서 가을, 겨울을 거쳐 봄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인데요. 덕분에 마지막이 한층 더 따뜻하고 포근함이 가득해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사려깊음이 느껴지는 그림과 글
반려견인 키키는 아마도 실제로 사람의 말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키키를 캐릭터로 의인화하여 일상 속에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데요. 그 모습이 굉장히 친근하면서도 이런 키키같은 동거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아기자기함에 오랫동안 매료되어 천천히 읽어나가게 된 듯 합니다.
낙엽이 나를 지나가는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땅에 쌓인 낙엽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좋아하는 모양과 색감을 따지고, 좋아하는 책 속에 나 몰래 넣어두고, 또 시간이 지나 그것을 우연히 발견하기. 이 과정만 보면, 어린 시절과 지금이 그다지 멀지 않게 느껴져요. 그저 같은 때가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나이가 든다는 건 같은 순간들이 쌓이는 걸 추억할 줄 아는 것이고, 삶의 면면을 보며 그때와 지금이 같은 지점에 놓여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낙엽을 고르고 간직하는 마음은 어린 마음도, 그렇다고 다 산 사람의 마으도 아닌, 그저 지구에서 사는 사람이 고른 마음일 것입니다.
마음에 든다는 것의 기준은 '내 기분을 어떻게 채워주는가'입니다. 마음에 '든다'는 말에는 '들 입(入)'자가 쓰인다는 걸 다른 언어를 배우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든다는 표현을 단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이제는 마음에 든다는 말을 이해하고 사용합니다. 마음에 담을 만한가, 담을 만한 공간은 넉넉한가를 묻게 되었습니다.
재밌고 소소한 만화와 더불어 작가가 짤막하게 덧붙인 글귀들도 굉장히 인상깊었는데요. 읽으면서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지 여실히 느껴지더라구요. 사소한 것의 작은 부분에도 섬세하게 신경쓰고, 사려깊게 챙기는 모습이 절로 떠오를만큼 그림과 글에는 그러한 저자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소박한 것을 대하는 정성의 아름다움
평상시의 조심스러움과 소박한 행복을 대하는 마음, 글고 따뜻함이 책 속 가득 머물러져 있어서 읽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기분이였어요. 사실 짧은 인터뷰인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저자의 소박한 것을 대하는 정성스러움이 느껴져서 책을 읽고 싶었는데 바로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 저자
- 임진아
- 출판
- 미디어창비
- 출판일
- 2021.07.12
만화로 그려진 키키와 진아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던 터라 비슷한 형식의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은데, 아쉽게도 대부분 글 형식의 에세이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더라구요. 물론 단어나 문장을 굉장히 신중히 고른 듯한 글귀가 와 닿는 부분도 많았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만화로 읽는 시각적 즐거움이 더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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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의 만화가인 <마스다 미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듯한 소소한 그림 형식의 만화가 굉장히 좋았어서 앞으로도 이런 만화에세이로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또 키키와 진아의 이야기가 담겨 나오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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