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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버킷리스트 소설은 바로 전에 찜콩해놨던 <수상한 목욕탕>입니다. 최근에 읽은 일본소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를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비슷한 느낌의 책을 또 한 번 읽고 싶어 찾던 중 이 책을 발견했어요.
수상한 목욕탕 책소개
사실 표지와 제목만 보고 여타 읽었던 힐링소설처럼 목욕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막상 읽고 나니 전혀 다른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였습니다.
주인공 리오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고등학생 여동생 사오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의 순간, 갑자기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그는 자매들에게 큰아버지가 있었으며, 돌아가시면서 목욕탕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이야기를 전하죠. 대신 목욕탕 경영을 계속해야 하며, 현재 근무하는 두 명의 직원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목욕탕을 물려받은 자매들은 딱 봐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글렌과 엘렌 남매를 만나게 됩니다. 큰 목욕탕에 오직 직원은 둘 뿐인 상황이였죠.
그들이 어떻게 목욕탕 업무를 다 해내는지 무척 궁금했던 리오지만 새로운 목욕탕 운영에 적응해야했던지라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들이 부탁했던 것은 단 하나 심한 낯가림 손님을 상대할 수 없었던 그들이라, 리오에게 카운터를 부탁합니다.
여동생 사오 극심한 낯가림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어려워 하고, 과거의 사건으로 학교도 그만두었터라 결국 모든 실질적 운영은 언니 리오가 맡게 됩니다.
그렇게 목욕탕은 다시 열게 되고, 이런 곳에 과연 누가 올까 싶었으던 리오의 생각과 달리 그동안 다녔던 단골들이 찾아듭니다. 그러면서 과거 삼촌이 단골손님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며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알게 됩니다. 전처럼 고민을 물어오는 손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리오는 사오와 함께 이야기를 추리해나가며 고민을 해결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평화롭게 목욕탕이 운영되던 어느 날, 우연히 종료된 목욕탕 내에서 글렌과 엘렌의 비밀을 목격하게 되면서 갑자기 수상한 일들이 차례대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원래 제목과 다른 한국판 제목
원제를 찾아보니 嵐の湯へようこそ!로 국내 제목과는 완전 판이하게 달랐어요. 대충 직역하자면 아라시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번역 과정에서 국내 트렌드에 맞춰 바뀐 듯 한데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대부분 이야기는 목욕탕이 주를 이루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할 법한 목욕탕 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배경도 표지의 경우 한국 목욕탕이 그려져 있긴 하지만, 읽어보면 확연히 다른 일본식 목욕탕이 그려지기 때문에 완전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하더라구요. 원래 표지의 경우 일본 목욕탕 그림인데, 국내 사정에 따라 바꾼 모양이긴 하지만 살짝 안 어울리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국내 표지만 보면 그냥 딱 힐링소설 느낌 가득하거든요.
추리보단 기묘한 판타지에 초점 맞춘 이야기
목욕탕을 찾아드는 단골손님들의 몇몇 수수께끼 사건들을 추리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사오의 추리력으로 생각보다 허무하게 풀리는 경우여서 그렇게 추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 글렌과 엘렌 남매의 숨겨진 비밀이 주요 터닝포인트인데요.
- 저자
- 마쓰오 유미
- 출판
- 문예춘추사
- 출판일
- 2022.07.31
흔히 생각하는 판타지 장르에 비하면 기묘한 일이지만 엄청 드라마틱하게 흘러가진 않고 꽤 잔잔하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실 읽으면서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다 보니 어느 장면에서는 엥?하는 순간이 들기도 했어요.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기 보다는 여러가지가 조금씩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소소한 재미가 있어서 잘 읽히긴 했지만, 확 빠져들며 몰입하는 스토리는 아니였어요. 마치 긴 장편 시리즈 중에 프롤로그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이 살짝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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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 위로의 힘을 보여준 따뜻한 일본 소설 추천
52헤르츠 고래들 - 아무도 듣지 못한 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으면 생기는 기적
전체적으로 일본 특유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지만 그것이 과하지 않고, 딱 적당한 정도의 기묘한 수수께끼 해결 과정이 담겨있어서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읽기 좋은 소설이였습니다. 일본의 미스터리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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